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영웅들의 라이벌기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공모전참가작 새글

뒤폰트
작품등록일 :
2024.05.08 11:25
최근연재일 :
2024.09.20 09:00
연재수 :
149 회
조회수 :
7,240
추천수 :
360
글자수 :
656,734

작성
24.05.09 09:05
조회
146
추천
6
글자
12쪽

조선인은 호락호락한 민족이 아니다. 1

DUMMY

프롤로그, 조선인은 호락호락한 민족이 아니다. 1



개성역.


인민군 6사단. 일명 만뇌사단의 사령관 진천부 소장이 개성에 나타났다.


역주변은 인민군이 빠르게 장악한 덕분에 전투가 벌어지지 않아선지, 별다른 피해없이 전쟁이 터지기전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호위대 전사들이 길과 골목 곳곳에서 삼엄하게 경계를 편탓에, 지나다니는 발길이 완전히 끊겨 죽은 도시처럼 변해버렸다.


무거운 얼굴로 주위를 경계하고 있는 군관들에게 둘러싸여 있지만, 사령관은 기차에서의 모습과는 달라보인다. 기분이 한창 들떠선지 하얀이를 드러내며 예전의 쾌활함을 다시 찾고있다.


시내에서는 아직도 총소리가 간간이 들리고있고, 멀리에 있는 하늘엔 곳곳에서 피어오른 검은연기가 흩날리고있다.


“그래, 남조선이라고 해봐야 다같은 조선땅아니냐. 별반 다를리가 없지. 그렇지 않아?”


흡족한 표정으로 인적이 끊긴 역주변을 둘러본다.

특히 길가에 일렬로 늘어선 가게들을 유심히 살폈다.


“음, 마침 출출한데 잘됐군. 자, 동무들 가자고. 밥은 먹어야지.”


주변 참모들에게 유쾌한 목소리로 말하더니 뒷짐 진채 성큼성큼 앞에 나선다.

뒤에 늘어섰던 군관들이 딱딱한 모습으로 뒤따르고 있다.


그를 둘러싼 기라성 같은 고급장교들 사이에 앳된 얼굴이 하나있다.

이제 갓 이십이 넘은 정치국원 홍천상 소좌(소령)는 모스크바대학을 졸업하고 사령부의 명령으로 사단에 배속된지 보름도 안됐다.


홍천상이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않아 뒤처지자, 누군가가 가만히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동무. 너무 긴장할것 없디. 처음이라 기러는기니 기죽지말라. 자 어서 가자우.”


그의 상관인 정치국원 김혁진 대좌(대령)가 인상좋은 아저씨처럼 웃으면서 말했다.


가게 몇개를 지나, 문밖 아궁이에서 맛있는 냄새를 풍기던 가게앞에 멈춰섰다.

전쟁이 터지자 솥에 끓이던 고기를 어쩌지 못하고 그대로 문닫고 숨은 모양이다.


그가 조심히 아궁이 위에 솥뚜껑을 들어 안을 들여다 보더니 코로 킁킁 냄새를 맡는다.

끓은지 꽤 됐는지 육수가 한참 졸여져 진한 향을 풍기고있다.


“호오~~ 냄새가 좋군. 들어가서 주인장 좀 불러오라.”


군관이 급히 가게안으로 들어가 주인노파를 끌고나온다.


“나리님들, 사.. 살려주십시오..”


군관에게 팔이 잡힌 상태로 끌려나온 노파가 자리에 주저앉아 무릎을 꿇고 빌고있다.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악귀같은 얼굴로 노려보고 있다. 눈이 마주치자 오금이 저려온다.


“이거 오해하고 있구만. 노인장, 우리는 압제로부터 불쌍한 인민을 해방시키러 온 사람들이오. 노인장처럼 선량한 사람을 죽이려는게 아니오. 그렇게 긴장할 필요없소.”


맨앞에 있는 자가 눈에 반원을 그으며 친밀하게 말한다.


노파는 어찌할바를 몰랐다.

도시가 포화로 인해 쑥대밭이 되고있다. 방안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눈과 귀를 가린 채 숨어있지만, 도시에 넓게 퍼지는 죽음의 공포를 노파도 그대로 느끼고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각종 무기로 중무장한 군인들이 살벌하게 쳐다보며 둘러싸고 있다.


그런데 저런 친숙한 말투가 나오다니.

그래서 더 무서운건지 모른다.


“노인장, 국밥 좀 내오시오. 우리가 새벽부터 쫄쫄 굶어서 말이지. 어떻소, 내올수 있겠소?”


여전히 천연덕스럽다.


“아..암요, 당연히 내드려야지요. 자.. 잠시면 됩니다요.”


잔뜩 떨리는 목소리로 연신 허리를 꾸벅거리던 노파가 군관에게 이끌려 다시 가게로 들어갔다.


“여기에서 먹도록 하지.”


그가 턱짓으로 길 가운데를 가리키자, 호위전사 몇이 안으로 들어가 식탁과 의자를 꺼내온다.


군관들이 주변을 호위한채, 남자가 가져온 의자에 앉아 거리의 이곳저곳을 호젓하게 살피고있다.

