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내는 탱커

제8장 스킬과 능력치

기드한으로부터 받은 긴팔의 까만 유니폼은 아주 깔끔하면서도 세련되어서 상당히 멋져 보였다. 심지어 아이템 등급도 「최고급」이었지. 이름 색깔도 어두운 회색인 초보자템과는 달리 연두색을 띠었다.

[기드한 빵집의 점원복]

-방어력: 2

-내구력: 20/20

-빵집점원: 제빵과 관련한 모든 스킬레벨이 1만큼 증가한다.

'음, 잘 어울리네.'

점원복이 초보자용 까만 반바지와 신발이랑 원래부터 한 세트인 것처럼 잘 어울렸다. 여기에 까만 앞치마를 둘러도 제법 잘 어울리긴 하지만 앞치마는 가게에서만 입는다. 그리고 메인은 따로 있었지.

철컥

'흐흐흐흐.'

바지춤에서 까만 권총을 꺼내들었다. 지난밤 스승님에게 술을 잔뜩 먹인 뒤, 알코올에 알딸딸하게 기분 좋아졌을 때 살살 꼬드겨서 받아낸 총이었다. 데미지는 약하지만 무려 「마법」 등급의 총이다. 아이템 이름 색깔이 파란색을 띠었지.

참고로 아이템 등급 순서는 「최하급」「하급」「일반」「고급」「최고급」「마법」「희귀」「영웅」「전설」「신」이었고, 등급과 상관없는 「세트」 아이템이 따로 존재했다.

총을 살펴봤다.

[마총수의 연습용 마법권총]

-공격력: 2

-내구력: 40/40

-재주+2

-자동수리: 매 60초마다 내구력 1을 회복한다.

'스승님이 어렸을 때 사용하던 마법권총이라고 했지?'

일반권총이랑 다른 점은 탄창을 넣는 곳이 아예 꽉 막혀 있어서 총알을 장전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즉, 마총수의 특별한 스킬이 없으면 총알을 발사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지. 그리고 나는 어제 술에 취한 조셉에게서 이미 스킬을 배워둔 상태였다.

[Lv.1 마탄 장전]

-마총에 마탄 1발을 장전한다.

[Lv.1 마탄 연마]

-마탄의 공격력이 1만큼 증가한다.

[Lv.1 치유탄]

-치유탄을 발사해 적중한 대상의 생명력을 2만큼 회복시킨다.

'마탄 1발을 장전하는데 1의 마나가 들어, 미리 장전을 쌓아두는 것도 불가능하고.. 흠, 공격을 하려면 장전된 총알이랑 마나가 넉넉해야 할 텐데..'

다행히 어제 조기퇴근 후 기드한으로부터 능력치에 관한 설명을 들었었다. 그렇게 해서 알게 된 것은 「근력」 1당 근접공격력이 1만큼, 그리고 들 수 있는 아이템의 무게가 1kg씩 증가한다는 것이다.

보통 체급에 따라 허용된 무게량이 다른데 보통 자기 몸무게의 3분의 1 정도?

따라서 내 체급으로 들 수 있는 무게는 19kg이 한계였고 거기에 상태창의 근력 1이 더해져서 최종적으로 20kg까지 들 수 있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20kg밖에 못드는 것은 아니었고 무게가 20kg이 넘어가면 이동속도와 공격속도가 감소되는 형식이었다. 이동속도 등이 0까지 감속되면 그제서야 아무것도 들지 못한달까?

「민첩」은 1당 이동속도와 공격속가 0.5씩 증가한다는데 그게 정확하게 어느 정도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재주」의 경우 포인트 1당 원거리 공격력이 0.5, 치명타 적중률이 0.1%만큼 증가한단다.

'치명타적중률이 100%를 넘어가면 그때부터는 치명타 데미지가 증가한다고 했던가?'

그 다음 「인내」의 경우 포인트 1당 기력이 10만큼 증가하고 피부방어력이 0.05만큼 증가한다고 했는데..

'충격적인 사실을 들었지.'

탱커에게는 안 좋은 사실이었다.

왜냐하면 보통 게임은 모든 방어구의 방어력이 합산되는데 아래아 사가에는 맞은 부위의 방어력만 따로 적용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부츠에 공격을 받았으면 부츠 방어력만 적용되는 형식이었고 맨살을 공격받으면 방어구가 아예 쓸모없어지는 개념이었달까?

'그렇다고 온몸을 빈틈없이 무장하면 기동성이 떨어져서 바보가 되겠지, 뭐, 나는 이번엔 탱커가 아니니까 상관없지만.'

