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오크에게 국밥을 끓여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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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큐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4.14 12:08
최근연재일 :
2024.05.24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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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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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1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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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오크족 단체급식.

DUMMY

코볼트 고기를 처음으로 조리했다는 건 알겠다.

근데 이번 보상은 뭐지?


“이 중에 하나 선택을 하라고?”


첫번째는 저번에 경험했던 일시적 후각회복.

두번째는..


“완전히 회복할 수도 있다는 건가?”


이 홀로그램창은 믿을 수 있다.

한번도 나를 배신한 적 없으니까.


그럼.. 정말.. 나을 수 있다.

1%라는게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오질 않지만..

이런 퀘스트가 반복적으로 나와준다면 다시 어엿한 요리사가 될 수 있다.


“근데 랜덤 보상은 뭐지.”


말 그대로 보상이 랜덤으로 주어진다는 것 같긴 하지만..

너무나 모험이다.


후각 회복을 할 수 있는걸 두고 랜덤을 할 리가 없···


“왜 끌리는 거지.”


인간의 본성을 자극하는 가챠다.

한번에 후각이 완전히 회복 된다거나.. 하는 건 없겠지?


남자의 도전정신을 자극하는 랜덤 보상..


“보기라도 좀 주던가 이게 뭐야.”


흥미를 돋기에는 충분했으나, 오늘 당장 어떻게 살아남을지 모를 이 세계에서 랜덤을 고를 순 없다.


“1번. 일시적으로 회복하는게 좋겠어.”


당장 이 코볼트 고기의 냄새를 확인하고 싶었다.

요리사로서의 처음 본 식재료에 대한 궁금증을 이길 수 없었다.


[ 24시간 동안 후각이 완전히 회복 됩니다. ]


“킁킁! 하아-”


갑작스레 여러가지 냄새가 몰려왔다.

단 몇 시간 동안 잃었을 뿐인데도 이 집안의 흙냄새가 너무나 반가웠다.


“하- 이게 살아있는거지.”


후각이 돌아오자마자 남아있는 코볼트 고기의 냄새를 맡았다.


“읔!!”


바로 코를 쥐고 냄새를 차단했다.

이 정도 냄새라면 후각이 마비 되는 게..


“낫지는 않지.. 냄새는 맡고 살아야지.”


생각 이상으로 비린내가 심했다.

저것도 안되겠는데..


찜기에 들어간 코볼트 고기도 깻잎을 넣은게 전부다.

뚜껑을 열었을 때 잡내가 엄청나겠지.


“오늘은 먹을 수 있는 게 없겠네.”


맛 본 적 없는 코볼트 고기를 냄새도 맡지않고 조리하려니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


“오크들이라도 줘야하나.”


그들은 이것도 날 것으로 먹는다.

익힌 것이 잡내가 더 심해질 수도 있지만..

먹을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먹어서 맛 없는 건 손님한테도 안 내던 인간이.. 어쩌다 이렇게 변했니..”


현실에서 여기저기에 당하더니 몹쓸 생각만 늘었다.

코볼트가 쪄지는 동안 추가분의 요리를 준비했다.


“취이익..취익.”


저 멀리 마을 입구 쪽에서 나팔 소리와 함께 오크들의 음성이 들렸다.


부상당한 오크들은 거의 반주검이 되어 들어왔다.


“야그나르.”

“준우, 자네도 이리 나와서 전사들을 맞이하게.”


야그나르를 따라 마을 중앙에 서자.

다가 온 족장이 커다란 양날도끼 손잡이를 땅에 내리쳤다.


“췩!!취이익!! 오늘의 치욕은 반드시 되갚아주리!”

“취이익!! 췩!!”


전사들이 소리를 지르자 마을에 남아있던 인원들도 함께 함성을 질렀다.


함성을 지르는 패잔병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오크가 패하다니.. 있을 수 없는.. 내가 참여해야만 했어.”

“아니다 야그나르.. 네가 드레이니 최고전사인 것만은 확실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좋지 않았다. 이 인원이 살아돌아 온 것만으로도 다행이지.”


괜찮다 말하고 있지만 족장의 얼굴엔 분노가 가득했다.

야그나르도 마찬가지.


오크의 수는 107마리여야하는데..

돌아온 오크의 수가 현저히 적었다.


“오십팔..오십구..육십..육십일..”


잔류 인원을 합쳐야 팔십.

