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오크에게 국밥을 끓여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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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큐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4.14 12:08
최근연재일 :
2024.05.24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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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4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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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음료 만들기

DUMMY

뒤에 붙어있는 두 녀석에게서 떨어져 앞으로 돌진했다.


혼자 있는 녀석을 노린 듯 했다.


앞에 내가 있지만, 전투 중엔 짐이라 생각했겠지.


“으아악!!”


드워프가 달려드는 동시에 옆으로 몸을 피했다.

이번에 드워프의 목적은 내가 아니었다.


놈은 그대로 오크에게 돌진해 망치를 휘둘렀고, 오크는 어렵지 않게 회피했다.


“내가 미쳤다고 네 놈들과 싸우겠느냐! 잘 있거라 오크들아!”


오크 사이에서 빠져나간 드워프가 신난 목소리로 도망가던 그때.


휘리리릭-!


커다란 양날 도끼가 날아갔고.


퍽!


드워프 왼쪽 종아리에 박혔다.


“끄아아악!!”

“자, 드워프놈 데리고 들어가자고. 준우 밖에서 혼자 돌아다니지 말게.”

“아..알겠어.”


역시 오크놈들은 보통 괴물이 아니다···


드워프는 오크들이 끌고갔고, 꽤나 많은 밀을 인벤토리에 챙겨 마을로 돌아왔다.


상태가 좋지 않은 낱알도 많았지만, 이 정도 양이면 충분하다.


“이것들은 다시 심어야겠다.”


일부만 빼놓고 미니 절구에 넣은 낱알들을 빻고 체에 거르기를 반복했다.


“1키로는 되겠어.”


정말 많은 양의 밀을 갈았지만, 생각보다 가루는 많지 않다.


오크들을 먹이기엔 턱 없이 부족하지만..


“최대한 불려봐야지.”


드레이니 근처엔 야생 닭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꽤나 사납긴 하지만..


“계란은 필수지.”


언젠간 저것들도 잡아다 키워야겠어.

알도 낳아주는 닭은 최고의 식재료다.


“닭장도 지어달라고 해야지.”


오크들에겐 미안하지만.

한식이 먹고싶다면 어쩌겠어.


“빨리 만들어야겠네.”


이럴 시간이 없다.

어서 새참을 만들어 오크들의 능률을 올려줘야한다.


밀가루 일부를 덜어 칼국수 반죽을 만들었다.


“좀 얇게 썰어볼까.”


칼국수면을 삶고 밭에서 딴 상추,양파,깻잎을 썰어 올리고 비빔양념장을 만들어 올렸다.


거기에 삼겹살을 구워 석빙고 건설현장으로 향했다.


“자! 다들 새참 먹고 합시다!”

“응?”

“준우가 왔습니다.”

“아니 벌써 이렇게나 팠다고?!”

“이 정도면 되겠어?”


지하로 내려가보니 이건 뭐 웬만한 방공호보다도 넓다.

내가 원했던 것보다 더 큰 규모다.


“충분해.”


땅을 파는 동안 굴이 무너지지 않도록하는 지지대도 제대로 설치했다.


습도나 온도도 적당하다.

이제 돌만 깎아서 깔면된다.


“이제 돌을 깎아서..!”

“돌은 이미 깎아두었다.”

“그럼 다섯이 이렇게 빨리 팠다고?”


오크들의 능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예상보다도 빠른 완성이 가능할 것 같다.


“식사부터 하시죠.”


식사란 말에 오크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음식을 꺼내기 전부터 잔뜩 기대한 모양..


“면 괜찮아요?”


고기만 구워줘도 좋아하는 것들이지만..

괜히 부담스러웠다.


“면? 무슨 긴 생선 같이 생겼군.”

“빨간 것이 생선 피가 범벅이 된 건가?”


역시나 면도 처음 보는 듯 했다.

쌀이나 밀 등 가공법을 모르니 당연한 거겠지.


“그런 거 아니니까 먹어봐요.”

“알겠네. 다들 먹어보자고.”

“먹기 싫구만..”

“난 그 옆에 구운 고기만 먹으면 안될까?”


기대를 얼마나 했는지.

처음 보는 음식 비쥬얼에 꽤나 부정적이었다.


