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오크에게 국밥을 끓여줘봤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타큐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4.14 12:08
최근연재일 :
2024.05.24 08:25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8,820
추천수 :
436
글자수 :
220,232

작성
24.04.28 18:25
조회
260
추천
13
글자
11쪽

드워프 꼬시기

DUMMY

씨알이 굵고 좋은 산삼에 기대가 컸다.

근데 고작 면역력 강화라니.


물론 인간들에게 면역력은 중요하다.

하지만..


[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


아쉬워하는 사이.

다시 홀로그램 창이 떴다.


최근엔 특정 음식을 먹였을 때 보상이 있을 뿐.

먼저 퀘스트를 주지 않았는데.


“뭐지?”


[ 드워프 ‘와츠’에게 산삼을 먹이세요. ]


삼계탕을 따로 빼놓기를 망정이지.

이 야밤에 산삼을 구하러 나갈 뻔 했다.


“내일의 전투를 준비하자. 리자드맨 녀석들에게 오크의 무서움을 보여주는거다!”


식사를 끝낸 오크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가고 나서야 초벌해 둔 고블린 고기를 보니 기름기가 말라 어딘가 퍽퍽해 보인다.


“버터가 있던가.”


인벤토리에서 가방을 꺼내 뒤져보니 사용하다 남은 작은 버터 몇 조각이 전부다.


“이걸 그런 속좁은 놈한테 써야하나..”


지구에서야 어느 마트를 가도 살 수 있는게 버터라지만..

이곳에서는 버터를 만들만한 우유나 크림따윈 없다.


얼마 없는 버터 중 일부를 초벌해서 식힌 고기 겉면에 골고루 바르고 야생깻잎 한장을 올려 호일에 감쌌다.


은은하게 타오르는 숯불 위.


호일 밖으로 한방울씩 흘러나오는 고소한 버터기름을 보니..


“곤욕스럽군..”


닭,소,돼지 그리고 곰고기까지야 향과 맛을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고블린 고기의 향이나 특징따위 알고 있을리 없다.


“잘 익었네.”


초벌 했을 때 바짝 말라있던 고기는 온데간데 없이 촉촉하고 윤기가 좔좔 흐르는 먹음직스러운 립 한 덩이가 완성됐다.


“으아아..!”


이 냄새를 못 맡는다니.

후각을 잃게 한 조창현 놈이 유난히 원망스러웠다.


버터와 야생깻잎의 향에 숯향까지 어우러진 고블린 고기 특유의 독특한 향이 날 텐데..


내가 조리한 음식의 향을 예측할 수도 없다니..


갓 조리한 따뜻한 음식을 먹이기 위해 아쉬움을 뒤로하고 대장간으로 향했다.


“와츠! 와츠 거기있어?”


해질무렵 대장간은 조용했고, 와츠가 있을 곳은 한 곳밖에 없다.


녀석이 잡혀 온 뒤 처음 갇혀있던 창고.


간혹 풀벌레 소리나 마을 밖에서 들려오는 짐승 소리 뿐.


오크들이 집으로 돌아간 저녁 드레이니는 고요했다.

창고 앞에는 오크 한 녀석이 옆에서 졸고있다.


“꼬르륵-!”

“엌!”


안에서 천둥같은 소리가 들리는 바람에 놀라 소리를 내고 말았다.


“깨지 않은건가.”


그 소리에도 잠든 오크녀석은 잘도 잔다.


끼이익..


“와츠! 무슨 일 있어?”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가자 누워있던 와츠가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아 지준우 네가 무슨 일이지?”

“괜찮냐고.”

“뭐가 말이냐.”

“방금 뭐 폭발한거 아니야? 굉음이 들리던데.”

“내 배 곯는 소리를 그렇게 조롱하는건가?”


그저 와츠의 공복을 알리는 꼬르륵 소리였다.


“대체 얼마나 굶은거야?”

“오늘은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왜?”


와츠가 앉은 자리 옆에는 한번 구운 곰고기가 차갑게 식어있었다.


“오크놈들은 매 끼니마다 익히지도 않은 곰고기 한 덩이 가져다 줄 뿐이고.. 대장간에서 익혀왔다고는 하지만..”


이곳에 갇혀있는 며칠간 곰고기만 먹은 모양.

지겨울만도 했다.


“그래서 그 솥만 넘기라니까 맛있는거 해준대도?”

“흥! 그래봤자 네 놈도 곰고기나 가져오겠지.”

“솥만 넘긴다면 곰고기보다 훨씬 맛있는 걸 주지.”


사실 고블린 고기의 맛이 어떨지는 모른다.

하지만.. 분명 지겹게 먹은 곰고기보다는 나을거다.


“그래서 그 손에 든 것이 맛있다는 그것이냐?”

“눈치는 빠르네.”

“아까부터 냄새가 진동을 하는 데 모를리가 있나.”

“아..”


역시 나 빼고는 모두가 개코다.


“냄새 어때?”

“흠··· 모른다 그런건 묻지마라.”

“맛있을 것 같지않아?”

