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봉미
작품등록일 :
2024.03.1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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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2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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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8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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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화 경악

DUMMY

비도가 공간을 가를 때마다 용운휘의 발이 빨라졌다.


‘빨라.’


이미 진즉에 무아시경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좀처럼 여유롭게 피할 수 없는 용운휘였다.


상대가 비도를 날리는 순간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있음에도 도무지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파고들었다 싶으면 상대의 공격에 바로 거리를 벌려야 하는 상황의 반복.


어째서?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어느 순간까지는 훤히 보이던 동작에서 갑작스레 날아오는 비도는 마치 공간을 접어 들어오는 듯한 착각까지 불러 일으킬 정도였다.


“클. 언제까지 그 근방에서 얼쩡거릴 거냐? 한 시진 정도는 옛날에 지난 것 같은데.”


‘아닌 게 아니라...’


용운휘의 체감시간으로도 이미 시간은 꽤나 지난 것처럼 느껴졌다. 허나 그 사이 늘어난 것은 옷의 구멍과 몸의 생채기뿐이었다.


“수련의 의미가 없군.”


“...”


할 말이 없었다. 명확한 사실이었기에.


‘그와 나 사이에 이 정도로 명확한 차이가 있는 것인가?’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승부가 되고 안 되고를 떠나 애초에 다가가지는 못하고 있었다.


“이런 경우는 또 처음 보는군. 하아...”


백량문은 흥이 깨졌다는 듯이 한숨을 길게 내쉬더니 말을 이었다.


“더 이상 해봐야 의미가 없겠어.”


“...무슨 뜻이오.”


“말 그대로의 의미지. 무슨 뜻은. 네 녀석. 눈이 좋아도 너무 좋아.”


“눈이 좋으면 좋은 것이 아니오?”


“그렇지. 어느 정도 이하의 경지에서는 눈만으로도 충분히 먹고 들어갈 테지.”


“...눈만으로 부족하다는 뜻이오?”


“네가 왜 내 비도를 피하는데 애를 먹었을 것 같으냐?”


“...명확히 보이다가도 어느 순간이 되면 비도를 놓쳤던 것 같소.”


“눈이 좋다는 것은 그만큼 반응이 빠르다는 말과 같다. 하지만 달리 말하면 그만큼 허초나 암초에 속기 쉽다는 말도 되지.”


“...”


백량문의 말에 용운휘는 곰곰이 좀 전의 싸움을 떠올렸다. 확실히 떠오르는 몇몇 순간이 있었다.


“지금까지는 그저 능력과 힘을 키워 상대를 제압하는 것으로 충분했을 것이다. 하지만 네가 위를 바라보고 있다면 이제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아. 진정한 고수라면 힘에 휘둘리지 않는 법. 지금까지의 너는 그저 네가 가진 힘에 휘둘리고 있을 뿐이다.”


“...다음으로 나아가려면 뭐가 더 필요한 거요?”


“찰나의 순간에 붙잡히지 마라. 흐름을, 전체를 통찰하는 것이다.”


“통찰...”


“뭐 어디까지나 이상이기는 하다만. 전체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상대의 다음 움직임 정도는 읽어야 얘기가 되지 않겠느냐?”


“...”


무언가를 알 듯 말 듯한 느낌에 사로잡힌 용운휘가 가만히 서서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백량문은 그런 용운휘를 잠시 바라보더니 소리 없이 빠져나가 수련장 주변을 한 번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수련장의 입구를 걸어 잠그고 다시 수련장 안으로 들어왔다.


백량문이 돌아왔음에도 용운휘는 변함없이 좀 전의 그 자세로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용운휘, 그가 머릿속에서 떠올리고 있던 것은 좀 전의 공방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용운휘의 눈에 강렬한 신광이 번뜩이더니 드디어 그가 움직였다.


“다시 한 판 붙어봅시다.”


씰룩.


백량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쯧.’


백량문은 입맛이 썼다. 무언가를 붙잡기엔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 게다가 백량문이 보기엔 지금의 용운휘가 더없이 위태로워 보였다.


매미가 막 허물을 벗으면 그때가 가장 위험하듯이, 무인에게는 힘이 충만해져 힘이 무엇이란 것을 막 알았을 때가 위험한 법.


“자신은 있는 것 같다만...”


백량문이 비도를 꺼내들었다. 그 숫자는 하나가 아니었다. 순식간에 손가락에 들려진 비수는 모두 이십 개.


“이 정도도 가볍게 막아내지 못한다면 얘기가 안 되지.”


파앗!!


이십 개의 비도가 공간을 수놓았다. 몇 개는 호선을 그리고, 또 몇 개는 직선으로 용운휘를 향해 날아들었다.


“...”


‘서둘러서는 안 돼. 자신만의 구역을 정한다. 그리고..’


채앵!


용운휘의 손이 가볍게 움직이자마자 비도가 튕겨졌다. 튕겨나간 비도는 다른 비도와 부딪치며 튕겨내었다.


