헥사웨이 시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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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08 12:18
최근연재일 :
2024.07.18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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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4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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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시그윈 1장 (14)

DUMMY

"···그렇게 널 만나게 된 거야."


넘실거리는 해바라기 사이에서 쥬드는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


"어때? 내 이야기를 들은 소감이."


시그윈은 턱을 괴며 눈살을 찌푸렸다.


"음··· 잘 이해가 안 돼."


"뭐가?"


"슬픔이 어떤 감정인지 잘 이해가 안 가. 삶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도 모르겠어."


"인간의 이야기니까. 엘프에게는 조금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네."


시그윈이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어쨌든 잃어버린 삶의 아름다움은 다시 찾은 거야?"


쥬드가 슬며시 고개를 들어 시그윈을 바라보았다. 얼굴에 밝은 미소가 배어나고 있었다.


"응! 전부 네 덕분이야."


"난 딱히 네게 뭔가 해 준 기억이 없는데."


"아니야. 네가 있었기에 난 모든 슬픔을 다 흘려보낼 수 있었어."


"그래? 하지만 나는 슬픔이 뭔지 전혀 모르는데?"


대체 슬픔이란 감정이 무엇이길래 쥬드를 자살까지 몰고 갔는지.


또 지금은 어째서 흘려보낼 수 있었는지 시그윈은 아직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역시 듣는 것만으로는 잘 모르겠지?"


"응. 직접 겪어봐야 할까?"


기쁨과 즐거움처럼, 슬픔도 쥬드를 따라 여러 가지 경험을 하다 보면 알게 되지 않을까.


그러나 쥬드는 찬찬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몰라도 괜찮아. 난 네가 평생 슬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러면 너를 이해할 수 없을 텐데?"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 내가 쥬드로서 널 대하는 것처럼 너도 시그윈으로 남아 있으면 돼."


"삶의 아름다움은? 그것도 몰라도 돼?"


"삶의 아름다움은 말해줘서 아는 것이 아니라 직접 느끼는 거야. 굳이 배우려 하지 않아도 삶의 어느 순간에 문득 찾아 올 거야."


"음··· 감정이랑 또 다른 느낌인가? 들으면 들을수록 더 헷갈려."


쥬드는 가슴에 손을 얹으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잘 몰라도 괜찮아. 중요한 건 네가 나를 구했다는 사실이야."


"정말?"


"나를 봐. 내 마음이 어떤지 너도 이제 알잖아?"


시그윈은 쥬드를 천천히 바라보았다.


한 소녀가 활짝 핀 해바라기에 둘러싸여 웃고 있었다. 햇살보다 더 눈부신 미소에 가슴이 뛰었다.


쥬드의 집에서 보았던 초상화처럼, 그림으로 남겨 영원히 기억하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시그윈은 어쩐지 마음이 벅차오르는 기분이었다. 아마 쥬드도 같은 기분이리라.


"쥬드. 너 기쁘구나."


"맞아."


가슴 속이 간질거렸다.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입술이 저절로 벌어지며 볼이 땅겼다.


원래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마음속에 차오른 감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 처음 지어보는 표정이지만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지금 이 미소가 자신의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이라는 걸.


시그윈은 활짝 웃었다.


"네가 기쁘면 나도 좋아."


처음 보는 밝은 미소에 쥬드는 충격을 받은 듯 멍하니 굳었다.


곧이어 그녀의 눈에서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으흑··· 정말 고마워, 시그."


"쥬드. 너 또 눈에서 눈물이 나오고 있어."


벌써 두 번째였다.


"그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너 엄청 기뻤구나?"


그래도 처음 울었을 때처럼 격하지는 않았다. 쥬드는 금방 눈물을 닦아내고 미소를 지었다.


"응···! 드디어 찾았으니까."


"뭘?"


시그윈이 되물었으나 쥬드는 웃고만 있었다. 웅크린 채로 옆을 바라보는 그 시선에는 별과 같은 반짝임이 어려 있었다.


잠시 후, 쥬드가 입을 열었다.


"시그."


"응?"


"...할머니께서는 망설이다가 후회하셨어.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아."


쥬드는 이미 결심한 듯 시그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날 사랑해 줄 수 있냐고 물었지."


시그윈이 쥬드와 처음 만날 날 했던 말이었다. 그때 쥬드는 많이 친해지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었다.


"지금이라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언제부턴가 너는 나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되었으니까."


