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머리 영국 절대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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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영JY
작품등록일 :
2024.03.21 09:22
최근연재일 :
2024.04.19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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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9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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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전쟁 이후(1)

DUMMY

8. 전쟁 이후(1)



대한정도문파연맹 본부 테러 사건.

한국 무림 역사에 길이 남을 최악의 테러 사건이자, 대한민국 무림의 지배자인 정도맹에 남은 크나큰 상처였다.


사망 87명, 중상 108명, 경상 232명.


심지어 중상자 안에는 초인인 ─적어도 세간에서 그렇게 여겨지고 있는─ 적화염도 장세린이 포함되어 있어 더 큰 충격을 주었다.

그마저도 본국검제라는 한국 무림 희대의 초인이 나서지 않았다면 전원 사망했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일이었다.


정도맹주, 설악신검이 87인의 신위 앞에 향을 피우고, 두 번의 절을 한 뒤에 일어났다.

불과 며칠 사이에 이십 년은 늙어 보이는 설악신검을 향해,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가 이어졌다.

많은 질문이 이어졌지만, 설악신검은 한마디도 답할 기력이 없었다.

초인인 그였지만, 최근 며칠 동안 일어난 사건들은 그런 초인조차도 정신을 제대로 차릴 수 없을 만한 일들이었다.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를 지나 차에 간신히 탄 설악신검의 눈에서 주륵 눈물이 흘러내렸다.


“내가... 큰 죄인이다... 내가 한국 무림에 죄를 지었다. 이 강무송이.”

“스, 스승님. 그렇지 않습니다! 누가 알았겠습니까. 감히 이 서울에서 이런 무도한 짓을 저지를 세력이 있을 거라고 말입니다.”


대제자 류현석이 다급히 말했다.

삼제자 곽윤성 역시 부연했다.


“스승님, 이번 일을 예견한다는 것은 사실상 우리 정도맹의 여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다만, 이번 사건을 이 정도 선에서 막을 수 있던 이유가 무엇입니까? 본국검제 대협이 아닙니까? 그를 정도맹의 특별집행관으로 임명하신 것이 누구셨습니까?”

“마, 맞습니다! 스승님의 선구안이 이번 일이 더 최악으로 번지는 걸 막은 겁니다!”


제자들의 위로에도, 설악신검의 표정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거무죽죽해졌다.

이윽고, 그의 입에서 흘러내리는 핏줄기.

엄청난 심력의 소모에, 내상까지 입은 것이었다.


“허억!”

“김 기사! 병원! 당장 가까운 병원으로!”

“호들갑... 떨 것... 없...다... 그냥... 집으로...”


하지만, 설악신검은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



“그냥 심력(心力)의 소모가 너무 커서 그렇다네. 심화(心火)가 심마(心魔) 수준으로 나아가지는 않았으니 지금은 괜찮네.”


병상에 누워 있는 설악신검의 맥을 짚고 침을 몇 번 놓아준 성수신의의 말에 두 명의 제자가 허리를 꾸벅 숙이며 외쳤다.


“신의(神醫)께서 한국 무림을 살리시더니, 저희의 스승까지도 살려주셨습니다!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감사합니다! 성수신의 대협! 감사합니다!”

“맨입으로?”

“예?”

“크흠, 아닐세. 요즘 들어 공짜 진료가 많아진 느낌이라.”


아닌 게 아니라, 어지간한 대기업이나 국가 원수급이 아니면 받아보기도 힘들었던 성수신의의 진료나 시침이, 여기저기서 발휘되고 있었다.


“아! 정도맹 차원에서 대한무림대영웅 훈장(勳章)을 드릴 예정...”

“그런 건 집에 굴러다니네.”


성수신의면 세계적으로도 최고로 손꼽히는 의사였으니, 당연히 훈장 같은 건 보관할 방이 부족할 정도로 각국에서 받았다.


“아... 그러면...”

“뭘 바라고 한 일이 아니라는 게야.”

“가, 감사합니다! 대협!”


