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내는 탱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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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다닷
작품등록일 :
2024.05.08 19:50
최근연재일 :
2024.05.2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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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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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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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제3장 첫 수익

DUMMY

왕국 도성이 생각보다 커서 이동하는 것만 시간이 상당히 걸렸다. 걸어서 남문에서 북문까지 최소 4시간 이상이 걸리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뛰었다. 목적지는 용병길드다. 그나마 전투직업을 얻을 수 있는 곳이 그곳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헐, 뭔 줄이 이렇게 길어..?'


이미 먼저 온 유저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기다렸다간 하루로도 모자랄 것처럼 보였다. 사람들을 살펴보니 다들 연인이나 친구 사이로 보였다. 뭐, 나도 친구가 없는 건 아닌데..


'같이 하면 레벨 업이 너무 느려지지, 나만큼 플레이 시간이 긴 녀석들이 없으니까.'


줄을 서지 않고 빠져나와 다른 가게들을 살폈다. 혹시 전투와 관련된 가게들이 있을까 해서다. 다른 게임에서는 흔한 전사길드라던지 도적길드 따위는 보이지도 않았다. NPC들에게 물어봐도 이곳에는 그런 길드가 없다며 용병길드만 알려주었다. 그렇다면 추측해 볼 수 있는 것은..


꿀꺽


'어쩌면 시작지역마다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다 다를지도 몰라..!'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전사나 마법사 같이 원하는 직업을 미리 생각하고 시작한 사람들은 도시 간에 멀리 이동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미친? 여기서 도시 하나를 다 돌아보는데도 시간이 엄청 드는데 다른 도시로 이동한다고?'


절레절레


경험치 손실이 너무 컸다. 결국 나는 뭐가 되어도 이 바란 왕국에서 반드시 직업을 얻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게 골목을 지나가다가 NPC로 보이는 꼬마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도 없는 목검을 휘두르며 놀고 있었다. 어쩐지 탐이 나지만 참았다.


"자둠, 난 커서 성기사가 될 거야!"

"에? 브릭, 그러려면 지금부터 수도원에 열심히 다녀야 할 걸? 신께 매일 기도를 드려야지?"

"어차피 꼬마라고 안 받아주는 걸..?"


나는 브릭에게 다가갔다. 코가 질질 흘러내려서 살짝 더럽기도 했지만 생긴 게 나름 귀여운 녀석이었다. 어딘지 순박해 보였달까?


"저, 저기 미래의 성기사님..?"


"웁? 무, 무엇이냐!?"


성기사라는 말에 녀석은 얼굴이 빨개져서 광대가 승천한다. 내 시선은 그보다도 녀석의 목검에 머물렀다. 녀석이 슬그머니 목검을 뒤로 숨겼다. 음, 대단한데..?


"흠흠, 혹시 수도원이 어딨는지 알 수 있을까요, 미래의 성기사님?"


"..지금 공짜로 가르쳐 달라는 거야? 이 험한 세상에??"


"..."


순박해 보인다는 말은 취소다.


호밀빵 하나를 건네주고 수도원의 위치를 알아냈다. 수도원은 도시 북동쪽 끝에 있었다. 다른 건물들보다 살짝 커보이는 목조건물이 바로 바란 수도원이다. 추가로 목검의 가격도 알아냈다. 200코퍼였지.


'아까 호밀빵 하나가 5코퍼였으니까 200코퍼면 호밀빵 40개 가격이군, 생각보다 비싼데..? 진짜 검은 그러면 얼마라는 소리야??'


가는 길에 무기점을 발견했다. 상태 안 좋아 보이는 숏소드가 2~5실버였고 좀 괜찮아 보이는 녀석은 50실버까지 가격이 나갔다. 그리고 살짝 놀란 건..


'미친? 100코퍼가 아니라 1,000 코퍼가 1실버라고..?'