“줄게 아니라면 가지고 썩 꺼지거라.”

“준다니까? 네 솥이랑 교환하자는 거지.”


솔직히 이해할 수 없다.


속인 적도 없는데 삐진 것도 그렇고.

대장장이라면 자신이 만든 물건이 어딘가에서 쓰이는 게 더 좋지 않은가?


“여기 두고 갈 테니 먹고싶으면 먹어. 대신 내일 비어있으면 그 솥은 내꺼다.”

“그게 무슨 억지인가! 가져가라!”

“갈게! 내일 봐.”


삼계탕과 고블린 립 구이를 와츠의 잠자리에 두고 그대로 나왔다.


***


“저..저런···!”


이 좁은 곳에 저런 냄새나는 것을 두고 가다니..


“쩝.”


무슨 음식인지는 몰라도 지준우가 들어오기 전부터 냄새가 솔솔 풍겨왔다.


꼬르륵-!


“이놈의 배는 진정이라는 것을 할 줄 모르는군! 부끄럽지도 않은가!”


대장장이로서 장인이 만든 작품을 한낱 식사 대접 한번에 팔아버릴 순 없다.

그것도 오크족에게.


“같은 처지인 줄 알고 돌봐주려 했던 것이 후회스럽군.”


과거에는 대장장이로서 실력이 뛰어나면 모든 드워프들에게 칭송받는 존경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시대를 잘못 타고 태어난게지.”


압도적으로 뛰어난 실력 때문에 그렇게 미움을 받을 줄이야.


처음 풀무를 잡았을 땐 모두가 대단하다 칭찬했다.

성인이 된 이후로는 다른 대장장이들과 격차가 벌어졌고, 모든 사람이 내 물건을 사고싶어했다.


“아직도 손이 저릿하군..”


짐작이 가는 놈이 있지만..


손님들에게 외면받은 대장장이 중 한명일 것이다.


녹초가 되어 잠에 들었던 그 날.


가면을 쓴 녀석이 들어와 망치로 내 오른손을 내리치고 간 덕에 오른손은 겨우 일상만 가능한 정도.


“이전의 실력이 나오질 않아..”


사실 지준우가 부탁한 솥도 녀석은 만족한 듯 했지만..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런 것을 남에게 줄 순 없지.

대장장이로서 최고의 품질이 아니라면 용납이 안 된다.


“이 손만 낫는다면···”


더 이상 이전의 명품들을 만들 순 없다는 사실에 울화가 치밀었다.


꼬르륵-!


“젠장할 놈의 몸뚱아리야. 그만해라!”


끝없는 허기에 저 냄비 안에 것이 궁금해졌다.


“확인만 해볼까.”


냄비 하나와 또 다른 큰 그릇이 함께였다.

조심스레 다가가 그릇 위에 덮힌 종이를 걷어내자.


뽀얗게 우러난 국물엔 잘 익은 야채들과 닭 한마리가 가득 차 있었다.


“흐음~ 이 냄새였어. 미치게 하는 군.”


궁금증에 열어본 그릇은 나를 더욱 힘들게 했다.

이걸 먹으면 그 졸작을 지준우에게 줘야한다.


‘참자.. 참아야 해.’


굶어죽을 순 없기에 다 식은 곰고기를 씹으며 인내했다.


“우욱.. 곰고기는 냄새만 맡아도 토가 나올 지경이군.”


눈 앞에 놓인 닭의 요염한 자태가 나를 유혹했다.

마치 노천탕을 즐기고 있는 듯 닭고기 위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것을 보니···

도저히 참기가 어렵다.


“저것은..?!”


야채들 사이로 굵직한 뿌리채소 하나가 눈에 띄었다.

산삼이다.


인간의 형상을 띄고 가느다란 잔뿌리들이 수십개나 뻗어있는 형태.

드워프들에겐 전설로 내려오는 식재료 산삼이 확실하다.


“한번도 본 적이 없지만.. 알 수 있어.”


포로로 잡힌 내게 이런 귀중한 것을 대접한다고···?


배가 고픈 것은 참아낼 수 있지만..

저 귀중한 것이 버려지는 것을 볼 순 없다.


“내..내가.. 먹어도 되는 것이겠지..?”


조심스레 산삼을 들어올려 예를 표했다.


“이 귀중한 산삼. 남김없이 소중히 먹도록 하겠습니다.”


산삼을 통째로 입에 넣고 흔적도 없이 사라질 때까지 씹고 또 씹었다.


“하아.. 이 향긋함은 대체..”


생전 처음 느껴보는 고급진 쌉싸름한 맛이다.


“벌써 힘이 넘치는 것 같군. 후루룹-!”


산삼을 먹은 이상.

거칠 것이 없다.

닭요리 국물을 들이키자.


“흐어어-!”


하루종일 망치질을 하느라 뭉친 근육들이 전부 풀어지는 기분.


더위에 지쳐있던 저녁.

뜨거운 국물을 먹었음에도 오히려 몸이 시원해진다.


