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 시사평론가 강대구, 토론의 신에 등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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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엘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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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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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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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화

DUMMY

최웅의 본격적인 채찍질이 시작된다.


‘‘무슨 메시지?’’

‘‘알면서 모르는 척 하기는. 너 어제 송주나의 굿모닝 뉴스쇼 출연, 그거 첫 끝발이 개끝발이었다는 메시지지, 뭐겠냐?’’

‘‘이 인간 또 이간질 시작이네.’’

‘‘이간질은 무슨. 확실한 정보망 가지고 이야기하는 건데.’’

‘‘당신이 뭘 알아? 프롬프터가 있어, 뭐가 있어?’’

‘‘뭐? 프롬, 프터? 그건 또 뭔 개소리?’’


아차!


‘‘아무튼 소스가 누군데?’’

‘‘WTN 라디오국 차장이 내 대학 같은 과 2년 직속 선배야. 그 인간 검색도 되니까 한 번 검색해 봐. 김정우 차장이라고.’’

‘‘그래서? 나 자르기로 최종 결정했대?’’

‘‘야! 너 같은 걸 뭘 자르고 자시고 결정할 게 있어. 라디오 첫 방송 첫 코너 하고 나서 반응 안 좋으면 그냥 그걸로 유야무야 되는 거지. 아직도 이 바닥을 모르냐’’

‘‘끄응.’’

‘‘그럼, 설마 너 자른다고 보도 자료라도 낼 줄 알았어? 그냥 댓글창에 혹시 지난주 나와서 애 딸린 돌싱 어쩌고 입방정 떨었던 걍됐구는 완전 짤린 거예요? 누가 물어보면 송주나가 이렇게 대답하겠지. 이 바닥 가장 새빨간 거짓말. 일신상의 이유 혹은 스케줄 조정이 힘들어서요. 킥킥킥.’’

‘‘또 끄응.’’

‘‘자! 그러니까 이번에 또 제대로 해 보자고. 우리랑 잘 해서 WTN에 복수해야할 거 아니냐고. 소라랑 이야기해 봤는데 아무래도 중구난방에 출연하고 있는 너의 경험을 높이 사서 이번 코너는 너에게 최대한 권한을 주려고 해. 그러니까 나랑 소라는 박수부대 역할 주로 하고 니가 주도적으로 코너를 이끌어가는 거야. 어때? 졸라 흥분되지 않냐?’’


다시 최웅이 당근책으로 선회했다.

원래 정치판에서도 선거 끝나면 꼭 이곳저곳에서 벌어지는 행사가 하나 있다.

낙선자들 위로 모임 자리.

몇몇 정치인들은 그걸 통해 계파 세력 불리는 작업을 수행한다.

인간이란 원래 낙심하고 있을 때 손 잡아주고 눈물 닦아 주는 사람은 평생 잊지 못하는 법이니까.


지금 최웅이 일종의 그런 작업을 꾀하고 있다.

진짜 저 인간 정치하면 졸라 잘 할 텐데.

도대체 인터넷 방송질로 돈을 얼마나 긁어모으기에 정치권 유혹을 거절하고 있는 것일까?


‘‘어때? 오케이지?’’

‘‘아니. 싫어.’’

‘‘야! 강대구! 너 지금 나한테 무슨 함 팔고 있냐? 어차피 오케이 할 거면서 빨리 하자.’’

‘‘출연료 조정 들어갑시다.’’

‘‘야! 출연료 조정한 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방금 이번 코너는 나한테 전적으로 권한 준다고, 아니 이번 코너에서는 나보고 일 졸라 많이 하라며? 그럼, 당연히 그에 상응한 대접을 해 줘야 하는 게 자본주의 시장의 법칙 아닌가여?’’

‘‘좋아. 내가 이건 진짜 내일 모레 방송 당일 전격 공개하려고 쟁여놓고 있었는데 할 수 없군. 지금 전격 공개하는 수밖에.’’

‘‘뭔데?’’

‘‘출연료 인상보다 너한테 훨씬 동기 부여되는 메리트가 있어.’’

‘‘출연료 인상보다 나한테 훨씬 더 동기 부여되는 메리트? 세상에 그런 건 없는데? 오직 내 인생의 목표는 돈인데? 나 자타가 공인하는 배금주의자인데?’’


최웅의 설득작업 마지막 단계.

이건 내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성격도 되게 희한했다.

당근도 아니고 채찍도 아니고.

아니, 당근이기도 하고 채찍이기도 하고.


‘‘내일 모레 섭외된 출연진이 누구인 줄 알아?’’

‘‘누군데?’’

‘‘배은정과 고연아.’’

‘‘뭐, 뭐? 은정이와 고년아?’’

‘‘그래. 다시 말해 내일 모레 우리의 새로운 코너 가칭 비정치토론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강대구 너라는 이야기지. 고연아와 배은정 둘 다 너하고 인연이 깊잖아. 너 띄워주려고 일부러 그런 애들로 섭외했다니까. 겉으로는 MZ세대 여성 정치인 특집 어쩌고 포장 때리면서 말이지.’’


