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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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4.03.1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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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2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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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6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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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화 첩보

DUMMY

백량문이 진출자들을 불러 모았던 수련장에서 사람들이 줄을 이어 빠져나왔다.


“전부 불합격이면...청룡단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악령화가 조심스레 백량문에게 물었다. 지금 이 자리에 남아있는 건 용운휘를 제외하면 악령화, 낙여홍, 모용교, 곽지성 뿐이었다.


네 명뿐인 조직에 단이라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달랑 다섯 뿐이라면 조 정도의 숫자에 불과한 것. 다섯 명의 부하를 데리고 단(團)이라니 사마외도 같은 적들뿐만이 아니라 무림맹 내부에서도 업신여길 수도 있는 숫자에 불과했다.


“싹이 노란 놈들을 어떻게 청룡단에 들이겠느냐. 청룡단원인 이몸이 그 꼴은 보지 못한다.”


“...어르신께서도 청룡단이라고요?”


“그래. 내가-”


“명예 청룡단원입니다. 그도 아니면 전 청룡단원이던가.”


“...”


용운휘의 끼어듦에 백량문이 용운휘를 사나운 눈초리로 노려보았다. 물론 용운휘는 뭘 어쩌겠냐는 듯한 표정으로 응수했지만 말이다. 모용교나 악령화가 보기엔 더 없이 친근해보이는 모습이었다.


두 달 동안의 몸만으로 대화를 쉼 없이 해온 둘이기에 그럴만한 일이었다.


“...바깥의 눈빛이야 그렇다 쳐도 안에서의 눈총은 어찌하실 요량인지?”


조용히 있던 모용교가 묻자 백량문은 두 눈에 이채를 띠었다.


“인피면구를 썼군.”


“...”


모용교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다시 입을 열었다.


“...얼굴에 큰 상흔이 있어 쓰고 있을 뿐입니다.”


“그래? 목소리는 고운데 말이야.”


“...”


백량문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모용교를 잠시 응시하다가 말을 이었다.


“뭐...속사정이 어찌 되었든 내 알바는 아니지만...강호에서 산전수전 겪은 이들이라면 눈치 채기 쉬운 변장이다. 주의하는 게 좋겠어.”


“...”

‘...노강호는 노강호라는 건가.’


전혀 신경 쓰지 않으면서도 사소한 것까지 신경 쓰고 있는 백량문에 모용교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쪽에 무언가 사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아무렇지 않게 넘기는 배포까지.


모용교는 백량문의 실력보다도 그의 심기와 마음이 무서웠다. 한순간 무림맹에 온 것을 후회할 정도로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그가 이쪽 편이라는 것일까? 분명 그가 아무렇지 않게 넘긴 것은 용운휘 덕분인 것을 짐작한 모용교는 용운휘를 잠시 쳐다보았다.


“후..”


모용교는 잠깐 웃음 짓고는 생각했다.


‘신비한 놈이야.’


“뭐 이야기가 샜군. 눈총이라...그런걸 보내는 놈이 있다면 내가 눈깔을 뽑아버리면 그만인 일이다. 애초에 그런 것 받을 일도 없겠지만.”


“...?”


백량문의 이야기에 듣고 있던 두 명의 여자가 눈을 크게 떴다.


“모르겠느냐? 애초에 비무대회에 참가했던 대부분이 무림맹에 속한 문파들과 연결되어 있는 놈들이라는 것을. 그놈들이 제 얼굴에 침 뱉는 짓을 할 리가 없지. 그들로서는 자신들의 위신에 손상이 가는 짓을 조금이라도 가는 것을 싫어하거든. 이쪽을 업신여겨봐야 간접적으로 스스로 제 놈들을 욕하게 되어버리는데 적어도 당분간은 그럴 수가 없지.”


“당분간이라고요?”


“한껏 강호가 달아올라 주목을 받고 있는데 괜한 일은 못한다. 적어도 육 개월. 길게는 일 년은 말이야. 어차피 그 사이에 우리는 우리대로 청룡대의 이름을 드높이면 그 후로도 건들 수가 없을 테니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지.”


“...무림맹의 임무가 지극히 어려운 난제만 내려온다면요?”


모용교가 되물었다.


“호? 우리 쑥스럼쟁이 아가씨는 맹에 대해서 잘 알고 있나 보군?”


“...”


백량문의 호기심에 그녀는 다시 입을 닫았다. 백량문이 호기심을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미 오십년도 전에 맹의 임무는 구파일방을 비롯한 대규모의 문파들이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기에 그것을 모르지 않고서는 나올 수가 없는 말이었다.


