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 소년이 재벌급 천재 감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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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천해시
그림/삽화
열심히 쓰겠습니다!
작품등록일 :
2024.05.0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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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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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31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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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20화. 소녀의 횃불 (1)

DUMMY

낙지를 잡으셨던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나는 장화옷을 입은 우리 반 김선미와 방파제에 걸터앉았다.


선미가 가져온 배터리 후레쉬가 우리가 앉은 자리를 무대 조명처럼 비추었다. 그래서인지. 마치, 연극 무대 위에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스르륵. 


어두운 밤, 정적을 깨는 밀물 소리. 두 발을 앞뒤로 흔들면서 캄캄한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선미에게 내가 말했다. 


“선미야, 낙지는 많이 잡았어?”

“아니, 5마리밖에 못 잡았어.”

“그래? 그래도 5마리면 많이 잡은 거 아니야?”

“보통 10마리는 잡아야지. 오늘은 날이 아닌가 봐.”


한동네에 살면서, 김선미가 낙지를 잡기 위해 횃불을 보러 다닌다는 사실을 몰랐다. 지난 삶에서도 몰랐었다.


전생에 나는 가족 이외에 다른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분명, 전생에서도 김선미는 횃불을 보러 다녔을 텐데···.


다시 얻은 이번 생은 다를 것이다. 선미는 물론, 천해중의 모든 친구에게 관심을 가질 예정이니까. 


“근데 언제부터 낙지를 잡은 거야?”

“작년부터 낙지를 잡았어. 할머니 따라서 낙지 잡는 거 구경하다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했는데. 재밌더라.”


낙지 잡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재밌다고 말하는 김선미. 전생의 나 같았으면. 친구한테 낙지 잡는 것을 들켜 창피해했을 텐데.


“그래. 대단하다. 나는 횃불 보는 거 구경만 했지. 이걸 해 볼 생각을 못 했는데.”

“아주 쉬워. 그냥 불빛 비춰서 낙지가 오면 손으로 촤악! 잡으면 돼.”


김선미도 나처럼 무풍리에서 나고 자랐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염동수와 함께 놀기도 했지만, 고학년이 되면서 여자인 선미는 우리보다는 또래 여자들이랑 어울렸다.


그래서일까?


지금 이렇게 김선미와 대화하는 게 어색했다. 나는 선미의 낙지 잡는 시범에 고개를 주억거리다가 화제를 돌렸다. 


“그래? 근데 오늘은 할머니가 안 나오셨네?”

“응, 할머니 허리가 안 좋으셔서 오늘은 집에서 쉬기로 했어.”


할머니와 아버지랑 함께 사는 김선미. 그녀의 어머니는 몇 년 전에 집을 나갔다. 이는 시골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일이었다. 천해도에는 시골 생활이 지겨워서, 아니면 남편의 문제 때문에 도망간 아주머니들이 더러 있었다. 


“그래··· 할머님 건강은 괜찮으셔?”

“응. 아직은 나보다 더 힘이 좋으셔. 하하하.”

“그래. 하하하.”


전생에 김선미의 할머니는 낙지 구멍에 빠져 돌아가셨다. 썰물에 낙지를 잡다가 낙지 구멍에 발이 빠지면서 물이 들어올 때까지 나오지 못하셨다. 90년대 후반까지, 해마다 낙지 구멍에 빠져서 익사한 할머니들이 종종 있었다. 


“선미야, 밤에 낙지 잡는 거 안 무서워? 낙지 구멍에 빠질 수도 있잖아?” 

“음··· 솔직히 욕심만 안 부리면 괜찮을 거야. 괜히 더 깊게 들어갔다가 낙지 구멍에 빠지면 죽을 수도 있어.”


방파제 근처 바다는 갯벌보다는 자갈이 깔려있기 때문에 발이 빠지지는 않지만, 방파제와 멀어지면 갯벌에 빠질 수 있다고 김선미는 내게 설명했다.


“그래. 그럼 나도 너 따라서 내일 낙지를 잡아볼까?”

“네가?”

“응, 용돈도 벌 수 있고 좋을 것 같아서···.”

“그래? 그럼 한번 해봐. 내가 도와줄게.”


나는 횃불로 낙지를 잡는 것에 호기심이 생겼다. 잘만 하면 생활비도 벌 수 있다는 생각 이외에 다음 영상 기획으로 괜찮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


다음 날.

1교시가 끝나고 쉬는 시간, 여느 때처럼 왁자지껄한 1학년 1반 교실. 

염동수가 나를 찾아왔다. 


“정욱아, ‘천해중에서 왕으로 살아남기’ 비디오테이프 우리 동생한테 보여줬어?”

“응? 아니··· 아, 정희가 비디오테이프 가져갔는데. 민정이도 봤나 보네.”


