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군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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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lyloolv
작품등록일 :
2024.05.09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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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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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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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이름 없는 영웅

DUMMY

“이 돈으로는 이제 무리에요. 죄송합니다.”

매번 보던 직원이 어두운 얼굴로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아니, 저번 주까지는 분명···”

“사실 몇 달 전부터 혈화 길드가 피를 대량으로 구매해가기 시작했어요. 저희도 최대한 조절했지만, 이제는 좀 힘드네요.”

“그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직원 또한 마찬가지였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그럼 다음 주에는 혹시?”

“···장담하기 힘드네요.”

직원 앞에 올려두었던 신분증을 회수한 뒤 직원에게 인사를 하고 길드 밖으로 향했다.

‘혈화 길드를 찾아가 볼까.’

필요하다면 무릎이라도 꿇을 수 있다. 그게 뭐가 그리 비싸다고.

“피 살 돈이라도 아꼈으니 먹을 거라도 많이 사야겠네.”

일반인이 뱀파이어에게 당한다면, 보통 두 가지 결말 중 하나를 맞이하게 된다.

하나는 피에 미쳐 사람을 습격하다 토벌당하고, 본능을 거스른다면 말라 죽는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피해자는 혈청과 마나를 주기적으로 섭취해 주어야 했다.

“마나 빵은 물리겠지?”

항상 고맙다며 먹고는 있지만, 몇 년 동안 같은 음식만 먹다 보면 물리기 마련이다. 나야 시리얼을 종류별로 사서 나눠 먹고 있긴 했지만.

“응?”

멀리서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려와 몸을 돌리자, 붉은 꽃을 가슴에 그려 넣은 사내들이 손을 흔들며 지나가고 있었다.

“혈화?”

시민과 함께라는 구호를 외치며 탑에서 빠져나온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이 주된 활동이었기에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길드였다.

“시민 여러분의 안전을 위협하는 몬스터는 저희가 퇴치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갖가지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돈 엄청 벌겠지.’

그러니까 혈청 길드에서 피를 그렇게 사 가지.

“부럽다.”

툭.

“앗, 죄송···”

“아이씨, 뭐야?”

부딪친 남성이 인상을 찌푸리며 나를 노려보았고, 난 곧장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고개를 내리자 가슴에 붉은 꽃이 그려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알아서 조심해. 너 때문에 구도가 망가졌잖아.”

“구도?”

슬쩍 고개를 올리자 사내가 지팡이를 들고 라이트 마법으로 멀리서 자세를 잡은 길드장에게 조명을 비추고 있었다.

“뭘 봐?”

“아, 아뇨.”

몸을 살짝 뺀 뒤 가려고 했지만, 마치 나를 없는 사람 취급을 하는 듯 둘의 대화가 이어졌다.

“그런데 길드장님은 왜 그렇게 피를 많이 사 오시는 거야?”

그 물음에 옆에서 마법을 보조하던 다른 길드원이 어깨를 으쓱했다.

“낸들 아냐. 그냥 또 이상한 취미가 생겼다고 생각해야지."

“쓰읍, 길드 예산이 간당간당한데···"

“···그런데 길드장님 옛날이랑 다르지 않냐? 뭔가 조명을 비추면 피부가 빛나는 느낌이.”

“관리 열심히 하시나보지.”

그 말에 고개를 돌려 혈화의 길드장을 바라보았고, 조명 탓도 있겠지만, 피부가 확실히 빛이 나고 있었다.

‘응?’

웃을 때 보이는 송곳니.

언뜻 보면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갈아낸 흔적이 살짝 보였다. 거기에 실핏줄이 터진 것인지 눈이 살짝 붉게 물들어 있었다.

거기에 옷감이 검은색 위주라 햇빛을 옷이 대신 흡수하고 있었다.

‘···저거, 뱀파이어의 특징 아닌가?’

평범한 사람이라면 눈치채지 못할 테지만, 나처럼 가족이 뱀파이어가 되어 수년 동안 간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내용들이었다.

“그럴 리가.”

그냥 오늘따라 피곤하고, 이를 가는 버릇이 있나 보다. 하고 몸을 돌렸다. 옷은 그냥 검은색이 취향이겠지.

“에휴.”

뱀파이어면 어떤가.

혈화의 길드장이라면, B급 상위에서 A급 하위.

헌터들 사이에서도 중상위에 위치한 존재였다.

“난, 어디에 있을까.”

이런 질문은 사실 별 의미 없었다.

품속에 고이 넣어두었던 신분증에 적혀 있으니까.

[ 신연우(男) 21세 D등급

능력 : 신체 강화 ]

친절하게 적혀있고, 상세 내용 없이 아주 간결했다. 누군가 본다면 이게 신분증이냐며 놀랄 만한 정도의 길이였다.

“D, D 등급이라.”

잠재력도 없고, 초능력같이 이능을 타고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일반인보다 살짝 더 강한 수준의 힘과 탑의 압력에도 버틸 수 있는 신체 강화뿐이었다.

“부럽네.”

