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천문(檀天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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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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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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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0-10

DUMMY

많은 부분이 삭아 내용이 완전하진 않았으나 대략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엔 어려움이 없는 설계도였다.


역시 예측대로 용암 분출로 발생한 천연 동굴의 구조를 이용, 형태를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만든 거대한 구조물이었다.


그가 처음 나왔던 곳을 기준으로 나선형으로 올라왔으며 석조 좌상이 중심축이었다.


전체의 기관을 움직인 것은 처음 보았던 엄청난 수압과 산 아래 온천수를 이용해 만든 것으로 중간에 빠져나갈 출구는 없으며 처음 들어왔던 곳을 통해 나가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기록되어있었다.


5대 문주 할아버지 또한 적의 암수에 빠져 쫓기다 수십의 문도들과 함께 피신하던 중 천연 동굴을 발견, 잠잠해지길 기다렸으나 집요한 추적에 안으로, 안으로 도피하다 결국 갑자기 터진 화산 폭발에 지하구조가 바뀌면서 입구가 봉쇄되어 빠져나가지 못한 채 죽음만을 기다리던 때 갖고 온 민족자산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기관장치를 만들고는 천기에 따라 찾아올 후손을 기약하며 한 많은 인생을 접어야 했다는 기록.


최후의 2인인 흑천군(黑天君)과 백천군(白天君)은 돌아가신 문주를 무덤에 안치시킨 뒤 남은 수하와 함께 석조 좌상과 제대를 만들어 영령을 위로하고 자신들이 심득한 무공과 단천문 대대로 내려오는 비기를 심령조화대법이란 전이심술(專移心術)에 담음과 동시에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심령수(心靈水)를 벽곡단과 함께 입구에 놓아두어 마시게 함으로써 청동 인형과의 대련을 생동감 있게 만들어 둔 것이라는 이야기도 적혀 있었다.


아무런 표기가 없어 궁금했던 각 관문에 명칭도 알게 되었는데 제1관문 즉 처음 물을 넣고 열었던 곳은 자질(資質)의 문으로 타고난 성품과 소질, 그리고 일정수준 이상의 내공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곳이고 제2관문은 지혜(知慧)의 문으로 알고 있는 지식을 얼마나 슬기롭게 응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지 보기 위한 관문이었으며 제3관문은 무예의 문으로 권장과 신법을 익히도록 했으며 제4관문은 환상의 문으로 검과 도를 이용한 상승 무예를 익히도록 한 수련의 장이라고 명기되어 있었다.


그러나 두 분도 예측하지 못했던 건 벽곡단이 썩어 못 먹게 된 것과 모든 고서(古書)가 소실되어 버렸다는 사실이었다.


이 때문에 그의 상태는 아사 직전, 부처님이 입적하기 직전과 같은 피골상접의 상태가 된 것이다.


어쩌면 곡기를 끊은 극한 상황에서 수련했기에 훨씬 이른 시간에 마쳤는지도 모르지만, 이걸 전화위복이라 해야 할까?


"처음 출발점으로 돌아가 탈출로를 찾아야 한다? 후~."


우르릉!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동굴이 크게 흔들리며 돌가루가 사방에서 분분히 떨어졌다.


무너져 내린 석실이 변형을 가져와 전체 구조의 균형이 무너진 모양이다.


초조해진 그.


"곧 무너질 것 같은데··· 어, 어디로 가야 하지?"


바닥이 움찔움찔 움직였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기세,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그는 다급히 설계도를 펼쳤다.


틀림없이 빠져나갈 출구가 기록되어있을 것이다.


떨어지는 돌을 보랴 도면을 보랴 정신없던 와중에 빨간 주사(朱沙)로 쓰인 출(出)자를 발견하고 즉시 확인했다.


그를 중심으로 대여섯 개의 갈래 길 중 우측 길.

거리는 10장 여. 위치와 형상이 도면에 명기된 것과 비슷하다.


“오! 저기! 가자!”


서둘러 고검과 기름종이를 움켜쥐고 막 걸음을 내딛는 순간, 파삭 뭔가 발에 밟혔다.


무시하고 가려다 문득 기름종이를 펼칠 때 떨어진 양피지를 생각해 내고 얼른 발을 뗐다.