따라서 1실버면 무려 호밀빵을 200개나 사먹을 수 있는 돈이었다. 가장 상태 안 좋은 숏소드를 사려고 해도 호밀빵 400개를 살 수 있는 돈이 필요했지. 지금으로서는 실감이 잘 나지 않았다. 그렇게 뛰고 걷기를 반복해 수도원 앞에 다다랐다.


-띠링, 배가 몹시 고픕니다. 모든 능력치가 50%로 저하되었습니다. 0%가 되면 사망합니다.

(TIP-행동으로 기력을 소모할 때마다 포만도가 빠르게 떨어집니다.)


꼬르륵..


"깜짝 놀랐잖아? 무슨 굶어죽는 것까지 구현을.."


주변을 살펴보니 당장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구걸하는 플레이어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초장부터 너무 뛰어다녀서 나보다 빨리 포만도가 떨어진 것 같아 보였다.


'사망하면 현실에서 하루 동안 접속하지 못하는데..'


게임시간으로 치면 24일이었다. 24일이면 레벨 차이가 한참이나 벌어질 수도 있는 시간이었지. 게다가 죽으면 경험치가 하락하고 갖고 있는 아이템과 돈도 드랍된다고 들었으니 그야말로 치명적인 셈이었다.


얼른 빵 하나를 꺼내 먹자 수도원에서 남자 플레이어들이 투덜거리며 나왔다.


"이런, 다른 직업을 다시 알아봐야겠어."

"그러게 어쩐지 사람이 없더라니 다 이유가 있었군."


나보다도 빨리 수도원에 다녀온 사람들이었다. 도대체 뭔 소리를 하는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재빨리 그들 앞에 다가갔다. 일본 사람들인 것 같았다.


"저기요, 수도원에 다녀오셨죠? 혹시 성직자 직업에 무슨 하자라도 있었나요???"


짜증난다는 얼굴로 나를 돌아본 두 명의 남성이 나와 눈이 마주치자 헛바람이 튀어나오며 살짝 웃었다. 뭐, 비웃음 같은 건 아니었고 나로서는 자주 경험하는 표정이다. 귀여운 동생, 아니, 고양이 집사가 고양이를 바라보는 표정이라고 해야 하나? 그 비슷한 무언가다. 살짝 변태처럼 느껴질 수 있는 표정이다.


"흠흠, 귀여운 레이디께서 방금 무슨 질문을 하셨죠?"


"..남자예요."


"아..?"


"성직자 직업에 무슨 하자라도 있나요??"


남자가 의심하는 듯 내 가슴 쪽과 아래쪽을 슬쩍 쳐다보더니 납득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턱을 쓸어만진다. 뭔가 말하기 부끄러워하는 눈치다.


"흠흠, 글쎄 결혼한 배우자가 아니면 흠흠, 할 수 없다지 않겠습니까?"


"흠흠??? 아..!"


알아들었다. 성관계를 말하는 것이었다. 성인게임에서는 으레 그 이유 자체만으로도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대충 이해할 수 있었다.


'겨우 그 정도라면 난 충분히 감내할 수 있어, 어차피 모쏠이니까, 후훗, 이번 게임은 성기사를 키우게 되는 것인가? 나쁘지 않군.'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에? 또 뭐가 있어요?"


"사실 이게 결정적인데.."


"???"


"글쎄, 고기를 절대 못 먹는다지 뭡니까!?"


두둥!!!


'뭣!?'


귀를 의심했다. 현실이랑 똑같은 맛, 아니, 그보다 훌륭한 맛의 구현도 가능한 가상현실게임에서 고기를 못먹는다니??? 이건 매우 심각한 사안이었다.


게다가 아래아 사가는 현실에서 10시간만 플레이해도 게임에서는 10일이었다. 진짜 말만 10일인 것이 아니라 현실과 똑같은 10일의 기간인 것이다.


그럼 20시간을 플레이한다고 가정하면 무려 20일 동안이나 고기를 못 먹고 풀때기만 먹어야 한다는 소리인데..


