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천문(檀天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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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최근연재일 :
2024.09.1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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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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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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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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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8-2

DUMMY

“휴우~”


다행히 보자기와 옥패는 그대로 있었다.

허벅지에 찬 검은 단도 역시 단단히 동여맨 상태 그대로 있었다.


그는 깨진 옥패를 서둘러 목에 걸고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는 객실로 돌아왔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못 찾았어?" "응!"


시작부터 운명의 은패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팽욱의 심각한 표정에 함께 걱정하던 두 친구, 나원평이 수습에 나섰다.


"별일 아닐 거야, 혹 집에서 갖고 나오지 않은 것은 아니지?“

"야! 내가 그렇게 멍청해 보이냐!"


그의 질문에 퉁명스럽게 튀어나온 반발.

말을 쏴붙이기 무섭게 벌컥 방문을 열고 나가는 팽욱, 평소 씩씩하게만 보였던 그의 축 처진 모습에 나원평은 경솔했음을 깨달았다.


"이번엔 원평, 네가 잘못한 것 같다. 사과해라.“

“그래, 그래야겠다. 후~!”


나원평은 녀석의 날카로워진 태도에 무슨 내막이 숨겨져 있음을 직감하고 곧바로 따라 나왔다.


‘털털한 녀석이 저리 예민하게 나오는 이유가 뭘까?’

"야! 욱! 내가 잘못했다. 미안하다."

"아니야! 됐어··· 내 불찰로 잃어버렸는데 뭐···."

“야!!”


힘없이 주점 문을 나선 팽욱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터덜터덜 앞서 걸어갔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두 친구 역시 계산을 마치고 서둘러 뒤를 따랐다.


"할아버지 잘 먹고 잘 자고 갑니다, 다음에 또 들를 기회가 생기면 찾아뵙겠습니다!"


나원평과 혁린천이 큰 소리로 인사하자 문 앞에 서 있던 늙은 주인장이 걱정 어린 목소리로 두 사람을 붙들었다.


"사람들이 모이면 출발하지 그러는가?"

"시간이 없어서요."

"저 천둥 산을 넘으려면 최소 열 명은 모여야 위험하지 않아!"

"언제 다 모이겠어요, 염려해주시는 건 고맙지만···."


진심 어린 걱정에 고마웠지만 그렇다고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실력이 뛰어나다 할 수는 없지만 셋 다 어느 정도 무술을 익혔으니 무림고수가 아니라면 그리 호락호락 당하지는 않으리란 생각에 노인을 오히려 안심시키며 잰걸음으로 쫓았다.


"야! 인마! 혼자 가면 어떻게 해!"


그사이 백여 장의 거리까지 간 것을 보니 잃어버린 물건에 대한 애착이 상상 이상으로 컸던 모양. 둘은 잰걸음으로 따라붙었다.


"할아버지가 붙임성도 좋으시고 재미있으신 분이야, 앞으로 갈 길도 먼데 저렇게 좋은 분들만 만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 좋은 분 같긴 한데··· 아까 뒷간에 갔을 때 어디서 짹짹 소리가 들려 보니 비둘기 집이 있더라. 귀여워서 만지려 했는데 언제 왔는지 곁에 오신 할아버지가 대뜸 정색하며 못 만지게 하더라. 농도 잘하고 살갑게 대해줘 편했는데 갑자기 딴 사람 같아 이상했어. 혹, 그것 혼자 몰래 잡아먹으려다 들킨 건가?”


“린천! 너도 참, 별것 다 관심이 많다.”

“흐흐, 그런가.···”

"욱아! 마른 육포하고 물, 챙겼냐?"


실망감에 축 처진 친구를 위로한다며 쓸데없는 잡담을 늘어놓는 녀석들, 그런 둘을 바라보는 팽욱, 그사이 그늘이 많이 걷어진 듯 보였다.


자신을 위해 발 벗고 나선 친구들인데 이런 일로 장도에 부담을 줄 수 없어 애써 밝은 표정으로 씩씩하게 답했다.


"물론이지."

‘자식! 저러니까 내가 좋아하지···.’


나원평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가 사라졌다.