「체력」은 포인트 1당 생명력이 10, 체젠이 0.01만큼 증가한다고 했다. 체젠이 0.01이면 100초당 생명력 1씩 회복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체력이 100만 되어도 초당 생명력을 1씩 회복하는 셈이었다.

다만, 전투 중에는 회복속도가 현저히 느려진다고 하니 탱커들이 다른 게임에 비해서 여러모로 불리한 것 같았다.

「지능」은 1당 주문력이 1만큼 증가하고 암기력이 1만큼 증가한다는데 암기력이 정확하게 뭘 의미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제빵사들의 경우 지능이 높으면 상대적으로 더 많은 레시피를 암기할 수 있다나?

그 다음 「정신」은 포인트 1당 마나가 10만큼 증가하고 마젠이 0.01만큼 증가하는데 마젠의 경우 체젠과 똑같았다.

「집중」은 포인트 1당 주문극대화율이 0.1%만큼 증가하고 모든 집중을 요하는 행동 중에 적중률과 치명타율이 0.1%씩 증가한다고 한다. 그리고 시야범위가 10cm씩 증가한다는데..

'원딜한테는 적중률이랑 시야도 중요할 것 같긴 한데, 집중도 쓸 만할 것 같기도 하고, 흠..'

「매력」은 외모가 아름답게 보정되고 NPC들에 대한 호감도나 평판을 올리는데 유리하다고 들었다. 통솔력도 1씩 증가한다는데 통솔력은 소환수나 펫 등을 부릴 때 필요한 수치라고 한다.

'전투와 관련없는 여자 NPC들은 다들 이 매력을 올린다고 했지.'

아마 현실에도 이런 상태창이 있었다면 매력을 올리는 사람이 엄청 많지 않을까 싶었다. 예쁘고 잘생겨진다는데 뭔들 못하겠는가?

마지막 「행운」은 1당 모든 이로운 확률이 0.05%만큼 증가한다고 들었다. 이를테면 더 맛있는 빵을 만들어낼 확률이나 더 좋은 걸작템을 만들어낼 확률 등이 올라가는 능력치인 것이다. 몬스터들이 더 좋은 아이템을 드랍할 확률도 이 행운에 달렸다고 했다.

'내 경우에는 일단 마나가 없으면 기본공격 자체가 불가능하니까 마나를 올려보자, 스킬도 이것이랑 이것을..'

상태창을 열어봤다.

[이름: 예담][나이: 24세][직업: 마총수]

[레벨: 3]

「생명력: 10/10」「기력: 10/10」「마나: 30/30」

[능력치]

「근력 1」「민첩 1」「재주 1(+2)」「인내 1」「체력 1」

「지능 0」「정신 3」「집중 1」「매력 3」「행운 0」

(신체정보 자세히 보기)

[보유스킬: 4개]

「Lv.3 마탄 장전」「Lv.3 마탄 연마」「Lv.3 치유탄」 「Lv.1 기본권총술」

-남은 스킬포인트: 5개

[Lv.3 마탄 장전]

-마총에 마탄 3발을 장전한다.

[Lv.3 마탄 연마]

-마탄의 공격력이 3만큼 증가한다.

[Lv.3 치유탄]

-치유탄을 발사해 적중한 대상의 생명력을 6만큼 회복시킨다.

'스킬레벨이 자신의 신체레벨을 넘을 수 없구나? 음, 이제 마나 1을 소모하면 마탄을 3발까지 장전할 수 있군, 기본권총술은 싸우다 보면 알아서 숙련도가 오르겠지?'

당장에 사냥터로 달려나가고 싶었지만 현재의 나는 묶인 몸이었다. 일단 우물물부터 기르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스승님의 아침식사도 이제는 내가 담당이다.

'오니타 형이 만든 실패작 빵들을 얻어왔지, 후후후.'

먹어봤는데 그냥저냥 먹을 만했다. 당분간 처치 불가한 오니타 형의 실패작들을 내가 맡기로 했으니 먹을 것 걱정은 전혀 없었다. 문제는 마실 것이었다. 우물물을 기른 뒤, 모유방을 찾았다. 바란 왕국에는 소나 양을 키울 곳이 없기 때문에 우유 대신 모유를 마셨다.

가격은 100ml당 1~3코퍼로 그날그날 달랐고 당일 팔지 못한 모유는 비누로 만들어서 되팔았다. 가격은 개당 5코퍼로 여러 종류의 꽃향기가 가미된 비누다. 즉, 바란왕국 사람들은 세제로 모유비누를 썼던 것이다. 양치는 소금으로 했다.

'우유를 마시려면 소 키우는 농장이 있는 곳에 가야 하는구나..!?'