이제야 알았다.


“그래서 식사를 대접하라고 한 오크 수가 80이었나..”


홀로그램 창을 띄우는 그 존재는 이곳 뿐 아니라 모든 상황을 알고있다.


이미 오크들이 패했고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것까지 안 거야.


잠시후 야그나르는 자신의 도끼를 땅에 부딪히고는 고개를 숙였고..

조용히 그를 따라 땅에 발을 구르곤 고개를 숙여 조의를 표했다.


“췩! 취이익!”


의미를 알 수 없는 몇 가지 의식 후.

오크들이 뿔뿔이 흩어져 저마다 상처를 치료했다.


“발에 불이난 것 같아.”

“나도 더 이상 걷질 못하겠군.”

“난 더 이상 손에 뭘 쥘 수도 없어.”

“으윽..”


대부분이 부상을 당했지만, 전사자 외에 큰 부상은 보이지 않았다.


띵-


[ 발바닥 물집 ]

[ 손바닥 물집 터짐 ]


“응?”


각각 오크들의 머리 위로 부상내용이 떠올랐다.


그 중에서도···


“으윽!! 앉을 수가 없어. 하지만 서 있을 수도 없다..!”


오크 하나가 앉지도 서지도 못한 채 안절부절 못 했다.

녀석의 부상내용을 보고는···


“풉!”


웃음이 터질 수 밖에 없었다.


띵-


[ 발바닥 물집, 치질 발생 ]


녀석이 겪을 고통을 생각하면 안쓰럽지만..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오크가 치질이라니.. 물집이라니.

한명한명 둘러보던 와중에 가장 부상이 큰 녀석은 따로 있었다.


“야그나르 이리와보거라.”

“예,족장님.”


내 웃음소리가 족장의 심기를 건드린 모양이다.


“저 녀석, 언제까지 데리고 있을거지? 드레이니엔 오직 오크만이 존재한다. 내일이라도 당장 내보내거라.”

“하지만 아버지..”

“족장이라 부르거라.”

“예.. 족장님. 준우의 음식은 우리 오크를 치유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전장에서 그의 능력은 필요합니다.”

“글쎄 나는 모르겠군..”


오크들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크다.


‘들으라고 하는 건지.. 안 들릴거라 생각하는 건지..’


야그나르의 설득에도 족장은 어딘가 불편해보였다.


“그럴만도 하네.”


그의 머리 위에도 부상이 써 있었다.

내용은..


[ 갈비뼈 2대가 부러졌습니다. ]

[ 날카로운 오크의 뼈가 폐부를 향합니다. ]


갈비뼈가 부러졌음에도 거의 티를 내지 않았다.


‘그 고통을 참고 있는건가..?’


다른 오크들은 물집 정도로도 괴로워 몸부림 치는데..

야그나르 이전 최고전사이자 족장은 쉽게 되는게 아닌 것 같군.


야그나르에게 말을 해줘야할지 고민이 됐지만..


‘숨기는데 이유가 있겠지..’


부자 사이에 내가 낄 문제가 아니다.


“준우. 우리 전사들에게 식사를 준비해줄 수 있나?”

“물론이지, 안그래도 준비 중이었어.”

“자네가 만진 고기들은 전사들에게 큰 힘이 될 것 같아. 고맙네.”


족장과 대화를 끝낸 야그나르는 내게 다가와 아무렇지 않게 대했고.


때 마침.

집 안 에서 수증기가 새어나왔다.


“아..! 야그나르 나 먼저 가볼게!”


급히 집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돌아 온 전사들을 보느라 코볼트 찜을 잊고 있었다.


생고기에서 맡은 비린내에 취식을 포기했지만 다음을 위해서라도 익은 고기의 상태도 확인해야했다.


방 안에 천 하나를 집어 찜기를 옮겼다.


“아 뜨거어!”


나무로 된 데다 천으로 감쌌는데도 꽤나 뜨겁다.


“하마터면 떨어뜨릴 뻔 했네.”


조심스레 뚜껑을 열자 수증기와 함께 진한 냄새가 올라왔다.


분명 코볼트의 비릿함이..


“응? 무슨 깻잎이?”


이번 코볼트찜에 냄새를 잡을만 한 것은 깻잎을 깔았다는 것 뿐.

찌고나면 비릿한 향이 배가 되리라 생각했는데.


