헥사웨이 시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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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08 12:18
최근연재일 :
2024.07.18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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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9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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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시그윈 1장 (11)

DUMMY

카렌은 결국 준비해 둔 카드 게임은 꺼내지도 못한 채 일주일간의 장대한 연애담만 들었다. 들을수록 이가 갈렸으나 엘릭은 눈치 없이 떠들기에 바빴다.


"그러니까 네 말대로 거리를 두는 척했거든. 그랬더니 그쪽도 나한테 별로 관심을 안 두더라고."


"시킨 대로 잘했네."


"그러다가 카르누스한테 당해서 바닥에 쓰러져 있는 걸 내가 봤거든. 내가 가서 도와줬지."


"그걸 왜 도와줘!"


카렌이 역정을 내자 엘릭은 의아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필요할 때만 도와주라며? 그게 아니라도 위험에 처한 사람은 도와야지."


여러모로 엘릭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던 카렌 입장에서 할 말이 없었다.


"아··· 그건 맞긴 한데···."


"그때부터 내가 가만히 있어도 그쪽에서 먼저 다가오더라고. 그렇게 일주일을 같이 붙어 다니다가 내가 고백했고 사귀게 됐지."


"···"


"하나도 빠짐없이 네가 말한 대로 되더라. 역시 여자는 여자가 잘 아는구나."


"망할···"


"뭐라고?"


"밥이나 사라고! 개자식아!"


"아니, 사긴 살 건데 왜 화를 내냐. 악! 그만 때려!"


그렇게 카렌은 매일 성문 앞에서 사이좋은 연인을 배웅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엘릭의 요청으로 셋이 본 적도 있었는데 그의 연인은 딱 엘릭이 말한 대로였다.


'밝은 사람이네···'


명랑한 성격에 적극적인 태도.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화술까지. 거기에 모험가라는 직업까지 더하니 그야말로 자유분방한 방랑자에 걸맞은 사람이었다.


먼 이국에서 왔는지 상식이 좀 부족하고 순수한 면은 있었으나 크게 흠잡을 만한 부분은 아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돌아다닌 도시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친구를 많이 사귀었던 것 같았다. 친화력이 굉장해서 카렌이 보기에 친구로 두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아 보였다. 다만 그렇기에 걱정되는 점도 하나 있었다.


약속대로 만나서 밥을 얻어먹던 중에 카렌이 물었다.


"너 어디까지 생각하고 있냐?"


"뭘?"


"뭐긴. 지금 사귀는 사람이랑 어디까지 가고 싶냐는 말이지."


"글쎄··· 첫 연애라서 말이지. 헤헤."


그녀를 떠올리며 헤벌쭉 웃는 엘릭의 얼굴은 답변이 되기에 충분했다.


카렌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긴 고뇌 끝에 그녀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사귀는 건 좋은데 결혼은 하지 마."


"왜?"


"방랑벽이 좀 있어 보여. 어딘가에 매여 있을 사람이 아니야."


"그런가? 뭐, 알겠어. 어차피 아직 먼 이야기니까 말이지."


그 말을 하고 정확히 3개월이 지났다.


엘릭이 꼭 결혼식에 와달라며 직접 찾아와 초대장을 건넸다. 사유는 신부의 살짝 부푼 배를 보니 알 수 있었다.


카렌은 한껏 꾸민 채 하객 사이로 걸어가는 두 남녀를 바라보았다.


하필 성당이란 공간에서 좋아하는 남자의 결혼식을 보고 있으려니 죽을 맛이었다.


결혼식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모험가끼리의 결혼이라 그런지 신속하고 거침이 없었다.


일상으로 돌아가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는 점은 카렌에게 다행이었다.


시간이 지나, 아이는 무사히 태어났다. 쥬드라는 이름의 예쁜 여자아이였다.


엘릭의 아내는 몸조리가 끝나자 다시 모험가 일을 시작했다. 반면에 엘릭은 요즘 통 만나는 일이 줄어들었다.


경비를 서고 있어도 성문을 지나다니는 사람은 엘릭의 아내뿐이었고 엘릭은 좀처럼 보기 힘들었다.


카렌이 예상한 대로였다.


