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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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4.03.1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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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2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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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9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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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화 청룡단원 일호

DUMMY

항상 조용할 것만 같았던 장로원에 큰 파장이 일어나고 있었다.


보통 무림맹의 장로원에 들어왔다 함은 곧 죽어서나 나갈 수 있는 곳이었다. 기본적으로 들어오는 것 자체가 하늘의 별따기 일뿐만 아니라, 일단 한번 들어온 이상 다들 나갈 생각 따위는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장로원을 한 명의 장로가 나간다고 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으니 장로원도 시끄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말 나갈 셈인가?”


장로원주 무백이 눈앞의 백량문에게 말을 건넸다.


“이미 정했소이다.”


“...여기를 나가서?”


뒷말은 없었지만 그 뜻은 뻔했다. 나가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냐는 물음이 담겨 있었다.


“뻔한 것 아니오?”


“...설마 그 나이에 청룡단원이 되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못할 것도 없소.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


“전례라면 있기야 있지. 아주 오래전에. 무림맹이 지금처럼 되기 전에 말일세...”


“흐...지금처럼 썩어 문드러지기 전에 말이오?”


“...다시 생각할 여지는 없는가?”


“맞지도 않는 옷을 수십 년 동안 입고 있었소. 이제는 지겨워져서 말이오.”


“...내가 잘못 생각했군. 그래도 여기라면 자네의 마지막 보금자리정도는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원주에게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오. 하지만 송충이가 솔잎을 먹어야지 갈잎을 먹어야 쓰겠소?”


“...후회하지 않겠는가?”


장로원주의 물음에 백량문은 시원한 웃음을 보였다.


충분한 대답이었다. 무백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백량문은 품속에서 장로임을 증명하는 신패를 꺼내 무백에게 건넸다.


무백은 그것을 받아들더니 양 손으로 우그러뜨렸다.


따앙!


한철로 만들어진 신패가 순식간에 고철덩어리로 변한체 바닥을 나뒹굴었다.


“자네는 이제 자유일세.”


“고맙소. 원주.”


백량문을 벌떡 일어나더니 곧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혹여 자네와 대적하게 될지도 모르겠군. 혹 그렇게 된다면 그래도 한때 같은 밥을 먹고 산 이들이었다는 것만은 기억해주게.”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백량문이 잠시 멈추었다.


“...그런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지만...적어도 내 손으로 같은 맹원을 어떻게 하지는 않을 것이오.”


“그래. 고맙네. 잘 가게. 비도무적과 같은 곳에서 생활했다는 것은 내 자랑 중 하나였네.”


“흐.”


작은 웃음을 흘린 백량문이 다시 장로원을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가 장로원의 입구에까지 다다랐을 무렵, 누군가가 그를 또 불러 세웠다.


“거기 서라. 놈!”


동정어옹(洞庭漁翁) 갈휘였다.


“갈 노인 아니시오?”


“네놈이 제 정신인거냐?”


“??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멀쩡한 정신이오.”


“아니 네놈은 미쳤다. 미쳐도 단단히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 나이를 먹고 다시 청룡단에 들 생각을 하느냐? 청룡단주가 된다고 해도 손가락질을 받을 나이에, 청룡단원으로 다시 들어간다고?”


“뭐, 그렇게 되었수다. 어옹께서도 내가 이런 놈이란 걸 잘 알고 있지 않소?”


“그 말투. 그 말투가 정말이지 재수가 없구나. 옛날 그대로야. 네놈은 그 때부터 변한 게 하나도 없어.”


어옹은 들어 올린 손가락을 부르르 떨며 백량문을 가리켰다.


“사람의 천성이 쉽게 변하겠소?”


“강호에 나와 수많은 일을 이루고 드높은 명성을 얻고 나서야 간신히 보이는 것이 무림맹의 장로란 자리다. 네놈에겐 그것이 그리도 하잘 것 없느냐!”


“적어도 어옹만큼 나에게 소중하지는 않았던 것 같소.”


“그 오만한 말투 집어 치우거라! 마치 자신만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그 태도가 더욱 끓어오르게 만드니까!!”


“...”


“그래서 내가 네놈의 장로원에 드는 것을 애초에 반대했던 것이다. 네놈은 그렇게 나가버리면? 장로원의 체면은? 네놈의 짓거리는 우리 모두를 시궁창에 쳐넣는 짓이란 말이다!!”


“...”


격앙된 음성이 귓가를 사납게 때렸지만 백문량은 그저 말없이 어옹을 정면으로 응시할 뿐이었다.


‘저 눈.’