"···."


"나는 널 좋아해. 내 마음을 받아 줄래?"


쥬드는 그때처럼 붉은 홍조를 띤 채, 대답을 기다렸다.


좋아한다는 말도, 마음을 받아달라는 표현도 다 처음 들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마음 깊은 곳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좋아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나는 몰라. 하지만 왠지 이렇게 말하고 싶어."


시그윈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나도 네가 좋아."


"시그···!"


쥬드가 품 안으로 안겨 들었다.


시그윈은 조심스럽게 쥬드를 감싸안았다. 작고 따스한 온기가 품 안으로 스며들었다. 처음 느끼는 두근거림에 절로 눈이 감겼다.


몸과 마음이 전부 이어진다는 건 이런 기분일까.


세계수와 이어지는 감각이 점점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느낌이라면, 인간과 이어지는 감각은 더 깊은 내면으로 파고드는 느낌이었다.


환상 속의 아름다운 낙원에 발을 들인 것처럼 아득하면서 벅찬 감정이 마음 깊이 차오르고 있었다.


꿈결 같은 포옹 끝에 쥬드가 속삭였다.


"기억해. 이제 나는 너에게 좋은 사람이 아니야. 지금부터 나는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야."


그러면서 손을 내밀었다.


"너도 나를 사랑해 줄래?"


시그윈은 내민 손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어떻게 하면 널 사랑할 수 있어?"


"간단해. 지금처럼 내 곁에 있어 주면 돼."


"그게 끝이야?"


"응!"


"인간을 이해하는 건 어려웠는데 사랑하는 건 정말 쉽구나."


시그윈은 쥬드와 손을 맞잡았다.


마주 잡은 손은 다시는 놓고 싶지 않을 만큼 따스했다.



***



다음 날 아침, 시그윈은 집에서 야영 준비를 하고 있었다.


쥬드에게 로엔과 원정 중에 야영했던 이야기를 했던 것이 발단이었다.


이야기를 들은 쥬드는 자기도 한번 해보고 싶다며 준비해서 해바라기 밭에서 만나자고 했다.


시그윈은 설레는 마음으로 짐을 챙겼다. 하루 종일 놀기 위해서 잠도 충분히 잤기에 몸 상태도 아주 좋았다.


생전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콧노래를 흥얼거릴 만큼 즐거운 아침이었다.


로엔이 찾아와도 아무렇지도 않을 만큼 말이다.


"그래서 쥬드가 슬픔은 몰라도 된다고 했다고?"


로엔은 허락도 없이 안락의자를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자기 집 안방이나 다름없는 태도였으나 워낙 자주 있는 일이었기에 시그윈은 체념하고 받아들인 지 오래였다.


실제로 집에 로엔이 만들어 선물한 가구가 상당히 많았고 안락의자도 그중 하나였으니 굳이 따지고 싶지 않았다.


"응. 너는 알아?"


"나야 인간을 많이 만났고, 깊게 사귄 적도 있어서 알긴 아는데···"


"그럼 가르쳐 주던가."


"···."


로엔은 시선을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건 말해줘서 아는 게 아니야."


"쥬드랑 똑같이 말하네. 그러고 보니 너 요즘 되게 얌전해졌다?"


원래 같았으면 말도 없이 들어와서 낮잠을 자고 있거나, 꼭두새벽부터 쳐들어와 사냥하러 가자고 난리를 피웠을 텐데 최근 들어 빈도가 많이 줄었다.


지금도 평소처럼 안락의자에 드러눕지 않고 다소곳하게 앉아 있었다.


시그윈의 지적에 로엔은 바로 맞받아쳤다.


"너도 마찬가지야. 너 점점 쥬드를 닮아가는 거 알고 있어?"


"내가?"


"평소에 잘 웃지도 않았고 뭐든 귀찮아했잖아. 근데 지금은 야영하자는 말 한마디에 엄청 열정적으로 챙기고 있네? 이거 봐."


로엔은 시그윈이 싼 배낭을 뒤적거렸다. 겉보기에도 상당히 묵직했다.


"돗자리에다가 냄비에 장작까지 있네. 먹을 건 또 뭐 이리 많이 챙겼어. 이건 또 뭐야. 피리잖아? 이거 아주 놀러 갈 생각에 신이 났구나?"


