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나는 용사를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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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k25252
작품등록일 :
2024.05.0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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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3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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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9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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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DUMMY


하루가 지나고 아카데미 수험 D-Day가 되었다.


수도 외곽에 위치한 아카데미의 교문 앞에는 수많은 수험생과 응원하는 가족, 친구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어 마치 수능 응원단을 연상케 하였는데 그 속에서 외로운 솔로인 유진은 인파를 뚫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혼자오길 잘했네.”


티아도 같이 오겠다고 했으나 혹여나 인파속에 휩쓸려 길 잃을까 걱정된 유진이 숙소지킴이 역할을 맡겼으니 지금 쯤 침대에 누워 꿈속에서 사주경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수험표 확인하겠습니다.”


“여기요.”


“확인했습니다. 입장하세요.”


아카데미는 원래부터 관계자 외의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기에 수험자 외에는 교문부터 입구 컷을 하였고, 덕분에 아카데미 교문을 지나자 시야가 탁 트이며 아카데미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어지간한 마을보다 훨씬 넓은 부지와 잘 닦인 길과 멋들어진 조경, 여기저기 첨탑이 솟아올라 있는 백색의 유럽풍 건물들은 마치 작은 도시 같았으며 아직 어린 수험생들과 간간히 보이는 제복을 입은 재학생들의 모습은 유진에게 잠시 그리운 과거를 떠올리게 하였다.


“······답지 않게 무슨.”


하지만 그때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란 걸 알기에 돌아오는 것은 지독한 허무였고, 유진은 이내 혀를 차고 걸음을 옮겼다.


필기 시험장으로 쓰이는 강의실은 대학 강의실이랑 별 다를 것 없는 구조로 유진에게 배정된 강의실로 들어서자 시험 보조역 재학생 몇이 일어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책상에는 상당수의 수험자들이 이미 착석해 있었는데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는 이들이 있는 한편 한 글자라도 더 보기위해 뚫어져라 책을 보거나 아예 기도하는 모습 등등 다양한 인간 군상이 보였다.


“와- 쟤 뭐야? 사냥꾼이야?”


“저 싸구려 검 하나로 사냥을 어떻게 해.”


“누더기 같은 가죽 옷 실화냐.”


“쯧. 격 떨어지게. 이래서 평민들은.”


그 다양한 인간 군상 중 유진도 당당히 한 자리 차지했는데 유진으로써는 억울한 부분이 많았다.


‘시발 진짜 서러워서 돈부터 벌든가 해야지.’


유진이라고 자신의 차림이 어떤지 모르는 건 아니었다.

다만 돈이 없을 뿐.


울분을 속으로 삼키며 유진이 조용히 자리에 찾아가 앉자 일시적인 관심일 뿐인지 시선은 금방 사라졌지만, 유진의 마음의 상처는 사라지지 않았기에 얼굴을 기억해 둘까 고민했지만 모르는 얼굴들인 걸 보아 떨어지거나 자신과 접점이 없는 인물들인 거 같기에 그만뒀다.


반대로 익숙한 얼굴이 몇 보이기도 했으나 대부분 졸업 후 소식이 끊긴 이들이었고, 그나마 들려온 소식도 전부 안 좋은 쪽이었다.


‘이번에는 저 중 몇이나 살아남을지.’


쓸데없는 잡생각에 유진은 잠시 눈을 감고 머리를 비웠고, 시간이 지나자 재학생들이 시험지와 문제지를 배부하기 시작했다.


-저벅저벅


그리고 곧 앞문이 열리며 거친 갈색 단발의 여성이 들어왔는데, 뺨에 나있는 흉터와 짜증이 난 듯 찌푸린 인상이 흉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녀를 보자 유진은 감회가 새로웠다.


그녀는 이 시험장에 있는 인물들 중 유진과 가장 마지막까지 함께 했으며.


‘꺼져! 내 마지막은 내가 정해!’


누구보다 용맹했으나 그랬기에 용사 일행 중 가장먼저 죽고 만, 용병왕의 딸이자 후에 투왕으로 불릴 영웅이었다.


‘······오랜만이야 아이리스.’


“모두 주목.”


아이리스의 박력 있는 목소리가 강의실을 울리자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교단 위에 서있는 아이리스는 분명 예쁜 축에 속하는 얼굴이었지만 호랑이 같은 사나운 표정과 떡 벌어진 어깨는 보는 이들을 하여금 압박감 주기 충분했다.


“15분 후 시험을 시작하겠다. 시험 중 발언 금지니 문제가 있으면 손을 들어라.”


잠시 시험에 관한 기본적인 설명이 이어졌고.


“마지막으로 부정행위하다 걸리면 귀족이건 뭐건 전부 노역형이다.”


-뚜둑뚜둑


“아니, 그 전에 내가 죽여 버릴 거니까 해보려면 해보도록.”


보란 듯이 손을 풀며 무시무시한 발언으로 말을 마치자 시험장이 얼어붙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리스는 손에 든 회중시계를 보며 시간을 확인하다 외쳤다.