쯔쯔, 하고 혀를 차면서 성수신의가 자신의 수첩에 무언가를 슥슥 써서 건네주었다.


“이건...”

“처방전 모르나?”

“가, 감사합니다!”

“그 소리 좀 그만 듣고 싶구먼. 쯧. 나감세.”


드륵, 설악신검과 그의 제자들이 있는 VIP 병실 문을 열고 나온 성수신의가, 바로 옆에 있는 병실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눈을 감고 누워 있는 적화염도와, 옆에 앉아 있는 수한이 있었다.


“계속 있었더냐?”

“아닙니다. 온 지 10분 정도 됐습니다.”

“그래, 그렇겠지. 저 처자가 네 내자(內子, 안사람)도 아닌데, 계속 있었으려고.”

“고생하셨습니다. 어르신.”

“팔자려니 싶다. 때아닌 웬 대한정도맹주까지 진료 보게 될 줄이야.”

“옆방에 들어온 게 역시 설악신검이었군요. 심력이 많이 상하였던데요.”

“보지도 않고서... 아.”


수한이 희미하게 웃으며, 병실 한쪽에 켜져 있는 TV의 뉴스를 가리켰다.

거기에는 고개를 숙인 채 손까지 떨며 간신히 향을 올리는 설악신검의 모습이 있었다.


“상할 수밖에. 내가 저 위치에 있었으면 피를 세 번은 토했을 게다.”


설악신검에게는 불행하게도, 최악의 사건이 연달아 터진 셈이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두 사람의 관심은 그 정도까지였다.

수한은 여전히 정신을 잃고 있는 적화염도를 흘끗 바라보며 물었다.


“언제 일어날까요?”

“곧 깨어날 게다. 한동안은 차라리 정신을 잃고 있는 편이 나아서 내 일부러 재워두었는데, 어제 수혈(愁穴)을 풀었다.”

“그렇군요.”

“유난히 걱정하는구나? 혹시...?”


장난기 섞인 은근한 어조로 묻는 성수신의였지만, 수한은 그저 웃으며 고개만 저었다.


“저는 그럴 위인이 못 됩니다.”

“세상에 모두가 여건이 되어서 여자를 만나는 줄 아느냐? 전쟁통에도 애는 나온다, 이놈아.”

“그녀가 아니라 어르신을 뵈러 온 겁니다.”

“쭉쭉 빠진 처자가 아니라 이 노인네를 만나러 왔다고? 거 취향 한번 독특한 놈일세.”


성수신의의 농담에, 수한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잘 웃는 놈이 평소엔 무게만 잡고 다니니, 처자들이 붙기를 붙나. 아무튼, 내가 말할 건 하나다. 고맙다.”


고개까지 숙이는 성수신의의 표정은 웃음기 하나 없는 진지한 모습이었다.


“제가 고마울 일을 했습니까?”

“살수 놈들을 죽여주지 않았더냐.”

“아, 살수.”

“게다가 마교 초인 한 놈은 덤이고.”


중화민국 사람인 성수신의에게, 원수나 다름없는 마교의 초인이 하나 줄었다는 건 희소식이었다. 그런데, 성수신의가 예상치도 못한 말이 들려왔다.


“둘입니다.”

“응?”

“마교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머지 하나도 초인이었습니다. 그것도 빙백마존보다 강한.”


수한의 말에, 성수신의가 입을 떡 벌렸다.

아무리 강해도, 초인 둘을 죽이면서 상처 하나 없는 건 너무하지 않는가.

수한이 거짓말할 성격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좀처럼 믿기지 않는 이야기였다.


“거기에 초인이 둘이나 있었단 말이냐?”

“마교의 특작부대 같은데, 아직까지 입수된 정보가 없어서 어떤 자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2장로 같군요.”

“마교 2장로? 그 자린 공석이잖아?”

“대외적으로만 공석이고, 사실은 정체를 숨긴 초인 중 하나라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있는 게 아니고, 각국의 정보기관 선에서는 사실상 확신하고 있는 내용이었다.

그 인물의 정체, 명칭, 호칭 등을 모를 뿐이었다.


