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영웅들의 라이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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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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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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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어느날 3

DUMMY

전면전을 상정한 방어계획은 부임후부터 꾸준히 준비했었다.

어차피 놈들이 침공한다면 삼팔선의 1차 방어선은 막기 어렵다.


물론 개성이 이렇게 빨리 빼앗겨 전방부대의 타격이 심할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더는 거기에 연연할 틈이 없다.


전부터 뼈저리게 느끼지만 전쟁이란 괴물은 지독하게 현실적이다.


먼저 선빵을 맞았다해서 배를 부여안고 데굴데굴 굴러봐야 더 얻어터질 뿐이다.

숨이 탁 막히는 고통속에서도 팔을 들어 뒤따라오는 주먹을 막아야한다.


사단의 붕괴를 막고 서울 서쪽을 수성하기 위해서는 더이상의 자책은 필요없다.

팔로 가드를 들어 남은병력을 최대한 수습해 2선에서 틀어 막아야한다.


나는 말을 잠시 멈춘채 최광기 대령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는 아래턱을 긴장시키면서도 내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의 표정에서 느낄수 있었다. 그는 준비가 되어있다.


“1연대는 어쩌고 있는가?”


1연대는 사단에 남아있는 유일한 연대병력으로 그가 책임자다.


“전원이 군장을 꾸리고 트럭에서 대기중입니다. 명령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예비대였던 1연대는 지금 본부에 주둔중이다.

전쟁이 터지자 벌써 출동준비까지 마치고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결기있는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병력 상황은 어떻게 되는가?”


“오백 정도입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휴가간 인원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습니다.”


연대 병력은 보통 이천오백 정도다.

휴가와 외박으로 평상시의 20퍼센트밖에 없지만 최광기 대령은 굳센 결의를 보여주고 있다.


“좋아. 지금당장 문산으로 가라. 명심하라, 철교를 꼭 사수해야 한다.”


임진강은 천혜의 방어선이다.


적들이 개성을 지나 남쪽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임진강을 건너야 한다.

그 임진강의 유일한 교량으로 서울과 평양을 잇는 기찻길인 철교가 문산에 있다.


제 2방어선은 그런 임진강의 이점을 이용한 방어선으로 핵심은 2군데였다.

문산과 파평산.


철로는 문산읍에서 서쪽으로 강을 건넌후 개성을 거쳐 평양으로 향한다.

문산읍에서 서쪽으로 향한 철교를 지키는게 핵심이다.


“공병대은 임진강 철교에 폭탄을 매설한다. 시간이 촉박하다.”


다시 연대장과 눈이 마주쳤다.


“폭파 명령권은 그대에게 주겠다. 상황봐서 폭파하라.”


그리고는 잠시 머뭇거렸다. 머리엔 온갖 불길한 생각들이 떠나지 않지만, 최대령의 어깨를 짚고 힘주어 말했다.


“최대령, 알겠나? 2연대를 최대한 구해야한다.”


그나마 생존하여 후퇴하는 2연대 병력은 뿔뿔이 흩어져 철교를 건너기 위해 몰려오고 있을 것이다.


내말을 이해했는지 그가 진중한 눈빛을 보이며 거수하고 밖으로 나갔다.

부디 전호찬 대령이 부대를 무사히 건사해 후퇴하길 바랄뿐이다.


그의 뒷모습을 눈에담던 내가 몸을 돌려 상황실이 떠내려갈 정도로 크게 소리쳤다.

가까이에 있던 장교들이 놀란 표정이다.


“지금 제일 급한곳은 3연대다. 당장 3연대에 연락해서 파평산으로 후퇴하라고 하라. 파평산은 꼭 사수해야 한다.”


앞에 있던 인원들이 부산해졌다.

문산과 함께 또다른 2방어선의 요충지인 파평산 방면도 방비해야 한다..


“사단 인근의 부대와 연락은 어떻게 되고있나?”


서울 서쪽엔 여러 병과의 부대들이 산재해있다.


“육사 교도대와 보병학교하고는 연락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증원준비를 서둘러달라고 요청해 놨습니다.”


“지금 당장 출발하라고해. 3연대가 지연후퇴 할수 있도록 뒤를 받쳐줘야한다. 부족하면 사단차량을 전부 보내서라도 빨리 실어 나르도록 하라.”


3연대가 지키는 파평산은 서울 서쪽과 이어진 지역이다.

이쪽이 뚫리면 적에게 서울로 가는 티켓을 끊어 주는거나 다름없다.


또한 파평산은 문산으로도 연결되어있다. 적들이 철교로 진출하는 길목이기도 하다.


“사단장님 육본에서 연락입니다.”


통신대 소위가 수화기를 준다.


“한현입니다.”


“나 채학산이요. 그쪽 상황은 어찌되고 있소?”


채학산 중장은 육군 총참모장이다.