동생 정희가 비디오테이프를 염민정한테 보여줬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래서 동수가 화가 나서 찾아온 건가. 그런데···. 


“그래? 그 비디오테이프, 나도 빌려줄 수 있어?”

“왜?”


내 반문에 염동수는 씩,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우리 부모님도 보여주게. 엊그제 재밌는 비디오테이프 좀 빌려오라고 하셨는데. 영화보다 그게 더 재밌을 것 같아서···.”

“음. 그래? 내가 오늘 집에 가서 정희한테 받아서 빌려줄게.”

“오케이!”


염동수가 교실에서 나가자마자, 뒤에 앉아 있던 황주완이 내 자리에 와서 물었다. 


“정욱아. 그 비디오테이프, 나도 빌려줄 수 있어?”

“응? 무슨?”

“‘천해중에서 왕으로 살아남기’··· 나도 우리 부모님께 보여주려고.”

“그래. 너도 출연했지. 동수가 보고 나면 너한테 비디오테이프 넘겨줄게.”


2교시가 끝난 후에는 주호남이 나를 찾아왔다. 


“그, 정욱아. ‘천해중에서 왕으로 살아남기’ 비디오테이프, 나도 빌려줄래?”

“너도?”

“응. 내가 좀 굴욕스러웠지만, 재밌더라고. 가족이랑 같이 보려고···.”

“그래. 그럼 주완이 본 다음에 너 빌려줄게.”


황주완과 주호남 이후로도. 반 친구 중 몇 명이 내게 와서 ‘천해중에서 왕으로 살아남기’ 비디오테이프를 빌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나는 흔쾌히 그러겠노라고 대답했다.


‘천해도 군내면 마을에는 지상파밖에 안 나오니. 이런 비디오테이프가 오락거리가 되겠네.’


나는 녹화본 비디오테이프 하나로 돌려보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는 생각에 자율학습 시간에 녹화본을 하나 더 만들었다. 


그런 후. 청소 시간에 황주완에게 먼저 비디오테이프를 건넸다.


“주완아, 여기. ‘천해중에서 왕으로 살아남기’ 녹화본을 하나 더 만들었어. 오늘 보고 내일 가져오면 될 것 같아.”

“오, 정말. 알았어.”


황주완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비디오테이프를 가방에 넣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짝꿍 설지수가 내 책상에 제과점 크림빵을 올려놓았다. 


“······?”

“나도 빌려줘. 이건 먹고···.”

“그, 그래. 알았어.”


설지수는 뭔가 다정하면서도 다가가기가 어려운 캐릭터였다. 전생에서도 그랬던 것 같고···.


***


하교 후,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창고에 있는 장화옷과 배터리 후레쉬를 찾았다. 장화옷은 오랫동안 방치한 탓에 먼지가 켜켜이 쌓여 있었다. 


‘밖에 가서 먼지 좀 털고 빨랫줄에 걸어나야겠네.’


배터리 후레쉬는 10분 정도 충전해 켜봤더니. 다행히도 불이 들어왔다. 나는 충전을 시켜두고 자기 방에서 공부하고 있는 동생 정희를 불렀다. 


“정희야.”

“오빠 왜?”

“그, 비디오테이프 있잖아. 그거 어딨어?”

“아, 그거. 친구들이 빌려달라고 해서 빌려줬어.”


난감했다. 염동수에게 오늘 밤에 비디오테이프를 가져다준다고 했는데. 


“그래? 그거 내일 가져와. 동수가 빌려달라고 해서.”

“응. 알았어. 친구한테 내일 학교에 가져오라고 말할게.”


나는 비디오테이프를 오늘 밤에 못 가져다준다고 말하기 위해 염동수 집에 전화했다. 신호가 몇 번 울리고 마침, 동수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저는 동수인데요. 혹시, 동수 있어요?”

“누구요? 동수? 내가 동수인데··· 너 누구야?”

“크크크.”


오랜만에 전생의 기억을 더듬어··· 염동수에게 장난 전화를 해보았다. 뭔가 재미가 없긴 하는데. 이때는 이런 장난을 자주 치곤 했었지.


“정욱이야?”

“그래. 어떻게 알았냐?”

“이런 장난할 사람은 나 아니면 너밖에 없으니까. 흐흐흐.”


염동수의 말에 괜히 자존심이 상하네. 유치한 것으로 치면, 염동수가 나보다 한 수위인데. 자기랑 동급으로 취급하다니. 하지만···. 


“아, 똑똑하네. 아, 그 비디오테이프 있잖아.”

“알아. 그 비디오테이프를 정희가 안 가지고 있다고. 그래서 오늘 못 빌려준다고.”

“뭐야? 어떻게 알았어?”

