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봉미
작품등록일 :
2024.03.10 12:07
최근연재일 :
2024.07.22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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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4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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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회주 하후악

DUMMY

홍령이 용운휘의 추적을 만류하고자 손을 들어 올리며 입을 연 순간, 용운휘의 모습은 이미 홍령의 시야에서 사라진 채였다.


“운...휘!......”


홍령의 목소리는 그저 허공에 메아리 칠뿐이었다.


홍령은 잠시 용운휘를 걱정하는 마음에 잠시 그가 있었던 자리를 쳐다보았다. 허나 그것도 잠시였다. 지금은 용운휘를 걱정할 시간이 아니었다. 그녀의 치료를 기다리는 사질이 바로 눈앞에 있지 않은가.


그녀의 손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



산문에서 벗어난 용운휘는 곧장 사불인을 쫓았다. 단순히 사불인이 있는 방향으로 몸을 날린 것 뿐이었지만 추적하기엔 딱 적당했다. 아무리 절정고수의 경공이라 한들 몸에서 떨어지는 피를 없앨 수는 없기에 말이다.


바닥에 핏자국이 어디로 향했는지 뚜렷이 보여주고 있었다. 게다가 지금은 겨울이라 녹지도 않는 눈 속의 핏자국은 너무나도 눈에 띄었다.


아무리 간격이 일장이 넘게 떨어져 있는 핏자국이라 해도 추적을 피할 수는 없었고, 금세 용운휘의 시야에 사불인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사불인이 좀 더 경공을 빠르게 펼쳤다면 따돌렸을지도 모르겠지만 들끓는 기혈 탓에 그럴 여유는 그에게 없었다. 오랫동안 제대로 된 상처를 입은 적이 없었던 그로서는 무리였다. 적어도 그가 부동심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호신공 덕택이지, 그 본연의 정신력은 아니었던 것이다.


“하아.....하아.”


들끓는 기혈을 다스리지 못하고 그저 있는 힘껏 내달렸던 사불인은 몇 번이나 휘청이며 나아갔다.


그런 그의 앞에서 석상처럼 버티고 있는 이가 눈에 들어왔다.


“회....회주?


“......어찌된 일이지?”


사불인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의 등장에 놀라 발을 멈추고 눈앞의 회주를 바라보았다. 그것도 단지 격통이 다시 덮쳐올 때까지였지만 말이다.


“크윽.”


사불인은 어깨를 부여잡고 신음했다. 그의 오른쪽 어깨에는 한손으로 급하게 묶은 옷자락이 붉게 물들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내 태항산 위에서 자네와 술이라도 한잔 하려고 했거늘...쯧.”


그 말이 거짓은 아닌 것이 회주라고 불리운 자의 손에는 술병이 들려 있었다.


회주는 그대로 사불인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우웅!


사불인의 몸 상태를 가볍게 살핀 회주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사불인의 상세가 너무 좋지 않았던 탓이다.


아무리 한 팔이 잘렸다지만 전신의 기혈이 진탕되다 못해 요동을 치고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사불인을 살피던 회주의 눈에 쫓아오는 용운휘가 들어왔다.


“자네 꼬리를 달고 왔군.”


회주의 말에 사불인이 뒤를 돌아보았다.


“저 놈인가?”


회주의 질문에 사불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쓰읍....”


회주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혀를 찼다.


“안타깝군.”


“회주?”


사불인은 갑작스럽게 영문도 알 수 없는 말이 회주에게서 들려오자 그를 불렀다.


“자네를 인재로 여기고 중히 써왔거늘....”


“.....회주?”


사불인이 불안감에 슬그머니 뒤로 한발자국 물러났다. 그리고 대화를 나누는 사이 둘의 근처에 용운휘가 도착했다.


“강호란 어떠한 상황에서도 꺾일 줄 모르거나 포기 할 줄 모르는 자만이 살아남는 세계지. 정말로 그런 복마전이라도 절대 꺾이지 않을 인재라고 생각했었다네. 그랬기에 온갖 문제를 일으키던 자네를 받아준 것인데 말이야...”


회주는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


“유감이야....정말로 유감이야.”


“.....”


용운휘는 서로 같은 편 같아 보이는 두 명이 무슨 짓을 하려는가 싶어 응시하고 있었다.


‘같은 편 같은데....가만히 서서 뭐하는 거야?’


사불인은 바로 근처까지 다가온 용운휘를 신경도 쓰지 않고 몸을 떨고 있었다. 사불인은 알고 있었다. 몇 번이고 보아왔다.

회주는 꼬리 내린 실패자를 용서했던 적이 없었다. 사불인은 몰려오는 위기감에 억지로 다리를 움직였다. 허나 그의 다리는 꼼짝도 하지 않았고 그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어느 사이에 검은색 채찍이 그의 다리를 묶고 있던 탓이었다.


“잘 가게나.”


그 말이 사불인이 이승에서 들은 마지막 말이었다.


솨아아아악!