“우왁! 미친거 아니야? 깻잎 향이 이렇게 은은한데도 고기향을 다 잡았다고?”


조리 전의 야생 깻잎은 향이 굉장히 진했다.

향이 민감한 사람은 먹지 못할 수준.


그런데 조리 후.

오히려 향이 은은하게 풍겼고, 비릿햇던 코블린 냄새를 전부 잡았다.


푹 익은 깻잎 한장을 들어올리자.


“우욱!!”


피에 쩌든 가죽같은 냄새에 토가 나올 것 같았다.

도저히 깻잎의 향이라 믿을 수 없다.


“고기 잡내를 대신 다 잡아먹었구만..”


살면서 이렇게 엄청난 잡내제거용 민트를 본 적이 있던가.


“먹기엔 질겨서 쓸 데가 없을 줄 알았는데.”


꺼내놓은 코볼트 고기를 살짝 식혀 먹기 좋은 크기로 썰었다.


“기름기도 적당하고 식감도 좋을 것 같네.”


젓가락으로 집어들기만 해도 부드러움과 탱글거림이 느껴졌다.


“흐-음.”


조리 전 생고기의 잡내는 온데간데 없이 구수한 육향만이 남았다.

당장에라도 입에 넣고 싶은 냄새다.


“합!”


참지않고 입에 넣은 코볼트 고기는 혀 위에서 춤을 추듯 튕겨진다.

탱글함이 보통이 아니다.


살은 부드럽게 갈라지고 비계는 혀에 닿자마자 고소함을 뽐내며 으스러진다.


“하.. 여기에 양념한 부추나 겉절이 하나만 있으면 최곤데..”


밭에 부추는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양념이 얼마 없는데..”


당장 나 혼자 해 먹을 정도의 양은 되지만, 오크들에게 선보일 양은 없다.


콰앙-!


“준우!!”

“어?”


야그나르가 황급히 문을 열었다.

적이라도 쳐들어 온 걸까? 도망가야하나?


급히 인벤토리를 넣어 짐을 챙기려던 그때.


“그거군! 코볼트도 찜이란걸 한건가? 도무지 이 냄새를 참을 수가 없네.”


문 뒤에는 수 많은 오크들이 침을 흘리며 서 있다.

이 괴물놈들의 후각은 그야말로 돼지보다 몇 배는 뛰어나다.


“근데 이 냄새 맡으면 적이 쳐들어오진 않을까?”

“오크의 거처까지 쳐들어 올 종족은 없네.”

“하지만 방금도 패하고 돌아온 거잖아.”

“그들도 막심한 피해를 입었어. 함부로 오지 못한다.”

“어떤 종족이랑 싸웠길래.. 대체..”

“어서 고기를 다오!”


야그나르가 꽤나 흥분했다.


“기다려, 코볼트 고기는 아직 미완이야. 국과 삼겹살을 줄테니 나가자.”


어느새 전소되어 숯이 된 나무들을 화로에서 빼고, 새로운 장작을 채워넣었다.

고기를 굽기엔 숯으로도 충분하지만..


따로 빼두었다.


“저 통 좀 화로에 올려줘.”


야그나르는 꽤나 무거운 국통을 가볍게 들어 화로에 올렸다.


고기를 기다리는 오크들은 내 말에 귀를 기울였다.

오크를 부리는 인간은 나밖에 없을거다.


“자 삼겹살 굽습니다.”


손질한 삼겹살과 목살을 전부 꺼내와 철판 위에 올렸다.


치이익···


“그릇이 두개씩 준비되면 좋을 것 같은데.”

“그릇 두개! 금방 준비하도록 하지. 자! 각자 그릇을 두개씩 준비해라.”


몇몇은 바로 그릇을 가져왔지만, 몇몇 녀석들은 잘린 통나무를 가져다 깎기 시작했다.


“꼭 그릇 모양은 아니어도 돼.”


라고 말한 것을 후회하는데는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구워지는대로 나눠줄테니까 줄 서세요.”


침을 질질 흘리는 와중에도 야그나르는 최고전사로서 오크들을 통제했다.


잠시후.

그들이 가져 온 기본 그릇은 오전에 봤던 국을 담을 수 있는 ‘탕기’형태의 그릇이다.

다만..


“으랏차! 여기에 줄 수 있나?”


오크 전사 두 놈이 잘린 통나무 하나를 들고왔다.


“여기에 쌓아달라고..?”