남한의 도시를 처음본 사람처럼 호기심이 가득하다.


그때 참모 하나가 다가와 보고한다.


“시내에서 저항하던 적이래 거의 소탕되어서리 도시를 완전히 장악했슴네다. 남쪽 외곽에서 진지를 구축하든 국방군 아새끼들도 괴멸상태이디요. 적은 뿔뿔이 흩어져서리 동남쪽으로 퇴각중임네다. 아마도 임진강 철교래 건너려는거 아니갔슴네까? 하지만 걱정마시라요. 5연대가 쫓고 있으니기니 건너기 전에 섬멸할수 있을검네다.”


무거운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참모 목소리만이 거리에 낭랑하게 퍼지고있다.


“독살부대래 힘을 내고 있기만기래.”


“흥, 기보다는 놈들이 턱없이 약한기디요. 죽일 가치도 없는 놈들임네다.”


그동안 침묵을 지켰던 참모 한둘이 무겁게 한마디씩했다.

부하들에 대한 자부심과 적에 대한 가소로움이 섞인 목소리.


“삼팔선 상황은?”


어느새 팔짱 낀 사령관이 다시 묻는다.


“모든 전선에서래 적들이 붕괴되았슴네다. 순조롭게 연대들이 밀고 내려오고 있다는 보곱네다.”


사령관이 갸우뚱거리며 생각에 잠기는듯하다.


“사령관 동지. 이번 작전이래 생각보다 더 무난한기 갔슴네다. 어떻슴네까? 이 기세로 좀더 세게 몰아치는기 말임네다.”


참모장 조태극이 조심히 말을 건넸다.


“음, 고래 일리가 있음매. 동지, 어쩌믄 만주때보다 더 쉬울거 같슴네다.”


“흥, 놈들이래 이리 허약할줄 알았갔시오?”


참모의 의견이 어느덧 하나로 모이고있다. 생각했던 것보다 남조선의 전력이 약하지 않은가.


단단한 돌이라고 잔뜩 힘주고 내려쳤건만, 두부썰리듯 맥없이 갈라져버린 셈이다.

오랜 경험으로 보아 이렇게 무너진다면 생각보다 빨리 전쟁이 끝날것이다.

그러나.


“그게 아니야.”


“...?”


팔장을 끼고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있던 사령관이 고개를 좌우로 내지른다.


“어리석게 서두르지 말라.”


사령관의 한마디에 한창 고조되던 분위기가 급격히 가라앉았다.

참모들이 불편한 표정으로 사령관을 쳐다보고 있다.


“알았나? 전 부대에 연락해서 급하게 쫓지말라고해. 천천히 철교로 몰라고 말이야. 충분히 도망갈수있게 해야한다.”


“동지, 우예 그런 말씀을 하심네까!! 기세가 올랐을때 박살내야 하디 않슴네까.”


“빌어먹을 놈들이래 쥐새끼처럼 살아날 틈을 두면 안되디요.”


참모들 입에서 거친 말들이 튀어나온다.

전쟁 한두번 한것도 아닌데 왜?


“쯧쯧쯧, 동무들 전쟁밥이 몇년인데 아직도 전략을 모르는건가?”


사령관이 다시 혀를차자 오뉴월 한여름에 느닷없는 북풍한설이 몰아치고 있다.

비록 농담처럼 말했지만, 참모들의 표정이 냉랭하게 굳어진다.


“너무 그러지 마시라요. 우리가 기까지 잘하믄 여기 있겠슴네까? 리권무 동지처럼 독립해서 사단을 이끌고 있겠디요.”


“일 없슴매. 전략은 사령관동지 담당 아님매? 흰소리는 그만하고 이유나 말씀해 보시라요.”


거침없이 불평을 토해내며 불순한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자들 지금 뭐하는거지. 가.. 감히 항명을?

지켜보기 힘들정도로 험악해진 분위기에 젊은 정치국원 홍천상 소좌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지금 이자들은 당장 총살감이다.


신생 군대는 유난히 군기를 강조하기 마련이다.


이번 전쟁에 투입된 인민군 10개 사단도 최근 몇년간 후방에서 몰래 급편한 신생군대였다. 따라서 당과 수령에대한 충성심과 함께 엄격한 군율이 유난히 강조되고 있다.

그게 정치국원의 역할이기도 했다.


그러나 홍천상은 군대경험이 없다.

이 생경한 분위기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무리 국민당 부대를 밥먹듯이 괴멸시키던 자들이래도, 사령관에게 무시당했다고 발끈하다니 있을수 없는 일 아닌가. 그것도 한창 전쟁중인 전장터에서..


당장 총부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그런데 이 사령관, 뭔가 이상하다.

가볍게 한숨을 내쉬더니 친절하게 설명해준다고?


“자자, 생각해보라. 너무 빨리 몰아치면 어찌되겠어. 놈들이 서둘러 철교를 폭파하려 할것 아니겠나? 병력이 후퇴할수 있다고 생각해야 적이 퇴각하는 놈들을 기다리겠지. 그렇게 폭파시간을 늦춰놔야 우리 송곳부대가 활약할 시간을 벌지않겠나.”