“뭐 좋아...동료의 속을 들여다보려는 것은 청룡단원이 할 일이 아니지. 난제라...그런 게 있으면 좋겠군. 어차피 사마교에 대한 임무는 기정사실이고, 그 외에 임무에 어려운 게 있다면 한 번 보고 싶으니 말이야.”


백량문은 그렇게 말하며 용운휘를 지켜보았다.


‘...설마하니 저 백량문이 벌써 용운휘를 믿는단 말인가?’


모용교는 적어도 백량문이 어떠한 이인지 잘 알고 있었다. 강호에서 독불로 행동하는 자는 많다. 하지만 그 수많은 무림인들중 어느 누가 무적이라는 별호를 쉽게 얻을 수 있겠는가.


그는 실제로 수많은 비무행을 벌였고 한번도지지 않고 승리를 올려 비도무적이라는 별호로 불린 것이다. 물론 맹주에게 패배해 이렇게 맹에 몸을 담게 되었지만 말이다.

허나 맹주는 능히 강호의 지존이라고도 불리는 자. 그에게 패배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백량문은 강호에서 여전히 비도무적이라고 불렸다.


그런 백량문이 벌써부터 용운휘의 힘을 저렇게 믿고 있다는 사실에 모용교는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느껴졌다.


“...임무의 난이도에 대한 것은 알겠습니다만...그래도 임무수행에 다수가 필요할 때도 있지 않겠습니까?”

“불가능 한 것을 되게 하는 것이 청룡단이 유명해진 이유였지. 그 정도쯤이야 가볍게 해내야 청룡단인 거지.”


“...”


억지였다. 터무니없는 억지에 악령화는 말을 잊었고, 모용교는 어이가 없었다.


‘이 사람은 여전하군.’


“하아.”


모용교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다들 이해한 것 같군. 요컨대 다수 정예가 아니라 소수 정예를 노리자는 말이다. 인원이야 쓸만한 놈이 보일 때 충원하면 되는 것이고. 어중이떠중이는 물을 흐리니까 말이야.”


“그래서...쓰러져 있는 두 명은 합격인 겁니까?”


“아아. 나름대로 인상 깊었지. 둘 다 바보였지만 말이야.”


“...”


“으...읔.”


백량문이 말을 끝나자 곽지성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바보도 자기 말하는 건 듣나 보군.”


“크으으으윽.”


곽지성은 후둘거리는 팔과 몸을 간신히 일으켜세웠다.


“무리하지 마라.”


털썩.


버티던 것도 잠시 곽지성이 바닥에 손을 짚었다.


“큭.”


“정신이 없겠지만 잘 들어라.”


“...?”


곽지성은 인상을 찌푸린 채 고개를 간신히 들어올렸다.


“너는 영광스런 청룡단원으로서 합격했으니-”


“...그런 건 내 알 바 아냐.”


“풋.”


곽지성의 냉정한 한 마디에 모용교가 뿜었다.


“...”


화를 낼법한 상황이었지만 백량문은 잠자코 곽지성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 사이 곽지성의 눈은 용운휘를 찾아 바라보고 있었다.


“...”


용운휘는 담담한 얼굴로 곽지성의 강렬한 눈빛을 받아넘겼다.


두 번째 패배였다. 그 어느 때보다도 자신 있었기에 충격은 클 수밖에 없었다.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라 시종일관 말 그대로 농락당한 느낌에 충격에 빠지는 것은 무리도 아니었다. 분명 어렴풋이 보였던 용운휘의 등이 전혀 보이지 않는 곳으로 달아난 느낌이었다.


뿌드드득.


“...다음 번에는 지지 않는다.”


곽지성이 내뱉을 수 있는 말은 그것밖에 없었다.


“질 걸?”


곽지성의 말을 들은 백량문이 거리낌없이 말했다.


“뭐?”


“네놈이 어느 정도 하는지는 이미 두 번이나 봤기 때문에 말하는 거다만. 그런 식으로는 안 돼.”


“...”


“저 놈만 없었다면 네놈 정도라면 네놈 또래에서 적수는 그리 많지 않을 게다. 하지만 저 놈이 바로 옆에 있다는 게 문제란 말이지.”


부르르르.


움켜쥔 곽지성의 손이 진동했다.


“명심해라. 인간이 인간인 채로 괴물을 어찌할 수는 없는 법이야. 괴물을 잡으려면...상대하는 자도 괴물이 되어야 하는 법이다.”


“주저리주저리. 시끄러워!!!”


곽지성은 몸을 벌떡 일으키고는 바깥으로 발을 옮겼다.