어제 모임에서 건배한지 불과 몇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사단 전체가 위기에 빠졌습니다. 개성이 적 수중에 넘어간것 같습니다. 2선으로 병력의 후퇴에 집중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사단장. 잘 들으시오. 지금 당장은 당신을 도와줄 수없소. 서울이 위험해졌소. 이 새끼들이 수백대의 탱크를 몰고 쳐들어왔소.”


“탱.. 탱크라 했습니까?”


“그렇소, 놈들이 어떻게 구했는지 알수 없지만 틀림없는 탱크 맞소. 아마도 일본이 남기고 간것 아니겠소? 그런데 문제는 바주카포가 무용이라는 것이요.”


참모총장은 일본육사 출신이다.

그나 나나 탱크에 대해서는 낯설지않다.


“포로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서울을 노리는 적의 주공은 세개 사단이오. 서울 우측과 중앙에서 밀고 내려오는 놈들이 문제요. 서울을 방비하는 7사단이 속절없이 밀리는 상황이오. 알겠소? 당신에게 신경쓸 여력이 없다는 소리요. 그리고 당신에게 특별히 부탁할 일이있소. 서울 좌측으로 내려오는 주공이 지금 당신앞에 나타난 놈이오. 미안하지만 지금 당장은 어떻게든지 버티시오. 나중에 후방에서 지원이 오면 보내주겠소.”


그가 수화기를 끊었다.


“탱크라니..”


설상가상 아닌가.

지금 남한엔 탱크라는게 있지않다. 일반 장교나 사병에게는 처음본 무기일 것이다.


수백의 탱크가 나타났는데 아군의 유일한 대전차 무기인 2.36인치 바주카포가 소용없다면 결과는 뻔한 것이다.


앞으로 무슨 수로 저 괴물을 막을 것인가?


만주에서 많이 본 풍경이었다. 일본군 탱크 몇대에 수천의 중국군이 힘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녹아 없어지는걸.


그정도로 탱크의 유무는 전쟁 판도를 완전히 뒤집는 것이었다.

칼에서 총으로 바뀐만큼이나 전쟁양상에 커다란 변화가 생길터였다.


지금 파평산의 3연대 앞으로 밀고 내려오는 놈들이 서울을 노리는 주공이라면 분명 탱크가 있을것이다.

참모에게 최대한 탱크 여부를 알아보라고 명령을 내렸다.


이때 부관 박성우 대위가 다가온다.

손에는 물잔이 들려있다.


“사단장님.”


컵을 받고보니 아직도 손떨림이 멈추지 않고 있는지, 잔속에 자잘한 물결이 일렁이고있다. 누가 볼까봐 벌컥벌컥 얼른 들이켰다.


혀의 감촉이 달콤한게 설탕물이다.

생각해보면 새벽부터 아직 입에 뭐가 들어간적이 없다.


“박대위. 지프 준비하라.”


“네.”


어쨌든 전쟁이 시작되었다.

사단의 운명이, 아니 국가의 존망이 내 어깨위에 달려있다.


절대 외면할수 없는.

아니 결코 외면하지 않을.

온몸으로 맞닥트려서 꿋꿋하게 버터야하는 거대한 전쟁.


이렇게 강렬한 내전쟁이 시작되었다.


“봉암천으로 가자.”


지프에 올라 운전병에게 말했다.

이젠 한시도 머뭇거릴틈이 없다.



.....



두 두 두 두


멀리서 기관총이 미친듯이 불을 토해내고 있다.

탄환이 주변의 지면과 건물을 정신없이 할퀴어내며, 돌과 화약의 파편들이 요란하게 터져 정신을 차릴수없다.


“니미럴..”


강평구가 탄식하듯이 욕하고 있다.

파편들 때문에 고개를 들수가 없다. 옆에있는 조장도 똑같이 고개를 처박고 있다.


주변은 이미 참혹하게 변해있다.

곳곳에 부서진 건물의 잔해가 시체와 섞여 붉게 물들여있고, 그나마 버티던 건물도 크고작은 구멍들로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 위태롭게 서있다.


5미터 떨어진곳, 미친듯이 터지고 있는 파편 사이에서 동료가 복부에 총을 맞은채 고통스러운 신음을 토하고 있다,


붉게 번진 겉옷위를 누르는 손이 핏덩이로 흠뻑 절여있다.

가쁜숨을 내쉬며 도움을 바라는 애절한 눈빛과 마주쳤지만, 구하러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조.. 조장!! 상식이를 어떻게..."


여전히 기관총의 파편이 폭탄이 터진것처럼 엄청난 위력으로 주변을 초토화 시키고 있다. 고개를 들 엄두도 못내고 조장에게 소리쳤다.


"시끄러!! 이 새꺄. 지금 네몸이나 구멍 안나게 조심해“


"니미럴, 니미럴..“


뭘 기대하고 한말이 아니었다. 조장의 거친 욕설에 반감이 들거나 서운할리 없다.