“음.”


송곳부대는 사단의 특작(특수작전)부대 이름이다.

대개 중국에서 활동했던 부대들은 인민들과의 관계를 중요시 하기도했고, 적을 기만하기 위해서라도 특작부태를 운용하고있다.

특히 이 사령관의 특작부대는 북한에서도 정평이나있다.


송곳부대는 퇴각하는 적보다 먼저 철교에 도착할것이다.

그들이 작전하기 전에 철교가 파괴되면 작전은 어떻게 되겠는가.


참모들의 거칠었던 주둥이가 닫아지자, 만족스런 표정을 젓던 사령관이 다시 한번 주의를 준다.


“동무들. 오늘은 말이야 속도가 중요한게 아니야. 철교확보가 우선이란 말이지. 알겠어?”


“네, 사령관 동지.”


거친 승냥이같던 부하들이 얌전해진 강아지처럼 다시 꼬리를 말자, 사령관 진천부는 만족하듯 눈을 오무렸다.


사령관이 유난히 친절하게 설명하는것이, 식당 노파에게 한 친절이 가식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진하게 풍겨나온다.

마침내 기다리던 음식이 나오자, 역전길 한가운데에 밥상이 차려졌다.


탁자 세개에 주요지휘관이 앉아있고, 자리가 부족한 나머지는 주변 길바닥에 앉아서 국그릇을 받는다.


전장 복판에서 십수명이 앉아 만찬을 벌이는 꼴이라니, 이쯤되면 평양에 보고해야 하는 상황이 아닐까? 정치국원으로서 홍천상이 심각하게 고민했다.


정치국원은 군대를 장악하기 위해 당에서 보낸 일종의 감시역이다.

어떤 위대한 군대도 공산당보다 위에 설수는 없다.


그건 소련이나 중국 공산당도 마찬가지다.

일선 지휘관의 공과를 빠짐없이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사이에 군관들이 양동이 몇개를 들고 나왔다.


오래되어 그을리고 찌그러진 양동이에는 빨간 국물에 돼지살과 내장, 그리고 선지가 가득 들어있다.

건더양이 얼마나 푸짐한지 고기에 가려져 국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밥도 솥째 들고 나왔다.


"이야, 남조선은 인심이 좋구만."


사령관이 양동이안을 들여다보더니 탄성을 지른다.

방금까지 얼마나 뜨겁게 끓였으면 아직도 빨간거품이 국물위에서 보글거리고있다.


인심은 얼어죽을..

목숨이 걸린 일이라 주인노파가 가게의 온갖 고기를 몽땅 때려박은 결과겠지.


음식은 향과 모양이 식욕의 반이라 했던가, 보기만해도 침이 입안에 절로 고인다.

군관들이 국자로 떠서 놋쇠에 담아주자, 너도나도 할것없이 숟가락을 들어 정신없이 국밥을 입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지금은 전시상황. 참모들이 식사하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군관들이 보고하고 명령받으며 분주하게 오간다.


“중좌(중령)동지. 포로들은 어떡함네까?”


“사지 멀쩡한 놈이래 후방으로 보내고 골골대는 놈들은 즉결처분하라우. 이게 원칙이디.”


참모가 보지도않은채, 입 가득 오물거리며 말한다.


“넵, 알겠슴네다.”


하급군관이 다시 나가려하자 중좌가 멈춰 세운다.


“이보라우, 동무.”


“네?”


“내가 원칙이라 했디. 원칙이란기 왜 있다고 생각하는기야?”


“....”


“담부터는 이딴걸로 보고하지 말라는 거이디. 알간?”


“네.. 넵!!! 알겠슴네다.”


중좌가 신경질적으로 내뱉자 군관이 질겁해서 크게 대답했다.

사령관은 주변의 이런 대화들이 마냥 흐뭇한것 같다.


“자자, 많이들 먹으라. 긴 전쟁이 될것이야. 배가 든든해야 하지 않겠어? 제대로 된 식사는 이것이 마지막일 것이다.”


여전히 눈에 호선을 그으며 쩝쩝거리며 말한다.


“사령관 동지, 그리 길진 않을것이오. 장군님께서 교시 내리지 않았소? 며칠안에 서울만 점령하면 끝난다고 말이오.”


갑자기 장교하나가 사령관의 말에 큰소리로 반박한다.

어디서 저런 용기가 났을까? 젊은 정치장교 홍천상이었다.


애송이 하나가 발끈하자 주변 장교들의 표정이 삽시간에 변했다.

훈훈했던 식사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듯 주변의 공기가 싸늘하게 식어갔다.


개성역앞 거리에 다시금 긴장감이 돌고있다.


작가의말

실제로 공산국가에서는 정치위원의 위상이 꽤 높았습니다. 2인자 정도.

뒤에 나올 등소평, 습증훈(시진핑 아버지)도 이 당시 정치위원이었죠.

북한군도 그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종종 한국전쟁때 중공군 팽덕회처럼 사령관이 정치위원까지 겸하는 경우도 있었구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한국전쟁: 영웅들의 라이벌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 프롤로그 +6 24.05.08 524 11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