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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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4.03.1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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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2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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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31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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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강대한 사라자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5)

DUMMY

18화



두 사형제는 사공헌과 함께 도시의 객잔 하나를 찾아 방을 잡았다. 내일까지 찾아오기로 한 사공헌은 급히 자리를 떠났다.


“후.....어떻게 하려고 개방의 후개를 그렇게 대했어?”


객잔의 방에 들어오자마자 백노경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산에서 내려온 지 하루도 안 되어 적만 늘린 게 아닌가 하는 불안 때문이었다. 마문일세만으로도 골치 아픈 백노경은 사제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우리가 생존을 걸고 싸우는데 저쪽은 아무 위험도 없이 이득을 취하려는 꼴이 두고 볼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래도..”


“어차피 그 자에게서 원한을 산다고 해도 우리가 이 싸움에서 이기고 난 다음의 문제일 뿐입니다. 지금은 뭔 수를 써서든 살아남아야 하고.”


“...알았다.”


백노경은 단호한 용운휘의 말에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설마하니...네가 기억을 잃었을 때는 너와 이렇게 다니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말이지.”


“내일도 할 일이 많습니다. 주무시죠.”


“아아.”


백노경은 피곤했는지 잠시 후 그대로 골아 떨어졌다. 용운휘는 백노경이 잠든 것을 보고는 그대로 객잔 밖으로 빠져나왔다.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용운휘는 아무도 없는 곳을 찾아서 발을 옮겼다. 아무도 오지 않을만한 도시의 구석에 당도한 용운휘는 입을 열었다.


“어이.”


[....]


용운휘는 검을 꺼내 들어 뒤흔들었다.


“어이.”


용운휘의 거듭된 부름에도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자 용운휘는 검에 진기를 불어넣어 그대로 주위에 있는 나무로 향해 던졌다.


콰직!


검은 칼집채로 그대로 나무에 박혀버렸다.


“어지간히 학습을 하지 못하는 놈이로군.”


[이....이게 무슨 짓이더냐]


용운휘는 그대로 발을 돌렸다.


[자...잠깐]


“...”


[기다...기다려...기다려 주십시오!!]


“재깍재깍 대답해라. 쓸데없는 실랑이는 사양하니까.”


용운휘는 나무에 다가와 검을 다시 뽑았다.


[으으....네 녀석이 분명 알겠으니까 일단 닥치고 있으라고 하지 않았더냐.]


“그래서?”


[...아니...아무것도 아니다.]


용운휘의 어조에서 심상치 않음을 느낌 검에 깃든 용은 금세 꼬리를 내렸다.


“너 용이라고 했지?”


[그렇느니라]


“뭘 할 수 있지?”


[뭘 할 수 있냐니. 이 몸이 하지 못하는 것이 어디 있겠느냐.]


“...검안에 갇힌 주제에 그런 말이 나와? 할 수 있는 것을 헤아리는 게 빠를 것 같은데.”


[...]


용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 검안에서 네가 할 수 있는 게 뭐냐고?”


용운휘가 검을 흔들며 다시 물었다.


[이 몸은 수기를 다스리던 용. 너희 인간들이 다루는 기정도야 이 몸이 가볍게 다룰 수 있느니라.]


“기라...상대가 방출한 기를 네가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는 거지?”


[후훗. 그렇느니라.]


“쓸만하겠군. 네 놈의 힘 좀 빌려봐야겠어.”


[아까도 그렇지만...이 몸 보고 감히 네놈이라니.]


“아? 왜 또 대접이라도 받고 싶은 거야? 똥통에 쳐 넣어 줄까?”


[아...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고...]


“그럼 뭔데?”


[이 몸은 성별을 따지자면 여성이니라. 그러니 네 놈이라는 말은 좀...]


“....암컷이라고 부르면 딱이군.”


[뭐...뭐??? 가.....]


“계속 해봐. 그 다음 말이 뭔지.”


[....이 몸의 이름은 적가린(赤佳鱗)이니...그것으로 불러다오.]


“생각 좀 해보고.”


[...]


오늘밤 검과 사람이 대화를 나눈다는 기묘한 상황은 이렇게 끝이 났다. 수백 년을 살아온 영물의 패배로 말이다.


***


다음 날 정오가 찾아오기도 전, 사공헌이 급히 찾아왔다. 용운휘는 그가 찾아온 정보들을 들은 후 몇 가지 문답을 나눈 후 사공헌을 돌려보냈다.


준비가 끝난 용운휘는 백노경과 함께 다시 하오문으로 향했다.


“사제 굳이 개방의 정보를 얻었는데 다시 갈 필요가 있겠어?”


“....하나보단 둘이. 둘보단 셋이 낫다는 것은 기본적인 것 아닙니까?”


“아니 그야. 그렇지만 내 생각에는 충분하다 싶어서 말이지. 하오몬을 굳이 적으로 돌린 마당에...”


