헥사웨이 시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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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08 12:18
최근연재일 :
2024.07.18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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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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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윈 1장 (5)

DUMMY

세계수의 열매에서 태어난 엘프가 아니면 그 누구도 입을 열 수 없는 곳. 침묵의 도시 루나에르.


그곳에서 누구든 아무 제약 없이 말할 수 있는 장소는 단 한 곳뿐이었다.


"이게 새로 발견했다는 마물이군요."


항상 젊음을 유지하는 보통 엘프와 다르게 약간 주름진 얼굴에 희끗희끗한 머리칼. 맑기보다는 깊은 목소리.


연륜이 느껴지는 한 엘프 여성이 괴조를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특이하게 한 쪽 손에만 장갑을 끼고 있었다.


"네. 장로님."


루나에르에서 유일하게 이름이 아닌 존칭이 붙고 반말 대신 존댓말을 듣는 엘프. 그녀의 이름을 아는 엘프는 모두 세계수로 돌아갔기에 모든 엘프가 그녀를 장로라고 부르고 있었다.


세계수가 낳은 최초의 엘프 중 하나인 그녀는 루나에르의 하나뿐인 통치자이자 외부와의 유일한 소통 창구이기도 했다.


장로는 살아온 세월만큼 아는 것도 많았기에 솔라니아 엘프들도 모르는 것이 있으면 곧잘 그녀를 찾아오곤 했다.


집무실에 모인 엘프 사냥꾼 중 한 명이 물었다.


"혹시 어떤 종인지 아세요?"


장로가 괴조의 날개를 쓸어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 마물의 이름은 무르그. 아주 희귀한 종이죠."


"무르그··· 처음 듣네요. 위험한 놈인가요?"


"세간에서는 흉조라고 부른답니다."


사냥꾼들의 눈이 일제히 휘둥그레졌다.


"네?"


"무르그가 나타나고 나면 꼭 혼란이 찾아왔거든요. 전에 없던 규모의 자연재해가 일어난 적도 있고, 혼돈을 숭배하는 무리가 대규모로 창궐한 적도 있었죠. 듀라가 봉인당한 이후에는 거의 나타난 적이 없었는데···"


엘프 장로는 수심이 깊은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듬성듬성 자라 있는 나무와 흙길. 그 옆으로 거대한 버섯을 닮은 초록빛 지붕의 나무집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엘프의 발길로 만들어진 흙빛 거리는 서로 얽히고설키며 복잡하게 꼬여 있었으나, 결국 모든 길은 중앙에 세워진 성벽에 가로막히며 끊어졌다.


성벽은 안쪽에 자리한 드넓은 들판을 원형으로 둘러싸며 높게 세워져 있었다.


들판 중앙에는 높은 성벽조차 가리지 못한 거대한 나무, 세계수가 자리했다.


세계수는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자라 꼭대기가 구름에 닿기 직전이었으며, 가지가 만들어낸 거대한 그늘은 넓은 들판을 넘어 성벽 끝자락에 걸쳐져 있었다.


"여러분도 알고 있겠죠? 500년 전부터 세계수님이 기도자를 찾는 주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거?"


"네. 전에는 100년에 한 번꼴이라고 들었는데··· 많이 줄었나요?"


"10년에 한 번이에요."


"그러면 조만간 또 기도자가 필요하겠네요. 이번에도 루나에르 엘프 중에서 나오겠죠?"


"네. 항상 그랬으니까요."


"엄청 영광스러운 자리라고 하던데···"


"엘프 개인에게는 그럴지도 모르죠. 다만 그만큼 세계수님께서 많이 힘들다는 뜻이니 바람직하진 않습니다. 그분은 듀라의 파편이 스며든 깊은 땅속까지 뿌리를 뻗고 계시니까요."


엘프 장로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런 와중에 흉조까지 나타나다니. 세상에 다시 혼돈이 도래할지도 모르겠네요."


장로는 창문 밖으로 세계수의 거대한 가지를 올려다보았다. 그 얼굴에는 깊은 근심이 묻어나왔다.


"오르티아가 이번에도 멸망을 피할 수 있을지···."


엘프의 모든 역사를 지켜본 이가 진심으로 세계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 염려스러운 눈길은 곧 집무실에 모인 엘프들을 향했다.


그때 한 엘프 사냥꾼이 손을 번쩍 들었다.


"장로님."


"네. 말씀하세요."


"그래서 무르그 고기는 맛있나요?"


장로의 얼굴에 패인 주름이 더 깊어졌다.



***



오늘도 시그윈의 집에 어김없이 로엔이 찾아왔다.


어깨 근처에 부목을 덧대고 있었는데 안색을 보니 그새 많이 나은 모양이었다.