오로지 야그나르만이 호의적.

나머지는 먹기 싫은 눈치다.


“난 준우가 준 음식 중 맛 없는 것을 먹어 본 적이 없네. 믿고 먹지.”


후루룩! 후룩!


야그나르가 비빔칼국수를 손가락에 빨래 널 듯 집어먹었다.


입 주위에 양념이 묻어 벌겋게 물들자.


“으으..”


다른 오크들이 기겁했다.

생고기도 씹어먹는 것들이..

그나저나..


‘젓가락 좀 만들어줄걸 그랬나..’


주변의 나뭇가지 중 젓가락으로 쓰기엔 조금 두꺼운 것 두가지를 집어 손도끼로 깎았다.

야그나르의 손에는 딱 맞을 거다.


“자 이걸 이렇게 잡고 면을 집어 먹어봐.”


인간적인 시선에서 본 것이긴 하지만..

면 먹는 재미를 알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옆에 삼겹살 구운 것도 같이 집어서 먹어.”


젓가락질 시범을 보이곤 야그나르에게 건넸다.

조금 어색해보였지만 젓가락질을 곧잘 하더니 삼겹살까지 집어 비빔면과 함께 흡입했다.


“후욱-! 너희들 안 먹을거면 내가 더 먹도록 하지. 우하하! 이 면이란걸 먹으니 입맛이 돋는구만.”

“역시 더울 땐 이렇게 새콤하고 매콤한게 최고거든. 야그나르 나랑 둘이 먹자.”


후루룩-! 후룩-!


삼겹살을 집어먹던 오크들의 손이 점점 느려졌고, 두 귀는 면치기 소리에.

두 눈은 비빔면에 꽂혔다.


“크흐! 입 안이 얼얼하구만 쓰으읍..!”

“조금 매콤하지? 여기 물 마셔.”


매운 맛에 대한 경험이 없을 것 같아 떠 놓은 물을 인벤토리에서 꺼내 건넸다.


“혀가 왜 그런지? 독이 든 건 아니겠지?!”


녀석들은 분명 밭에 고추도 키우고 있다.

고추장으로 만든 양념이 어색해서일까?

아니면.. 야그나르가 유난히 매운 맛에 약한 걸지도.


“야그나르 너 매운거 못 먹어?”

“매운거? 매운 걸 왜 먹지?”

“그럼 밭에 고추는 뭐야? 그거 먹어보니까 맵던데.”

“뭐?! 그걸 먹었어? 너 괜찮은 거냐 진우?!”


청양고추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조금 더 매운 수준일 뿐인 고추다.

그냥 먹기에 맵긴하지만..


“그리고 이 양념은 그걸로 한 거 아냐 덜 매운건데.”


비빔면 양념은 얼마 남지 않은 내 양념가방에서 꺼낸 고추장이다.

청양고추로 만든 게 아닌 시판 제품.


“아무렇지 않은가 보군.. 그 매운 것을 견디다니.. 준우 너도 전사의 자질을 갖추었구나.”

“뭔 소리야, 고작 고추 먹는게 무슨..”

“고작이라니? 고추는 옛부터 우리 오크들에게 아주 중요한 채소다.

“그래?”


야그나르가 꺼낸 얘기는 아주 가관이었다.


“그 매운 고통을 이겨내는 것은 오크 전사가 되는 성인식의 가장 큰 부분이지.”

“고추 먹으면 성인식을 통과하는거야?”

“물론 고추를 한 입 베어물었을 때의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지.”

“별게 다··· 고추를 몇 개나 먹길래?”

“무슨 소리냐!”


옆에 있던 오크 하나가 깜짝놀라 앞으로 나섰다.


“고추는 한 입만 먹어도 우리의 생사가 오갈지도 모르는···!”

“어..?”


너무 진지하게 화를 내자.. 웃을 수 조차 없었다.


“우리 오크들보다 훨씬 약한 네가 고추를 먹을 수 있다고? 어디 우리 앞에서 먹어봐라!”

“뭐.. 그래..”


왜 이리 발끈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몰라 챙겨둔 고추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걸 왜 들고 다니는 거지?”

“우리나라에선 식사 중에 하나씩 먹기도 해.”