“그러면 네가 마교 2장로의 멱을 땄다고? 빙백마존이랑 세트로?”


수한이 어깨만을 으쓱일 때, 침대 위에서 반쯤 잠에 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틀림... 없어요...”

“음? 일어났나?”


성수신의가 급히 가서 의료용 손전등의 불빛을 적화염도의 눈에 비추었다.

눈부심에 미간을 찌푸리고는, 적화염도가 조금 더 선명해진 정신으로 말했다.


“본국검제, 역시 당신이었군요... 날 구해준 게. 거기에 두 명의 초인이 있었다는 건 확실해요. 둘 다 본국검제의 손에 죽었다는 건 놀랍지만요. 전 그 전에 정신을 잃었으니.”

“몸은 괜찮소?”

“괜찮아요. 그쪽 의사분은 낯이 익은데...”

“성수신의 어르신이시오. 나랑은 친분이 있지.”


수한의 말에 적화염도가 다시금 놀란 듯 눈을 휘둥그레 뜨고는,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녀를 제지하면서 성수신의가 고개를 내저었다.


“됐다, 성치도 않은 몸에 인사는.”

“성수신의 어르신께 감사의 말씀을 드려요. 이 구명의 은혜를 어찌 갚을지.”

“난 한 게 없다만은.”

“예?”

“그 구명인지 뭔지, 갚으려거든 여기 이놈에게 갚아라. 죽어가며 폭주하던 네 내공을 진정시킨 것도 이 녀석이니까.”


자신을 향하며 빤히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을 수한이 애써 피했다.


“정말이에요?”

“신경 쓸 필요 없소.”

“신경을 어떻게 안 써요. 생명을 두 번이나 구해준 은인인데.”

“그래, 맞다. 두 번이나 생명을 구해준 은인에게 아무 은혜도 갚지 않거든 비인(非人)한 짓거리지. 무공의 기본이 무엇이더냐. 비인부전(非人不傳), 인간이 못 된 놈에게는 전하지 않는다는 것 아니겠더냐?”


낄낄 웃으며 성수신의까지 거들자, 수한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르신까지 왜 그러십니까.”

“분명 네가 도움받을 것이 있으니 하는 말이다.”


그러면서, 성수신의가 수한에게 전음을 보냈다.


[흑살귀마의 건 말이다.]

[... 그건 또 어찌 아셨습니까?]

[내 바보로 보이더냐? 네 일 돕는 조카 녀석 컴퓨터 방을 매일 같이 들락날락하는데? 대체 왜 그 ‘기사단장’이 이 먼 극동에까지 왔나 고민하다가 콤퓨타 몇 번 흘끗거리니 알겠더구나.]


수한이 작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녀에게 도움을 받지 않아도 저 혼자서도 알아낼 수 있습니다.]

[알아내서, 어쩌려고?]

[일단은 어떻게 된 일인지만 알아내도...]

[그래서, 흑살귀마는 본국검제의 형이더냐, 아니면 기사단장의 형이더냐?]


두 신분 모두, 흑살귀마 사건을 공론화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는 신분이었다.


[그 이면에 무언가가 있다면, 네가 거기서 끝날 놈이 아니라는 걸 안다.]

“......”

[적어도 정도맹의 상임이사 정도는 되어야 이 일을 공론화시킬 수 있을 텐데, 네가 되진 않을 테고... 그러면 방법은 하나뿐이지 않겠냐? 네 우군인 상임이사를 하나 만드는 것 말이다.]


초인인 적화염도는 정도맹의 상임이사였다.

수한이 이 일로 도움을 요청하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

한참 수한과 성수신의가 전음으로 대화를 나눌 때, 그녀가 뚱한 표정으로 있다가 입을 열었다.


“두 분이 무슨 작당모의를 하시는지는 모르겠는데요, 절 두고 이야기하시는 건 맞죠?”

“......”

“두 분 걱정을 덜어드려도 될까요? 무슨 부탁이건, 제가 들어드릴 수 있는 거라면 무조건 들어드릴게요. 그게 악한 일만 아니라면요.”