챙. 채앵!!


‘공격의 흐름을 파악하여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피한다.’


이십 개의 비도가 순식간에 튕겨져 바닥을 나뒹굴었다.


“...”


백량문은 아무 말 없이 용운휘를 골똘히 쳐다보았다.


‘이놈 보게? 그 가볍게 꺾어줄 심산으로 펼친 공격이기는 해도... 분명 반응이 빠른 것을 이용해 몇 개인가의 암초를 섞어 보냈건만...’


백량문의 예상과는 달리 용운휘는 제자리에서 가볍게 공격을 막아내었다.


“...기이한 일이군. 한순간에 흐름을 꿰뚫어 볼 줄이야.”


“...”


용운휘는 말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간신히 보이기 시작한 상대의 공격과 다음 의 수들은 집중이 조금만 떨어져도 보이지 않게 될 터.


지금으로선 이것이 최선이었다.


“어디 다시 한 번!”


좌악!


백량문이 겉옷을 찢어 던지자 그의 상반신에 매달려 있는 수많은 비도들이 드러났다. 마치 갑옷처럼 상반신을 보호하고 있던 비도가 하나 둘씩 사라지며 백량문의 손은 물론 공중까지 수놓기 시작했다.


“핫!”


기합과 함께 수많은 비도가 공중을 수놓았다. 비도들을 용운휘의 몸을 꼬치로 만들려는 듯이 호선을 그리며 달려들었다.


좀 전의 공격과는 달리 비도들이 시간차를 두고 날아드는 절묘한 초식이었다.

마치 당가의 만천화우가 이러한 모습일까?


“...후우우우읍"


전후좌우로 날아다는 비도가 날아들기 직전 용운휘는 호흡을 길게 들이마셨다. 호흡이 끝나는 그 순간, 비도가 날아드는 것과 동시에 용운휘가 움직였다.


탕! 탕! 타타타타탕!


수십 개의 비도가 마치 반사되듯이 그대로 사방으로 튕겨졌다.


“..!!”


‘말도 안 되는!!’


백량문은 용운휘가 단 하나의 부상도 입지 않고 자신의 초식을 받아내자 눈을 찢어질 듯 부릅떴다.


자신이 좀 전에 펼친 초식이 어떠한 것이던가.


만변뇌영(萬變雷影)


비도무적이라 불렸던 자신의 성명절기였다. 어지간한 이들도 이 초식을 펼쳤다하면 몸성히 돌아가는 일이 없었거늘. 자신과 수십 년의 강호를 동고동락했던 벗과도 같은 초식이 무위로 돌아가자 백량문이 묘한 감상(感傷)을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자신이 늙은 것인가? 평생 그런 생각 따윈 가져본 적도 없는 백량문이었다.

도산검림(刀山劍林)의 강호 속에서 죽을 때까지 싸움터를 누비고자 하는 것이 그의 평소 뜻이었기에.


그랬던 백문량의 머릿속에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란 말이 떠오른 것은 그만큼 그가 느낀 충격이 컸다는 반증이었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낸다.


설마하니 자신쯤 되는 이가 그런 말을 떠올리게 될 줄이야. 그것도 새로이 부활한 청룡단의 단주에 의해.


백량문은 온 몸에 소름이 돋는 전율을 느꼈다.


‘이놈은...괴물이다.’


분명 좀 전까지는 꽃을 따듯이 언제든 꺾어버릴 수 있는 아이로밖에 보이지 않았거늘. 순식간에 자신의 손을 벗어나 우뚝 서있는 거인으로 성장한 것이다.


우드드득!


전율이 든 것도 잠시. 힘이 빠져 풀어졌던 손에 다시금 힘이 차올랐다. 감탄과 전율이 지나가고 이어 그만큼의 호승심이 차오른 것이다.


무인이란 것은 그런 생물이다. 상대가 강하면 강할수록. 오히려 그렇기에 싸워보고 싶은 불가사의한 생물.


또한 좀 전의 만변뇌영에 전력을 기울이지 않았기에 조금 더 공력의 수위를 높이고자 마음 먹은 백량문이었다.


“간다!!!”


“...”


백량문이 호승심을 불태우며 다시금 달려들었다.



***


무림맹의 비무대회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용운휘의 일행들은 모두 일차 본선을 무사히 통과했다.


무림맹의 이름난 고수들은 대부분이 중년 이상이었고, 그런 그들이 체면 때문에 나오지 않은 이상 특출난 고수들은 드물었다.


그렇기에 상당한 경험을 쌓아온 용운휘의 일행들이 일 차 본선을 통과하는 것은 문제도 아니었다. 더군다나 진광혼과 곽지성만이 같은 조에 편성되어 있어 그 둘을 제외하면 서로 싸우는 것은 8강 전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절묘하게도 떨어졌군.”


객잔의 식탁에서 대전표를 보던 곽지성이 말했다.