심지어 나는 한국인 중에서도 매운 맛을 잘 먹는 편이다.

꽤나 맵부심까지 있다.

청양고추 하나쯤이야.


“왜? 막상 손에 들고나니 겁이나나? 벌써 손 끝이 아려와?”

“그만해라.”

“아..야그나르 하지만..”

“준우는 우리의 손님이다 잊었나?”


야그나르가 흥분해서 떠들어대는 오크를 뒤로 물렸다.


“준우.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자네의 말을 믿..”

“아삭-!”

“준우!!”


고추를 한 입 베어물었을 뿐인데.

야그나르의 표정이 아주 심각해졌다.


“아삭-! 왜? 그냥 고추잖아.”

“자넬 여기서 잃을 순 없네! 그만!”

“야그나르 무슨 소릴 하는거야. 그냥 고추라고 식재료일 뿐이야.”

“우린 이 고추를 성인식 외에도 누군가에게 벌할 때 쓴단 말이다.”


야그나르가 황급히 내 손을 막으려 했지만,


“하나 더 있어. 아삭-!”

“허어—!!”


두개의 고추를 그 자리에서 먹어치웠다.

물론 맵기야 했지만..

딱히 고통스럽진 않다.


“전사시여!”


야그나르 뒤에있던 오크들이 전부 무릎을 꿇었다.

그리곤..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준우형님.”

“왜 이래 다들.. 고추 좀 먹은 것 가지고. 니네도 하나 줄까?”


고추를 하나 내밀자, 오크들이 벌벌 떨었다.


“아닙니다.. 우리는..”


이유야 잘 모르겠지만 녀석들은 고추를 무서워하는 듯 했다.


‘고추 따는 녀석들은 괜찮던데..”


아마도 먹는 것만이 무서운 모양.

어찌됐든 나를 돕는 녀석들이 불편해하기에 고추를 품에 넣었다.


“야그나르 이 국수는 먹을 만 했지?”

“혀에 살짝 통증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묘하게 중독되는 맛입니다.”


고추 좀 먹었다고 내가 오크들에게 하늘이 되었다.


“너 갑자기 존댓말 쓰지마 어색해.”

“예···아.. 그래 그러지.”


녀석들이 매운 맛에 약한건지 고추를 싫어하는건지 알아야 한다.


‘차질이 생기겠는데..’


그 매운 고추로 고추가루와 고추장까지 만들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되면 매운 놈을 빼고 풋고추만 골라 말려야한다.


“어쨌든 이건 괜찮다는거지?”

“예..아 그렇네.”

“그럼 다들 국수 불기 전에 먹어라.”

“예!”


모든 오크가 그릇을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한 듯 다가오지 못했고..

이번에도 야그나르와 내가 먼저 국수를 먹었다.


“후루룩-! 후룩!”


말 없이 비빔면과 구운 삼겹살 한점을 함께 집어 한 입에 넣었다.


“후루룩!!”


조용한 마을에 면치기 소리만 울려퍼지자..


“츄릅!”


오크들이 침을 흘리며 서서히 각자 국수에 눈이 꽂혔다.


“고민말고 먹어요 다들.”

“예..”


그제야 오크 중 가장 어려보이는 녀석이 그릇을 내밀었다.


“잘 먹겠습니다.”


녀석이 먼저 자리를 잡고 국수를 입에 넣었다.


“후룩! 왁! 매워!”


반응을 보자 오크들이 다시 겁을 집어먹은 듯 멈칫했다.


“후루룩!후룩!


그럼에도 녀석의 면치기는 멈추지 않았다.


“후아!! 진짜 맛있어요. 저 더 먹어도 돼요?!”

“안돼! 저부터 주세요!”


막내의 반응을 본 오크들이 다같이 달려들었고, 비빔칼국수와 삼겹살은 금세 동이 났다.


“더 맛보고 싶구만..”

“끄어억.. 내 생애 고기보다 맛있는 건 처음 먹어보는 것 같아.”


다행히 고추장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그 자극적인 빨간양념에 버무려진 야채와 탱글한 면발이 고소하게 구워진 고기를 감싸안은 채 입안으로 들어올 때의 그 뭐라고 했지 준우?”