“이거 봐라, 뭐든 들어준다고 하지 않느냐.”


두 사람의 합동 공세에, 수한이 하는 수 없다는 듯 손을 들었다.


“알겠습니다. 어쩔 수 없군요.”


수한의 말투가 일순 본국검제의 것에서 본인의 것으로 돌아왔다.

동시에, 그의 역용한 본국검제의 얼굴 역시 꿈틀거리며 돌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얼굴이 본래의 수한의 것으로 돌아왔을 때.


“미친... 존나 잘생겼네...”


적화염도는 한마디로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다.




**



정도맹 희생자들을 위한 분향을 마치고 차로 돌아온 복마군자검의 안색은 다른 의미로 완전히 검게 질려 있었다.

대중들이나 기자들은 그가 희생자들에 대한 슬픔에 지은 표정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당연히 반대였다.


“내가 지금 꿈이라도 꾸는 건 아니겠지.”


빙백마존에 명부암제까지.

이 두 명의 초인의 합공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는가.

동굴에서 막 튀어나왔다는 황당한 천둥벌거숭이 초인이 그 둘을 죽일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계획은 완벽했는데... 대체 왜...”


빙백마존의 탈옥 건으로 확실하게 설악신검을 실각시키고, 정도맹 소속의 초인들이 규합하기 전에 재빠르게 각개격파하여 숫자를 줄인 뒤에, 갑자기 줄어든 초인들의 숫자로 안보 위협을 우려하는 대한민국 정부를 설득하여 그간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사파나 흑도 소속의 초인들을 제도권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이었다.

한국의 사파나 흑도 출신의 초인들 가운데는 빙백마존처럼 마교의 영향을 받은 이들이 많았으니 말이다.

이후에는 그가 보유한 살문들에 대한 수사를 맹주 권한으로 무마하고, 정파의 초인들을 하나씩 암살하면서 대한민국 무림계를 장악한다는 것이 2차 계획이었다.

3차 계획은 장악한 무림계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을 중공과 천마신교의 영향권에 넣는 것까지.


‘예상치도 못했던 명부암제까지 지원와서 모든 게 해결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재수 없게도 7장로인 고루시마가 한국에 왔다가 죽으면서 모든 게 꼬였다고 생각했지만, 명부암제가 조사 차원에서 오면서 그의 힘을 빌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큰 호재였다.

물론, 지금은 비교할 수조차 없는 거대한 악재의 눈덩이로 다가왔다.


“아냐, 아직 맹주 선거가 끝나지 않았다.”


정파 초인의 수를 충분히 줄이지는 못했지만, 정도맹주 자리에만 오른다면, 매끄럽지는 않아도 2차 계획으로 넘어갈 수 있으리라.

다급히 연설문을 작성하기 위해 노트북을 여는 복마군자검.

그 순간이었다.

퍽! 노트북 화면을 뚫은 검이, 그대로 복마군자검의 심장을 관통했다.


“끄, 끄으으...”


심장에서 검을 뽑자,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어가는 복마군자검의 차량 안.

노트북을 간신히 닫으며 자신을 찌른 이를 확인했을 때, 그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대체... 왜...?”


익숙한 흑의에 검은 복면까지.

그는 명왕가의 암살자였다.

그의 검이 무심하게 다시 복마군자검의 목을 찔렀다.

몇 차례 심장과 목, 머리까지 후벼 완벽하게 살해한 뒤에야 흑의인이 차량 문을 열고 빠져나와 어둠으로 숨어들었다.


비슷한 시간, 서울 곳곳의 평범한 회사나 가게들에서도 같은 살육이 벌어지고 있었다.

놀랍게도 회사원들이나 장사꾼으로 보였던 이들이, 흑의인들과 비슷한 은형법과 무공을 사용하며 저항했지만, 흑의인들이 몇 수는 위였다.


“왜... 대체... 왜...!”