유통과정에서 상할 수도 있는 데다 몬스터들의 위협이 매우 크기 때문에 우유는 따로 도시 간에 유통하지 않았다. 하여 우유를 먹고 싶으면 반드시 소 키우는 농장으로 가야만 했던 것이다. 다행이라면 모유가 생각보다 맛있었다는 것?

건강한 모유는 우유보다 달달해서 맛이 매우 좋았다.

"헐!? 잠깐만??? 그럼 고기가 얼마라는 소리지??"

놀란 마음으로 푸줏간에 달려갔다. 가격이 역시나 날마다 다른데 오늘은 돼지고기 한 근에 500코퍼였다. 냉동이었다. 냉동소고기는 맛대가리가 없을 텐데도 불구하고 한 근에 1실버가 넘었다. 닭 한 마리 값은 오늘 기준으로 200 코퍼다. 다행히 닭은 냉동이 아니다.

"비, 비싸잖아..?!"

내 하루 일당이 1.6실버인데 돼지고기 3근을 사면 100코퍼 밖에 남지 않는다. 그나마 요리된 걸 사먹으면 더 비싸겠지. 심지어 기드한 아저씨가 내 급여를 많이 챙겨줘서 그렇지 원래 여자점원들은 한 달 내내 일해 봐야 8실버 정도 밖에 벌지 못한다고 한다.

일당으로 따지면 300코퍼도 안되는 셈인데 냉동 돼지고기가 한 근에 무려 500코퍼나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주머니들이 고기를 중요한 날이 아니면 못 사먹는다고 했던 거였구나.'

가난한 집은 평생토록 고기를 못 먹어보기도 한단다. 특히 여자들이 남자들에 비해 급여를 받지 못하는 건 글을 모르기 때문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학교는 남자만 보내고 여자는 부자들이 아닌 이상 굳이 보내지 않았던 것이다.

시집가면 어차피 남의 집 사람인데 돈 들여봐야 아깝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게다가 다 학교에 보내줄 형편도 안되고 말이다.

'그런데다 피임법이 없으니까 집안에 애들이 너무 많아서 감당이 안되는 거야.'

기본이 6명 이상을 낳으니까 교육비가 감당이 안되는 것이었다. 심지어 생계까지 위태한 집도 많았다.

그런데도 인구가 폭등하지 않는 이유는 몬스터와 전쟁 때문이랄까?

남자들의 경우 15살 성년에 의무적으로 입대해서 10년 동안 군 생활을 하게 되는데 그때 몬스터 토벌에 나가거나 전쟁터에 끌려나갔다가 줄줄이 사망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전염병이 돌아도 떼죽음을 당했고 기근이 찾아와도 아사자가 속출했다.

그래서 바란 왕국은 남자보다 여자가 많았다. 비율은 대충 7:3 정도다. 남자들이 하도 많이 죽어서다. 이 때문에 왕국에서는 남자들로 하여금 기본적으로 첩을 한 명씩 둘 수 있게 했다.

'도대체 얼마나 죽길래..? 그러고 보니 경비병들이 시체를 보고 별로 안 놀랐었지..?'

한두 번 본 것이 아닌 눈치였다. 그 말은 적어도 골목에서 범죄당해 죽거나 아사해서 죽거나 질병으로 죽는 사람들이 많다는 소리일 것이다.

'여자들은 24살까지 혼인하지 않으면 군대로 끌고 가는군.'

이때 군대에 끌려간 여자들도 사망률이 매우 높았다. 그런데다 여군의 경우 군대에서 상관들에게 강간 당하는 일이 빈번해서 여자들은 군대에 가고 싶어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고 했다.

보통 여자들의 경우 어린 나이에 민며느리로 팔려가거나 15살 성년이 되자마자 성년식과 혼례식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모두 팔려가는 것이다 보니 남편을 주인으로 여겼고 남편도 자기 식구들을 가족이기 전에 재산처럼 여기는 일이 당연시 된다고 한다.

믿기지 않겠지만 지구도 옛날에 남편을 주인님이라고 불렀다.

가주(家主)라고 불렀던 것도 결국 주인님이라고 불렀던 것이고 성경에서도 주여, 주여, 했던 것도 님자를 빼고 번역해서 그렇지, 주인님, 주인님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다만, 역사 왜곡이 심할 뿐이다.

원래부터 여자들이 인권이 있었던 것처럼 가장하는 일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실제로는 계급 사회에, 인권 같은 건 전혀 없었고 그 중에서도 여자는 더 천대받았던 것이 팩트다.

그리고 지금 눈앞에.

「우리 딸을 50실버에 팝니다.」

신발도 신지 못한 채, 눈물로써 자기 딸을 팔고 있는 거렁뱅이 아저씨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