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군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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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lyloolv
작품등록일 :
2024.05.09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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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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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8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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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DUMMY

종이들을 불태우기 위해 손을 들어 올린 순간, 현광이 언제 던져두었는지 모를 초대장이 천천히 앞으로 떨어졌다.

[ 초대합니다. 희망과 꿈이 넘치는 이종족 축제로. ]

초대장에는 혈화의 상징인 붉은 꽃이 은은한 피 냄새와 함께 새겨져 있었다.

“초대장?”

시민과 함께라는 말로 성장한 길드답게 축제 주최를 주기적으로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한다니.

‘거기에, 이종족이라는 말은 지양하자고 발표도 났었는데.’

실제로 피해를 가하는 오크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드워프나 마녀는 매우 인간 친화적이었다. 고작 생김새가 다르다는 것으로 구별하지 말자고 했고, 최근에서야 사람으로 인정받았다.

“블랙 스미스나 오라클의 영향도 있었겠지.”

헌터들의 최상급 무기를 제련하고, 생산하는 드워프의 길드 블랙 스미스.

헌터 협회의 영향을 받지 않고 오직 마법과 탑을 분석하며 인종 따위는 상관하지 않는 오라클.

이 둘의 말이라면 헌터 협회도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겠지.

‘무슨 의도일까.’

단순히 민심을 잡는 용도라면 이 정도 규모의 축제는 필요하지 않을 텐데.

똑똑.

“있어?”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입구 쪽에서 쭈뼛쭈뼛 서있는 한설아의 모습이 보였다.

“오랜만이네.”

나도 S급으로 판명된 이후엔 동시에 파견되는 일이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뭐, 당연한 일이지만.

‘귀한 인력을 함부로 낭비할 수 없으니까.’

심지어 협회 소속이라 움직임도 조절할 수 있다는 것도 한몫했겠지.

“이게 뭐야?”

몸에 묻은 모래를 털어내며 안쪽으로 들어온 한설아는 살짝 고개를 내밀어 내가 들고 있는 초대장을 살펴보았다.

“혈화 길드에서 축제를 연다네.”

“혈화···?”

약간은 불편한 듯한 표정으로 초대장을 바라보았지만, 이내 고개를 털어내었다.

“신기하네. 나, 축제는 한 번도 가본 적 없거든.”

“난 기억이 잘 안 나네.”

가족이랑 있었던 기억이 가물가물해지는 수준까지 왔다. 기일은 항상 챙기고 있지만, 흐릿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면··· 말이야.”

한설아는 무언가 큰 결심이라도 한 듯 크게 외쳤다.

“나랑, 같이 갈래?!”

외침과 함께 마나가 공간을 가득 채우며 주변을 진동시켰고, 머리에 단어들이 내리꽂히듯 들어왔다.

“어, 어?”

순간 머리가 울리며 발이 흔들렸지만, 덕분에 한설아가 말하고 싶은 것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축제라.’

연아가 밖을 나간 지 얼마나 되었더라.

‘아니, 요즘 들어 또 집을 자주 못 들어갔으니까.’

“좋아.”

“지, 진짜?”

“그런데 시작이··· 오늘인데?”

“그러면 빨리 준비할게!”

내가 어디서 만나자고 말하기도 전에 순식간에 사라진 한설아였다.


* * *


“축제?!”

최근 들어 구석에 박혀있는 시간이 더 길어진 연아가 처음으로 이불에서 튀어나와 눈을 반짝였다.

“잘했어.”

몰래 엄지를 치켜올린 자드키엘은 내가 들고 온 초대장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이상한 조항도 없고. 그냥, 피냄새가 조금 배어 있다는 것 정도가 껄끄럽네.”

“헌터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으음, 그런가?”

아리송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하던 자드키엘이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가서 즐기면 되는 것이니까. 문제없을 것 같기도 하고.”

태평한 자드키엘과는 달리 두 드래곤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 인파가 많은 곳은 위험합니다. 제가 함께···”

“아버지. 저희를 데리고 가십시오.”

그 모습에 자드키엘은 프레키와 아카의 양팔을 꼭 끌어안고는 방긋 웃어 보였다.

“너희는 나랑 놀아야지.”

“이거 놓아라! 아버지가, 아버지가 가지 않느냐!”

“어림없어.”

“이익!”

처음의 험악한 분위기는 많이 가시고 나름 농담도 하며 잘 지내는 모습이었다.

콰아앙!

“···아닌가?”