채찍이 마치 공간을 갈라버리듯이 바닥으로 내리 꽂혔다. 좀 전까지 멀쩡했던 하나의 육신이 둘로 갈라져 눈이 쌓인 바닥을 시뻘겋게 물들였다. 너무나 참혹한 광경이었다.


“이런 객을 두고 실례했군.”


“......같은 편이 아니었소?”


용운휘는 참혹한 광경에서 눈을 떼고 회주를 바라보며 말했다.


“같은 편이었지. 허나 그는 더 이상 본 회에서 필요한 이가 아니게 되어서 말일세.”


“........”


끝을 알 수 없는 잔혹함에 용운휘가 잠시 말문을 잊었다. 그런 용운휘를 물끄러미 쳐다보면 회주가 입을 열었다.


“내 벽력일무문에 자네 같은 이가 있다고는 듣지 못했네만?”


“이유가 뭐요?”


“음?”


“가만히 있는 문파를 뒤집어 놓은 이유가 있을 것 아니오?”


“흠.....이유라...딱히 큰 이유는 없었네. 단지 이 주변을 우리 세력권으로 만들고 있던 차에 그저 자네 문파의 이야기가 들려왔기 때문에 발길을 옮긴 정도니까.”


“......”


마치 타 문파를 치는 것을 산책 나온 것 마냥 표현하는 회주에게 용운휘는 혀를 내둘렀다.


“아니. 이제는 그것도 아닌가? 이유가 생겨버렸으니 말이야.”


“먼저 친 것은 그쪽이지 않소.”


용운휘가 명분과 정당성을 호소하기 위해 꺼낸 말이었지만 이 상황에서는 헛된 시도였다. 애초에 색깔이 흑도인 마문일세에게 그런 이야기는 전혀 먹히지 않는 것이었다.


“흐음....그런 구실은 정파나, 정사중간의 이들에게나 먹히는 거라네.”


“......”


용운휘의 말문이 잠시 막힌 사이 회주가 물었다.


“자네 이름은?”


“.....용운휘.”


딱히 대답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용운휘, 그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그의 본능이 맹렬하게 경고하고 있었다. 눈앞의 사내는 절대적인 강자. 건드려선 안 될 부류라고 말이다.


“용운휘라....역시 강호의 소문 따윈 영 믿을만한 게 못 되는군. 자네 같은 이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들려오지 않다니 말이야.”


“......”


“내 이름은 하후악(夏侯惡). 마문일세의 회주라네. 내 자네에게 제안 하나 하지.”


침을 삼킨 용운휘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어떤 제안이오?”


“내 밑으로 오게나.”


“무슨..!”


용운휘가 놀라 외쳤다.


“말 그대로의 의미라네. 자네가 탐이 나는군.”


“......거절하지.”


“거절이라....”


용운휘는 자신도 모르게 한 발 물러났다. 그의 머릿속에는 좀 전에 보았던 일격이 떠올랐다.


‘나에게 온다면 피할 수 있을까?’


용운휘는 온 신경을 다리와 눈에 집중했다.


“어째서지? 한 방파의 우두머리인 이 몸이 자네는 눈여겨보고 중히 쓰겠다는데. 잘 생각해보게나. 어린 나이에 저런 시체가 되고 싶진 않을 텐데.”


“나는 벽력일무문이다.”


그것이 용운휘의 마음이었다. 비록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자신에게 진심을 보여준 이들. 홍령, 악령화, 그리고 곡후까지. 그는 어느 사이엔가 벽력일무문의 일부분이 되어 있었다.


“흠.....그런가.... 좋아. 그럼 벽력일무문이 없어지면 되겠군.”


하후악은 용운휘에게 있어선 벼락이 떨어진 것과 동일한 수준의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다. 그리고 그 말은 용운휘에게 있어 언제든 이뤄질 수 있는 것처럼 들렸다.


“웃기는 소리!!”


용운휘가 반사적으로 외쳤다.


“아니, 아니. 잘 생각해보게나. 나는 자네 같은 인재를 놓치고 싶지 않아. 게다가 우리 회의 절정 고수를 못 쓰게 만든 것도 자네 같은데... 그 빈 자리를 당연히 자네가 채워줘야 하지 않겠나?”


논리적으로는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허나 그에겐 있어 그것만이 정답이었고, 그가 바라는 바였다. 나머지 자질구레한 이야기는 모두 곁다리일 뿐이었다.


“거절이다.”


“죽어도 말인가?”


“......”


대답 따윈 들려오지 않았지만 하후악은 알 수 있었다. 용운휘의 눈빛은 각오를 정한 자의 눈빛이라는 것을. 죽어도 굴하지 않을 눈이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탐이 났다. 저런 아이가 자신의 밑에 들어온다면 그 충절을 자신에게 보일 것이 아닌가.