셋은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맘껏 들이마시며 서로 어깨동무하고 호탕하게 웃었다.


“야! 욱! 걱정하지 마! 우리가 잃어버린 은패 대신, 너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게! 알았지! 하하하!”


사실 팽욱이 찜찜한 건 그까짓 물건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물건 하도 거창하게 말했기에 부모 말씀을 거역할 수 없어 챙겼던 것은 사실이나 이십이 어쩌고저쩌고하는 말, 믿음이 가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아침에 목격했던 두 괴승의 무시무시한 눈빛, 깊이를 알 수 없는 무저갱의 그 눈빛은 뇌리에 깊이 각인되어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다.


마치 다가올 불행을 예견하는 것처럼. 일각 정도 걸었을까, 짙은 녹음과 함께 오르막길이 시야에 들었다.


그 위로는 짙은 안개로 인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 뭔지 모를 불안감에 셋은 즉시 가던 걸음을 멈췄다.


아직 해가 중천에 떠 있을 시간이지만,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뿌옇다.


지저귀던 산새와 벌레 울음소리는 이미 뚝 그쳐 괴괴한 적막감만 흘렀다.


"앗, 따가워!"


이때 갑자기 팽욱이 비명을 질렀다.

경계하며 노려보던 순간 미세한 소리와 함께 팔뚝이 대침에 찔린 것처럼 따끔하고 아파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던 것. 지독한 통증에 즉시 팔꿈치를 살폈다.


아무 흔적도 없다.

그의 비명에 즉시 달려온 원평이 상세를 살폈고 혁린천은 등의 도를 끌러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비명이 컸기에 비수에 찔린 게 아닐까 놀랐지만 별 이상 없는 외관에 안도의 숨을 내쉰 원평. 아무 표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팽욱은 통증이 가시지 않는지 찌푸린 인상을 풀지 않았다.


“저기, 괴승!”


주변 경계에 몰두하던 혁린천이 빽 소리쳤다.

그의 외침에 빠르게 돌아간 두 사람의 고개.

엇박자로 뛰는 늙은 괴승의 꾸부정한 뒷모습이 부릅뜬 두 사람의 눈에 두 개의 점이 되어 날아왔다.


"아미나불!"


빠른 속도로 멀어지는 그들에게서 아스라이 들리는 거북한 괴불호. 즉시 소리 지르며 쫓아 달렸다.


죽을힘을 다해 백여 장 이상을 좇았으나 오리무중, 흔적조차 발견 할 수 없었다.


자신 역시 이젠 심법과 신법을 수련, 보통 사람보단 배는 빠르다 자부했는데 허튼 자만심인 셈이었다.


뒤이어 도착한 둘.


"네 말대로 무림고수들인 것 같은데 어떻게 된 일이지?"


셋은 텅 빈 관도를 넋을 잃고 바라봤다.

어릴 적에 보고 두 번째 직접 목격한 무림고수, 사람 능력으로 어떻게 저렇게 빠르고 신속한 이동이 가능하단 말인가?


저들이 자신들의 목숨을 취하려 마음먹는다면 그건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울 것이란 생각에 순간 겁이 덜컥 났다.


셋은 이제야 자신들이 아무도 보호해 주지 않는 허허벌판에 덜렁 던져졌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두려움을 애써 누르며 나원평이 입을 열었다.


"주점에서도 도깨비처럼 행동해 혼란스럽게 하더니··· 혹 욱이 은패를 저 괴승이 갖고 간 것 아닐까?"


"신법으로 보아 절정고수가 분명한데 그깟 하찮은 은패가 무어라고 빙빙 돌아 가져갔겠어. 그냥 빼앗으면 훨씬 쉬울 텐데."


말을 주고받는 두 사람, 혹시라도 무슨 비밀이 있으면 밝히라는 듯 팽욱의 눈치를 살폈다.


만일 없다면 저런 고수가 왜 우리 주변을 맴돌까?

의혹 어린 두 친구의 눈빛이 부담스러운 팽욱.

절대 발설하지 말라 했기에 입이 근질거렸지만 열 수는 없었다.


그리고 사실 은패에 어떤 내력이 숨겨 있는지 자신 역시도 잘 모르지 않는가?