둘 다 모험가고 의지할 만한 가족이 없다 보니 누군가는 아이를 맡아서 키워야 했다. 자유분방한 방랑자가 한곳에 오래 머물 리가 없었으니 남은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엘릭의 아내는 어느 순간부터 밖으로 돌아다니는 주기가 점점 길어지더니 나중에는 몇 개월 넘게 집을 비우곤 했다.


카렌은 새까맣게 탄 속을 감추며 엘릭에게 자기가 아이를 맡아줄 수도 있다고 넌지시 이야기해 보았다. 그러나 엘릭은 아이와 보내는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운 순간이라며 괜찮다고 말했다.


본인이 만족하고 있기에 더 할 말은 없었다.


그렇게 4년이 흘렀다.


아이는 건강하게 자랐으나 대신 모험가로서 엘릭의 실력은 많이 무뎌졌다.


겨우 시간을 내서 같이 토벌 의뢰를 나간 적이 있었는데, 전에 해 본 의뢰였음에도 힘에 부쳐 보였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그럼에도 엘릭은 아내가 다시 모험을 떠나기 전에 의뢰를 더 처리해 둬야 한다며 뻔질나게 길드를 드나들었다.


불안해진 카렌은 토벌 의뢰를 맡을 거라면 자신을 무조건 데려가라며 엄포를 놓았다. 결국 엘릭은 그녀가 쉬는 날에만 토벌에 나가기로 합의했다.


조건이 많다 보니 선택지가 얼마 없었다. 둘은 의논 끝에 이노릴 숲에 자주 출몰하는 곰 마물 토벌로 가닥을 잡았다.


의뢰 장소는 이노릴 숲 남쪽 골짜기였다.


양옆이 막혀 있는 부채꼴 형태의 땅이라 퇴로가 많지 않았기에 이곳을 영역으로 삼는 마물이 꽤 있었다. 그래도 이번 토벌 대상은 그다지 강하지 않아서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 둘은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목표로 한 마물이 골짜기 한 가운데에 처참하게 죽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된 거야?"


"상처로 보아하니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맹금류에게 당한 것 같아. 그것도 아주 커다란···"


"이상하네···. 그래도 뭐, 목표는 달성했으니 돌아가자."


엘릭은 죽은 마물의 털을 쓸어보며 말했다.


"잠깐만. 이 마물 아직 따뜻해. 죽은 지 얼마 안 됐어."


"뭐? 그렇다면···"


삐이이-


드넓은 하늘 위에서 불길한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위를 올려다보니 우뚝 솟은 절벽 위에 처음 보는 거대한 괴조가 있었다. 꽤 거리가 있었음에도 날카로운 발톱과 부리가 선명하게 보일 만큼 크기가 컸다.


전에 보았던 드래곤만큼은 아니었으나 적어도 겁쟁이 경비병과 실력이 녹슨 모험가가 감당할 수준이 아님은 분명해 보였다.


"엘프들이 도와준다면 모를까, 우리 둘이서 잡긴 힘들겠네."


매사 긍정적이어도 모험가 일을 할 때만큼은 냉철한 판단을 내리는 엘릭이었다. 그가 그렇게 말했다면 어쩔 수 없었다.


"뭐야? 저 마물은?"


"아마 무르그라는 마물일 거야. 나도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지만 흉조라는 이름이 붙을 만큼 포악하고 강하다고 들었어."


"도망칠 수 있을까?"


엘릭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들키지 않는다면 좋겠지만···"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무르그는 시선을 이쪽으로 돌리더니 고개를 까딱거렸다. 눈이 마주쳤다 싶은 순간 마물은 땅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공중에서 아래로 활강하는 모습이 이미 상대를 사냥감으로 인식한 듯했다.


엘릭은 그 광경을 보자마자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일단 너 먼저 도망쳐. 누군가는 구조 요청을 해야 해."


카렌은 말도 안 되는 소리 말라며 거절했다.


"4년이나 쉬었으면서 저런 마물을 혼자 어떻게 감당해? 그냥 같이 싸우자!"


"너도 알잖아. 그러면 둘 다 개죽음이야! 오히려 한 명이 도망쳐야 남은 한 명도 살 수 있어."


"그럼 네가 가! 자식 있는 놈부터 살고 봐야지."


카렌은 검을 꺼내 들며 앞으로 나섰다.


