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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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4.03.1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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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2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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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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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화 독대

DUMMY

“죽여 두는 게 낫지 않아?”


싸움이 끝난 후 모든 것이 빠져나간 듯한 얼굴로 자리를 떠나는 하삼범을 지켜보던 곽지성이 말했다.


“걸리적거린다고 다 죽일 셈이냐? 이제 무림맹에 들어갈 참인데 무림맹의 사람을 죽이면 어쩌자고?”


“씁...귀찮게 이것저것 신경 쓰기는. 이러쿵저러쿵 하지 말고 죽일 놈은 팍팍 죽이고 다음 놈이나 기다리면 될 것을.”


“쯧.”


용운휘를 혀를 찼다. 왠지 모르게 날이 선 곽지성이 자신에게 시비를 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말로서가 아니라 그가 지금 일으키고 있는 기세가 그것을 명확히 말해주고 있었기에.


“...뭐하자는 거냐.”


“아니 몸이 달아올라서 말이야...너도 그렇지 않아? 그 늙은이로 만족 못했을 텐데”


곽지성은 수련장의 벽으로 다가가 꽂힌 검의 조각을 꺼냈다.


“검집 채로 베어버렸군 그래? 검기로는 불가능한 재주지. 한 번 더 보여 달라고.”


“후우...”


용운휘를 머리를 쓸어 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성급하게 굴지 말라고. 너도 느꼈을 텐데. 이곳에 있다 보면 너도 나도 싸움을 걸어올 거라는 것 정도는.”


“...”


“좀 전의 점창파가 보여준 특유의 호흡도 그렇고 네 구미가 당기지 않았어?”


“...호흡이라기보다는 영역을 구축하는 것에 가깝다고 말해야겠지.”


“응?”


“...가까이서 보면 몰랐을 수도 있겠지만 멀찍이 떨어져서 보니 확실히 알겠더군. 그 자는 마치 하나의 진지를 구축하듯이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 네 공격을 쳐내고 있었다.”


“...확실히.”


조금 전의 싸움을 떠올리던 용운휘가 수긍했다.


“뭐...지금만큼은 네 말을 따라주지. 여기에 얼마나 있을지는 몰라도 재미는 확실히 있을 것 같으니까.”


곽지성은 그제야 드러내던 이빨을 감추고 얌전히 객잔으로 향했다. 그의 뒤를 따라 용운휘로 발걸음을 옮겼다.



***



백량문은 다시 나타난 것은 보름이 지난 후였다. 그 사이 객잔은 이미 북적이고 있었다. 벽력일무문의 사람들이 용운휘가 탈출했다는 소식에 산서에서 호북까지 달려온 것이다.


“흐음...이 객잔을 사람을 새끼치기라도 하는 건가?”


객잔 안으로 들어온 백량문이 용운휘와 일행들이 앉아있는 식탁을 보며 말했다.


“그럴 리가 있겠수 영감?”


꿈틀.


곽지성의 버릇없는 말버릇에 백량문의 눈썹이 꿈틀댔다.


“자네...이름이 뭐였지?”


“곽지성. 잊어버리지 않게 단단히 기억해두슈.”


“흐음...자네도 사마교에 사로잡혔다가 탈출한 친구였던가?”


“...그런데?”


“곤란하구만. 군사께서 자네와 남궁욱까지 데려오라고 한 참인데 말이야.”


“...”


“자네 나이가 한 스물은 되었나?”


“...어.”


“젊은 나이지. 뭣 모르고 날뛸 때이기도 하고.”


평상시라면 한마디 날렸을 곽지성이었지만 몸 전체를 짓누르는 오싹한 살기에 입을 열 수가 없었다.


“나도 자네 나이 때는 그랬지. 떠올려보면 좋았어. 끝을 모르고 마냥 위로 올라갈 줄만 알았지. 헌데 아니더군. 세상이란 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나도 누군가에게 지고 나서야 알았지.”


“...헷. 그래서 그 패배를 나에게 알려주겠다는 건가 당신이?”


탁.탁.


곽지성이 스스로 거리를 벌렸다. 농밀한 살기가 마치 목덜미를 쓰다듬는 듯한 오싹함에 자신도 모르게 그리 한 것이다.


그 살기는 주변에 있던 이들마저 한기를 느낄 정도였다.


“패배라...”


“뭐야. 이제 와서 뒤로 빼지 말라고.”


“패배라는 것도 싸움이 성립될 때의 이야기 아닌가? 이건 그저 훈계지. 훈계. 꼬맹이가 목검들고 흔들고 덤비는데 싸움까지 해서야 되겠는가?”


“...잘도 말해주시는군.”


까딱.


백량문이 검지 손가락을 움직였다.