그런 상황이니 뭐라 얘기할 것도 없고 유일하게 아는 것이라곤 노도사와 아버지가 말한 믿을 수 없는 말뿐인데 그걸 말하다 보면 자연 자신이 다른 무공을 익혔다는 사실을 말해야 할 것이고 그리되면 도사와의 약조 또한 어기게 되는 것이니.


“그깟 은패, 대단한 건 아니야 다만 어릴 때부터 차고 놀았던 거라 남다른 애착이 있어서 그랬던 거지···.”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

“아마도 그 스님. 은패가 탐이 났던 모양인데··· 잘 가져갔어! 아무 쓸모도 없이 무겁기만 했는데···.”


주절주절 변명하는 그를 두 사람은 물끄러미 바라봤다.


반복된 변명이 영 수상했지만, 꼬치꼬치 캐묻지 않기로 했다.


다만 갑자기 나타나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사라진 두 괴승의 정체가 무엇인지 답답할 따름. 어색한 분위기를 돌리려 팽욱의 팔목을 이리저리 만지며 나원평이 물었다.


“뭐에 쏘였다는 팔은 어때!”

“아이쿠!”


악 비명을 지르는 팽욱 머리털이 쭈뼛 설 정도의 극심한 통증. 비명에 당황한 친구는 급히 잡았던 팔을 놓으며 눈치를 살폈다.


“미, 미안!”


무슨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듯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 자신도 모르게 지른 비명에 멋쩍었던 팽욱은 휘적휘적 아무렇지 않다는 듯 팔을 흔들며 앞장서 산길을 올랐다.


“야! 정말 괜찮은 거야?”


다시 쫓아오며 소리치는 친구를 향해 손사래를 쳤다.

그리고는 입을 꾹 닫았다. 묵묵부답.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어쩌지··· 아빠 엄마가 잃어버리지 말고 꼭 챙기라 했던 물건들인데 후~ 어처구니없이 잃어버렸으니···’


생각할수록 찜찜하고 언짢은 기분.

팽욱은 품속에 있는 보자기와 목에 건 옥패, 동곳과 단도를 마치 순례하듯 만지작거리며 확인, 또 확인하며 걸었다.


하지만 자꾸만 떠오르는 괴승들.


‘은패를 왜, 가져갔지? 혹 다른 곳에서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그 스님들 외엔···.’


고개를 수십 수백 번 갸웃하며 걷고 또 걸으며 되뇌어봤지만 도무지 알 수 없는 일. 왜 처음 보는 자신을 매섭게 쏘아보았는지, 그리고 그따위 은패는 왜 가져갔는지. 오늘따라 은패가 걸려있던 목 언저리가 더욱 허전하고 씁쓸했다.


“야! 빨리 가자! 해가 벌써 중천이다. 어서!”


재빨리 쫓아온 둘은 그의 어깨를 툭 치고는 오히려 훌쩍 앞서 달렸다.


반드시 앞에 있는 천둥 산, 해가 넘어가기 전에 넘어야 한다.


천둥 산이 대단히 험하거나 높은 산은 아니지만, 개봉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험산 준령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산엔 한 둘씩 꼭 있는 자칭 산 주인들. 한, 두 명도 아니고 떼거리로 독수리 먹이 채 가듯 빼앗기 위해 요소요소 지키고 있었다.


따라서 해가 있는 낮 시간에 넘으려면 서둘러야 했다.

보통 사람은 산을 넘어 가는데 최소 10시진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나가는 사람이 어느 정도 모인 뒤, 넘기 시작하는데 무술을 익힌 이들이라면 3시진(6시간)이면 충분한 거리이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후~ 몸이 왜 이렇게 무겁지?”


오르기 시작한 지 한 시진쯤 지났을 때부터 찾아온 이상증세. 왜 이럴까?


두 친구를 따라잡기가 몹시 힘들어진 팽욱. 죽을힘을 다해 쫓았지만, 전혀 좁혀지지 않는 간극. 그렇다고 녀석들이 전력을 다해 질주하는 것도 아니건만 오히려 더 벌어지기만 했다.


‘하~아, 정말 미치겠네.’