아카의 공격에도 끄떡없는 자드키엘은 얼른 일어나라는 듯 연아에게 고개짓을 했다.

“내가 외출용으로 준비한 키트가 있어. 그걸 가져가면 문제없을 거야.”

“오, 고마워.”

역시 자드키엘이라 생각하며 식탁에 순서대로 놓여있는 상자 중 외출용이라 적힌 상자를 뒤적거렸다.

연아의 양산부터 시작해 위급할 시 마실 피까지 준비가 되어있었다.

“헤헤, 진짜 오랜만이다.”

“그러게. 밖으로 가는 건 오랜만이지?”

“아니, 그거 말고.”

뒤에서 들려오는 폭음은 무시하며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진짜 이사를 해야 할지도.’

옆구리에 꼭 붙은 연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나를 올려보았다.

“우리 이렇게 같이 있는 거.”

“그런···가?”

“응, 최근에 엄청 바빠 보였거든. 자드키엘 언니도 그런 오빠를 이해해달라고 말했었고.”

“···”

이젠 집보다 밖에 있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만큼 나를 부르는 곳이 많았고, 내가 할 일도 덩달아 많아졌으니까.

“그런데 연아야.”

“응?”

“나에게, 물어볼 거 없어?”

그러고보면 연아는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어떻게 힘을 얻게 되었는지.

자드키엘은 누구인지.

아카와 프레키는 왜 집을 폭파시키고 있는지.

한 번쯤 넌지시 물어볼 만도 했지만, 연아는 언제나 웃고만 있었다.

“그야, 오빠가 여유가 생기면 알려줄 거잖아?”

“···어?”

“너무 바쁘고. 힘들었잖아. 그치?”

돈을 벌기 위해 헌터가 된 지 얼마나 되었을까.

‘기억 안 나.’

하루하루를 겨우 버티고, 협회에서 지원해 준 집으로 연명했다.

그나마 능력이라도 얻은 것이 어디냐며 위안을 삼았고, 마침내 지금에 이르렀다.

‘그 사람 덕분에.’

“그러니까.”

계단을 전부 내려오고, 정문에 도달했을 때 연아는 팔짱을 풀고 살짝 앞으로 나섰다.

“언제까지고 기다리고 있을게.”

그 말에 대답해 줄 수 없었고, 그저, 작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 * *


축제가 열리는 곳은 집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길을 잃을 걱정도 전혀 없었다. 하늘에서 폭죽이 터지고 마나로 확성한 목소리를 통해 가게를 홍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여러 이종족을 모티브로 한 상품까지 판매하는 모습은 상당히 축제 테마에 충실한 모습이었다.

“우와, 이것봐!”

혈액팩 모양의 딸기주스를 가리키며 신기해했고, 다른 사람들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른 종족 사람들도 엄청 모여있네. 신기해.”

축제의 슬로건은 공존하는 사회 그리고 안전한 사회였다.

가장 흔한 뱀파이어 피해자부터 시작하여, 수습 마녀 등 확실히 흔히 볼 수 없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부하도 버리고 도망간 사람이 할 슬로건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별로 신빙성이 없다랄까.

“으, 찐득거려.”

연아는 꼬치에 걸린 과일을 아닥아닥 씹어먹고 있었지만, 이내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 맛도 안 나.”

“축제에서 파는 음식이 그렇지 뭐.”

“다른 것도 먹어볼래!”

이 정도면 작은 테마파크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았다. 도대체 돈을 얼마나 쓴지 감도 안 잡혔다.

“하아···”

털썩.

그간 쉼없이 달려온 탓인지 뻐근해진 몸을 두드리며 활기차게 돌아다니는 연아를 바라보았다.

‘아니, 뻐근하기만 하면 다행이라고 했나.’

─ 영웅의 무형사식과 나의 마나.

─ 평범한 인간이 버틸 수 있는 힘이 아니다.

‘···라고 디아블로가 말해주고 있기도 하고, 자드키엘도 똑같이 말했었지.’

아마 평범한 사람이 이 정도로 몸을 굴렸다면, 뻐근이 아니라 팔이 그대로 뽑혔을 거라며 경고했었다.

“평범하게 해서는 안 돼.”

최강.

조금은 오글거리지만, 디아블로가 외쳤던 말이다.

그리고 그건, 내가 이뤄야 할 목표이기도 했다.

─ 군단은 네 생각보다 더 거대하다. 그리고 강력하지.

천하의 디아블로조차 한 수 접어주는 존재들이 모인 곳.

─ 그 정도는 아니다. 반수··· 정도라고 해두지.