배은정.

명문대보다 지잡대 쪽에 가까운 우리 대학교 후배.

물론 학교 다닐 때는 몰랐다.


작년부터 보수당 쪽 청년 대변인으로 맹활약하며

울 학교 출신 현역 정치인 중 최고 아웃풋 정치인으로 떠오르고 있는 그녀.


몇 달 전 사석에서 자리를 함께 하게 되면서 정식으로 인사를 나누었는데

푸근하고도 온화한 첫 인상이 너무 좋았다.


각종 토론에서도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자랑하며 갈수록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그녀.

이번 총선에서도 공천 가능성이 높다.


같은 학교 출신에 첫 인상이 괜찮았기에 나도 방송에서 청년 정치인 이야기를 할 때은근슬쩍 그녀 칭찬을 몇 번 했고,

그때마다 고맙다는 안부 문자를 꼭 해 온 예의 바른 친구.


반면, 고연아.

현 진보 정당 청년 몫 최고위원.


B사감과 러브레터에 나오는 히스테리 넘치는 사감처럼 생긴 인상.

그 인상에 걸맞게 성격도 아주 지랄 맞다.


토론 중에 나이나 성별과 상관없이 상대에게 거침없는 독설과 악담을 아끼지 않기로 유명한 그녀.

나와도 한 방송에서 정면충돌한 적이 있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그녀가 정면으로 달려들었고, 그녀의 위세에 눌려 나는 깨깽 하며 옆으로 물러나기 바빴다.


그때 내가 뭐 그렇게 말 잘못한 것도 없었다.

청년 일자리 부족과 주택 문제 등을 가지고 하도 기성세대에게만 책임을 넘기기에

내가 요즘 청년들도 문제가 많다, 편한 것만 찾는다, 한 마디 했더니

젊은 꼰대니 기성세대의 앞잡이니 어쩌니 한참을 독설을 퍼부어 댔다.


아니 내가 옆머리가 좀 벗겨지고 술배가 나와서 나이보다 좀 들어 보이기는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지랑 같은 MZ 세대인데

참나 어이가 없어서 그냥 반박도 안 하고 토론 끝날 때까지 입 꾹 다문 아주 안 좋은 기억이었다.


‘‘그러니까 그렇게 안 좋은 기억의 그년, 내일 모레 좀 처참하게 짓밟게 해 줄 기회를 우리가 제공하는 거잖아. 동시에 아끼는 후배는 확실하게 띄워줘서 공천 일찌감치 확정 시켜 주고.’’


평소 술자리에서 나와 배은정, 고연아 각각의 인연에 대해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최웅.

정말 나 때문에 그녀들을 섭외한 건 아니겠지만 그의 말대로 어쨌든 절호의 기회다.


무얼 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

권선징악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절호의 기회지.


‘‘결정하셨죠, 강소장님?’’

‘‘한 가지 조건이 있음.’’

‘‘에이, 출연료 더 이상은 안 돼. 좋아! 조회수 나오는 거 봐서 보너스. 참! 이번 주부터 가발회사 광고 하나 들어오는데 맞춤권 어때?’’

‘‘그런 거 됐고. 대본 내가 써 가지고 갈 게.’’

‘‘으잉? 정말?’’

‘‘대신 작가들한테 개네들 프로필이랑 인터뷰 자료들 수집한 것만 내일까지 나한테 보내주라 일러. 알았지?’’

‘‘야! 너 고연아한테 지난 번 능욕 당한 거에 아주 단단히 악이 받쳐 있구나, 하하하.’’



+++



내 아끼는 후배 배은정과 과거 구원이 있는 고연아에 대해

작가들로부터 받은 자료에다가 따로 개인적인 검색을 해 본 결과,

그림이 바로 나왔다.

이거 찐찐찐 권선징악 스토리 딱이다.


우선 배은정.

비록 명문대 출신은 아니지만 이후 열심히 공부해서 명문대 대학원에 진학하고

한 정당 사무처 직원 일을 하게 되면서 정치 입문을 하게 되었다.

워낙 일머리가 있고 인간관계가 원만하다 보니 윗사람들 눈에 바로 뜨이게 되고 결국 한 국회의원 보좌관 일을 시작하게 된다.

보좌관으로서도 뛰어난 업무 능력을 보이고 무엇보다도 토론에 강점을 보이며 각종 프로그램 논객으로 참여하며 이름을 떨치게 된다.


아직 젊지만 그녀 인생 역정에는 감동까지 있다.

편모 슬하 공동화장실을 쓰는 집에서 생활했을 정도로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라났다.

아마 우리 대학 들어온 것도 본인 입으로 직접 말하지는 않지만, 점수는 훨씬 높았는데 장학금을 받아야 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대인관계 좋기로 소문났지만 그 정점에는 남편과의 연애 스토리가 있다.