“와보라고.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부터 내 가르쳐주마. 꼬. 맹. 아.”



으드득.


곽지성이 이를 악물며 달려들었다. 공포심을 수치심과 분노가 이긴 것이다.


곽지성의 사나운 기세의 주먹을 살며시 피해낸 백량문이 동시에 보법을 펼쳤다. 순식간에 곽지성의 옆으로 이동한 그가 곽지성의 명치에 가볍게 한방 먹였더.


“커흑!”


신음을 내지르는 곽지성의 몸을 뒤집어 식탁위로 메다꽂은 백량문은 어느 새 빼내든 비수로 곽지성의 목에 들이밀었다.


“자. 끝이다. 꼬맹아.”


“...끅.”


곽지성이 한순간 일어나려고 해도 몸이 제대로 움직이질 않았다. 한순간 급소에 꽂힌 일격과 경력 때문이었다. 그의 몸 중 투지에 반응한 것은 머리뿐이었다. 허나 얼굴을 들었지만 목에 들이밀어진 칼날에 피부가 잘려 피가 흘러내렸다.


“여기까지다.”


“크...”


“누울 자리는 보고 다리를 뻗어야지. 애송아.”


“..."


곽지성은 목덜미에 느껴지는 한기와 기세에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었다.


“이제 좀 얌전해진 것 같군.”


백량문은 비수를 품속에 넣으며 용운휘에게 다가왔다.


터억.


“저런 녀석을 일행으로 두고 있다니 자네도 참 안 됐군.”


“그렇긴 합니다만...”


“맹 밖에서야 이 정도의 훈계로 끝나겠지만 맹 안에서 말썽을 피웠다간 저 녀석의 목숨을 보장하지 못한다네. 그 점을 잘 주지시키게나. 쯧.”


“손속에 사정을 둬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정은 무슨. 말 안 듣는 애송이 볼기짝 좀 쳐준 게지. 아.”


백량문은 품에서 통행패를 꺼내 식탁위에 던졌다.


“자네들 셋의 통행패라네. 맹에 들 때 통행패를 내밀면 자네 셋은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 걸세.”


용운휘가 통행패를 하나 집어 들어 품속에 넣었고, 근처에 있던 남궁욱도 통행패를 하나 집어들어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그럼 내일 다시 보세나.”


콰앙!


백량문이 객잔 밖으로 나가자 식탁을 내리치는 주먹이 있었다.


“제...길...”


“식탁에 괜한 화풀이는 그만두고 내려와라.”


곽지성은 식탁에 내려와 탁자 위의 통행패를 챙겨 품 속에 거칠게 넣었다. 그리고는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내일 들어가기 전까진 돌아와라.”


“...”


곽지성은 대답도 하지 않고 바로 모습을 감췄다. 곽지성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용운휘에게 누군가 말을 건네 왔다.


“괜찮겠어?”


객잔에서 재회한 악령화였다.


“자존심이 대단한 녀석입니다. 도망갈 염려는 안 해도 될 겁니다.”


“그래 후우..,”


“조심해야 하는 것은 저 녀석뿐만이 아니지.”


새로이 끼어든 것은 모용교였다. 그녀는 무림맹을 의식해서인지 인피면구를 쓴 채였다.


“그러는 그쪽이야말로 조심이 너무 지나친 것 아니오?”


“...너도 머지않아 알게 될 거야. 맹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그곳이 용담호혈이라는 것을.”


“...그거 참 기대되는군.”


“후...”


모용교는 한숨을 내쉬며 방안으로 올라갔다.


“온 것은 사저와 모용교, 진광혼 대협까지 셋 뿐입니까?”


“아아. 다들 금방이라도 뛰쳐나올 것 같았는데 사제가 탈출했다는 이야기에 금세 진정되었어.”


“그러면 저도 올라가 보겠습니다.”


“아아. 그렇게 해. 사제.”


그렇게 용운휘 일행은 생전 처음 무림맹의 방문이라는 큰 사건을 두고 저마다의 감정에 휩쌓인 채 시간을 보냈다.


누군가는 기대감을

누군가는 걱정을

누군가는 분노와 두려움을 품은 채로 말이다.


각자 어떤 감정을 가졌든 시간은 멈추지 않는 법, 짧은 밤이 지나가고 태양이 다시 찾아왔다.




***



다가닥.


용운휘와 일행을 태운 마차가 무림맹 안을 질주했다. 외성의 입구 안쪽은 그저 평범한 마을이나 도시와 별로 다를 바가 없는 풍경이었다.


허나 그것도 외성만의 이야기였다.


마차가 내성의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가슴팍에 커다랗게 맹(盟)이라는 글자가 쓰여진 무복을 입은 무사들이 무림맹의 내성을 엄중히 지키고 있었다.