“좋아. 그러면 말을 좀 바꿔보지. 자네가 이쪽에 오지 않는다면 자네가 있을 자리를 모두 없애주지. 우선은 벽력일무문의 주춧돌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그리고 시간이 흘러 자네가 또 다른 곳에 거처를 정한다면 그 곳도 없애주지. 자네가 나에게 올 때까지 말이야.”


“미....친..”


용운휘도 마침내 참지 못하고 욕을 내뱉었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지금 하후악이 하는 이야기는 모두 진심이었고, 능히 그럴 수 있는 이라는 것을 말이다.


“미쳤다? 미쳤다 아니다는 강호에서 큰 의미는 없지. 애초에 강호라는 이 세상은 충분히 미쳐있으니까 말이야.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이 바라는 바지. 그것을 챙길 수 있다면 충분히 족한 것이 이 세상이다.”


이 말은 하후악의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였다.


“그래....좋아. 마음을 정리할 시간을 주지. 한 달. 한 달 후에 다시 오지. 좋은 답변을 들려주길 바라네. 혹 도망가기라도 한다면 문파 째로 사라지는 것은 변함이 없다네.”


말을 마친 하후악의 신형을 뒤로 돌리며 등을 보였다.


불끈.


검을 쥐고 있던 용운휘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해볼 텐가?”


용운휘의 기척을 느끼고 있던 하후악이 낌새를 읽고 말했다.


“좋아. 기회를 한 번 주지. 나는 지금 혼자. 게다가 등을 보이고 있지. 인간이라면 목이든, 머리든 급소를 찔리면 죽지.”


우드득.


용운휘가 검을 움켜쥐고 뛰쳐나가려는 순간, 그의 몸이 갈가리 찢겨졌다.


‘헉!!’


아니, 아니었다. 방금 전 보인 것은 그저 용운휘의 머릿속의 환상. 그저 하후악이 내보인 질식할 듯한 살기에 자신이 죽는 환영을 본 것이었다.


뿌드드득.


환상임을 깨달은 용운휘가 이를 악물었고, 곧 입가에서는 피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의 신형이 앞으로 뛰쳐나갔다.


‘호?’


하후악은 내심 감탄하며 손을 움직였다. 채찍이 순식간에 한 바퀴 위로 선회하며 바닥에 내리꽂혔다.


[멍청아! 옆으로 물러섯!!!]


용운휘는 머릿속을 뒤흔드는 소리에 간신히 위에서의 일격을 피했다.


“하아....하아.”


반사적으로 행한 도검천 덕분에 피할 수 있었지만 발의 경락이 찢어질 듯 아파왔다.


“과연. 과연. 사불인을 꺾은 만큼은 하는군.”


하후악은 여전히 등을 돌린 채로 말했다.


“......”


“이젠 오지 않는가?”


하후악의 말은 도발도 뭣도 아니었다. 그저 자신에 손에 죽어버릴 이였다면 그 뿐인 것이다. 그만큼 그의 마음은 종잡을 수가 없어 그의 휘하에 있는 이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흠.....그럼 한 달 후에 보지.”


휘이익!!


하후악은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고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약간 떨어져 있던 곳에서 말이 소리를 울리며 다가왔다.


하후악은 천천히 말에 올라타고 있었지만 용운휘는 공격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하후악에 들려있는 검은색의 채찍. 그것이 마치 자신의 목을 죄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하후악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용운휘는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빌어먹을!!!”


콰앙!


용운휘가 분을 참지 못하고 강하게 발을 굴렀다.


웅!


[거 참....성급한 애송이네.]


검에서 느껴지는 미약한 울림과 목소리에 용운휘가 검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작가의말

죄송합니다. 모니터도 말썽이고 이런 저런 일 때문에 늦어졌습니다.





재미있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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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강대한 사라자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5) +3 24.03.31 1,496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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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3) +3 24.03.27 1,602 22 12쪽
15 15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2) +3 24.03.26 1,835 26 14쪽
14 14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1) +3 24.03.25 2,006 31 11쪽
» 13화 회주 하후악 +3 24.03.24 2,034 36 12쪽
12 12화 순청지기(純淸之氣) +3 24.03.23 2,091 40 11쪽
11 11화 위기 +5 24.03.21 2,048 36 14쪽
10 10화 습격 +3 24.03.20 2,172 40 12쪽
9 9화 운명 +4 24.03.18 2,311 41 12쪽
8 8화 비무 (3) +3 24.03.17 2,267 39 12쪽
7 7화 비무 (2) +5 24.03.17 2,285 36 12쪽
6 6화 비무 (1) +8 24.03.15 2,441 37 13쪽
5 5화 깨어진 틈 +6 24.03.13 2,665 40 12쪽
4 4화 무아시경 +5 24.03.12 2,936 37 11쪽
3 3화 파벌싸움 +6 24.03.11 3,280 36 12쪽
2 2화 새로운 육체 +6 24.03.10 3,928 42 11쪽
1 1화 그저 다른 풍경을 보고 싶을 뿐이었다. +10 24.03.10 4,816 5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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