고등학교 때 교회 봉사단에서 처음 만나 10년 가까이 연애를 한 후 현재 결혼 생활도 10년 차에 다다르고 있지만 여전히 달달한 신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남편이 가게를 하다 망해서 현재는 막노동과 대리 운전을 하고 있지만 그것에 대해서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아 한다.


이건 포장된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그녀와 안면을 트게 된 사석 자리에서 직접 그녀와 남편의 전화통화를 본의 아니게 엿 듣게 되었는데,

그냥 전화 통화 하는 표정, 목소리만으로도 막 사랑이 싹을 트고 꽃을 피우고 쑥쑥 자라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때, 나는 언제쯤 저런 사랑 해보나

하고 속으로 엄청 부러워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


이에 반해 고연아.

나와 배은정과 달리 명문대 출신.

거기다가 미국 유명 대학 박사과정까지 수료한 유학파.


한국에 귀국 후에는 모교에서 강의를 하면서 시민단체 병행.

자료에 따르면 시민 단체 생활 하는 동안에도 까칠하고 다혈질 성격으로 주변 사람들 많이 힘들게 했다고 한다.

뭐 가식은 없고 솔직한 성격이라 상반되게 평가를 하는 이도 없지는 않지만 어쨌든.


이후 지난 총선에 젊은 인재 영입 차원으로 진보정당에 들어와 험지인 경상도 쪽에 출마를 했지만 예상대로 대패.

그 이후에 이런 저런 토론 프로그램에 등장했지만 내 후배 배은정과 달리 비호감 표정과 언사로 오히려 안티만 불렀다.

나와 충돌했을 때가 바로 그 전형적인 예일 것이다.


그녀 사생활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프로필 상 결혼은 안 한 걸로 보인다.

어디 저 성깔머리를 제대로 건사할 남자가 애초 있겠냐마는.

설상가상 얼굴에까지도 성질이 덕지덕지 붙어 있으니 인상도 되게 비호감이다.


‘‘은정씨!’’

‘‘어머! 선배님!’’


시사팩폭쇼 출연하기로 한 당일 오전.

배은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알죠?’’

‘‘그럼, 너무나 잘 알죠.’’

‘‘이제 공천신청 하고 그러느라 한창 바쁠 텐데.’’

‘‘에이, 인지도 올리는데 요즘 시사팩폭쇼만한 프로가 있나요. 저한테는 너무나 좋은 기회죠.’’

‘‘지역구는 정했어요?’’

‘‘예. 근데 아직 좀 ......’’

‘‘그래요. 어차피 오늘은 정치인 데리고 정치 이야기 안 하는 코너인데. 컨셉 알고 오는 거죠?’’

‘‘예. 근데 정말 무슨 질문 나오는 거예요? 작가님이 조금도 가르쳐 줄 수 없다고. 대부분 선배님이 준비하실 거라고 그러던데.’’

‘‘하하. 은정씨는 걱정할 필요 없죠. 제 아끼는 후배인데 뭐 골탕 먹이는 질문할까 봐요? 하하하.’’

‘‘호호호. 감사합니다.’’


역시나 매너 넘치고 예절 바른 후배다.

반면


‘‘참! 근데 오늘 같이 나오는 진보 쪽 패널 있잖아요.’’

‘‘아! 연아씨요?’’

‘‘예, 고연아씨 평소 개인적 안면 좀 있어요?’’

‘‘예. 서너 번 마주쳐서 잠시 이야기 나눈 적 있어요.’’

‘‘어때요?’’

‘‘예?’’

‘‘개인적으로 인상 어떠냐고요?’’

‘‘아이, 참 똑똑하고 좋은 분이죠.’’


역시나 그럴 줄 알았다.

남 뒷담화 같은 거 함부로 안 하는 참한 스타일.


‘‘근데 뭐 자료 찾아보고 인터넷 검색 해 보고 그랬더니 과히 소문은 좋지 않던데.’’

‘‘예? 무슨 소문이요?’’

‘‘인성 소문이요. 좀 독불장군이다. 히스테리가 심하다. 뭐 그런 평 있던데.’’

‘‘에이, 뭐 사람 사는 세상에 이런 저런 스타일이 있는 거죠. 저하고는 성격이나 스타일이 그렇게 같아 보이지는 않기는 하지만.’’

‘‘그렇군요. 아무튼 그럼 좀 이따 뵈요. 참! 혹시나 형평성 논란이 있으니 지금 통화는 없었던 걸로 하고. 방송에서도 서로 쌩 초면인 척. 무슨 말인지 알겠죠?’’

‘‘예, 그럴게요, 선배님. 전화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오늘 컨셉은 말 그대로 권선징악이니까,

프롬프터야, 중간 중간 또 나와 줄 거지?

자! 그럼 또 즐겁게 함 출격 해볼까나, 하하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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