“감칠맛이요.”

“그래 그 감칠맛이라는 것이 요동을 친다고!”

“저도 더 드리고 싶지만, 아쉽게도 재료가 부족해요.”


야그나르에게 마을 밖 야생 밀에 대해 설명했다.


“그런 것이 있었다니. 그 씨앗을 주면 크룰크에게 키워보라고 하지.”

“크룰크?”


잊고 있었다.

드레이니에 처음 왔을 때.

족장의 수족처럼 붙어있던 긴 수염의 오크.


“그 오크가 우리 농사의 전반을 책임지고 있네. 아주 전문가야.”

“그래?”

“밭의 모든 농작물을 그가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생각 못했다.

그저 다같이 관리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확실한 담당자가 있었다니.


“그가 새로운 작물을 키울 수 있을까..”

“크룰크라면 믿고 맡겨도 되네. 그래서 이 면은 더 없다고?”

“아..응..”

“할 수 없지! 맛있는 식사를 위해 다시 일하자고!”

“예!”


비빔면과 고기를 한점도 남김없이 모두 비운 오크들이 잘 깎은 돌을 저마다 두개에서 최대 여섯개씩 날랐다.


“저..저거 하나에 몇키로나 될까.”


돌 두개면 내 몸통 정도의 크기다.

그런걸 여섯개나 들어올리는 야그나르 그는.. G.O.A.T


[ 새참을 먹은 오크들이 만족합니다. ]

7/7

[ 퀘스트 완료 보상이 주어집니다. ]


모든 오크가 새참을 먹었다.


[ 보상을 선택하세요. ]

1.후각의 1% 회복.

2.24시간동안 후각 완전 회복.

3.보리 10Kg


이번에도 보상은 선택하는 방식이다.

1-2번은 익숙하고..


“뜬금없이 보리는 뭐야?”


밀을 발견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

보리로 할 수 있는 요리들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밀로도 가능하다.


“야그나르 혹시 밭에 보리도 있어?”

“보리? 글쎄.. 나는 못 본 것 같군.”


밭을 둘러봤을 때.

보리는 보지 못했다.


“퀘스트 보상이면 최상품으로 주려나..?”


밀을 얻긴 했지만, 상태가 좋지는 않다.

질 좋은 보리가 있으면 분명 더 나은 음식을 할 수 있을지 몰라.


후각 10퍼센트를 회복한 결과 1퍼센트로는 차이도 없을거다.

당장 하루 냄새를 맡아 요리를 해도 오크들이 느끼는 차이는 크지 않겠지.

게다가 10키로라니.


“보리로 할게.”


[ 인벤토리에 10KG의 보리가 지급됩니다. ]


바로 보리 한 묶음을 꺼내 확인했다.


“어..? 시발..!”


보리의 상태가 좋음에도 욕이 절로 나왔다.

방금까지 어떤 보리요리를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다 의미가 없어졌다.


“하필 두줄보리네..”


다른용도로 사용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두줄보리는 대체로 맥주용이다.


[ 이 세계 최초의 맥주를 만드세요.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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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오크에게 국밥을 끓여줘봤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 드레이니에 온 추가 병력 24.04.29 254 13 12쪽
14 드워프 꼬시기 24.04.28 260 13 11쪽
13 두번째 정착민 24.04.27 259 14 11쪽
12 요리사의 자급자족 +1 24.04.26 266 14 11쪽
11 최고의 보리음료. 24.04.25 276 11 11쪽
» 최초의 음료 만들기 +1 24.04.24 274 13 12쪽
9 내가 너를 구해줄게. 24.04.23 285 8 13쪽
8 석빙고를 부탁해! 24.04.22 309 14 14쪽
7 오크족 단체급식. 24.04.21 326 14 13쪽
6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 24.04.20 330 14 13쪽
5 오크 마을의 분위기. 24.04.19 337 17 13쪽
4 농사짓는 오크. +1 24.04.18 353 15 12쪽
3 오크야!! 밥 먹어라! +1 24.04.17 383 16 12쪽
2 이세계에서 살아남기. +2 24.04.16 398 18 11쪽
1 후각상실 지셰프 +1 24.04.15 516 1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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