‘하아.’


용운휘는 백노경의 세상물정 모르는 이야기에 답답함을 느꼈다.


“개방과 하오문의 정보는 차이가 많이 날 확률이 높습니다.”


“...그런가? 난 잘 모르겠군. 똑같은 정보를 다룬다면 결국 속도나 정확도 정도의 차이는 나겠지만 결국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싶은데.”


“...저도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가 정보를 얻는 출저가 다르니 그 얻는 내용은 서로 판이하게 다를 수밖에 없을 겁니다. 개방은 사방에 널린 개방도들의 눈으로, 하오문은 아마도 기녀들 사이에서 얻은 정보니 말이죠.”


“아...아.”


백노경은 그제야 이해했다. 두 가지의 정보를 같이 얻으려는 용운휘의 생각을.


“그렇군. 이해했어. 네가 왜 그렇게 무리 하려는지.”


“무리라...이 정도가 무리라면 마문일세를 이기는 것은 애초에 시작도 할 수 없습니다.”


“...정말이지 믿을 수가 없군.”


“뭐가 말입니까.”


“죽었다 살아나면 모두 너처럼 되는 것일까? 삼혼이 상해 기억을 잃었다고는 해도...”


“...흘러간 옛 일 따위 들추어볼 시간이 없소. 사형. 하오문이 코앞이니 준비하시구려.”


“아아.”


두 사형제는 하오문에 대한 정보를 다시금 머리에 떠올리면서 이 층의 도박장으로 향했다. 두 사람이 일층의 객잔을 지나 올라가 보니 도박장은 기이하게도 아무도 없었다. 사람은 물론 어제 있었던 가구들까지 싹 비워진 채였다. 마치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두 사형제가 이 층을 둘러보던 중, 구석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하니 다시 찾아올 줄이야.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네놈들은. 목숨에 여벌이라도 있는 것이냐?”


목소리의 주인은 서정방이었다.


“어제 그렇게 꽁지 빠져라 도망친 놈의 입에서 나올 소리는 아니군.”


용운휘가 날카로운 지적에 서정방의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백노경은 옆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며칠 전의 자신이 떠올랐다. 옆에서 보고 있자니 뭐랄까 통쾌하면서도 자신의 마음이 아파오는 그런 모습이었다.


“...후 그래 네놈이 제법 고수라 나오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거침이 없구나. 어디 오늘도 그럴 수 있는지 보자꾸나.”


“영업까지 취소하고 기다린 걸 보니 꽤나 단단히 준비했나본데. 헌데 네 놈 혼자서 기다린 것은 아닐 테고, 숨겨둔 이들을 모두 불러내보라고.”


“부탁드리겠습니다. 어르신.”


서정방의 말이 끝나자마자 누군가가 이층으로 올라왔다. 두 사형제의 시선이 그 자에게 집중되었다.


평범한 이는 아니었다. 옷차림새만으로도 주위의 이목을 붙잡을 그런 이였다. 옷의 팔 한쪽이 잘려 있는 것이 보통의 행색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 막 중년이 되어보이는 사내의 허리춤에는 절세의 보도가 매달려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용운휘의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상대방과 눈을 마주하자마자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고수.’


훤히 드러난 팔은 상상할 수도 없는 수련의 흔적이 보일만큼 군살하나 없이 닦여져 있었다. 과연 저 팔에서 어떠한 무공이 뛰어나올 것인가.


용운휘는 등 뒤로 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눈앞의 사내는 하후악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허나 둘 다 강하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과연 둘 중 누가 강할까? 용운휘는 머릿속에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지나갔다.


사내는 고개를 한 번 갸웃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둘이서 같이 할 거면 빨리 검을 꺼내라.”


백노경도 용운휘처럼 무언가를 느꼈는지 용운휘의 눈을 살폈다. 용운휘가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먼저 나서는 것이 맞았다. 사형 혼자서는 무리였다. 그렇다고 둘이 동시에 덤비기엔 상대의 실력을 알 수 없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내가 한다.”


“...기이하군.”


“...?”


사내의 말에 용운휘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일류 고수 열 명 정도를 순식간에 쓰러트렸다고 해서 밤잠을 설치며 기다렸는데 기도가 기대했던 것과는 영 딴판이군.”


“...”


“이런 경우는 둘 중 하나지. 일류 고수들이 형편없었던 놈들이거나 익힌 무공의 특성이 특이하거나.”


“...원래 그렇게 말이 많소? 말이 많아보이지는 않았는데.”


“큿. 미안하군. 기대 반 실망 반이라서 말이 좀 많아졌나보군. 부디 날 실망시키지 말아주게.”


사내가 옷자락이 잘려있는 팔을 움직여 허리의 보도를 붙잡았다. 사내가 자세를 취하자마자 알 수 없는 중압감이 용운휘를 짓눌렀다.