나이테만 봐도 최소 수십년.

아니 백년 이상 먹은 참나무다.

이런걸 삼겹살 받침대로 써도 되는건가..?


통나무는 철판 옆에 놓였고..

삼겹살이 구워지는대로 통나무 위에 차곡차곡 쌓여갔다.


“이제 가져가도 되나?”

“기다려. 양파랑 마늘 구울거니까.”

“이것들을 굽겠다고?”


손질한 양파와 마늘 그리고 상추를 본 오크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상추만 빼고.”


한바탕 삼겹살을 구운 뒤.

철판에는 돼지기름이 넘쳐났다.

뉴스에서는 기름에 구운 마늘이 몸에 안 좋다느니 말이 많지만.

지금 내 손님은 오크들이다.

그런 거 일절 신경 쓸 녀석들이 아니다.


투두두둑!


촤아아-!!


철판에 마늘을 쏟자 달궈진 기름에 빠르게 익어갔다.

긴 집게를 꺼내 수 많은 마늘을 굴렸다.


노릇하게 익어가는 마늘을 삼겹살 옆에 쌓은 뒤.


“시범을 보일테니까 이렇게 먹어봐요.”


질 좋은 상추 위에 노릇하게 익은 삼겹살 두점을 얹고 기름에 구워진 통마늘을 넣었다.

오므린 상추를 한 입에 넣어 우걱우걱!


“우음..! 이롷게 목으면(이렇게 먹으면) 얼마나 맛있게.”


처음보는 인간의 상추쌈 먹방에 오크들은 넋이 나갔다.


“상추는 얼마든지 있으니 마음껏 가져다가 고기에 마늘까지 넣어 싸 드세요.”

“우ㅇ어어어!!”


오크들이 단체로 달려들어 상추쌈을 싸기 시작했다.

솥뚜껑만한 손에 작은 상추쌈을 싸는 꼴을 보니 우습기도 하고 귀엽기까지 하다.


치이익!!


마늘 기름까지 따로 통에 담아 붓고.

밤 늦게까지 고기를 구워야했다.


“목 마를테니 국도 함께 드세요!”

“인간..인간은.. 매일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오?”

“우리에게도 고기 굽는 법을 알려주게.”

“저 물건은 무엇인가.”


상추쌈 맛에 감탄하던 오크들이 요리와 도구에 관심을 가졌다.


띵-


[ 이종족에게 삼겹살 굽는 법을 가르치세요. ]


갑자기 퀘스트가 떴다.

조리를 가르치라고? 이 괴물들한테?


“일단 드세요.”


당장 퀘스트를 깨고 싶지만 이놈들 먹는 속도에 따라가기에 철판이 너무 작다.

쉼 없이 구워야만 했다.


“하아.. 마늘도 다 떨어졌는데.”

“내가 살면서 이 많은 채소를 먹기는 처음이군.


상추와 마늘 양파 모든 채소가 떨어졌다.

밭에서 더 가져올 수도 있겠지만..


“다들 식사는 끝난거지?”

“그런 것 같군.”


대부분 오크들이 바닥에 뒹굴며 튀어나온 배를 문지르고 있다.


“흐아.. 피곤하다.”


띵-


[ 오크전사들이 처음 맛 본 고깃국에 감탄합니다. ]

[ 오크전사들의 상처가 치유 됩니다. ]


식사한 오크들의 상처가 치유됐다.

“어?! 발바닥이 아프지 않아.”

“이제 앉을 수 있어!”


내가 조리한 고기만으로 오크들 머리 위에 있던 부상 내용이 하나씩 사라졌다.


하지만 아직 퀘스트가 완료 된 건 아니었다.


[ 오크전사들에게 식사를 대접했습니다. ]

79/80


모든 오크가 음식을 받아갔는데..


“식사를 안한 오크가 있다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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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오크에게 국밥을 끓여줘봤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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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석빙고를 부탁해! 24.04.22 309 14 14쪽
» 오크족 단체급식. 24.04.21 327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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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오크 마을의 분위기. 24.04.19 337 17 13쪽
4 농사짓는 오크. +1 24.04.18 354 15 12쪽
3 오크야!! 밥 먹어라! +1 24.04.17 384 16 12쪽
2 이세계에서 살아남기. +2 24.04.16 398 18 11쪽
1 후각상실 지셰프 +1 24.04.15 517 1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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