“다행인 일이죠.”


“다행은 무슨. 이럴 때 싸워봐야 재미가 있지.”


“하아...”


곽지성의 투정에 악령화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보다 이제 내일이면 오차 본선입니다. 다들 단단히 준비나 하죠. 헌데...”


“...신경쓰이는 일이라도 있소?”


진광혼이 악령화에게 물었다.


“아니...사제가 보이질 않아서요.”


“흠. 그렇군. 들어와서 얼굴을 통 본적이 없어.”


기이한 일이었다. 한번쯤은 찾아올 만도 한데 여태껏 한 번도 얼굴을 비추지 않은 용운휘였다.


“뭐. 어차피 곧 만나게 될 텐데, 신경 쓸 필요 있소?”


곽지성이 호기롭게 말하자, 진광혼이 그를 응시했다. 그것을 느낀 곽지성이 시선을 부딪치며 입을 열었다.


“신경써야할 것은 내일 일이지. 안 그렇소?”


곽지성이 진한 웃음을 지었다. 내일 그와 진광혼의 싸움이 예정되어 있기에.


“잠깐. 설마 진심으로 싸울 생각이에요?”


“무인이 싸우는데 진심이 아닐 때가 있어?”


곽지성이 악령화의 말을 아무렇지 않게 흘리며 말했다.


“...피를 보지는 않았으면 좋겠군요. 두 분 다.”


“하하하하.”


곽지성은 아무 말 없이 웃으며 자리를 떠났다.


“후우...”


악령화가 한숨을 내쉬더니 진광혼을 바라보았다.


“진 대협께서는...?”


“...가능하면 피는 보지 않고 싶지만...장담은 못하겠소. 상대가 상대인지라. 그리고 나 또한 물러날 생각도 없고. 육차 전까지는 가야 청룡단에 들지 않겠소?”


“...”


악령화는 곽지성이나 진광혼이 청룡단에 들려는 이유를 훤히 짐작하고 있었기에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한사코 사제와 싸우려는 둘을 응원해야 하는 것인가?


“하아...”


“뭐 나도 이만 일어나겠소. 내일 결전을 위해 기를 가다듬어야 하니.”


후르륵.


자리에서 일어난 진광혼이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결연한 의지의 표정을 보건데 이미 그 또한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곽지성이라는 강적을 맞이하여.


어느 쪽이 무인으로서 강한 것인가? 결코 무인에게선 뗄 레야 뗄 수 없는 물음이 내일이면 밝혀지리라.


후르르륵.


악령화의 귓가에 차를 마시는 소리가 들려왔다. 인피면구를 쓴 모용교가 천천히 차를 들이마시고 있었다.


“...불편하지 않나요?”


“뭐. 어느 정도 익숙한 일입니다.”


“...계속 있어도 되겠어요?”


악령화가 걱정스러움에 물었다. 얼굴을 가린다는 것은 그만큼 이 곳이 모용교에게 있어 위험한 곳이라는 것을 뜻하였기에.


“...글쎄요. 뭐라 말은 못하겠네요. 단지...용 소협을 이곳에 혼자 남겨둘 수는 없다...그렇게 생각하니까요.”


“...소저는 정말로 사제를...”


“네. 좋아합니다.”


“...”


모용교를 칼로 자르듯이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용교가 자신의 방으로 향하자 악령화는 홀로 남아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작가의말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몸과 마음이 좋지가 않아서 늦어졌습니다 ㅜㅜ


재미있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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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72화 시험 +2 24.06.22 197 7 13쪽
71 71화 재능 +1 24.06.20 214 6 14쪽
» 70화 경악 +2 24.06.18 237 8 11쪽
69 69화 수련 +1 24.06.15 243 10 11쪽
68 68화 신입 +1 24.06.12 251 10 12쪽
67 67화 상단전 +2 24.06.11 267 11 13쪽
66 66화 청룡단원 일호 +2 24.06.09 234 9 11쪽
65 65화 백량문 +1 24.06.08 258 10 11쪽
64 64화 도전 +2 24.06.06 263 11 12쪽
63 63화 청룡단 +2 24.06.04 317 12 11쪽
62 62화 독대 +1 24.06.03 354 13 11쪽
61 61화 명가(名家) +1 24.06.01 357 13 12쪽
60 60화 자충수 +1 24.05.31 397 12 11쪽
59 59화 무림맹의 회의 +2 24.05.30 390 13 12쪽
58 58화 일월신교의 행방 +1 24.05.29 426 14 12쪽
57 57화 검강 +1 24.05.28 445 14 12쪽
56 56화 본 모습 +2 24.05.25 423 19 11쪽
55 55화 탐영혼륜공(貪嬰渾淪功) +1 24.05.24 453 15 12쪽
54 54화 마공 +1 24.05.23 452 18 15쪽
53 53화 사로잡히다 +1 24.05.21 457 15 12쪽
52 52화 일월신교의 난입 +1 24.05.20 468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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