‘쾌검...아니 쾌도인가?’


사내는 도를 꺼내지도 않은 채 그저 발도의 자세만을 취했다.


어느 순간 사내의 허리춤에서 뽑힌 보도가 바람을 가르며 지나갔다. 용운휘가 순간적인 판단으로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면 분명 머리가 갈라져 죽었을 것이다.


용운휘는 깜짝 놀랐지만 그것보다도 먼저 공포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다시 한 번 검이 똑같은 곳을 노린다고 해도 온전히 피할 자신이 없었다.


‘응?’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용운휘의 눈가에 무언가가 주륵 흘렀다. 피였다. 순간적인 회피로 정통으로 베이는 것은 피했으나 피부가 베이는 것은 피하지 못한 탓이었다.


“간만이군. 내 일초를 벗어난 이는.”


사내의 무심한 말이 공간을 울렸다.


절대의 쾌도.


사내의 도는 그야말로 그 말이 어울렸다.


“하하하하.”


서정방이 웃음을 터트렸다. 간신히 웃음을 멈춘 그가 입을 열었다.


“똑바로 알아두고 가거라. 그분이 바로 강호의 일절로서 이름을 날리는 생사마도(生死魔刀 )이시니라. 네놈들같은 시골문파의 따라지들이 당해낼 분이 아니다. 하하하하하하.”


생사마도.


무림에 크게 이름을 떨치고 있는 절정 고수중 한명이었다. 하남성을 주무대 삼아 떠도는 그가 산서성에 우연히 와있는 것을 서정방이 삼고초려해서 꼬셔온 것이었다.


그가 강호에 이름을 떨치게 된 것은 그 무공실력도 무공실력이었지만 그의 행보때문이기도 했다. 무공광(武功狂)이라는 세간의 평가처럼 그는 강호에서도 흔치 않은 무공광이었다. 강호에 나와 몇 번의 부침과 패배도 있었지만 그는 패배할 때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자신을 꺾은 자들을 찾아가 모두 설욕한 인물이었다.


특히나 절정에 이르고 난 후 그의 쾌도는 한층 더 매서워져 요 근래 그의 상대를 했던 자들은 모두 그의 일초를 버티지 못했다.


‘후우....’


용운휘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으레 하던 것처럼 토납법의 호흡을 전력으로 운기했다. 그에 반응해 경맥과 혈도가 마치 뜨거운 용광로처럼 달궈지는 것이 느껴지고 눈이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용운휘는 알고 있었다. 무아시경에 이르기 위해서는 결코 의식적으로 행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집착하면 집찰할수록 손에 들린 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이 무아시경이었다. 약간의 중압감을 마음속에 남긴 채 눈앞의 상대에서 집중할 때나 찾아오는 것이 무아시경이었다.


시야 구석구석이 또렷하게 느껴지는 것이 자신이 무아시경에 빠졌다는 것을 느낀 용운휘가 손가락과 발가락을 움직였다.


상대의 일초. 우선은 일초를 받아내는 것이 먼저이기에 마음과 몸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을 느낀 생사마도는 다시 쾌도를 날리기 위해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방금 전이 우연인지 아닌지는 이번으로 확실해지겠군.”


사내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눈으로도 보였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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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7) +3 24.04.02 1,386 22 11쪽
19 19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6) +3 24.04.01 1,421 24 11쪽
» 18화 강대한 사라자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5) +3 24.03.31 1,496 21 12쪽
17 17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4) +3 24.03.30 1,559 23 11쪽
16 16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3) +3 24.03.27 1,602 22 12쪽
15 15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2) +3 24.03.26 1,835 26 14쪽
14 14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1) +3 24.03.25 2,006 31 11쪽
13 13화 회주 하후악 +3 24.03.24 2,033 36 12쪽
12 12화 순청지기(純淸之氣) +3 24.03.23 2,091 40 11쪽
11 11화 위기 +5 24.03.21 2,048 36 14쪽
10 10화 습격 +3 24.03.20 2,171 40 12쪽
9 9화 운명 +4 24.03.18 2,310 41 12쪽
8 8화 비무 (3) +3 24.03.17 2,267 39 12쪽
7 7화 비무 (2) +5 24.03.17 2,285 36 12쪽
6 6화 비무 (1) +8 24.03.15 2,441 37 13쪽
5 5화 깨어진 틈 +6 24.03.13 2,665 40 12쪽
4 4화 무아시경 +5 24.03.12 2,936 37 11쪽
3 3화 파벌싸움 +6 24.03.11 3,279 36 12쪽
2 2화 새로운 육체 +6 24.03.10 3,926 42 11쪽
1 1화 그저 다른 풍경을 보고 싶을 뿐이었다. +10 24.03.10 4,816 5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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