죽어가면서 복마군자검과 같은 소리를 내뱉는 한 정장 차림의 회사원의 심장에 검을 꽂아 즉살시키고서, 생존자가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흑의인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비둘기 둥지를 불태웠다. 각자 마련된 수단으로 귀국한다.”

[알겠다. 그리고...]


통신 저편에서,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을 가득 담아 다시금 답이 날아왔다.


[한국에 역설(逆說)이 나타났다는 것이 사실인가?]


복면인은 본인도 그가 천마 다음으로 신처럼 받들던 가주의 말이 아니었다면 믿을 수 없었다는 듯, 약간의 주저 끝에 답했다.


“... 사실이다. 가주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으니.”


잠시 이어지는 양쪽의 침묵.

그 침묵을 깨고, 통신 저편에서 말했다.


[신교와 공화국으로 이어지는 모든 연관점을 끊어야 한다. 한국에서 완벽히 그 연결고리를 정리하도록.]

“복명(復命)하겠다.”



**



마뇌(魔腦).

천마신교의 군사부주(軍師部主)이자 비공식적인 중화인민공화국의 모든 군사적 방향을 이끄는 싱크탱크(Think tank)의 수장이기도 한 이 남자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역설지경의 무인이라니.”


그냥 초인만 해도 전장의 판도를 어느 정도는 뒤바꿀 수 있지만, 역설의 무인은 상식 자체를 파괴할 수 있는 무서움이 있었다.

그의 주군인 천마가 온전한 역설지경에 올랐다고 해도 두 명의 역설지경의 무인과 싸우는 상황은 피해야만 했다.

하물며, 아직 역설지경에 오르지도 않은 현 상황에 천마신교의 특작부대가 한국에서 활동한 것이 드러나기라도 한다면...

가능성은 낮지만, 그래서 정의검왕과 한국의 그 초인이 연수(聯手)라도 하는 날에는.

그날이 천마신교뿐 아니라, 공화국 멸망의 날이 될 수도 있을 터였다.


“지금은 물러설 때다.”


단순히 물러서는 것 이상의 외교적 양보가 수반되어야 하는 건 물론이었다.

꼬리는 자르겠지만, 빙백마존의 소속이 천마신교인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거기에 2장로와 7장로를 잃은 것까지 생각하면 더 최악의 상황이었으나.

그래도 천마신교 전체와 공화국이 무너지는 것보다는 나은 결과일 터.

마뇌는 냉철한 결론을 내렸다.

물론, 최종 결정권자는 따로 있었기에, 그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7장로에 이어 2장로까지 잃었다는 보고를 듣고도... 과연 물러나실지는...”


정의검왕이 이룩한 공간(空間)의 역설(逆說)의 대척점이자 상성(相性) 관계에 있다 자부할 수 있는 역설지공(逆說之功)인 흑동(黑洞)의 역설(逆說)을 달성하기 직전에 있는 그의 주군.


그러나, 어떤 역설을 이룩하였는지도 알 수 없는 미지의 고수 앞에서, 마뇌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주군을 말려야 한다는 부담감에 좀처럼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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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6. 본국검제(3) +7 24.04.12 5,013 99 14쪽
18 6. 본국검제(2) +3 24.04.11 5,308 10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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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5. 테러(1) +1 24.04.07 6,890 117 13쪽
13 4. 신의(3) +3 24.04.06 7,422 122 14쪽
12 4. 신의(2) +1 24.04.05 7,464 125 12쪽
11 4. 신의(1) 24.04.04 7,846 128 11쪽
10 3. 하연(5) +2 24.04.03 7,967 125 10쪽
9 3. 하연(4) 24.04.01 7,796 120 14쪽
8 3. 하연(3) +1 24.03.31 7,894 112 13쪽
7 3. 하연(2) +3 24.03.29 8,028 112 9쪽
6 3. 하연(1) +4 24.03.28 8,359 116 14쪽
5 2. 조카(3) +5 24.03.23 8,736 125 12쪽
4 2. 조카(2) +5 24.03.22 9,102 13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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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 귀환 +5 24.03.21 11,651 160 16쪽
1 서장 +9 24.03.21 12,954 19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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