20년간 경비병으로 일하며 음험한 부랑자도, 위험한 범죄자도 다 상대해 보았다. 겨우 새 한마리 따위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구조가 올 때까지 버티는 것쯤이야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고, 카렌은 속으로 계속해서 되뇌었다.


그러나 엘릭은 그런 카렌을 지켜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너 지금 무섭잖아."


"아니야!"


격하게 부정했으나 감출 수 없는 떨림에 이미 자세가 흐트러져 있었다. 호흡도 어느새 거칠어진 상태였다.


엘릭은 다 알고 있다는 듯 카렌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아니긴. 벌벌 떨고 있으면서. 이대로는 남아봤자 시간도 못 끌어."


"아니야··· 제발···"


괴조가 활공하며 점점 아래로 다가오고 있었다. 거대한 날개와 날카로운 발톱이 가까워지면서 카렌의 머릿속에 자꾸 불타는 성당의 기억이 떠올랐다.


몸이 절로 후들거렸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더 이상 서 있기도 힘들었다.


"괜찮아."


엘릭이 슬며시 그녀를 뒤쪽으로 밀어냈다. 유일한 탈출로가 있는 방향이었다.


"난 모험가잖아. 이게 내 역할이야."


"안돼··· 그러지 마···."


"기다리고 있을게."


엘릭이 활짝 웃었다. 어린 시절과 똑같이 환하게 반짝이는 미소였다.


어째서 너는 이런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는 걸까. 나는 지금 이 순간조차 초라할 뿐인데.


"여기다. 이 마물아!"


엘릭은 앞으로 뛰쳐나가며 소리쳤다. 하늘로 화살을 쏘아 올리고 돌을 던지며 주의를 끌었다.


"삐이이익!"


무르그는 화살을 가볍게 쳐내더니 그대로 엘릭이 있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 날아들었다.


무르그가 자신을 쫓아오고 있음을 확인한 엘릭은 카렌과 반대 방향으로 달려 나갔다.


카렌은 점점 멀어지는 엘릭의 등을 처연히 바라보았다.


버티려면 버틸 수 있었다. 그러나 그저 힘없이 밀려났다. 심지어 자신을 밀어내 준 엘릭을 보며 한순간 안도감까지 느꼈다.


죽고 싶지 않았다.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기에 삶마저 잃고 싶지 않았다.


아름답게 죽지 못했기에 추하게라도 살아 남고 싶었다.


그 무엇 하나 가슴에 품지 못하고 허무하게 죽고 싶지 않았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마지막 남은 인간성마저 좀먹고 있었다.


아무런 가치를 찾지 못하고 관성에 잠식된 탓일까. 카렌은 이미 삶에 종속된 노예나 다름없었다.


'미안해. 엘릭.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사람이 아니야.'


카렌은 그대로 뒤돌아 달아났다. 그저 살기 위해서 바쁘게 발을 움직였다.


빌어먹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무사히 바위 지대를 벗어나 숲을 빠져나가며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다.


새하얀 장벽이 바위 협곡을 가두고 있었다. 장벽 내부에는 모래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어 안쪽이 잘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자꾸만 떠오르는 불길한 상상을 억누르며 그녀는 던케일까지 열심히 달려갔다.


벅찬 숨을 몰아쉬며 길드에 들어서니 모여있던 모험가들이 의아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개중에는 무언가를 짐작한 듯 반쯤 몸을 일으킨 사람들도 있었다.


카렌이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모험가들은 엘릭이라면 무조건 도와야 한다며 발 벗고 나섰다.


그렇게 카렌은 모험가 수십 명을 이끌고 다시 바위 지대로 도착했다.


달아나며 보았던 새하얀 장벽은 이미 소멸했고 모래바람도 감쪽같이 가라앉은 상태였다. 마물도, 엘릭도 어디론가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모험가들은 바위 지대 곳곳으로 흩어져 탐색을 시작했다. 바위 지대는 꽤 넓었으나 인원이 워낙 많았기에 엘릭의 흔적을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았다.


"이건···!"


한 모험가가 찾아 들고 온 것은 피 묻은 옷자락이었다. 이 옷이 엘릭이 입었던 옷이 맞냐는 물음에 카렌은 눈물을 흘리며 그렇다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수색은 밤이 오기 전까지 계속되었으나 결국 시체는 찾지 못했다.