혈화 길드뿐만 아니라, 어디선가 탑에서 돈을 벌고 있는 사람들.

그걸로 원하는 무엇이든 할 수 있겠지.

몬스터를 사냥하고, 명성도 얻고. 그리고, 아프지 않을 수 있고.

“이런 생각 해서 뭐 하냐..”

애초에 그들이 사는 세상과 내가 사는 세상은 다르다.

여동생의 밥을 사기 위해 들린 음식 가게에서 언제나처럼 웃는 얼굴로 나를 반겨주는 사장님을 향해 주문했다.

“마나 빵···아니, 고기로 주세요.”

“오늘은 비싼 거 사가네~”


* * *


”나왔어.”

집은 빛이 들지 않도록 철저히 차단해 놓았다. 혹시 전등도 몸에 안 좋을까 생각하여 웬만하면 끄고 있는 편이었다.

“···왔어?”

부스스한 눈으로 반겨주는 여동생은 어둠 속에서도 붉게 빛나는 눈을 갖고 있었다.

당연히 원래부터 그렇지는 않았고, 어렸을 때 부모님과 함께 뱀파이어에게 공격당했었다.

“오늘은 피를 못 구했네.”

“···그럴수도 있지.”

튀어나온 송곳니를 내보이며 하품을 내쉰 연아는 살짝 고인 눈물을 닦아내었다.

“킁킁.”

하지만 손에 들린 고기의 냄새를 맡은 것인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달려왔다.

“뭐야? 마나 빵이 아니네?”

“돈 좀 썼지.”

안 그래도 비싼 고기 가격이 목장이라 불리는 탑이 닫히며 가격이 엄청나게 오르고 말았다. 새로운 목장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아마 이 정도 가격이 유지될 텐데.

‘아니지. 올라간 가격이 내려갈 일은 없으려나?’

하여튼 있는 놈들이 더한다.

“어떻게 먹을까. 찜? 찌개?”

“구이!”

뱀파이어가 되었어도 정작 피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에 매일 혈청을 먹이는 것도 고된 일이었다.

“얼른 구워줄게.”

어느새 다시 이불 사이로 몸을 숨긴 채 몸을 좌우로 흔드는 연아의 움직임을 보니 괜히 기분이 더 좋아졌다.

‘역시 고기가 맞았어.’

치이익···

“꿀꺽.”

“목 빠지겠다.”

“그치만 고기는 진짜 오랜만인걸.”

“···그래도 좀 먹지 않았나?”

“저가의 몬스터 고기였지!”

“···”

아무래도 동물형 몬스터들의 고기가 공급이 많아서 싼 편이었다. 거기서도 맛있는 녀석들은 가격이 제법 나갔지만.

“짠 내 나네.”

“소금 대신 써도 되겠다.”

시시덕거리며 접시에 고기를 옮겨 담고 탁자를 펼쳐 연아 앞에 살짝 밀어주었다.

“먼저 먹어.”

“아싸!”

틱.

둘만 대화하려니 적적해 텔레비전을 켜니 급박한 표정의 아나운서가 화면을 넘기고 있었다.

“응?”

[ 지금 서울에서 의문의 탑이 등장했습니다. 헌터 협회는 곧바로 등급을 측정했으나··· ]

“서울?”

[ 헌터 협회는 소집령을 내렸고, 해당 방송을 시청 중인 모든 헌터는 곧바로 해당 장소에 집결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골든 코인은 반발하였고··· ]

“우물우물··· 오빠는 저런 곳 안가지?”

“어?”

“위험하잖아.”

“응.”

탑.

혹자는 포탈이 열린 것을 보고 어째서 탑이라 부르는지 의문을 제기했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수천 년 전에 정해진 내용인 것을.

이제는 탑이라는 호칭이 일반화된, 몬스터가 잔뜩 담겨 있는 장소. 그곳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신세계였다.

오라클을 비롯한 수많은 길드가 탑을 분석하기 위해 수백, 수천 년을 연구했으나 정작 밝혀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탑을 오래 방치하면 주변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 그 안쪽에 있는 보스를 처치하고, 탑을 닫아야 한다는 것.

그것만이 우리가 알고 있는 진실이었다.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이기에 당연히 위험하다.

그러나 돈이 된다.

물론, 나같이 등급이 낮은 헌터가 갈 수 있는 탑이라고 해봐야 별거 없지만 말이다.

[ 탑 내부에 엘릭서가 존재한다는 오라클의 분석이 나왔으며, 협회는 최초 발견자에게 조건 없이 증정한다는 조건을 추가로 걸었습니다. ]

콰당!

“오빠! 고기 엎어지잖아!”

“엘릭서?”

세계에서 가장 귀한 물약 중 하나이며 죽은 사람조차 살려낸다는 비약.

“죽은 사람을 살린다는 말은 거짓말 같지만.”

만약 그것이 가능했다면 훨씬 이전 시대의 헌터들이 살아있었겠지.

“하지만, 효능은 확실해.”

뱀파이어에게 당한 사람이 원래의 모습을 되찾은 사례는 없었다.