“시험 시작.”


.

.

.


아카데미 수험은 필기와 실기로 나뉘어 져 있다.


필기시험과 실기를 치룬 뒤 점수를 합산하여 합격 여부를 가리는데 일부 실기가 필요 없는 학과의 경우 필기로만 당락을 결정한다.


재미있는 건 시험지가 공통이란 것이다.


본인이 지원한 과에 따라 배점이 다를 뿐, 모두 같은 문제를 푼다.


그렇기에 자신이 모르는 분야라 할지라도 한 문제라도 더 풀기 위해서 대부분 시험시간인 4시간을 끝까지 채우는데.


-스윽-


유진이 시험시간 30분 만에 손을 들자 가까운 곳에 서 있던 재학생이 다가왔다.


“중도포기?”


“아뇨. 다 풀었어요.”


재학생은 유진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볼 뿐, 별 말없이 시험지와 답안지를 거둬갔다.


유진이 천재여서 전부 다 풀어버린 건 아니고 그냥 풀 수 있는 것만 골라 풀고 나머지는 전부 찍어버렸는데 이정도만 해도 중위권은 충분히 나올 것이라 예상했고, 그 정도면 충분했다.


챙겨온 것도 없었기에 책상 위에 있던 깃펜만 다시 꽂아 넣고 당당하게 강의실을 나오는데, 나오면서 아이리스를 흘깃 보니 눈이 마주친 그녀가 흥미롭다는 듯 입 꼬리를 살짝 올렸고 괜히 뜨끔해진 유진은 발걸음을 서둘러 옮겼다.


순간 포식자를 눈앞에 둔 불쌍한 고라니의 심정을 느낀 유진은 나만이 있는 복도를 걸어 궁술 실기 시험장으로 쓰이는 사격장으로 향했고, 아카데미 내부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널찍한 사격장에 도착하자 평가역인 교수 두 명과 재학생 4명이 천막 아래에서 카드게임을 하고 있었다.


“오. 명사수 한 분 또 오셨군. 어서 오게.”


턱수염을 난잡하게 기른, 교수가 아니라 도박꾼, 혹은 카사노바 같은 관상을 가진 중년 남성이 먼저 유진을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며 반겨 주었고.


“이번 시험은 필기가 쉬웠나? 벌써 2명이라니.”


-꿈틀꿈틀


귀를 보면 분명 엘프인데, 엘프는 가냘프다는 선입견을 깨고 엄청난 근육이 돋보이는 M자 탈모가 진행된 레골라스처럼 생긴 남성은 근육을 꿈틀거리며 유진을 쳐다보았다.


‘저 근육 덩어리를 다시 볼 줄이야.’


분명 기쁘긴 한데, 눈물도 찔끔 날 거 같은데도 떨떠름한 느낌은 떨칠 수 없었다.


‘정말 레게노네.’


“자네 뭔가 할 말 있나?”


“멋진 근육이군요.”


“하하! 안목이 좋은 걸 보니 평균은 하겠어.”


말은 그렇게 해도 근육 엘프의 표정에서는 일말의 기대도 보이지 않았다.


“뭐가 됐던 아까 걔보단 낫겠죠. 뭐.”


그렇게 중얼거리며 재학생은 카드를 내려놓았다.


실기는 사람이 워낙 많기에 필기를 먼저 끝낸 사람부터 선착순으로 치러지는데, 이미 선객이 왔다 간 것 같았다.


“자기가 무슨 부다 지구 유명 사수였다고······ 이름이 테일러 건이었나?”


“동작 그만. 밑장빼기냐?”


“이 놈은 지 불리하다 싶으면 밑장빼기래.”


“시나리오 쓰고 있네 미친 새끼가.”


“어휴. 됐으니까 다들 저 수험자나 맞이하게.”


“넵.”


잡담을 끝낸 후 교수들은 팔짱을 끼며 자리를 지키고 학생들만 느릿하게 움직였다.


“수험표 좀 확인할게.”


“여기요.”


재학생이 유진에게 다가가 수험표를 확인하였고, 대충 확인한 후 고개를 끄덕이고는 돌려주며 설명을 시작하였다.


“첫 번째 시험은 장거리 사격이야. 저기 마도구 보이지? 네 최대 사정거리를 설정해서 과녁을 맞히면 되고 기회는 3번이니 신중하게 선택해.”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유진은 한편에 종류별로 구비 된 시험용 활을 몇 번 튕겨보고는 그 중 가장 손에 맞는 걸 골랐는데 활의 품질은 아카데미 답달까, 명품은 아니지만 적어도 활탓을 할 정도는 아니었다.


활을 챙긴 유진이 사격대에 올라 마도구를 조작작 한 순간, 마치 과녁과 유진 사이의 거리가 늘어나듯 멀어지는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2km? 와 수험생 폼 미쳤다.”


“장난하는 건가?”


“딱 한계치인 거리인 걸 보니 시험 방식에 대한 항의가 아닐까 싶네.”


“자세는 제대로인데······.”