그게 가능해???


"지, 진짜로요..???"


"예, 뭐, 종교적인 이유라나 뭐라나, 아무튼 저희는 포기했습니다, 고기는 못 참으니까요."


"그, 그렇죠, 고기는 못 참죠.."


그렇게 남자들이 다른 직업을 고민하며 멀어졌다. 직접 가서 확인해 보니 남자들이 한 말이 모두 맞았다. 덕분에 나도 심각해진다.


'젠장, 고기를.. 으.. 고기.. 고기.."


그뿐인가? 매달 십일금이니 각종 헌금이라며 정기적으로 돈도 뜯어간단다. 아주 무서운 직업이었다. 문제는 그만큼 성능이 확실하다는 것이었지만..


"으, 진짜 고기만 아니면 바로 성기사하는 건데..!"


현실에서는 먹어 보기도 힘든 진귀한 요리들을 가상현실게임에서는 아주 손쉽게 먹을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웬만한 플레이어들은 입맛들이 높은 편이었지. 나도 그랬다. 근데 고기를 못먹는다고?


심지어 육고기뿐만 아니라 물고기도 못먹는 것이었다. 그 맛있는 회도 못 먹는다는 소리다. 게다가 달걀도 못 먹잖아?


'미친.. 이건 진짜 안 돼, 이건 못하겠다.'


수도원 앞에 우두커니 섰다. 아직 정보를 모르는 사람들이 웃으면서 수도원에 들어갔다가 투덜거리며 빠져나온다. 여기 있으면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럼 뭐하지..?"


나사가 빠진 것처럼 멍하니 있었다. 그러자 아까부터 계속 구걸하고 있던 남자 유저 하나가 갑자기 땅에 쓰러져서 죽었다. 아이템은 아무것도 떨구지 않았다. 어쩐지 정신이 번쩍 든다.


'무슨 3일을 굶은 것도 아니고 고작 반나절 정도 굶었다고 죽다니, 진짜 미친 거 아니야!?'


생각보다 무서운 게임이었다. 나도 빵이 이제 3개밖에 남지 않았다. 돈은 1코퍼도 없었지. 불안함이 엄습했다. 죽으면 24일이 날아간다.


'아니, 이럴 때가 아니야, 어서 빨리 직업을 얻어야.. 허억!?'


여기저기 굶주려서 쓰러진 플레이어들이 보였다. 한둘이 아니다. 게임 시작부터 아사라니, 겁나게 살벌한 게임이었다. 이 정도면 거의 생존 서바이벌 수준이다.


'미, 미친?? 이러다간 진짜 나도 죽을 수 있겠어, 되도록 빨리 직업을 찾아야 한다.'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지금까지 도심의 동북쪽 일대를 샅샅이 훑어봤으니 이번에는 서북쪽 일대를 훑어볼 생각이었다. 골목을 지나다가 코너에서 누군가와 부딪쳤다.




"읏!?"


털썩


-소백산맥을 처치하고 1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


시발? 뭘 처치해??


"저, 저기요??"


그냥 걸어가고 있다가 부딪쳤을 뿐인데 소백산맥이 무너졌다. 그 결과 소백산처럼 생긴 40대 아저씨 하나가 사망했지. 정말로 나는 모르는 일이었다.


두리번두리번


'크, 큰일났다, 이러다가 나 살인자되는 거 아니야??'


보통 게임에서는 PK를 하면 살인자가 된다. 살인자가 되면 현상수배범이 되어서 마을병사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지. 심지어 거래도 못하고 퀘스트도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수행할 수 없을지도 몰랐다. 그뿐이랴? 심지어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죽을 수도 있었다.


'ㅈ됐다.'


"이봐요, 소백산맥님!"