“흐흐흐. 민정이한테 들었어. 민정이 친구들이 그 영상 재밌다고 난리라더라. 내가 왕처럼 말하는 게 웃긴다고 하던데···.”


한동안 염동수와 이런저런 잡담을 하고 나서 전화를 끊었다. 무슨 말을 했는지는 정확하게 떠오르지 않지만, 이런 전화를 하는 것도 즐거웠다. 


***


밤 10시.  

방파제 중간쯤까지 밀물이 들어올 때였다. 김선미가 밤 10시가 좀 지나서 집으로 찾아온다고 해서 나는 장화옷과 배터리 후레쉬를 준비한 채 마당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정욱아.”


이윽고 대문 밖에서 나를 부르는 선미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쏜살같이 나가서 대문을 열었다. 


“어, 왔어. 잠깐만. 나 바로 준비하고 올게.”


서둘러 장화옷을 입고, 후레쉬 배터리를 등에 지었다. 한 손에는 양동이를 잡았다. 


‘준비 끝.’


뭔가 내가 영화 ‘고스트버스터즈’에 나오는 주연 배우 빌 머레이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대문 밖에는 유령을 잡는 동료인 김선미가 있었고.


실제로는 낙지였지만. 


‘고스트버스터즈’는 뉴욕에 출몰하는 유령들을 잡는 회사에서 일하는 네 남자가 유령을 퇴치하는 내용을 다룬 영화다. 1984년에 1편이 상영됐고 1989년도에 2편이 나왔다. 그 이후에도 2편이 더 나왔고···.


나는 대문을 열고 당당하게 외쳤다. 


“선미야. 가자. 유령 잡으··· 아니, 낙지 잡으러!”

“유령?”

“하하하, 우리 복장이 고스트버스터즈 주인공들 같아서···.”

“아, 고스트버스터즈···.”



유령을 잡는 것처럼 낙지를 잡겠다는 각오를 다지면서. 나는 김선미와 함께 방파제로 향했다. 이미 도착한 동네 아주머니들이 방파제 아래에서 후레쉬를 비추면서 낙지를 잡고 있었다. 


“선미야, 우리도 빨리 들어가서 잡자. 나 오늘 10마리 잡을 거야.”

“응, 그래. 첫날이니까, 발밑 조심하면서 잡아.”


무릎 부근까지 바닷물이 오는 위치에서 나는 이리저리 후레쉬 불빛을 비추었다. 하지만 낙지는 보이지 않았다. 


‘낙지가 없네.’


그때 옆에서 시원한 물소리가 들렸다. 


촤와아악! 


한 손으로 바닷물을 긁는 김선미. 그녀는 낙지를 잡았는지, 손에 꿈틀거리는 형체를 양동이에 넣었다. 


‘부럽다.’


그때, 내 앞에 유령처럼 수면에서 헤엄을 치고 있는 낙지가 보였다. 나는 숨을 참고, 오른손에 힘을 뺐다. 그리곤···. 


촤악. 


빠른 손놀림. 무하마드의 알리의 펀치처럼 낙지를 잡아챘다.


꽉! 생애 처음으로 낙지를 잡았다. 


내 손에 잡힌 낙지가 꿈틀거렸다. 기쁜 나머지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시끄럽게 떠들면 안 될 것 같아서 속으로만 환호했다. 


‘아자자!’


낙지를 양동이에 넣자, 김선미가 내 옆에 다가와서 물었다. 


“정욱아, 낙지를 잡은 거야?”

“응, 잡았어.”

“오, 빠르네. 나는 첫날에 한 마리도 못 잡았는데.”


그렇게 40분가량 횃불 낙지잡이를 했다. 그리고 내 양동이 안에는 낙지 3마리가 꿈틀거렸다.


‘내가 낙지 잡는 데 소질이 있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방파제에 올라온 선미에게 물었다. 


“선미야, 낙지 몇 마리 잡았어?”

“난 7마리 잡았어.”

“그, 그래···.”

“넌 몇 마리 잡았는데?”


솔직히 3마리나 잡았다고 김선미에게 자랑하고 싶었는데. 7마리를 잡았다고 해서, 괜히 시무룩해졌다. 


“3마리···.”

“진짜? 대단하다. 첫날에 3마리 잡은 것도 대단한 거야. 난 오늘 운이 좋았어.”

“그래? 그럼 이 낙지는 언제 팔아?”

“내일 아침이나 오후에 무풍수산에 팔면 돼. 아침엔 학교에 가야 하니까, 하교 후에 팔면 될 거야. 그동안 낙지가 도망가지 않게 양동이는 잘 막아두고.”