거의 정신을 잃은 듯 무아지경으로 닭 한마리를 통째로 손에 쥐고 물어 뜯었다.


처음 이가 닿을 때 껍질의 탱글함이 느껴졌고, 그 안에 숨겨져있던 속살의 부들부들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


“이것이 정녕.. 인간의 솜씨란 말인가. 말도 안되는 최고의 실력이군.”


어떤 드워프도 이런 음식을 만든 적은 없다.

고작해야 닭을 잡아 불에 굽거나 솥에 넣고 삶기는 했어도..

이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야채를 넣은 것 정도의 차이인가.”


도무지 알 수 없다.

다만 정신없이 먹다보니 처음보는 닭스프를 전부 비워냈다.


그저 더 먹고싶다는 생각 뿐.


“이것도 같은 건가?”


옆에 있던 냄비의 뚜껑을 열었더니 이번엔 웬 고기구이가 들어있다.


고기구이야 항상 보던 것이지만..


“발골도 안하고 주네. 인간의 솜씨가 최고라고 했던 것 취소다.”


심지어 덩어리만 컸지 뼈를 제하면 살코기는 얼마 되지도 않는다.


“오크들이 준 건 살이라도 많지···”


그럼에도 뚜껑을 다시 덮을 순 없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고소한 향기와 오랜시간 바짝 구운 듯 보이면서도 겉면에는 윤기가 흐른다.


옆에 놓인 살점 가득한 곰고기보다 눈 앞에 놓인 뼈고기에 손이 가는지 알 순 없지만..


“합!”


커다란 한 덩이 갈비를 한 손에 쥐고 물어뜯었다.


주아악-!


첫번째 뼈가 붙은 고기가 입 속으로 빨려들어왔다.


“후움-! 뭐지 이건?”


고기에 기름기가 많지 않아 부드럽진 않지만 뜯어먹는 식감이 꽤나 재미있다.

게다가..


“비계도 없는 주제에 이렇게 고소하다고? 대체.. 무슨 고기인거냐.”


생전 처음 보는 고기다.


첫번째 뼈 주위에 남아있는 작은 살점들마저 아깝다.

힘겹게 이로 물어 뜯는 순간.


드드득-


뼈와 살코기 사이에 얇은 막이 함께 뜯어졌다.


“우물우물.”


입에서 살코기와 얇은막이 뒤섞여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완전히 새로운 식감의 고기 맛이다.


“깔끔하게 뼈만 남는게.. 묘한 쾌감이 있단 말이지.”


닭스프에 이어 고기구이까지 완전히 비우고나니 배가 불렀다.


“얼마만에 제대로 식사를 한거지? 꺼억-! 아직도 더 먹고싶군.”


이곳에 오기 전부터 열흘 가까이 제대로 된 식사는 하지 못했다.


어쩌다 먹은 맛있는 음식에 만복임에도 입에서 원했다.


하지만 차마 더 달라곤 못하겠다.


심지어 이곳을 떠나기 전 녀석의 말이 신경 쓰인다.


‘여기 두고 갈 테니 먹고싶으면 먹어. 대신 내일 비어있으면 그 솥은 내꺼다.’


이미 그릇과 냄비 모두 비워버렸다.

놈이 내일 와서 확인하기 전에 선수를 치는게 낫겠군.


“저기 오크양반. 내 잠깐 그 지준우 녀석을 보고 와도 되겠나?”

“네가 왜?”

“빈 냄비 좀 갖다주려고.”

“교대할 때 내가 갖다줄테니까 거기 둬라.”


젠장할 오크가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그럼 할 말이 있으니 잠깐 이곳으로 불러줄 순 없겠나?”

“얘기하면 전해주지.”


이 야밤에 홀로 조용히 온 것을 보면 지준우 녀석도 오크들 몰래 온 것 같은데..

오크에게 사실대로 얘기할 순 없다.


“녀석이 부탁한 것을 만들어 줄 생각이 생겼다고 전해주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세계 오크에게 국밥을 끓여줘봤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 드레이니에 온 추가 병력 24.04.29 254 13 12쪽
» 드워프 꼬시기 24.04.28 261 13 11쪽
13 두번째 정착민 24.04.27 259 14 11쪽
12 요리사의 자급자족 +1 24.04.26 266 14 11쪽
11 최고의 보리음료. 24.04.25 276 11 11쪽
10 최초의 음료 만들기 +1 24.04.24 274 13 12쪽
9 내가 너를 구해줄게. 24.04.23 285 8 13쪽
8 석빙고를 부탁해! 24.04.22 309 14 14쪽
7 오크족 단체급식. 24.04.21 326 14 13쪽
6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 24.04.20 330 14 13쪽
5 오크 마을의 분위기. 24.04.19 337 17 13쪽
4 농사짓는 오크. +1 24.04.18 353 15 12쪽
3 오크야!! 밥 먹어라! +1 24.04.17 383 16 12쪽
2 이세계에서 살아남기. +2 24.04.16 398 18 11쪽
1 후각상실 지셰프 +1 24.04.15 516 19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