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내는 탱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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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다닷
작품등록일 :
2024.05.08 19:50
최근연재일 :
2024.05.2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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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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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1장 아래아 사가

DUMMY

무려 20년간 세계 가상현실게임 부동의 1위 자리를 차지했던 아트윈사의 판타지 월드가 정식으로 게임서비스를 종료했다. 그리고 다음 날 세계 2위 가상현실게임이었던 제네틱스사의 룰루랜드가 서비스를 종료했고 같은 날 세계 3위 게임이었던 섹슈얼사의 원초적 본능이 서비스를 종료했다.


세계 1위~3위 게임이 동시에 서비스를 종료해 버린 그야말로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지만 세계 게임인들은 누구 하나 아쉬워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 3개 회사가 13년 동안의 합작 끝에 '아래아 사가'라는 새로운 가상현실게임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Area Saga」


영문으로는 'Area Saga'라고 표기되어 있었지만 한글로는 아래아 사가라고 표시했다. 영문 발음도 에어리어가 아니라 아래아라고 읽는단다. 아래아(ㆍ)라고 하는 작은 점(또는 area)에서 펼쳐지는 영웅들의 이야기라나?


뭐,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후훗, 작은 점에는 우주가 담겨 있습니다 여러분, 그거 아십니까? 한국에는 옛 글자에 작은 점 하나를 찍어 놓고 아래아라고 불렀다고 하더군요. 하하하, 예, 바로 그 에어리어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바로 여러분들의 이야기지요!"


3개 회사의 공동대표 아슈만 브릴리언이 했던 말이다. 그의 했던 말을 몇 번이나 돌려봤는지 모른다. 그 중에서도 '바로 여러분의 이야기'라는 표현이 내 심장을 울렸다.


두근두근


'내 이야기, 나의 영웅담..!'


정확하게는 바로 이 뒷말이었지만.


"돈이 되는 이야기 말입니다, 하하하하, 여러분 게임도 하고 돈도 버세요!"


'게임도 하고 돈도 버세요, 미친, 최고의 명언이다!'


나의 어린 꿈을 자극한 그 한마디가 내 인생을 흘러가는 물결 위에 올려놓았다. 베타 테스트도 없었다. 바로 정식 서버 오픈이다. 그것도 내가 군대를 제대한지 딱 한 달째가 되던 날에 전 세계가 동시에 오픈했다.


'이날만 기다렸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약 230만원에 달하는 '아래아 사가 1년치 이용권'도 구매했고, 지난 3년 동안 쭉 사용해서 살짝 구형이 되긴 했지만 현재 중고거래가 3~4백만 원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VRG-19도 있었다.


VRG-19는 가상현실의 접속을 도와주는 게임장치다. 마치 시체를 넣어두는 관처럼 생겼다고 해서 사람들 사이에서는 게임관짝으로 통한다. 주로 게임이라는 단어를 빼고 관짝이라고 하면 다 알아듣는다.


실제로 약 100여 년 전 초기버전 때는 이 관짝에 들어갔다가 그대로 무덤 속에 들어간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 게임장치가 관짝이라고 불리는 진짜 이유였지.


응? 죽은 이유가 뭐냐고?


게임종료가 되지 않아서 현실로 돌아오지 못한 탓에 굶어죽었다나? 물론 다 옛날 이야기다. 지금은 자동영양공급기능이 있기 때문에 아사할 일은 없었으니까. 실제로 VRG-3 버전부터는 사망사고가 없었다.


"새해까지 10분 남았어, 후, 존나 떨린닷."


기이이잉- 철컥


관짝에 들어왔다. 그대로 옷을 벗는다. 안에서 여유롭게 옷을 벗을 수 있을만큼 공간이 넉넉했다. 그런 뒤 버튼을 누르자 아래쪽으로 푹신한 이불에 감싸인 듯한 포근한 느낌이 든다. 대소변처리 장치였다.


꼬오옥..♡


'읏, 이건 너무 부드럽다니까?'


하마터면 실수할 뻔했다.


이내 유리처럼 투명했던 관짝 뚜껑이 살짝 어둡게 변한다. 안에서는 밖을 볼 수 있지만 바깥에서는 안쪽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지.


기이잉- 꾸웁


헤드기어가 내려와서 내 머리를 부드럽게 감쌌다. 입에는 호흡장치 겸 영양공급장치가 부드럽게 달라붙는다. 영양공급은 액체가 아니라 기체로 공급된다는데 정확한 원리는 나도 잘 모른다.


'후, 신선한 공기..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야.'


스르르 눈을 감았다. 정신이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착각이 든다. 1초도 안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실제 체감으로는 10초 정도되는 느낌? 가상공간에 접속하는 것이었다.