발에 밟히며 쭈그러든 양피지.


콰콰쾅!


아래를 내려다보는 순간, 그새를 못 참고 우박 쏟아지듯 와르르 쏟아지는 돌 조각들. 앞뒤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그는 양피지를 즉시 집어 허리춤에 꽂고는 고검으로 떨어지는 파편을 쳐내며 전력을 다해 뛰었다.


다행히 아직 무너지지 않고 그대로 있는 비상 출구. 그가 통과하기 무섭게 무너져 내리며 꽉 막혀 버렸다.


아슬아슬 아찔한 순간.

0.1초만 늦었어도 큰일 날뻔했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짧은 숨을 토했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비상 출구 안쪽 역시 붕괴가 진행되며 돌조각이 쌓여 통로가 막히기 시작했던 것.


문제는 철인이 아닌 이상 거대한 돌덩이들을 맨몸으로 헤쳐갈 수는 없다.


'그래! 그 수! 그 수밖에 없다!'


문득 떠오른 장백마도검법. 붕괴의 힘과 패도의 힘 강력함에 있어선 용호상박 아닌가.


생각과 동시에 1식 대도견적세를 펼치며 신형을 날렸다.


순식간에 펼쳐지는 물샐틈없는 검망.

쏟아져 내리는 돌덩이들과 검이 닿는 순간 산산조각, 가루로 쪼개져 흩어지는 돌. 탄성을 터트릴 여유가 없었기에 계속 짓쳐 들며 3장 여의 거리를 뚫고 가자. 겨우 앞이 보였다.


이 정도의 엄청난 위력일 줄, 상상도 못 했다.

흑의인과 대결 때는 허상, 허풍이라 여겼다.

하지만 눈으로 확인한 위력,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스스로 놀라 멍하고 있는 순간 두둑, 콧등을 때리는 돌조각에 정신 차렸다.


“아! 아, 이런 바보! 정신 차려! 어··· 어!”


겨우 드러난 공간마저 또 막히고 있었다.

시커먼 공간, 설계도만을 믿고 무조건 뛰어든 그. 선택의 여지가 없기에 몸을 던졌지만, 눈앞에 확 와 닿는 칠흑의 어둠이 순간 두려웠다.


주르륵!

뚝 떨어질 것이라 대비했는데 그나마 다행히 약간 경사진 미끄러운 바닥, 겨우 사람 하나 빠져나갈 공간에 몸을 얹기 무섭게 그의 몸은 빠른 속도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워낙 오랜 시간 사람의 왕래가 없었던 곳인지라 거미들의 천국이 되어버린 비상구는 수만 가닥의 거미줄 천국이 되어 몸을 칭칭 감았다.


워낙 많은 거미줄, 끈적끈적 호흡마저 곤란해 정신없이 떼어내며 내려갔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에 혼이 나갈 것 같았다.

시선을 떼지 않았다.

거의 직각 상태로 떨어지던 터널이 45도의 경사로 바뀌며 속도가 갑자기 현저히 떨어지며 둔화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쿵쿵 들려오는 익숙한 물소리, 처음 공간에서 출구를 찾으며 들었던 그 소리다.


소리는 점점 커졌다.

거의 도착한 듯싶은 상황에 두 발과 팔을 최대한 벽에 대, 마찰을 통해 속도를 줄였다.


“저거 뭐야! 돌?”


희미한 빛이 비쳐드는 끝에 돌무더기가 막고 있었다.

쌓인 곳을 뻥 차는 순간 뚝 떨어지는 그의 신형, 무려 10장에 이르는 높이였다.


미리 대비했기에 경신술로 무리 없이 착지한 그는 장소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처음 동굴에 빠지며 깨어났던 바로 그 죽음의 장소였기 때문이었다.


“오오!”


그러니까 희미한 빛이 들어온다고 여긴 곳은 작은 돌로 메워진 비상 출구였던 셈이었다.


결국, 처음 장소로 다시 돌아오게 된 그, 얄궂은 운명의 장난에 한숨이 나왔다.


저벅저벅 걸어 무릉도원에 걸터앉았다.

오랜 시간 돌고 돌아온 곳이 처음 출발했던 바로 그 출발점이라니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었다.