로엔은 보고가 잘 끝났다며 괴조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그러면서 활은 솔라니아에 있는 대장간에 제작을 맡겨 놨다며 끝나면 알려 줄 테니 찾으러 오라고 했다.


의외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일 처리가 깔끔한 로엔이었다.


꼭 이번만이 아니라 가끔 집에 식량이 부족해 보이면 좋아하는 먹을거리를 슬쩍 놓고 가기도 하고, 집에 불편한 점이 있으면 와서 고쳐주기도 했다.


때로는 자기가 만들었다며 유용한 가구를 가져다준 적도 있었다.


생각해 보면 지금 시그윈 집에 로엔의 손때가 묻지 않은 물건은 거의 없었다.


그런 세심한 엘프인데 만나기만 하면 해이한 모습만 보여주다 보니 영 믿음이 안 갔다.


"그럼 이만 가볼게. 늦으면 친구들이 무르그 고기 다 먹어버린다고 했거든."


"어휴. 웬일로 빨리 챙긴다고 했더니 그런 거였어? 빨리 가 봐."


"넌 안 가도 괜찮겠어?"


"관심 없어."


"매정한 녀석. 언젠가 그 차가운 입속에 뜨거운 고기를 쑤셔 넣고 말 테다."


"화살 맞고 싶다는 뜻이지?"


화살을 쥔 채로 주먹을 치켜들자, 로엔은 황급히 달아났다.


어찌나 빠른지 쫓아가 문고리를 잡기도 전에 이미 발걸음 소리가 멀어지고 있었다.


로엔이 떠나자, 집이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시그윈은 숨을 크게 뱉어내며 흔들의자에 온몸을 맡겼다.


방해하는 이 없는 포근함 속에서 시그윈은 가만히 고독을 즐겼다. 의자가 삐걱대는 소음은 규칙적이라 듣기에 참 좋았다.


가끔 이렇게 루나에르에 살던 시절처럼 가만히 앉아 시간을 보낼 필요가 있었다. 그러지 않으면 솔라니아 엘프처럼 본능에 잠식당한 괴물이 될 것 같았으니까.


실제로 최근 들어 로엔을 따라 사냥과 육식을 반복하다 보니 생활 방식이 솔라니아 엘프와 점점 닮아가고 있었다.


곤란했다. 루나에르로 돌아갈 수 없는 한 변화는 필연이었으나 그렇다고 솔라니아 엘프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 흔들의자에 앉아 있을 때면 자신이 아직은 혼자 있는 시간을 꽤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아직 솔라니아 엘프처럼 변하지 않았다는 마지막 증거였다.


'육식주의자가 될 수는 없지, 암."


그렇게 로엔을 만난 여독을 풀고 있던 도중이었다.


쿵쿵.


문 두드리는 소리에 시그윈은 상념에서 깨어났다.


"뭐야, 로엔. 엘프 아니랄까 봐 또 뭐 놔두고 갔어? 여기 아무것도 없는데?"


"로엔 아닌데?"


로엔의 경박한 말투와 다른 고운 목소리였다.


"앗."


시그윈이 문을 열자, 그곳에는 주홍 머리의 소녀가 서 있었다. 이번에는 후드를 쓰지 않아서 얼굴이 그대로 드러났다.


다른 부분은 잘 모르겠지만 동그란 눈망울은 꽤 인상적이었다. 처음 봤을 때와 다르게 미소 짓고 있어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밝은 인상이 돋보였다.


후드에 가려져 있어서 몰랐는데 머리도 꽤 긴 편이었다.


시그윈이 보기에 귀가 짧은 점만 빼면 엘프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외모였다.


"안 그래도 내일 찾아가려고 했는데."


부탁한 입장에서 먼저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헤어지기 전에 집이 어딘지 물어봤었다.


"날씨가 좋길래 한 번 놀러 와 봤어. 엘프는 어떻게 사는지 궁금했거든."


던케일은 이노릴 숲에서 가장 가까운 인간 도시라 마음만 먹으면 하루 안에 오갈 수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기에 시그윈은 잠시 정리할 시간을 달라고 말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저기 급하게 로엔이 남긴 흔적을 정리하고 나서야 겨우 다시 문을 열 수 있었다.


"들어와."


시그윈은 쥬드를 거실로 안내한 후에 부엌에서 차를 준비했다.


그동안 쥬드는 어린아이처럼 눈을 반짝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집이 엄청 깔끔하네!"


"그런가? 루나에르에서는 평범한 편이었거든."


"정말?"


시그윈은 쥬드에게 차를 건네고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깔끔하게 사는 엘프는 하루에 세 번씩 밥 먹듯이 청소하는 경우도 있었으니까."


"그렇구나···. 루나에르 엘프들은 대단하네."


쥬드는 차 맛이 마음에 들었는지 연신 맛있다고 말하며 차를 홀짝거렸다.