「어서오세요 주인님~.」


장난기가 가득한 꼬마 아가씨의 목소리에 눈을 뜨자 완전 어둠 밖에 없는 공간 중에 알몸의 내가 서 있다. 그리고 눈앞으로 목소리의 주인공이 보인다. 손바닥만한 요정이다. 내 관짝, VRG-19의 인공지능이었지. 이름은 샤샤다.


"샤샤, 빨리 아래아 사가에 접속 도와주세요!"


「훗훗훗, 존댓말을 다 하시다니, 드디어 때가 왔군요? 0시에 오픈이네요!?」


"응, 0시에 바로 접속할 수 있을까?"


「어디 보자, 오, 대단한 기술이에요, 접속문이 엄청 많아서 대기번호를 받을 필요도 없겠는 걸요?」


"진짜??"


「네, 여기 보세요.」


"오.."


보통 접속문이 적으면 구형 관짝들은 신형 관짝들한테 속도전에서 밀려서 대기표를 받고 한참 뒤에나 접속할 수 있었는데 아래아 사가는 그런 것이 없었다. 다행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마침내 0시가 되었다.


띵-!


「아래아 사가에 접속합니다!」


순식간에 배경이 고원으로 바뀐다. 향긋한 풀냄새가 났고 바람에 머리카락도 찰랑거렸다. 배경음악도 들렸다. 마음이 조급하듯 설레게 만드는 경쾌한 박자에, 모험이 느껴지는 방대한 연주곡이다. 마치 사방에 스피커를 틀어놓은 것처럼 웅장했다.


"오오, 빨리빨리 캐릭터 생성창!!"


「네, 그럼 캐릭터 설정을 시작하겠습니닷!」


마치 유체이탈이라도 한 것처럼 내 알몸을 내가 집적 볼 수 있었다. 옆에는 샤샤가 노란빛을 반짝이며 날갯짓을 하고 있다.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주인님? 이번에도 키?」


"당연하지!"


내 입으로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얼굴은 손댈 곳이 없었다. 아주 귀여워서 잘생긴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작은 얼굴도 작은 얼굴이었지만 진짜는 피부였다. 피부가 완전 넘사벽이었달까?


'이렇게 만져 보면 아주 부드럽고 말랑말랑해서 핑크색 생기가 감돌지.'


웬만한 10대 여자들보다 내 피부가 훨씬 좋았다. 일단 악수하면 다들 깜짝놀라서 손을 쓰다듬고 놓아주지 않을 정도다. 핑크핑크한 손바닥 감촉이 너무 좋다나? 볼은 더 좋다. 덕분에 학교 다닐 때 선배 형들이나 누나들한테 볼 꼬집힘을 많이 당했었다. 심지어는 후배들까지도..


같은 반 녀석들은 뭐, 말할 것도 없었고.


응?


왜 뿌리치지 않았냐고?


..뿌리쳤다, 근데 내가 여자애들은 이겨도 남자애들은 못 이겨.. 그리고 갑자기 붙잡으면 그냥 붙잡힐 수밖에 없었다. 도둑질 당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난 그 문제를 덩치, 키에 있다고 봤다.


지금 캐릭터 설정에서 키를 바꾸려고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보통 가상현실게임에서도 키가 작으면 키 큰 사람보다 힘이 약하거든. 물론 스탯을 높이면 이길 수야 있겠지만 그럼 키 큰 사람은 놀고만 있겠냐고?


현실 키는 170cm였다. 그리고 이제 가상현실에서는 키가 182cm가 될 예정이다. 아니, 예정이었다.


「주인님, 키 1cm당 현금결제 12만원이라는데 어떻게 할까요? 일시불? 12개월?」


"뭐, 뭐엇!??"


「12만원이요 주인님, 1cm당 12만원.」


"..농담이지?"


「진짜 여기 이렇게 써 있는걸요? 자세히 보세요, 12만원이지?」


"미친, 말도 안 돼, 아직 게임은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현질을 유도하다니, 이건 내가 생각했던 게임이랑은 뭔가 거리가.."


「그래서 고작 12만원 때문에 키를 포기하시겠다고요!? 대한민국 남자 평균 키도 안되는 꼬맹이가??」


"..너보다는 크거든?"


「눼눼, 그러시겠죠, 근데 정말 키에 돈 안 쓰실 거예요?」


"알잖아? 난 원래 팔면 팔았지, 게임 안에서는 절대 돈 안 쓰는 거, 근데 혹시 캐릭터 성형비용도 따로 들어?"


「음, 얼굴 1% 바꾸는데 10만 원, 다 뜯어고치려면 1,000만 원이 들겠군요.」


"개비싸다, 하는 사람이 있을까..?"


「개밥으로 한 달에 1억씩 쓰는 사람도 있는데요 뭘, 앗? 신체는 부위마다 가격이 다르네요?」


"부위?"