“후~우! 그것참, 이곳이 출구였던 건 무슨 이유가 있을 거야.”


그사이 달라지거나 얻은 것은 뼈만 앙상하게 남은 몸과 언제 써먹을지 모를 낡은 고검 한 자루.


아, 허리춤에 황급히 끼워 넣은 양피지.

다시 원위치 되며 돌아왔다는 사실에 양피지 챙겨온 걸 까마득히 잊었다.


일단은 허기부터 채우는 게 급선무. 익숙한 장소였기에 어려움 없이 갈증과 허기를 채우자 졸음이 미친 듯이 쏟아져 기절하듯 잠에 빠졌다.


똑똑!

떨어지는 물소리에 퍼뜩 잠에서 깬 그.

다시 출구를 찾기 위해 고민했다.

혹, 선조께서 만드신 출구가 시신들이 모여있는 동굴의 막혔던 끝이 아닐까 생각했다.


“흠, 거긴 돌로 꽉 막혀 도저히 나갈 구멍이 없었는데···”


예전엔 경황이 없었던데다 무예 수준 역시 낮았기에 포기했지만 이젠 도구도 있고 힘도 있으니 얼마나 막혀 있는지는 몰라도 인위적으로 막았다면 깊이는 깊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통과했던 자질의 문은 내측으로 들어가는 입구, 그리고 저들이 죽어있는 곳은···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입구, 틀림없어.”


즉시 동굴로 갔다.

그땐 이 사람들이 어느 시대 사람들이었는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다시 보니 선조들을 추적하며 쫓던 북주와 남주의 연합국 사람들이 분명했다.


막다른 곳에 가 작은 돌을 걷어내고 철옹성같이 막고 있는 큰 돌에 다가갔다.


돌로 벽을 때리며 귀를 대고 온 신경을 집중했다.


두우웅~!


북처럼 되돌아오는 소리가 맑고 짧다.

그렇다는 건 막힌 깊이가 깊지 않다는 말. 즉시 돌을 걷어내고 검으로 쳐 깨 내며 전진했다.


반장 정도 깨고 들어갔을까.

피식, 소리와 함께 구멍이 뚫리며 괴이한 냄새가 확 풍겨왔다.


“억! 이, 이건 독?”


마시자마자 어질한 것이 독이 분명했다.

다급히 입을 막아 독을 차단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깜짝 놀란 팽욱. 앞쪽보다 몇 배는 많은 시신이 서로 뒤엉킨 채 널브러져 있었다.


대부분은 처음 발견했던 곳의 사람과 같은 복식이나 몇몇은 머리에 꽂은 동곳과 다른 복식으로 미루어 선조 어른이 분명했다.


해골로 화한 손에 한결같이 쥐고 있는 것 그건 여기 내부에 가득 차 있는 독의 정체인 듯했다.


삼십여 장 들어갈 동안 발견한 해골만 수백, 한결같이 시퍼런 것이 독에 중독된 증상을 나타냈다.


끝에는 역시 무너진 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돌을 걷어내고 벽을 두들겨 확인하니 소리는 되돌아오지 않았다.


이걸 걷어내고 나간다는 건 불가능하다.

터덜터덜 되돌아오며 무엇을 위해, 왜? 이런 죽음을 맞이했을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결론은 절레절레 젓는 고개.


“선조 어르신··· 동귀어진한 거야. 저들을 여기로 유인한 뒤 출구를 봉쇄하고···. 이분들, 이분들이 지키고 싶은 것이 무엇이었기에···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내던져 희생했을까··· 후~우.”


또 가슴이 먹먹해지고 답답했다.

선조의 유산을 지키겠다고 후일 찾아올 후인을 지키겠다고.


또 찾아온 정신적 트라우마.

황급히 머리를 저은 그는 동굴에서 서둘러 빠져나왔다.

탈출, 결론은 하나다.


"처음 생각했던 그 방법, 물살을 헤쳐 빠져나가는 방법, 그것 외엔 여길 빠져나갈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것이구나···."


쫓기던 그분들, 일부는 자폭을 일부는 동귀어진을 그리고 일부는 스스로 갇히는 선택을 했다.

모두가 죽는 길.


