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군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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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lyloolv
작품등록일 :
2024.05.09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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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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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6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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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DUMMY

좀비 드래곤의 아슬아슬해 보이던 몸체가 서서히 땅으로 기울었다.

쿠우웅···

체중을 이기지 못하고 완전히 꺾여버린 다리였지만, 좀비 드래곤은 그것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듯 고개를 모래에 파묻은 채 흔들고 있었다.

“···쉬게 해줄게.”

남도현의 검에서 마나가 천천히 새어 나왔다. 얇은 선이 모여 검의 주변을 에워싸고, 천천히 검의 내부로 스며들었다.

“검강.”

무공을 배운 헌터가 S급이라 불리게 되는 기준.

이미 남도현은 그것을 달성한 상태였다.

─ 구우욱···

겨우 모래에서 얼굴을 빼낸 좀비 드래곤은 어딘가 진한 그리움이 담긴 표정으로 나를 올려보았다.

‘아니야.’

좀비는 죽은 존재.

생각은 이미 멈췄고, 행동에 이유 따윈 없다.

그런 존재가 무언가를 그리워하다니, 말이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남도현의 검이 좀비 드래곤의 목을 잘라내었다.

너무나 쉽게 칼이 들어갔고, 흘러나온 피가 주변 모래를 녹이며 역한 향기를 뿜어냈다.

“어서 움직이자.”

손으로 코를 틀어막은 남도현이 먼저 시체를 지나친 뒤, 앞으로 뛰쳐나갔다.

“···”

멍하니 서 있는 나의 손을 잡은 한설아가 서둘러 발을 움직였다.

“갑자기 왜 그래?”

“아···”

누군가 머리를 강제로 열고 있는 느낌.

갑작스러운 고통에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렸지만, 한설아가 손을 잡아준 덕분에 넘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여, 연우야?!”


* * *


한설아가 신연우를 공주님 안기로 데려오는 모습을 보며 남도현이 살짝 혀를 찼다.

“그렇게 티를 안 내도 될 텐데 말이야.”

그러나 도착한 한설아의 표정이 당황과 걱정으로 물들어 있는 것을 보자 그제야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슨 일이야?”

“갑자기 넘어져서··· 어떻게 하지? 돌아가야 하나?”

“침착해. 상태부터 확인하고.”

평소의 한설아 답지 않은 당황한 모습이었지만, 남도현은 익숙한 모습으로 신연우의 몸을 살펴보았다.

“맥박에 문제는 없고, 마나의 흐름도 정상이야.”

“그러면 대체 뭐가 문제인 거야?”

바닥에 눕힌 신연우의 손을 꼭 잡고 벌벌 떨고 있는 그녀를 보며 남도현은 잊고 있던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큭.”

쓰러진 친구와, 그 손을 잡고 울던 자신.

“어떻게든. 해줄게.”

남도현은 검에 붙어있던 부적을 천천히 떼어내었다.

부적이 떨어질 때마다 거대한 마나의 폭풍이 일어났고, 마지막 부적이 떨어지는 순간 땅에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저건···?”

“마룡 니드호그.”

남도현.

그의 능력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었다.

한국 협회는 마룡의 심장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헌터를 만들어낸다는 계획을 세웠고, 이를 위해 죽어도 문제없는 아이들을 모았다.

그리고 마침내 마룡의 힘을 버틸 수 있는 사람이 등장했고, 실험은 마무리되었다.

“니드호그, 너의 주인인 남도현이 명한다.”

평소에는 막대한 마나와 저주로 봉인하고 있지만, 그 영혼은 여전히 검 속에 보관되어 그 힘을 유지하고 있었다.

“눈 앞의 인간을 치료해라.”

─ ···

평소 같으면 난리를 치며 너 따위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난리를 치던 니드호그였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 불가능.

“···뭣?”

그 목소리에는 마치 세월의 풍파를 이겨내고, 달관한 노인의 현명한 기운이 담겨 있었다.

자신의 말이 진실이라고 설득하는 듯 남도현과 한설아의 귀에 말을 속삭였다.