시그윈이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다 물었다.


"너는 깔끔한 편이야?"


"푸훕!"


시그윈은 바닥에 뿌려진 차를 닦아내며 혀를 찼다.


"저런. 뜨거운데 조심해서 마시지 그랬어."


"아니, 그게 아니라··· 쿨럭! 쿨럭!"


쥬드는 다시 숨을 가다듬을 때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겨우 정신을 차린 쥬드는 시그윈을 앉혀 놓고 타이르듯이 말했다.


"시그윈···. 보통 여자애는 그런 질문에 아니라고 대답 못 해."


"그런가. 그냥 깔끔하지 않다고 말하면 되는 거 아냐?"


"그게 사람의 품위가 걸려 있는 문제라서 좀 그래."


시그윈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고민하다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역시 인간은 어렵네···."


"오늘은 그냥 가볍게 놀러 온 거였는데··· 안 되겠네. 빨리 너에게 감정을 알려주지 않으면 나중에 어떤 말을 들을지 모르겠어."


"나야 빠를수록 좋지."


예나 지금이나 시그윈은 호기심이 강했다. 로엔에게 쪽지를 받은 그날에 바로 도시 밖으로 나섰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한 번 크게 후회한 이후에도 그런 성향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감정은 어떻게 배우는 거야?"


"너 엄청 착실하구나. 그런데 전에 말했다시피 감정은 배우는 게 아니야. 감정이란 우리가 여러 가지 경험을 하다 보면 찾아오는 느낌 같은 것이거든."


"잘 모르겠는데."


"그럴 줄 알았어. 그래서 감정을 느끼기 쉬운 방법을 내가 알아 왔지."


"뭔데?"


"뭐긴. 그냥 노는 거지."


쥬드는 그렇게 말하며 탁자 위에 카드 뭉치를 올려 놓았다.


"카드 게임! 이름하여 헥사웨이!"


"헥사···웨이?"


"고지식한 여신교 신자들도 한 번 빠지면 정신을 못 차린다는 그 게임이지. 소문에 따르면 고결한 수도원장도 숨어서 몰래 즐긴다더라."


"이게 있으면 놀 수 있어?"


"꼭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없이 노는 것보다는 놀거리가 있는 편이 더 효과적이지."


카드 뭉치는 각자 다른 여섯 가지 문양이 그려진 여섯 종류의 카드로 이루어져 있었다. 각자 색이 달라 구별하기 쉬웠다.


"먼 옛날 엘리야 여신님과 함께 혼돈을 봉인했던 여섯 위대한 자를 본떠서 만든 게임이야. 위대한 자마다 진영이 있고 해당 진영에 속한 카드들은 각자 다양한 효과를 가지고 있지. 카드 간의 상성도 존재하니 꽤 머리를 써야 할 거야."


"오··· 제법 흥미로운데."


"하면서 설명해 줄게. 먼저 카드부터 받아."


쥬드의 설명대로 따라가다 보니 게임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몇 판 하다 보니 핵심 카드가 무엇인지 금방 눈에 들어왔고, 간결한 효과를 가진 카드가 대부분이라 쉽게 활용할 수 있었다. 카드끼리 연계하면서 상대의 방해를 떨쳐내고 생명력을 모두 깎아내면 승리였다.


"대충 알겠네. 쉬운데?"


"그래? 그럼, 지금부터 실전이다?"


"얼마든지."


인간의 문물은 엘프에게 상당히 자극적이었다. 몇 판 하지도 않았는데 시그윈은 벌써 게임에 몰입하고 있었다.


"이게 말이 돼?"


"당연히 되지!"


시그윈은 처음에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적어도 살면서 머리가 나쁘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막상 본 게임이 시작되자 게임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어떤 판은 승리를 눈앞에 두고 역전당했다.


"아니, 이게 이렇게 된다고?"


"누가 방심하래?"


어떤 판은 농락만 당하다가 졌다.


"이건 아니잖아!"


"히힛. 아니긴 뭘 아냐!"


어떤 판은 카드를 뽑자마자 망했다.


"카드가 뭐 이렇게 나와?"


"게임이 다 그런 거지. 후훗."


그래도 하다 보니 요령이 생겨서 그런지 조금씩 이기는 판이 늘어났다. 그럴수록 게임에 점점 재미가 붙었다.


"안 되겠어. 한 판만 더해!"


"이러다 날 새겠어."


"뭐 어때?"


게임에 완전히 빠져든 시그윈을 보며 쥬드는 싱긋 웃음 지었다.


"그렇긴 하지. 시간은 많으니까."


그렇게 해가 질 때쯤 돼서야 게임이 끝났다.


마지막 게임이 치열해서 그런지 둘은 게임이 끝나자마자 벌러덩 드러누웠다.