지금 그나 내가 거친 욕을 뱉어내는것 외에 뭘 할수 있을까.


한참을 꿈틀거리던 상식이는 말라 죽어가는 개구리처럼 점차 움직임이 둔해지더니 사지가 축 늘어져 버렸다.

평구를 보던 눈동자에 맺혔던 초점이 희미하게 사라져간다.


며칠전까지 같이 술잔을 기울이던 친한 동생이 저렇게 허무하게 죽었지만, 이상하게도 동료가 죽었다는 분노나 도움되지 못하고 무력하게 지켜만 봤다는 죄책감이 들지 않았다.


삶과 죽음이 의지와 상관없이 갈리는 전쟁터에서 동료의 죽음을 애도할 시간 따위는 없다.

감상에 젖어있다가는 순식간에 뒤따라 갈것이다.


“겁먹지 마라!! 공격해. 쏘란 말이야!! 지금 인근 경찰병력이 시내로 속속 모여들고 있다. 조금만 버티면 된다.”


뒤에 지역경찰 서장이 악다구니 쓰고 있다.


미친새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일제가 남긴 38식 소총으로 저 중기관총에 맞서라는게 말이 되는가.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서장놈 멱살이라도 잡고 싶어진다.


비상연락을 받은 철도경비대는 원래 적에게 피탈당한 기차역을 되찾는게 목표였다.


지금처럼 나라가 혼란한때 좌익의 무장봉기가 드문건 아니다.

또한 전방과 인접한 곳이어서 가끔 북의 게릴라들이 소규모로 출몰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리봐도 지금 저놈들은 정규군이다. 여태까지의 단순한 소요사태가 아니다.

이구역의 경찰과 함께 오십여명이 저항하고 있지만 버틸수 있을리가 없지않은가.


이미 도시 곳곳이 적들로 가득차 있다. 조금이라도 진격을 지체시키다 죽는것이 최선일 것이다.


콰! 콰! 쾅!


그때 옆에 있던 건물이 폭탄에 맞아 와르르무너진다.

나무와 흙으로 된 뼈대에 시멘트를 대충 덧칠한 오래된 이층 건물이다.

낡은 건물들은 가끔 강한태풍이 불때면 무너지기도 한다지만 그래도 그렇지.


“X새끼들 뭘 가지고 있는거야!!”


박격포 한방에 건물이 통째로 날아가버렸다. 남한에 있는 60밀리 박격포로는 절대 저런 위력을 낼수없다.


자욱해진 먼지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건물의 파편이된 커다란 돌멩이들이 여기까지 날아오고 있다. 건물 안팎에 있던 아군은 건물잔해에 깔려 죽었을 것이다.


“니미, 기관총 하나도 힘겨운데.”


적들은 이제 박격포까지 동원하기 시작했다.

전방에서 펑펑하는 박격포 소리가 연달아 들리더니, 또다시 땅이 흔들리며 커다란 폭음이 들린다.


강평구가 재빨리 고개를 돌려 뒤를봤다.

뒤쪽의 서장이 있던자리. 매캐한 먼지가 뒤덮인 곳에 더이상 서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니미....”


강평구의 얼굴이 참담하게 일그러졌다.



개성이 삽시간에 전화戰火에 휩싸였다.


개성시내 각처에서 시가전이 벌어지고 있다.

총소리와 기관총 소리, 그리고 각종 폭탄 터지는 굉음까지,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며 곳곳의 건물이 화염에 휩싸인채 검은연기가 솟아 올랐다.


한적하게 일요일 아침의 단꿈을 즐기던 시민들은 삽시간에 터진 포화의 위협으로 공포에 떨어야했다.

방문을 걸어 잠그고 숨죽인채 죽음의 손길이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애타게 빌뿐이다.


시간이 지남에따라 도시를 방어하던 병력이 남쪽으로 조금씩 밀려나자, 전장의 소음이 서서히 잦아들고 있다.


시내를 방어하는 병력은 경찰이나 민간의용대로, 평소에 치안이나 주요건물을 방비하던 역할인 까닭에 정규군과의 전투경험이 일천하다.


반면에 중국공산당의 팔로군 출신으로 수년간을 전쟁터에서 보낸 베테랑 부대인 인민군에 병력수와 장비, 전쟁경험등 모든 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았다.


분전하지만 속수무책으로 밀리는건 어쩔수 없다.


인민군들이 방어병력을 남쪽으로 밀어내며 어느새 도시를 장악하고있다.

이제는 변두리에서만 산발적으로 총소리가 들릴뿐, 시내는 인민군들이 장악했다.

다시 도시에 불안한 적막이 찾아왔다.


개성역에 인민군이 나타난지 불과 두어시간이 지나지 않는 시점이었다.





04. 문산파평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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