「네, 가슴 사이즈 한 컵당 16만원이고 최대 Z컵까지 키울 수 있대요. 아? 이건 여자 거였구나? 남자는.. 음, 거기가 1cm당 20만원이라네요, 키워드릴까요?」


"내가 거길 왜 키워..?"


「하긴.. 그렇죠..?」


뭔가 뉘앙스가 기분 나빴지만, 아무튼 엄청난 것들을 들은 기분이다.


「그 외의 신체부위는 1%만큼 바꾸는데 10만원이 든다고 하네요, 오, 성전환도 있대요 주인님, 여자해 보실래요? 성전환은 1,000만원이라는데!?」


"와, 성전환이 천만 원..!?"


「하실?」


"아니."


캐릭터 생성부터 현질유도가 미쳐도 단단히 미쳐 있었지만 그래도 한 가지만큼은 다행이었다. 설마 게임시작부터 현금 천만 원을 긁고 성전환하는 사람들은 없을 거 아니야??


'휴, 다 믿고 여자라고 볼 수 있겠지..?'


마지막으로 캐릭터를 확인해 봤다. 하나도 손을 대지 않은 탓에 그냥 거울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뒤로 묶은 까만 단발머리, 수려한 눈썹, 반꺼풀을 가진 잘생긴 두 눈, 오뚝한 코, 도톰한 입술, 비율 좋은 몸으로 만들어주는 작은 얼굴에 기다란 다리..


잘생겼는데도 귀여움이 묻어나오는 얼굴이었다. 가끔 여자인 줄 알고 고백해 오는 놈들도 있기는 하지만..


'음, 키만 빼면 완벽해.'


「주인님, 캐릭터 이름은요? 중복이름도 가능합니다.」


"한예담!!"


「어? 주인님이 아래아에 하나밖에 없는 '한예담'이래요, 하긴 이런 이름을 누가 쓰겠어, 촌스럽게.」


"초치지 말아줄래..?"


「흠흠, 이 기세를 몰아서 빨리 시작하셔야겠네요, 시작 지점은 어디로 할까요?」


눈앞으로 아래아라고 하는 거대한 세계지도가 펼쳐졌다. 시작 지점이 너무 많아서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이건 오픈 전에도 공개되지 않은 정보들이야, 결국 어딜 선택해도 운일 수밖에 없지, 하지만 일단 사냥터가 풍부해 보이면서도 고립되지 않은 지역을 선택하는 게 유리할 거야.'


나는 그 중에서도 「바란 왕국」을 선택했다. 그냥 이름이 짧아서 눈에 들었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내 운이었다. 그렇게 게임을 시작하자 번쩍이는 섬광과 함께 시야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와, 접속 겁나 빠르네.. 여기가 아래아.."


푸른 하늘 아래로 서양 중세시대의, 아니, 중세시대에도 미치지 못한 남색 지붕의 건물들이 쭉 늘어선 것이 보였다. 건물들이 죄다 낮아서 하늘이 뻥 뚫리게 보이는 느낌이다. 전부 목조건물들이었다.


'죄다 1~2층 건물들밖에 없네.. 아!?'


도시 한 가운데에 위치한 첨탑 같은 건물 하나가 홀로 위용이 드높았다. 왕성인 것 같았는데 유일하게 돌로 만든 건물 같았다.


'빵 굽는 냄새 미쳤다..!'


콧구멍이 자꾸만 커진다. 홀린 듯 다가가 보니 가장 저렴한 빵 하나가 5코퍼다. 아이템창을 열어봤다.


[초보자용 하얀 반팔티], [초보자용 검정 반바지], [초보자용 검정 신발]

[소유한 금액: 0골드 0실버 0코퍼]


'10원도 없잖아!? 게다가 무슨 아이템이 방어력도 없고, 내구도도 없고, 그냥 이름만 달렸어..? 아? 그래서 초보자용인 건가?? 근데 왜 팬티는 없는 거지?'


슬쩍 바지춤을 들어봤다. 다행히 안에 하얀 팬티를 입고 있었다. 팬티를 들춰 보면 소중이도 볼 수 있다. 성인 모드이기 때문이다. 청소년 모드에서는 속옷이 벗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전체이용모드에서는 캐릭터가 현실성이 없다.


'룰루랜드처럼 머리통 크고, 귀엽게 생긴 캐릭터지.'


귀여운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마 아래아 사가를 전체이용모드로 즐길 것이다.


'그나저나 뭔가 허전한데..?'


도대체 뭐가 허전한 걸까? 지금까지 가상현실게임을 플레이해 본 중에 지금처럼 허전한 느낌이 있었던 것은 당연컨대 이번이 처음이었다. 허전하다. 매우 불안할 정도로 허전했다. 다시 바지춤을 살짝 들춰봤다. 이건 있었다.


'휴, 다행이군, 그나저나 뭐가 없는 거지..?'


두리번두리번


'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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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장 아래아 사가 +1 24.05.08 84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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