“내려서 통행패를 보여주십시오.”


무사들의 우두머리인 대주가 말하자 마차를 몰던 백문량이 일행에게 손짓했다. 네 명의 사내가 마차에서 내려 통행패를 꺼내 내보였다.


“확인했습니다. 혹 이 중에 용운휘 소협이 계십니까?”


대주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용운휘가 손을 들어올렸다.


“군사께서 청하십니다. 가시지요.”


“저만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용운휘는 그렇게 일행과 떨어져 무사가 안내하는 곳으로 따라 들어갔다.


“드시지요.”


무사가 안내한 곳에는 힘 있는 행서체로 쓰인 군사부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두터운 담은 물론 여러 전각들이 즐비해 있는 곳은 그 자체만으로 중추부라는 것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맹의 이인자라고 해도 좋을 군사가 맹의 대소사를 관장하는 곳이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내실 안으로 들자 무사는 안내를 시비에게 맡기고 자리를 떠났다. 시비는 조용히 손짓으로 용운휘를 이끌었다.


“안으로 들면 되오?”


“...”


상당한 교육을 받은 시비는 말도 없이 그저 정중히 허리를 숙여 손으로 가야할 방향을 안내했다.


응접실에 도착한 시녀는 조용히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혹시라도 하명하실 일이 있으시다면 탁자에 종을 흔드시면 됩니다.”


시녀는 길 탁자에서 한쪽 끝의 의자 하나를 빼더니 응접실의 입구로 나가 문에서 하명을 기다렸다.


그렇게 잠시 기다리자 응접실의 안쪽 문의 열리며 누군가가 나타났다.


“아아 미안하오. 처리할 일 때문에 잠시 늦었구려.”


“아...”


용운휘가 자리에서 일어나 눈앞의 중년인에게 포권했다.


“용운휘라 합니다.”


“용 소협의 이야기는 즐겁게 듣고 있었소. 나는 과분하게 맹에서 군사자리를 맡고 있는 사광몽이라 하오.”


무림맹주의 직속으로 맹의 불리우는 사광몽이 용운휘를 반갑게 맞이했다.

“자리에 앉으시겠소?”


“...네.”


용운휘는 생각지도 못한 상대의 태도에 살짝 당황했으나 이내 평정을 되찾으며 자리에 앉았다.


“......”


사광몽은 엷게 웃으며 용운휘를 응시했다. 용운휘를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사광몽의 시선에 의아함을 느껴 사광몽을 불렀다.


“저만 이렇게 찾으신 연유가..,?”


“아 미안하오. 무림의 동량이 될 인재를 만난 탓에 잠시 말을 잊었구려.”


“...”


“내 용 소협의 이야기는 관심이 있어 첩보단에게서 올라오는 보고를 유심히 읽고 있었소. 개방의 후개에게도 몇 번 이야기를 들었고.”


“그렇습니까?”


용운휘는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하니 무림의 중심이라는 무림맹의 군사가 산서의 이야기까지 챙겨들을 줄이야.


아니 그렇기에 무림맹의 군사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일까?


여러 생각이 지나가는 사이 사광몽이 말을 이었다.


“설마하니 마문일세의 해체를 단 한명이 이루어 낼 줄은 미처 생각도 하지 못했소.”


“...저 혼자가 아니라. 사문은 물론 산서의 문파들이 뭉친 덕분입니다.”


“하하하. 하후악만한 고수를 혼자서 쓰러트린 사람이 너무 겸손하구려. 정말이지. 우리 맹이 나섰다면 얼마만큼의 희생을 치렀을지 짐작도 안 가는 것을...”


“,,,”


“...하하 내가 젊은 사람을 앞두고 너무 금칠을 한 모양이오. 옛 이야기는 이쯤하고 내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겠소.”


“경청하겠습니다.”


“내 소협을 무림맹에 영입하고 싶소.”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가 용운휘의 귀를 두드렸다.


작가의말

재미있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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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64화 도전 +2 24.06.06 263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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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61화 명가(名家) +1 24.06.01 357 13 12쪽
60 60화 자충수 +1 24.05.31 397 12 11쪽
59 59화 무림맹의 회의 +2 24.05.30 390 13 12쪽
58 58화 일월신교의 행방 +1 24.05.29 427 14 12쪽
57 57화 검강 +1 24.05.28 445 14 12쪽
56 56화 본 모습 +2 24.05.25 424 19 11쪽
55 55화 탐영혼륜공(貪嬰渾淪功) +1 24.05.24 453 15 12쪽
54 54화 마공 +1 24.05.23 453 18 15쪽
53 53화 사로잡히다 +1 24.05.21 458 15 12쪽
52 52화 일월신교의 난입 +1 24.05.20 468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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