어옹은 백문량의 눈을 보고 있자니 수십 년 전의 일이 떠올랐다. 그는 자신의 오장육부는 물론 심장이 불타오르는 것만 같았다.


눈앞의 녀석은 젊었을 때의 눈을 그대로 품고 있건만, 자신만이 이렇게 늙어 추태를 부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스쳐지나갔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불타오르던 심장이 그를 움직였다.


홰애액!


동정어옹의 독문병기인 조룡간(釣龍竿)이 공기를 가르며 백문량에게 날아들었다.


솨악!


기분 나쁜 베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너...?”


어옹은 손을 떨며 백문량을 바라보았다.


푸샤아앗!!!


백량문은 어깨부터 허리죽지까지 베여졌고 그 자리에선 선혈이 터져 나왔다.


“결코 장로원을 욕 되게 하려는 마음은 없었소. 결과적으로 그리 되겠지만.”


“...”


“내가 이런 놈이란 것은 누구보다 어옹께서 잘 아시지 않소? 이렇게밖에 살아갈 수 없는 이 불쌍한 놈을 봐주시구려.”


“...꺼져라.”


어옹은 갑자기 늙어버린 듯한 얼굴로 힘없이 말했다.


“이 이상 네놈을 보고 있으면 내 스스로 천령개라도 치고 싶어질 것 같으니 꺼지란 말이다.”


백량문은 어옹에게 목례를 한번 하고는 그대로 사라졌다.


“빌어먹을 놈...”


동해어옹 갈휘는 포간을 들어 올리고 눈으로 살폈다.


애초에 벨 생각도 없었던 그였다. 백량문이라면 분명히 피할 줄 알았건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백량문을 생각하던 어옹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가 뒤를 돌아서자 그곳에는 어느새 나타난 장로원주 무백이 서서 수염을 쓰다듬고 있었다.


“잘했네.”


“...뭘 말입니까?”


“량문을 그대로 보내준 것 말일세.”


“...뭘 그대로 보내줬다는 말입니까. 빌어먹을 놈. 마지막까지 찝찝하게...”


“비록 자네와 평생을 티격태격했다지만 량문에겐 자네가 그리 밉지 않았을 거야.”


“그만하십시오. 그게 저를 더욱 비참하게 만드니까...”


“...지켜나 보자고. 량문이 무슨 짓을 벌이나 말일세.”


“하아...”


이렇게 청룡단주가 모르는 곳에서 신생 청룡단원 일 호가 결정되었다. 비록 청룡단주는 반기지 않을 청룡단원이겠지만 말이다.



***



청룡단원을 뽑기 위한 세 번째 예선은 참가자들에게 있어 쾌나 큰 파장을 불러왔다. 적수공권인 이들에게 있어 꽤나 불공정한 시험이었기 때문이다.


속세에서 보기 드문 현철이 시험과제로 선정된 것 자체도 나름 놀라운 일이지만, 맨몸으로 현철에 흠집을 내는 것은 병기가 아니면 굉장히 힘든 일이다.


현철은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에서 추출한 금속이다. 보통 소량으로 나오기 때문에 한철과 섞어 만드는 것이 대부분이고, 그 비율과 가공에 따라 그 강도와 성능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십중팔구는 허접한 것들이지만 간혹 명장의 손이 닿은 현철은 능히 귀물이라고도 불리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런 현철을 무림맹에서 내놓는다면 분명 보통의 물건은 아니라는 생각에서 포기하는 참가자도 있을 정도였다.


그만큼 병기의 이점을 누리지 않는 맨 주먹으로 현철을 상대하거나 흠집을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젠장.”


시험장에서 예선을 치르고 나온 이가 욕을 터트렸다. 적수공권의 모습을 보니 그 또한 세 번째 예선에서 탈락을 하고 울분을 터트린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 모습을 본 진광혼과 악령화가 곽지성에게 눈길을 보냈지만 곽지성은 넉살좋게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후우...”


악령화는 그런 곽지성을 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에 대한 걱정보다는 자신의 시험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절정 경지인 그녀지만 현철을 검으로 베어보는 처음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각오를 다지고 있을 무렵 곽지성은 홀가분한 발걸음으로 시험장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휘유~”


곽지성은 건물 안을 한창 나온 연무장의 크기에 휘파람을 불었다. 그로서는 평생 본적이 없는 크기였기 때문이다.


“시험칠 준비를 하시오.”


시험관이 곽지성에게 말을 걸자 곽지성은 손바닥을 가볍게 흔들어 털며 자세를 취했다.


“맨 손으로 할 것이오?”


“아아.”


감독관은 곽지성의 건방진 태도에 눈썹을 지푸렸지만 어차피 떨어질 놈이라 보고 그대로 무시했다.