원래는 로엔이 저러면 남의 짐을 함부로 뒤지지 말라고 까칠하게 굴었을 텐데 어쩐지 그럴 마음이 들지 않았다. 왠지 마음이 평소보다 훨씬 여유로웠다.


시그윈은 싱긋 웃음 지었다.


"쥬드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일단 다 챙겨봤어."


로엔은 멍한 얼굴로 입을 떡 벌렸다. 경직된 입꼬리와 휘둥그레진 눈동자로 보아 매우 놀란 듯했다.


"이렇게까지 유쾌해질 줄은 몰랐는데···."


로엔이 말꼬리를 흐리며 작게 중얼거렸다.


"이럴 거면 차라리 다 가르쳐줬으면 됐을 텐데···. 별일 없었으면 좋겠네."


"뭐라고?"


"아무것도 아니야. 이만 가볼게. 즐겁게 놀아."


웬일로 순순히 물러가는 로엔이었다.


이번에도 엘프와 인간은 다르다면서 노력과 희생이 어쩌고 하며 설교를 늘어놓을 거라 생각했는데 괜한 기우였던 것 같다.


시그윈은 금방 관심을 끄고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햇빛이 비쳐 드는 방 안에서 경쾌한 휘파람 소리가 흘러나왔다.



***



"...그렇게 둘은 그날 밤 야영을 하러 갔대요."


짙은 어둠 속. 소년이 노파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거기서 정말 소중한 추억을 얻었대요. 정말 기쁜 일이죠?"


"···."


노파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목석처럼 뻣뻣하고 미동조차 없는 모습은 송장이나 다름없었다. 그저 가늘게 이어지는 숨소리만이 그녀가 살아 있음을 알려줄 뿐이었다.


"무슨 추억이었냐고요? 글쎄요. 봐서 알기는 아는데···"


소년은 어둑어둑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조차 구름에 삼켜진 밤하늘에, 홀로 뜬 달만이 미약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소년은 미간을 찌푸리며 애를 썼으나 잘 안되는 듯 추욱 고개를 늘어뜨렸다.


"기억이 안 나네요···.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고개를 숙이자, 시선은 자연스레 손등으로 향했다. 소년은 슬쩍 자신의 손등을 매만지며 표정을 굳혔다.


"그것보다 중요한 건 바로 다음 날 새겨진 세계수의 문양이었어요."


"···."


소년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게 모든 비극의 시작이었죠."



***



야영이 끝난 다음 날 밤. 시그윈은 들뜬 마음으로 잠자리에 누웠다. 머릿속에 그날 있었던 일들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다시없을 멋진 경험이었다. 또한 절대로 잊지 못할 추억이기도 했다.


단 하루에 불과했지만 기억은 영혼에 아로새겨져 돌이켜 볼수록 마음을 따스하게 해 주었다.


'계속 이런 날만 이어졌으면 좋겠네.'


어차피 시간은 많았다.


즐거운 미래를 상상하며 시그윈은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막 잠에 들려던 찰나 문득 시그윈은 고요함을 느꼈다. 잠에 드는 몸과 달리 역으로 정신은 멀쩡하게 깨어나고 있었다.


가위에 눌린 것 같았다.


몸은 한없이 아래로 침잠하는데 정신만은 수면 위로 끌어올려지는 느낌이었다.


몸의 모든 감각이 사라지고 인지조차 점점 희미해져 갔다.


세계수와 하나 되는 감각. 종종 찾아오던 감각이었으나 이번에는 뭔가 달랐다. 바랐기에 이어졌던 때와 달리 이번에는 세계수가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


원래 자그마한 뿌리에 손을 올려놓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커다란 줄기가 정신을 통째로 관통하고 있었다.


끌어올려진 정신은 이제 작은 몸이 아닌 더 큰 무언가와 완전히 이어졌다.


모든 것이 선명했다.


시그윈은 이제 알 수 있었다. 세계수와 이어졌을 때, 모든 감각과 인지는 사라졌던 게 아니었다. 세계수의 것으로 대체되었을 뿐이었다. 단지 연결이 너무 희미했기에 사라졌다고 느꼈을 뿐이었다.


점점 결속이 강해지면서, 시그윈은 세계수를 볼 수 있었다. 이전과 다르게 세계수와 더 깊이 이어졌기에 가능했다.


마치 모든 감각이 뚜렷한 상태로 꿈속에 들어간 기분이었다. 시그윈은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나무를 올려다보았다.