답답해 죽겠는데 앞선 친구들은 뒤돌아보며 히죽히죽 웃었다.


진기는 모이지 않고 곡지혈은 자꾸 마비되어 꾸부리기조차 힘들었다.


뭘 잘못 먹었나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고 오른팔로 아픈 왼팔을 계속 주무르며 쫓아갔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점점 무거워지는 걸음에 등에선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웃으며 놀리던 두 친구는 뒤로 처지며 얼굴빛이 병자처럼 창백해지는 팽욱의 이상증세에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판단, 즉시 멈춰 서 상세를 살핀 뒤 쉴만한 장소를 물색했다.


"아, 저기! 저기가 좋겠다!"


50여장 떨어진 언덕 위, 수백 년은 됨직한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눈에 띄었다.


큰 그늘에 덥지 않고 사람이 누울 만큼의 넓은 공간도 있어 보살피기엔 적합해 보였다.


혁린천이 부축하고 서 있는 동안 나원평은 마른풀을 뜯어 누울 자리를 마련한 뒤 물었다.


"어디가 이상하냐?"

"응! 처음에는 왼쪽 곡지혈(팔굽)이 쩌릿쩌릿, 팔을 쓰지 못하겠더니 시간이 갈수록 왼팔 전체로 번져 지금은 상체 왼쪽 대부분이 마비돼 꼼짝하질 못하겠어."


"어디 한번 보자"


나원평은 팽욱의 왼쪽 팔 맥문을 잡고 맥박과 혈압을 확인했다.


"어? 이상한데 왼쪽 팔로 피가 돌지 않아, 맥박도 잡히지 않고 혈압도 약한 것이 왼쪽 혈맥 대부분이 꽉 막혀 있어!"


걱정에 목소리마저 떨렸다.


"욱아! 차분히 진기를 운행시켜 뭐가 문제인지 확인해봐!"

"으으음, 아, 알았다."


친구들 눈치를 보며 천무구양신공의 심법 운용 자세로 진기를 돌렸다.


단전에 모였던 진기는 아무 이상 없이 자신의 의도대로 막힘없이 흘러갔다.


원활하게 흐르던 진기는 곡지혈에 이르러 갑자기 콱, 막힌 듯 꿈쩍하지 않았다.


직후 피가 거꾸로 솟는 충격이 전신을 쩌릿하게 했다.


“와악!!”


외마디 비명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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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11-1 24.08.09 211 11 12쪽
80 제 11 장 깨진 반쪽 옥패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고 +1 24.08.08 234 10 15쪽
79 10-10 24.07.31 230 10 13쪽
78 10-9 24.07.30 204 9 12쪽
77 10-8 24.07.29 209 8 12쪽
76 10-7 24.07.27 219 9 11쪽
75 10-6 24.07.26 216 9 12쪽
74 10-5 24.07.25 226 9 12쪽
73 10-4 24.07.24 235 8 14쪽
72 10-3 24.07.23 229 8 12쪽
71 10-2 24.07.22 232 8 13쪽
70 10-1 24.07.20 244 8 11쪽
69 제 10 장 단천문 무공 24.07.19 254 8 13쪽
68 9-5 24.07.18 229 8 13쪽
67 9-4 24.07.17 225 8 16쪽
66 9-3 24.07.16 220 8 12쪽
65 9-2 24.07.15 233 6 17쪽
64 9-1 24.07.13 228 7 12쪽
63 제 9 장 친구야! 어떻게 해야 하냐! 24.07.12 237 8 11쪽
62 8-9 24.07.11 238 8 12쪽
61 8-8 24.07.10 240 7 12쪽
60 8-7 24.07.09 244 9 14쪽
59 8-6 24.07.08 260 8 15쪽
58 8-5 24.07.06 238 9 13쪽
57 8-4 24.07.05 249 8 12쪽
56 8-3 24.07.04 250 8 12쪽
» 8-2 24.07.03 262 8 13쪽
54 8-1 24.07.02 277 8 12쪽
53 제 8 장 엉뚱하게 휘말린 싸움과 헤어짐 24.07.01 289 8 12쪽
52 7-8 24.06.29 284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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