사격장에 결려 있는 공간왜곡 마법이 일으킨 현상으로 멀어진 과녁의 거리를 확인한 교수와 재학생들 쪽이 소란스러워졌는데,


-꽈아아악!


“어? 지금 멀티 샷 하려는 거 같은데?”


“그냥 별종이었구만.”


“관종이겠지.”


“에이. 혹시나 했네.”


화살 3개를 동시에 시위에 걸자 이내 관심종자 취급하며 유진에 대한 관심을 거두었다,


크게 틀린 생각은 아니지만 유진이라고 딱히 눈에 띄고 싶은 건 아니었다.


‘내 짬에 재롱잔치 하게 생겼냐고.’


하지만 루이의 부재로 공석이 된 수석의 자리를 채워야 했기에 어차피 해야 한다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온갖 주목을 다 끌 생각이었다.


‘실프.’


-츙츙!


유진의 부름에 실체화 하지 않은 자연 상태의 실프가 상황을 읽었는지 즐거운 듯 대답했고, 활에 푸른 기운이 감돌았다.


비록 그 총량이 아쉽긴 했으나 그걸 핑계 삼기에는 이미 걸어온 길이 너무 멀었으니.


<정령궁(精靈弓) 삼분자장(三分刺長)>


-파앙!


-팍!


시위를 떠난 화살 세발이 제각기 나가다 표적 앞에서 휘더니 가운데에 삼각형 형태로 동시에 꽂혔고, 교수들은 하던 걸 멈춘 채 멍하니 과녁을 바라보았다.


“······세상에.”


“미친. 저게 가능하다고?”


“순간 정령의 기운이 느껴지긴 했는데.”


“엘프 혼혈인가? 그러지 않고서야······.”


“얼굴을 보니 혼혈은 아닌 거 같네.”


“인간 쪽의 피가 더 진한 걸 수도 있지.”


“아니야. 엘프의 피가 섞였다기에는 얼굴이······.”


‘······?’


교수들과 학생들의 입은 한동안 다물어질 줄을 몰랐는데 갑자기 대화주제가 유진의 얼굴평가로 튀어 버렸다.


“저 다음 시험을······.”


“다, 다음 시험은 저 철괴에 상처를 내는 것 입니다!”


듣다못한 유진이 다음 시험을 재촉하자 어느새 태세전환을 마치고 착하진 재학생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마지막 시험대에 오르자 거기에는 사람 키만 한 흑색 철괴가 세워져있었다.


척 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웅장한 자태의 철괴는 어지간한 대장장이도 다루기 어려워하는 흑철로 강도가 시험용 화살의 촉보다 훨씬 단단하기에 상처를 내기란 물리적으로 매우 어려웠다.


마나를 사용하면 한결 낫지만 손을 떠난 투사체에 마나를 유지하게 하는 것 자체가 검기에 비해 훨씬 난이도가 높기에 이 시험은 궁술학과 지원자들에게 그야말로 통곡의 벽이나 다름없었고, 과거 정령 속성을 이용해 겨우 생채기 내는 데 성공하고서 기뻐하던 그리운 추억이 머리를 스쳐지나 갔지만.


<정령궁(精靈弓) 혈혈혈(頁穴血)>


-슈슉!


이미 과거의 유진과는 여러모로 괴리가 있었다.


“관, 딸꾹! 관통했다고?”


“오러? 아니 그럴 리가 없잖아. 하지만 마나를 얼마나 컨트롤해야 저런 모습이······”


“그보다 이미 아카데미에 입학할 수준을 아득히 벗어나지 않았나?”


“······저건.”


“이건 학장님에게 보고해야겠군.”


재학생들은 유진을 불가해의 괴물을 보듯이 봤고, 교수들의 표정이 심각해 졌지만 어차피 루이도 같은 전철을 밟았을 거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다 끝났으니 이만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잠깐!”


유진이 슬쩍 빠져 나가려 하자 엘프 교수, 레게노가 진지한 표정으로 다가오며 날 멈춰 세웠다.


‘알아 본건가?’


과거 시골마을에서 야매로 연습한 수준에 불과하던 유진의 궁술 뼈대를 세워준 것이 레게노였기에 유진에게서 그의 궁술의 흔적을 발견한 것일지도 몰랐다.


“자네······ 엘프 혼혈인가?”


“······아닌데요.”


“역시 그렇군. 수고했네.”


별 시답지 않은 질문에 맥이 빠진 유진이 건성으로 대답하자 레게노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고, 주변의 따가울 정도의 시선에 유진은 서둘러 아카데미를 나왔다.


아카데미를 나오니 아직 점심때가 채 되기도 전이어서 돌아가 잠시 쉬었다 티아하고 맛있는 거나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여관에 도착하자.


“총각. 밥값 계산해야지.”


“예? 어제 조식 값까지 드렸잖아요.”


“자네 여동생이 4그릇 더 먹었다네.”


“······.”


여관 아주머니에게 지갑을 털렸고, 유진은 그대로 방으로 달려가 자고 있던 티아에게 스플래시를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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