─ 경이로운 존재께서 오실지니.

그 말을 남긴 채 니드호그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마룡이, 고개를?!”

몇 년이 넘게 니드호그와 지냈지만, 그는 절대 고개를 숙이는 존재가 아니었다.

심지어 죽는 그 순간에도 하늘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그 성격은 알만했다.

‘하지만 지금은.’

순한 양이라도 된 듯 조용히 누군가를 기다린다.

“경이로운 존재?”

남도현의 시선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간다.

‘드물지만, 인간형 몬스터가 없지는 않아.’

현대에 가장 흔한 것은 뱀파이어.

마녀나 드워프 그리고 엘프나 수인종은 현재 하나의 인종으로 취급받지만, 먼 과거에는 몬스터로 분류되어 사냥당하였다고 한다.

남도현은 천천히 땅에 내려놓았던 검을 다시 들어 올렸다.

‘만약 몬스터라면.’

꿀꺽.

마른침을 삼키며 옆에서 멍하니 손을 잡고 있는 한설아를 바라보았다.

‘나, 혼자 해야 할 지도.’

“···이거 이상한 일이로군.”

목소리가 들려오자 곧장 신연우를 향해 검을 들이밀었지만, 정작 목소리는 하늘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나, 남도현?!”

까앙!

“···!”

한설아가 깜짝 놀란 듯 양손에 바위를 둘러 검을 쳐내었고, 예상치 못한 충격에 몇걸음 물러나고 말았다.

“너, 지금 무슨 짓을···!”

─ 군단의 날개시여.

둘을 신경 쓰지 않는 듯 등장한 여인은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 니드호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오랜만이구나. 니드호그.”

─ 실로 오랜만입니다.

“미물에게 속박되어 있구나.”

─ ···

“내가 해방시켜 주마.”

여인은 서늘한 목소리를 남긴 채 양손에서 붉은 손톱을 꺼내었다.

‘위험하다.’

한설아는 곧바로 손에 두른 바위를 땅바닥에 던진 뒤 신연우를 향해 몸을 던졌다.

‘위험해.’

빠르게 몸을 던졌지만, 이미 여인은 붉은 손톱을 휘두르고 있었다.

“···연우야!”

남도현의 검과 손톱이 부딪치자 거대한 폭음이 터지며 주변을 먼지로 가득 채웠다.

콰앙!

‘너무 생각이 길었다.’

생각하면서 싸울 만큼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생각을 멈춰.’

“···도와줄 거지?”

남도현이 조심히 한설아를 바라보며 물었고,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신고 있던 신발마저 멀리 던져버린 한설아는 잠시 심호흡을 했다.

“소리가 들려.”

“응?”

뜬금없는 표현에 남도현이 뒤로 물러서며 고개를 돌리자, 한설아 주변에 있던 모래들이 마치 의지를 가진 듯 허공에 떠올랐다.

“이유는 모르지만, 땅이 살아났어. 아니, 살아나고 있어.”

“나쁜 소식은 아니네.”

남도현은 반대쪽 손에 니드호그의 이빨을 소환해 검처럼 잡았다.

─ ···

니드호그는 불쾌한 듯 시선을 보냈지만, 별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한설아와 남도현이 자세를 고쳐잡자 여인은 그제야 둘에게 반응을 보였다.

“준비는 끝났나?”

“···기다려준 건가?”

“미물을 상대로 기습해서 이겼다는 소문이 났다간, 아버지의 명예가 실추되어 버리니 말이지.”

쿠웅.

발을 크게 내디딘 여인은 손을 까딱였다.

“선공을 양보하지.”

‘고민할 시간 없다.’

니드호그의 이빨과 검을 고쳐 잡은 남도현이 여인의 몸 안쪽으로 파고들었고, X자 형태로 검을 휘둘렀다.

“흐음, 속도는 제법.”

쿠웅!

여인이 뒤로 물러서자 땅이 올라오며 이동을 방해했다.

“숙련도도 나쁘지 않고.”

카앙!