"제법이네, 쥬드."


"너야말로. 시그윈."


모든 것을 쏟아낸 탈력감이 시그윈의 온몸을 짓눌렀다.


그러나 왜일까.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다. 로엔에게 하루 종일 시달릴 때와 비슷한 피로감인데 대체 무슨 차이일까.


천장을 바라보며 고민하는데 문득 쥬드가 물었다.


"게임은 어땠어?"


순간 여러 가지 표현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치열했다. 긴장감이 넘쳤다. 아슬아슬했다.


정말 많은 답이 떠올랐지만, 쥬드와 했던 모든 게임을 아우르는 표현은 하나였다.


"정말 재밌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겠지?"


"응. 뭐랄까··· 빠져드는 느낌이야. 모든 일을 잊고 지금 내가 하는 것에 오롯이 몰입하는 기분?"


세계수와 이어졌을 때와는 비슷하면서도 전혀 달랐다. 그때는 자신에게서 멀리 떨어져 바라보는 상태였다면 지금은 온전히 세상에 자신만이 남는 기분이었으니까.


"너무 재밌어서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더라고. 이런 경험은 처음이야."


시그윈은 달뜬 기분으로 떠들었다. 아직 가시지 않은 흥분에 목소리가 절로 높아졌다.


쥬드가 시그윈을 보며 싱긋 웃었다.


"그게 바로 즐거움이야."


"즐거움? 이게 네가 말한 네 가지 감정 중 하나라고?"


"응. 바람처럼 찾아와 머물다가 훌쩍 사라지는 감정이야. 덧없지만 또 그만큼 소중한 감정이지."


쥬드는 가슴에 손을 얹으며 나직하게 말했다.


"즐거움이란 마음껏 받아들이는 것이야. 꼭 무엇을 이루지 않더라도 함께 노는 것만으로도 채워져. 매일 이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만큼 내가 좋아하는 감정이야."


"즐거움이라··· 매일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다면···."


시그윈은 작게 중얼거렸다.


"정말로 즐겁겠네."


어느새 창문 너머로 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달빛은 카드가 가득한 바닥을 지나 엘프와 인간을 비췄다.


시그윈은 달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쥬드. 너와 계속 만난다면 하루하루가 이렇게 즐거울까?"


쥬드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글쎄. 인간의 마음은 변덕이 심해서 쉽게 변하거든. 아마 매일 즐거울 순 없을 거야."


"그래도 너와 함께 있는다면 예전보다는 즐겁겠지?"


"어쩌면 예전보다 더 힘들 수도 있을걸?"


"그런가···"


"그래도 네가 나를 만나고 나서 즐거웠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


쥬드는 활짝 웃었다.


"네게 좋은 사람이 되어주겠다고 약속했으니까."


너무나도 밝은, 그러면서 또 티 없이 맑은 표정. 그 태양같이 찬란한 미소를 보며 시그윈은 생각했다.


어쩌면 너를 만나기 전에, 만나는 중에도, 만나고 나서도 즐거울 것 같다고.


달이 떠오르며 밖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쥬드는 주변이 완전히 어두컴컴해지기 전에 돌아가겠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시그윈은 집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했으나 쥬드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그러면 네가 돌아갈 때는 완전히 어두워지잖아."


하는 수 없이 시그윈은 문 앞까지만 쥬드를 배웅해 주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쓰라고 얼마 안 남은 섬광 화살도 챙겨주었다.


"그럼 가 볼게. 시그윈."


"조심해서 가. 쥬드."


쥬드는 손을 흔들며 문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러다 무언가 생각난 듯 갑자기 뒤돌아섰다.


"그런데 시그윈이라는 이름은 너무 길지 않아? 줄여서 불러도 돼?"


시그윈은 잘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가. 엘프들은 딱히 신경 안 쓰던데."


"원래 인간은 친구 이름은 줄여 부르는 경우가 있거든."


"그래? 우리, 친구인가?"


"난 그렇게 생각해. 너는?"


시그윈은 쥬드와 눈을 맞추며 생각에 잠겼다. 즐거웠던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알 듯 말 듯한 미소가 언뜻 시그윈의 입가에 머물렀다가 사라졌다. 희미한 표정은 바람처럼 금방 흩어져 갔다.


"나도 그래."


"후훗, 그러면 잘 부탁해. 시그."


쥬드가 살며시 손을 내밀었다.


"이건 친하게 지내자는 뜻이야."


시그윈은 망설임 없이 손을 맞잡았다.


"왠지 그럴 것 같았어."


마주 잡은 손은 너무나도 따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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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시그윈 1장 (8) 24.06.14 9 1 17쪽
28 시그윈 1장 (7) 24.06.13 9 1 20쪽
27 시그윈 1장 (6) 24.06.12 8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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