‘아, 예···’

아무튼, 그런 괴물들이 모인 곳이 바로 군단이다.

그 존재들을 모두 무찌르기 위해서는 지금의 실력으론 한참 부족했다.

‘어떻게 하면 더 강해질 수 있지.’

당장 몸을 혹사하는 것도 한계다. 무형사식과 디아블로의 마나가 익숙해지고는 있지만, 정작 몸이 버티질 못하고 있으니까.

“···먼저 들어와 있었네?”

“아.”

내 뒤에 다가온 누군가가 살짝 어깨에 손을 얹자 잊고 있던 약속이 떠올랐다.

‘한설아.’

연아가 너무 즐거워하는 바람에 바로 입장해서 까먹어버렸다.

“그게 말이야.”

“오빠!”

아이스크림을 양손에 쥔 채 달려오던 연아의 몸이 앞으로 기울어졌다.

“조심해!”

스윽.

한설아가 검지를 올리자 땅이 사뿐히 올라왔고, 연아의 몸을 가볍게 받아내었다.

“고마워.”

“조심해야지.”

살짝은 서늘한 목소리에 연아가 몸을 움찔했지만, 나와 한설아를 번갈아 가며 보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밝게 웃으며 아이스크림을 내밀었다.

“많이 들었어요. 오빠의 동료라면서요?”

“으응?”

‘내가 집에서 이야기했던가.’

“집에서 협회에서 있었던 일을 자주 이야기해 주거든요. 좋은 동료들 덕분에 즐겁다고!”

청산유수 같은 말에 한설아는 얼굴을 붉히더니 헛기침을 내뱉었다.

“그, 그래?”

“특히 거기서 한 분의 이름이 많이 나왔는데···”

꿀꺽.

무언가 기대라도 하는 듯 한설아가 눈을 반짝였지만, 내가 연아의 뒷덜미를 살짝 잡으며 대화를 중지시켰다.

“아직 축제가 한창인데 일 이야기 말고 더 재밌게 즐기러 가보자고.”

“그, 그래요.”

아쉬운 듯 연아를 돌아보았지만, 연아는 어느새 몸을 돌려 다트를 던지러 달려갔다.

“저, 이거 아이스크림이라도.”

“아, 고마워.”

“동생이 가져다준 거니까. 나한테 고마워할 필요는 없어.”

“쟤는 뭐가 그리 바쁘다고 저렇게 빨리 사라질까.”

“맛있네요.”

아작.

아이스크림 위에 꽂힌 박쥐 모양 과자를 베어 먹은 그녀는 입을 오물거리며 방긋 웃었다.

“먹어볼래요?”

“그럼 한 입만.”

한설아가 내민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그냥 유원지에서 파는 흔한 맛이었지만, 어딘가 더 맛있게 느껴지는 착각이 느껴졌다.

‘분위기 때문인가.’

“맛있지?”

“그러게. 뭔가 더 맛있는 느낌이.”

내 옆자리로 살짝 몸을 밀어 넣는 한설아를 위해 자리를 비켜주었고, 한설아는 자리에 앉아 멍하니 인파를 바라보았다.

휘적휘적.

다리를 들어 올려 앞뒤로 움직이는 그녀의 발끝을 바라보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오늘은 신발 신었네?”

“으응?”

우뚝.

발의 움직임을 멈춘 한설아는 나의 시선을 따라 천천히 발로 시선을 옮겼다.

‘···이거 뭔가 이상한 말인가?’

의미심장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한설아를 보며 살짝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 그게 평소에는 벗고 있잖아. 협회에서도 그렇고.”

“그건 훈련 때문이지만··· 기분이 좀 이상하잖아.”

머쓱하게 웃으며 서로를 바라보았고, 실없이 흘러나오는 웃음을 흘리며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평화롭네.”

“항상 이런 세상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옆모습을 바라본 한설아는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카락을 넘기며 아련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나 보네.’

아무리 탑이 안정화가 되었다고 한들, 매년 피해자가 나오고 있다. 헌터의 죽음은 일상이고, 일반인들 또한 휘말려 죽는 경우도 많았다.

‘아니면, 범죄자들도 있고.’

다행히 한국에는 골든 코인이 뒷세계를 꽉 잡고 있어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그 골든코인도 평범한 사람들에겐 두려움의 대상이란 말이지.’

“어, 저기 봐!”

한창 활기차게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을 무렵, 축제장의 가장 높은 곳에서 한 남성이 등장했다.

“김도훈?”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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