“지성!”


악령화가 불렀음에도 그는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향했다.


“내버려둬.”


“말씀이 너무 지나쳤습니다.”


악령화가 힐난했다.


“어차피 거쳐야 할 일이야. 괜히 곪게 되어버리는 것보다는 지금 터트리는 것이 낫지.”


“...”


모용교는 그가 무슨 심정으로 이해가 가는지 이해가 갔다. 그 또한 맹주에게 져서 맹에 들어온 자. 그녀가 보기엔 백량문의 심정이 과거의 자신을 보는 것과 다름없을 거라고 여겨졌다.


“강호인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법이야. 저놈만이 특별한 것도 아니지. 저대로 도망갈 놈도 아니고 머리가 식으면 돌아오겠지.”


“...”


실제로 겪은 자가 하는 말이었기에 그 무게감은 남달랐다.


“자 그래서. 우리 애송이 단주님께선 청룡단원들도 들어왔는데 하실 말씀은?”


백량문은 싱글벙글 웃으며 용운휘를 쳐다보았다.


“깨워.”


“...뭐?”


“신입이 한 명이 기절해 있는데 깨우질 않고 뭘 하는 거야?”


용운휘가 낙여홍을 가리키며 말했다.


“쯧. 이렇게 모자란 단원을 데리고 청룡단을 잘 꾸려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군.”


용운휘는 그렇게 쏘아붙이고는 밖으로 향했다.


“후우... 내가 말년에 무슨 호사를 누리겠다고...”


백량문은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강하게 진각을 밟았다.


콰앙!


‘후우...이래서야. 잘 해 나갈 수 있을까?’


악령화는 갑자기 본파가 그리워졌다.



***



본선 상위권에 진출한 각 명문정파들의 제자나 혹은 관계된 이들이 모두 떨어졌다는 것을 들은 무림맹의 대다수는 분노로 몸을 떨었다.


허나 정식으로 문제를 삼자니 백량문이라는 거대한 벽이 버티고 있는 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백량문이 누구인가. 낭인으로서 강호에 홀로 나와 무적이라는 칭호까지 받은 이가 아니던가. 더군다나 그 성질마저 개차반으로 그를 억누를 수 있는 이는 맹 내에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

무림맹의 중진들은 모두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라는 심정으로 불만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들과는 다르게 군사 사광몽으로선 바라마지 않던 상황이었다.


가랑비를 피해줄 우산에, 무림맹의 썩은 권력에 물들지 않은 이들이 네 명씩이나 입단하지 않았던가.

그로서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딱 좋은 그림이 그려졌군. 이제...사마교에 대한 첩보만 왔으면 하는데 말이야...”


사광몽은 의자에 앉아 팔걸이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청룡단의 결성은 사마교의 위협으로 말미암은 것. 그 대의명분 속에 청룡단을 키우기 위해선 사마교의 소식이나 최소한 강호의 위협이 될 만한 일거리가 필요했다. 맹안에서 대기시키기엔 무림맹의 정치세력들의 입김은 너무나 컸다. 사광몽으로선 청룡단을 키우기 위해선 맹 밖에서의 일들이 필요할 수 밖에 없었다.


‘후...맹 내의 썩은 부위를 절제하겠다고 밖에서 일이 터지기를 기대한다니...내가 무림맹의 군사가 맞긴 한 건지...’


자괴감에 속을 썩이면서도 내심 적절한 상황이 만들어지기를 기다리던 사광몽에게 첩보가 날아 들어왔다.


그가 바라마지 않던 그런 첩보가 말이다.


-절강성에서 사마교의 행적을 발견. 지급(至急:매우 급함) 요함. 임신부들의 행방불명이 이어지고 있음.-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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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64화 도전 +2 24.06.06 263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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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2화 독대 +1 24.06.03 354 13 11쪽
61 61화 명가(名家) +1 24.06.01 357 13 12쪽
60 60화 자충수 +1 24.05.31 397 12 11쪽
59 59화 무림맹의 회의 +2 24.05.30 390 13 12쪽
58 58화 일월신교의 행방 +1 24.05.29 427 14 12쪽
57 57화 검강 +1 24.05.28 445 14 12쪽
56 56화 본 모습 +2 24.05.25 424 19 11쪽
55 55화 탐영혼륜공(貪嬰渾淪功) +1 24.05.24 453 15 12쪽
54 54화 마공 +1 24.05.23 453 18 15쪽
53 53화 사로잡히다 +1 24.05.21 458 15 12쪽
52 52화 일월신교의 난입 +1 24.05.20 468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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