헤아릴 수 없는 방대한 기억들이 비눗방울처럼 커다란 나무 곁에 떠올라 있었다.


그중 가장 커다란 방울 속에는 조그만 묘목에 불과한 어린 세계수가 있었다. 어린 세계수의 곁에는 미소 짓는 한 인간 여성이 보였다.


시그윈이 세계수를 보는 동안 세계수도 시그윈을 보고 있었다. 이어졌기에 알았다.


세계수는 시그윈의 기억을 읽고 있었다. 그 시선은 열매에서 태어났을 때부터 시작해 로엔과 보낸 시간을 지나, 쥬드와 함께한 소중한 추억까지 닿았다.


가지가 부르르 떨리며 나뭇잎이 떨어져 내렸다. 세계수가 시그윈의 기억에 동요하고 있었다.


감정이 느껴졌다. 그 감정은 마치 오래 찾아 헤매던 보물을 발견한 듯한 황홀감이었다.


잠시 후, 세계수에게서 가지 하나가 뻗어 나왔다. 가지는 점점 길어지며 시그윈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마치 손을 내미는 듯했다.


시그윈은 홀린 듯이 손을 뻗었다. 마치 애정을 갈구하는 어린아이 같아서 뿌리칠 수가 없었다.


가느다란 가지는 둥글게 휘어지며 시그윈의 손을 감쌌다. 손등에 기묘한 감각이 느껴졌다.


손을 확인하려는 찰나, 세계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갖고 싶어."


귀가 아닌 영혼에 직접 울리는 목소리였다.


"헉!"


커다란 충격에 시그윈은 잠에서 깨어났다.


몸을 일으켜 보니 식은땀으로 전신이 축축했다. 자다 깼는데도 밤을 샌 것처럼 머리가 어지러웠다.


아직 새벽인 듯 주변은 아직 어두웠다. 달빛만이 어렴풋하게 방 안을 밝히고 있었다.


시그윈은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그 생생했던 체험을 돌이켜 보았다.


분명 꿈은 아니었다. 그 어떤 꿈도 세계수와 하나되는 감각을 흉내낼 수는 없었다.


'꿈이 아니라면···'


시그윈은 세계수에게 붙잡혔던 손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손등을 보니 전에 없었던 문양이 나타나 있었다.


희미한 달빛 아래에서도 문양은 또렷하게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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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아이라 1장 (2) 24.07.17 5 0 11쪽
51 아이라 1장 (1) 24.07.16 8 0 15쪽
50 시그윈 1장 (29) 24.07.15 5 0 15쪽
49 시그윈 1장 (28) 24.07.12 5 0 11쪽
48 시그윈 1장 (27) 24.07.11 6 0 11쪽
47 시그윈 1장 (26) 24.07.10 9 0 16쪽
46 시그윈 1장 (25) 24.07.09 7 0 20쪽
45 시그윈 1장 (24) 24.07.08 7 0 15쪽
44 시그윈 1장 (23) 24.07.05 8 1 19쪽
43 시그윈 1장 (22) 24.07.04 8 1 16쪽
42 시그윈 1장 (21) 24.07.03 7 1 15쪽
41 시그윈 1장 (20) 24.07.02 7 1 13쪽
40 시그윈 1장 (19) 24.07.01 8 1 11쪽
39 시그윈 1장 (18) 24.06.28 8 1 12쪽
38 시그윈 1장 (17) 24.06.27 8 1 14쪽
37 시그윈 1장 (16) 24.06.26 9 1 11쪽
36 시그윈 1장 (15) 24.06.25 10 1 20쪽
» 시그윈 1장 (14) 24.06.24 8 1 13쪽
34 시그윈 1장 (13) 24.06.21 9 1 20쪽
33 시그윈 1장 (12) 24.06.20 6 1 14쪽
32 시그윈 1장 (11) 24.06.19 8 1 13쪽
31 시그윈 1장 (10) 24.06.18 9 1 19쪽
30 시그윈 1장 (9) 24.06.17 8 1 16쪽
29 시그윈 1장 (8) 24.06.14 9 1 17쪽
28 시그윈 1장 (7) 24.06.13 9 1 20쪽
27 시그윈 1장 (6) 24.06.12 8 1 14쪽
26 시그윈 1장 (5) 24.06.11 9 1 16쪽
25 시그윈 1장 (4) 24.06.10 9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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