엘릭서를 구매할 수 있는 재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뱀파이어에게 당할 이유가 없었고, 엘릭서를 얻지 못한 사람만이 뱀파이어에게 당하니까.

심지어 암시장에 팔려나가 실험을 당한다는 괴소문까지 도는 마당에 협회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스스로 움직여야겠지.”

“와서 고기 좀 같이 주워줘.”

“으응.”

살짝 짜증이 섞인 말투로 나를 부른 연아는 고기 하나를 내 입에 넣어주었다.

“가지 마.”

“···어?”

내 모습을 보고 눈치를 챈 것인지, 연아는 눈물이 고인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가지 말라구.”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입에서 질기게 씹히는 고기를 씹으며, 짐을 챙겼다.

“그깟 피, 한 달 내내 안 먹어도 지장 없어!”

연아가 손을 뻗어 바지를 붙잡았다. 아무리 몸이 약해졌어도 뱀파이어로 변한 탓인지 힘은 엄청나게 강했다.

“···”

“태양 따위! 그냥 방구석에서 살면 되잖아!”

연아는 항상 밝은 아이였고, 태양 아래에서 생활하는 것이 훨씬 더 어울리는 아이였다.

“그러니까··· 나 때문에 목숨 걸지 말라고···”

손의 힘이 천천히 풀린다.

아직 밖은 밝았고, 내가 문턱을 넘어가면 연아는 날 저지할 방법이 없었다.

“꼭 가져올게.”

“그게 아니야.”

연아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더니 검지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살아와. 반드시.”

난 말 없이, 연아의 손을 살짝 밀어내었다.


* * *


서울에 도착하니 어느새 하늘엔 달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거기에 뉴스를 보고 온 헌터들이 잔뜩 즐비해 있었고, 자신의 출신지를 자랑하는 듯 가슴을 크게 펴고 다녔다.

“골든 코인···?”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길드 중 하나에서도 나섰다.

‘돈을 엄청 좋아한다더니, 엘릭서도 가지러 온 건가.’

포탈이 열린 장소 근처에서 다들 어슬렁거리며,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 순간 누군가 앞으로 나서더니 목을 풀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관심을 갖자 그제야 짓궂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아아, 협회 대변인 현광이라고 합니다. 지금 다들 잔뜩 쫄아서 안쪽으로 들어가지 않고 계시죠?”

말이 끝나기 무섭게 쓰레기를 빙자한 마법이나 검이 날아왔지만, 현광은 가볍게 몸을 움직이며 말을 이었다.

“협회의 측정 결과 해당 탑의 잠재적 난이도는 S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오랜만에 등장했네요. 와우!”

박수를 치며 관심을 유도했지만, 사람들의 표정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S라면, 그냥 돌아갈까?”

“무슨 소리야. 소집령이 내려졌으면 우리 같은 중소 길드는 전부 와야 해.”

“끄응, 이럴 때는 용병이 부럽네.”

불만 어린 목소리들이 이곳저곳에서 튀어나왔고, 현광은 귀에 손을 가져가 소리를 듣는 척을 했다.

“음음, 확실히 위험하죠. 저 같아도 안 갑니다.”

‘도대체 저 사람은 뭘 하고 싶은 거야.’

사기를 잔뜩 떨어뜨리는 말만 반복하던 현광은, 갑자기 비릿한 웃음을 짓더니 포탈을 가리켰다.

“안쪽에서 드래곤을 발견했습니다.”

“드, 드래곤?”

공포의 상징이자 파멸의 존재.

과거 기록에 따르면 드래곤이 보스가 되었던 탑이 해방되며 도시 하나가 소멸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옛날이야기. 드래곤은 헌터에게 아주 중요한 자원이었다.

“안 그래도 요즘 드래곤 출몰 빈도가 줄었는데.”

“뼈나 가죽만 좀 얻어서 블랙 스미스에 보낸다면···!”

“당연하게도 협회는 드래곤에 대한 소유권도 전부 증정한다고 했습니다. 협회장님께 박수!”

짝짝···

고요한 울림이 이어지자 현광은 머쓱하게 웃으며 단상 아래로 내려왔다.

“먹는 사람이 임자이니. 얼른 출발하지?”

시작은 골든 코인이었다.

“그깟 드래곤 따위에 관심을 둘 시간 없다.”

“그, 금사월?!”

몇 년 전 열린 국제 대회에서 3위에 등극하며 자타공인 한국 최강의 헌터 중 하나가 된 골든 코인의 길드장.

뇌신 금사월.

그가 직접 이 자리에 나타났다.

‘···안돼.’

“잔챙이들은 빠져라. 우리가 처리하겠다.”

금사월에 도발에 다른 길드들이 눈을 찌푸리더니 너나 할 것 없이 포탈을 향해 달려들었다.

‘설마 이걸 노린 건가?’

순식간에 안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밖에 없었고, 나 또한 그 사이에 낀 채 포탈로 몸을 던졌다.

'엘릭서.'

꼭 구해갈게.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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