“기회는 세 번 뿐이오. 세 초식 안에 눈앞의 현철에 흠집을 내기만 하면 합격이오.”


“후우우웁.”


시험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곽지성은 운기했다.


웅!


막대한 내기가 곽지성의 손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지켜보고 있던 시험관은 그 기세에 침을 삼킬 정도였다.


높아질 대로 높아진 기파였지만 기파는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조금씩 높아지고 있었다.


‘설마...기를 있는 대로 끌어 모아 칠 생각이란 말인가?’


기를 집중시키는 곽지성의 머릿속에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용운휘가 십이사도를 쓰러트릴 때 보여준 일검이었다.


‘분명...강기였어.’


곽지성은 그저 떠올렸고, 또한 자신이 그것을 이룰 수 있다는 일념으로 강기를 형성하고자 하고 있었다.


그 어떤 병기보다 뛰어난 그것. 초절정에 이르러서야 얻는다는 강기를 말이다.


곽지성이 기를 모은 시간을 따지자면 이각 밖에 안 되는 시간이었다. 허나 곽지성에게 있어 그 어느 때보다도 긴 시간이었다.


시간제한이 없다는 조건을 이용한 곽지성의 한수였다.


단지 용운휘가 할 수 있는데 자신이 못할 리가 없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말이다.


이각이 지나고 곽지성이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서히 움직이던 손이 점차 빨라지며 현철을 가격했다


콰앙!!


굉음과 함께 수련장이 흔들렸다. 수련장 곳곳에서 먼지가 비산했다.


“후우...”


곽지성이 손을 거두자 시험관이 급하게 현철덩어리에 접근해 살폈다.


“하..합격!”


강호에 한 명의 초절정 고수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


그 무렵, 용운휘는 시비의 안내에 따라 무림맹 내성을 걸어가고 있었다. 군사인 사광몽과 함께 말이다.


“어디로 가는 겁니까?”


“다 왔네.”


사광몽이 말하자 시비는 뒤를 돌아보며 고개를 숙이고는 자리를 떠나갔다.


이상하게도 사광몽은 목적지도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자신을 이곳으로 데려왔다. 눈앞에 보이는 건물은 작은 장원처럼 보였다.


전각들로 가득 채워진 내성과는 어울리지 않는 기묘한 장원이었다.


“여기입니까?”


“그렇다네. 들어가세.”


사광몽을 따라 장원에 들어가자 작은 텃밭이 보였다.


그곳에서는 중년인이 밭을 일구고 있었다. 사광몽은 아무런 말도 없이 중년인을 지켜보며 기다렸다.


‘...뭐하자는 건지.’


용운휘는 아무런 말도 없이 기다리는 사광몽과 중년인을 지켜보며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마치 윗사람을 기다리기라도 하는 것 같군. 누구지? 장로? 각주? 설마...맹주는 아닐 테고.’


“이런... 다 벌레 먹어서 먹을 수 있는 것들이 거의 없구만.”


“...”


“읏차차..”


중년인이 긴 밭일을 끝내고 마침내 일어났다.


“군사도 참 사람이 못 되었군 그래. 누군가를 데려왔다면 말이라도 해주지 그랬나?”


“...제가 어찌...”


“쯧. 사람도 참.”


“..."


중년인은 사광몽에게서 시선을 떼고 용운휘에게 시선을 향했다.


“반갑네. 나는 무림맹주를 맡고 있는 능천비(凌天飛)라고 하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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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6화 청룡단원 일호 +2 24.06.09 235 9 11쪽
65 65화 백량문 +1 24.06.08 259 10 11쪽
64 64화 도전 +2 24.06.06 263 11 12쪽
63 63화 청룡단 +2 24.06.04 317 12 11쪽
62 62화 독대 +1 24.06.03 354 13 11쪽
61 61화 명가(名家) +1 24.06.01 357 13 12쪽
60 60화 자충수 +1 24.05.31 397 12 11쪽
59 59화 무림맹의 회의 +2 24.05.30 390 13 12쪽
58 58화 일월신교의 행방 +1 24.05.29 427 14 12쪽
57 57화 검강 +1 24.05.28 445 14 12쪽
56 56화 본 모습 +2 24.05.25 424 19 11쪽
55 55화 탐영혼륜공(貪嬰渾淪功) +1 24.05.24 453 15 12쪽
54 54화 마공 +1 24.05.23 453 18 15쪽
53 53화 사로잡히다 +1 24.05.21 458 15 12쪽
52 52화 일월신교의 난입 +1 24.05.20 468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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