결국 옷자락 하나만 챙겨서 돌아오는 수밖에 없었다. 카렌은 갈기갈기 찢긴 그 천 조각이 마치 자신의 추한 내면을 닮은 것 같아 고통스러웠다.


엘릭은 한 달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고, 결국 길드 주관으로 장례식이 열렸다. 카렌은 반쯤 넋이 나간 채로 장례식에 참석했다.


그곳에는 엘릭의 아내와 딸이 멍하니 텅 빈 관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카렌은 엘릭의 아내가 자신을 탓할 줄 알았으나 그녀는 카렌을 보고도 그저 착잡한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그 표정에 담긴 감정은 비통함보다는 혼란스러움에 가까웠다.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어린아이처럼 이런 일은 처음 겪어본다는 듯이 굴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배우자의 죽음에 당황한 것이라 생각하며 카렌은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정확히는 타인에게 관심을 두기 힘들 만큼 그녀의 마음이 썩어 문드러져 있었다.


장례식이 끝나고 카렌은 집에 틀어박혔다. 경비대 일도 그만두었다.


그녀는 엘릭이 마련해 준 집에서 병든 화초처럼 점점 시들어갔다. 마치 20년 전 기사를 그만뒀을 때와 같았다.


자살도 생각했다. 그러나 엘릭을 버리고 추하게 살아남았으면서 이제 와서 죽으려는 모습이 너무나도 한심해 그만두었다.


차라리 죽지 못해 살아가며 끝없이 고통받는 쪽이 그를 향한 속죄에 더 어울릴 것 같았다. 그것이 카렌이라는 하찮은 미물에게 가장 알맞은 형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이 무의미하게 흘러갔다.


돈이 다 떨어져 굶어 죽을 때까지 그녀는 칩거를 깰 생각이 없었다. 그것이 자신에게 어울리는 최후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랬던 그녀를 집 밖으로 끄집어낸 건 집 근처를 지나던 이웃에게서 우연히 엿들은 어떤 이야기였다.


엘릭의 아내가 아이를 고아원에 맡기고 사라졌다는 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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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아이라 1장 (2) 24.07.17 6 0 11쪽
51 아이라 1장 (1) 24.07.16 8 0 15쪽
50 시그윈 1장 (29) 24.07.15 5 0 15쪽
49 시그윈 1장 (28) 24.07.12 5 0 11쪽
48 시그윈 1장 (27) 24.07.11 6 0 11쪽
47 시그윈 1장 (26) 24.07.10 9 0 16쪽
46 시그윈 1장 (25) 24.07.09 7 0 20쪽
45 시그윈 1장 (24) 24.07.08 7 0 15쪽
44 시그윈 1장 (23) 24.07.05 8 1 19쪽
43 시그윈 1장 (22) 24.07.04 9 1 16쪽
42 시그윈 1장 (21) 24.07.03 7 1 15쪽
41 시그윈 1장 (20) 24.07.02 7 1 13쪽
40 시그윈 1장 (19) 24.07.01 8 1 11쪽
39 시그윈 1장 (18) 24.06.28 8 1 12쪽
38 시그윈 1장 (17) 24.06.27 8 1 14쪽
37 시그윈 1장 (16) 24.06.26 9 1 11쪽
36 시그윈 1장 (15) 24.06.25 10 1 20쪽
35 시그윈 1장 (14) 24.06.24 8 1 13쪽
34 시그윈 1장 (13) 24.06.21 9 1 20쪽
33 시그윈 1장 (12) 24.06.20 6 1 14쪽
» 시그윈 1장 (11) 24.06.19 9 1 13쪽
31 시그윈 1장 (10) 24.06.18 9 1 19쪽
30 시그윈 1장 (9) 24.06.17 9 1 16쪽
29 시그윈 1장 (8) 24.06.14 9 1 17쪽
28 시그윈 1장 (7) 24.06.13 9 1 20쪽
27 시그윈 1장 (6) 24.06.12 9 1 14쪽
26 시그윈 1장 (5) 24.06.11 9 1 16쪽
25 시그윈 1장 (4) 24.06.10 9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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