짝짝짝


볼을 때려봤다. 그런다고 죽은 사람이 살아날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대신 그의 발이 맨발인 것이 보인다. 마치 누가 벗겨 놓기라도 한 것처럼 신발이 가지런히 옆에 놓여 있었다. 슬쩍 신발을 챙겼다.


'일단 살인자가 되었는지부터 판단해야 해, 상태창으로는 이상이 없지만 가장 확실한 건 거래를 하는 것이겠지, 거래가 안된다면 진짜 망한다..'


꿀꺽


옆에 있던 잡화점에 방문했다. 주근깨가 가득하지만 나름 예쁘게 생긴 금발의 시골처녀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어서오세요, 메리네 잡화점입니다."


일단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살인자가 된 것은 아닌 모양이다.


"저 혹시 이런 것도 팔 수 있을까요?"


초보자용 신발을 내밀었다. 게임마다 다르지만 더러는 시작 때 착용하고 있던 템들을 NPC들이 구매해 주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메리로 추정되는 아가씨가 신발을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1코퍼를 보여준다.


"죄송하지만 상태가 좋지 않아서 많이 드릴 수는 없어요, 이거라도 괜찮다면 제가 살게요."


"팔겠습니다!"


첫 수익이다. 신발을 건네고 1코퍼를 받았다.


"히히, 저희 메리네 잡화점은요, 유통기한이 짧은 음식들이나 너무 값비싼 물건이 아니면 모두 구매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언제든지 방문해 주세요, 그리고 좋은 물건도 의외로 많답니다?"


"네, 고마워요 메리 씨."


"어멋.."


-메리의 호감도가 15만큼 올랐습니다. (현재 호감도 20)


갑자기 호감도가 15씩이나 오른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녀에게 다시 살갑게 미소를 지어주며 잡화점을 나섰다. 어쩐지 심장이 떨린다. 아래아 사가를 하면서 처음으로 돈을 벌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메리는 내가 PK를 한 사실을 전혀 몰랐지..?'


일부 게임 중엔 경비병이 못 봤으면 PK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들이 있었다. 아무래도 아래아 사가가 여기에 해당되는 것 같았다. 그렇다는 건..


'아까 골목에서 게임종료를 기다리시는 분들이 좀 많았던 것 같은데..'


꿀꺽


"내가 도와드려야겠다."


골목으로 들어왔다. 주변을 빠르게 돌아본다. 시선이 느껴지지 않았다. 바닥에 누워있는 남성의 머리가 어쩐지 축구공을 닮았다. 슈팅 연습을 해 본다. 오른발이 뻗어나간다.


'사커킥!!'


퍼억!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비틀거리며 넘어지는 액션까지가 연속동작이었다. 마무리로 대사까지 얹어주면 아주 완벽했지.


"어이쿠, 다리가 걸렸.."


"억..!?"


"뭐야, 안 죽었어?"


당황하며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확인했다. 지나다니는 사람은 없었다. 남성에게로 다가가봤다. 남성이 얼굴을 붉히며 나를 노려본다. 백인의 대머리 남성이다. 나이는 나보다 조금 더 많은 것 같았다. 얼굴에는 해골문신이 보인다. 녀석이 입을 열었다.


"마더 뻐.."


그 찰나의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굳이 통역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리고 내 발은 거의 동시에 뻗어나갔지.


퍼억!


"사커킥!!"


털썩


-애스홀맨을 처치하고 1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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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제8장 스킬과 능력치 24.05.20 16 0 12쪽
7 제7장 내성이 없는 먹잇감들 24.05.15 16 0 13쪽
6 제6장 재밌는 것을 알려줄까? 24.05.13 23 0 14쪽
5 제5장 스승님의 집 24.05.12 21 0 14쪽
4 제4장 직업을 갖다 +1 24.05.11 28 1 14쪽
» 제3장 첫 수익 +1 24.05.10 33 1 13쪽
2 제2장 특성 +1 24.05.09 50 2 14쪽
1 제1장 아래아 사가 +1 24.05.08 8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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