낙지를 3마리밖에 못 잡았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내 발걸음은 가벼웠다. 낙지 한 마리 시세가 얼마나 되는지는 몰랐으나, 용돈을 벌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낙지 팔아서 정희에게 맛있는 과자 사줘야지. 흐흐흐.’


***


낙지가 담긴 양동이를 마당에 내려놓고 집 안으로 들어왔더니. 동생 정희는 이미 꿈나라에 가 있었다.


‘귀여운 것.’


나는 샤워를 하고 나서, 내 방 책상에 앉아 노트를 펼쳤다. 좋은 영상 기획안이 생각나서였다. 


[(가제)소녀의 횃불]


오늘 낙지를 잡으면서, 틈틈이 김선미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그녀는 낙지 잡는 데 능숙했다. 경력이 많은 동네 아주머니보다 침착하게 몸을 움직이면서 낙지를 낚아챘다. 


‘선미를 주인공으로 다큐멘터리 같은 걸 찍으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러나.


김선미를 주인공으로 ‘횃불 보기’에 관련해 영상을 찍고 싶었지만, 큰 걸림돌이 있었다. 아무래도 이 영상을 친구들이 보는 것을 선미가 창피하지 않겠느냐는···.


‘선미에게 촬영에 관해 물어봐야겠지··· 안 되면, 동수한테 낙지 잡으라고 해야지.’


차선책으로 염동수를 염두에 뒀다. 염동수에게 낙지 잡는 법을 알려주고, 소년의 낙지잡이 도전기를 찍으면 될듯싶었다. 


하지만, 김선미와 그녀의 할머니가 나오는 장면이 염동수가 낙지 잡는 모습보다는 더 그림이 살 것이다. 


무엇보다, 김선미의 아버지가 선미가 낙지를 잡는 영상을 봤으면 했다. 김선미 아버지의 김중호 아저씨는 도박을 좋아하는 술꾼이다. 한 마디로, 한량이었다. 이 때문에 선미 어머니가 집을 나간 것이었고. 


‘여름에 선미 아버지가 감옥에 가셨던가?’


김선미 집에는 앞으로 우환이 든다. 선미 아버지의 감옥행부터 할머니의 죽음까지. 시골 소녀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연거푸 일어난다. 


전생에 선미의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김중호 아저씨가 정신을 차렸다. 그 후부터, 일도 열심히 하고 선미를 잘 보살폈는데. 천해중 수학여행 사고로 선미를 잃었다. 


그 당시, 김선미의 아버지 김중호 아저씨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 정욱아, 우리 선미는 좋은 곳에 갔을 거다. 아버지가 좋은 옷도, 좋아하는 자장면도 많이 못 사주긴 했는데··· 하늘나라에서 우리 엄마랑 행복하게 지내겠지.


다른 사람들이 나를 원망할 때, 김중호 아저씨는 내 탓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를 위로했다. 


- 삶과 죽음이 누구 탓이 있겠냐? 다 자기 팔자일 텐데. 우리 정욱이는 건강하게 잘 살아야 한다. 


그리고 내게 그는 만 원짜리 지폐 5장을 쥐여줬다. 그 지폐에는 묵은 눈물 냄새가 났었다. 


***


이른 아침부터 동생 정희가 호들갑을 떨면서. 욕실에서 씻고 있는 내게 달려왔다. 


“오빠! 오빠! 이 낙지 뭐야?”


양치질하다가 나는 새는 발음으로 대답했다. 


“내가 잡흐었어.”

“뭐라고?”


나는 입에 머금고 있던 치약 거품을 뱉어내고 다시 말했다. 


“오빠가 어젯밤에 잡은 거야.”

“거짓말? 이걸 어떻게 오빠가 잡아? 훔친 거 아니야?”

“뭐? 오빠를 뭐로 보고? 어제 오빠가 횃불 보러 가서 잡았어.”

“오, 정말? 낙지 맛있겠다.”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는 종종 낙지를 잡아먹었지만, 동생 정희가 낙지를 먹은 적이 언제였을까. 


“그래? 낙지 먹고 싶어?”

“응.”


동생 정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사탕을 앞에 두고 입맛을 다시는 어린아이 같았다. 


“그럼, 먹자.”

“진짜?”

“응. 오늘 밤에 데쳐서 먹자.”


낙지 한 마리 시세가 얼마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동생보다 중요하지는 않았다. 이제껏, 돈이 없어도 잘 살았으니. 


“근데, 오빠 이거 팔려고 했던 것 아니야?”

“아닌데. 너 주려고 잡은 건데.”

“피! 거짓말.”

“오늘 밤에 또 잡지 뭐.”


그렇게 정희와 나는 오늘 밤, 낙지 파티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하교 후 집에 돌아왔을 때. 낙지가 든 양동이가 비어 있었다. 






감사합니다. ^^ 오늘이 늘 찬란했던 그 시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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