‘왜, 그런 돌아갈 수 없는 외길을 선택했을까?··· 결론은 모든 안배를 실력으로 통과한 전인이 아니면 절대 비밀이 누설되지 않도록 함구하게 하려 했던 것이 아닐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무서운 분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그는 결국, 마음을 다잡고 탈출할 방법만을 생각해 내고는 실천에 옮겼다.


검을 허리춤에 단단히 동여매고 검집을 뽑아 밑에 구멍을 뚫어놓고 입구는 반쯤 들린 채로 막아 직접 물이 흘러들지 않도록 만든 다음 입에 붙이고 호흡을 해 보았다.


역시 생각대로 입구 쪽 덮개가 열리고 닫히면서 그럭저럭 숨 쉴 만했다.


"물살이 빠른 속도로 흐르니 몸을 거꾸로 하여 검집을 입에 물고 머리 위 방향으로 대면 머리와 몸에서 발생한 공기의 와류로 공간이 생기고 그 공간을 통해 숨을 쉬며 쓸려 내려가면··· 좋아!"


한시도 더 머물고 싶지 않았던 그는 준비가 끝나는 즉시 뛰어들었다.


생각대로 살을 에는 차가운 냉기가 뼛속 깊이 파고들었지만, 크게 향상된 내력에 냉기를 거의 느끼지 못했다.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빠른 속도에 차가운 물로 정신이 혼미해 왔지만, 역경을 이겨내며 굳세어진 심지는 그의 마음을 굳건히 잡아줘 괜찮았다.


정신을 잃기는커녕 시간이 갈수록 차분해진 그는 주변을 확인하며 내려가는 것이 가능했다.


두 식경 (30분)쯤 흘렀을까 고대하고 고대하던 굉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쿵쿵쿵!


“으웃!”


갑자기 쏟아져 들어온 밝은 빛이 눈을 찌르며 파고들었다.

눈을 질끈 감았다.

몸이 푹 꺼지며 떨어지는데 마치 하늘을 나는 기분이 들었다.

무려 30여 장 이상 떨어져 내렸다.


꽈꽈꽈꽈!


다른 사람 같으면 폭포의 굉음을 듣는 순간, 죽음의 절망을 느꼈을 것이나 그에겐 반대로 열렬히 환영하는 환호성처럼 들렸다.


신선하고 맑은 공기, 거꾸로 보이는 하늘은 파랗고 아름다웠다.


'아! 아름답다···!'


힐끗 돌아본 옆, 물과 햇빛이 만들어 낸 일곱 색깔 무지개가 그의 무사 귀환을 축복하듯 찬란한 빛을 뿌렸다.


먼 아래 작게 보였던 물웅덩이가 점점 커다랗게 확대되는 걸 웃으며 맞아 들였다.


풍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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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10-7 24.07.27 219 9 11쪽
75 10-6 24.07.26 218 9 12쪽
74 10-5 24.07.25 226 9 12쪽
73 10-4 24.07.24 235 8 14쪽
72 10-3 24.07.23 229 8 12쪽
71 10-2 24.07.22 234 8 13쪽
70 10-1 24.07.20 244 8 11쪽
69 제 10 장 단천문 무공 24.07.19 255 8 13쪽
68 9-5 24.07.18 229 8 13쪽
67 9-4 24.07.17 226 8 16쪽
66 9-3 24.07.16 221 8 12쪽
65 9-2 24.07.15 234 6 17쪽
64 9-1 24.07.13 228 7 12쪽
63 제 9 장 친구야! 어떻게 해야 하냐! 24.07.12 238 8 11쪽
62 8-9 24.07.11 239 8 12쪽
61 8-8 24.07.10 240 7 12쪽
60 8-7 24.07.09 244 9 14쪽
59 8-6 24.07.08 261 8 15쪽
58 8-5 24.07.06 238 9 13쪽
57 8-4 24.07.05 249 8 12쪽
56 8-3 24.07.04 250 8 12쪽
55 8-2 24.07.03 262 8 13쪽
54 8-1 24.07.02 278 8 12쪽
53 제 8 장 엉뚱하게 휘말린 싸움과 헤어짐 24.07.01 289 8 12쪽
52 7-8 24.06.29 285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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