손톱과 이빨 그리고 검이 부딪치며 마나의 불똥이 사방으로 튀겼다. 푸른빛과 붉은빛이 터져 나오며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내 남도현의 발이 점차 뒤로 밀렸다.

“하지만 약하다.”

퍼억!

“커헉!”

지금까지는 장난이었다는 듯 여유롭게 발로 남도현을 걷어찬 여인은 피를 토해내는 남도현을 지나쳐 긴장한 얼굴의 한설아의 앞으로 다가갔다.

“네 능력은, 가히 초월적이로구나.”

감탄스러운 목소리로 턱을 쓰다듬던 여인은 허공에 떠오른 모래를 만지작거렸다.

“윽···”

“지배력도 최상급이고, 본인의 재능도 대단해. 그런데 왜?”

“···”

“넌 왜 그 정도 실력밖에 되지 않는 거지?”

까득.

이빨을 거칠게 문 한설아는 그녀의 배 아래에 흙으로 만든, 마나를 이용해 극도로 응축한 날카로운 창을 솟아올랐다.

파삭.

그러나 배를 뚫지 못한 채 다시 모래로 돌아갔고, 여인은 날카로운 이빨을 보이며 한껏 비웃었다.

“그 능력과 재능이라면 능히 영웅의 재목이 될 수 있었을 터. 넌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구나.”

‘···나는.’

한설아.

그녀는 미래를 볼 수 있었다.

맨발이 땅에 닿고 있다면, 원하지 않더라도 강제로 보게 되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그것을 축복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녀가 본 미래는 운명이었으며, 불변했다.

예언한 모든 것은 바뀌지 않았다.

소박하게는 한설아 자신이 협회가 창설할 새로운 팀의 멤버가 된다는 것.

조금 어둡게는, 부모님의 죽음까지.

그렇기에 그녀는 모든 것을 포기했다.

노력할 가치가 없기에.

‘아니야.’

처음으로 미래가 보이지 않던 존재.

멀리 쓰러진 신연우가 바로 그 존재였다.

그녀가 본 미래에서 신연우는 팀에 소속되어 있지 않았다.

그녀는 협회 앞에서 혈화 길드원에게 곤란을 크게 겪었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리고···’

아니야.

그녀는 생각했다.

“저 사람과 같이 있으면, 빛이 보여.”

“응?”

절망한 듯한 한설아에게 완전히 신경을 끈 채 남도현의 마무리를 위해 움직이던 여인이 순간 몸을 옆으로 던졌다.

쿠웅!

“호오.”

여인이 있던 자리에는 거대한 모래 거인이 주먹을 내리꽂고 있었다.

“그러니까. 난 노력할 거야. 지금부터라도.”

“이거, 재미있어지는군.”


* * *


갑작스러운 두통에 정신을 잃었다.

그 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이 상황이 정상은 아니라는 것은 분명히 의식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지금 눈앞에 디아블로가 있기 때문에.

“흐음.”

마치 정육점에서 고기를 평가하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훑어보던 디아블로는 거대한 발톱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어떤가.”

“···으응?”

“이곳이 바로 나의 세계이자, 영지였던 용계이다.”

세계.

그러나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잿더미와 황량한 바람만이 존재하는 이곳은, 마치 사막과도 같은 곳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곳은 아니지. 그저, 이곳을 그리워하던 한 아이가 탑에 재현한 것에 불과하니.”

“재현했다고?”

“그래, 이곳이 바로 너희의 미래일지니.”

담담히 말을 고하는 디아블로의 모습에서는 사내의 환영에서 보았던 파괴적이고, 압도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내 시선을 느낀 것인지 디아블로는 천천히 몸의 크기를 줄였다.

줄고, 또 줄어들어, 마침내 나보다 더 작아진 디아블로는 나를 올려다보았다.

“만족스러운가?”

“예?”

“패배자의 말로인가. 아니면 포기한 자의 최후인가.”

허탈한 웃음을 지은 디아블로는 작은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올라 나와 눈을 맞추었다. 그리고 그 순간, 어째서 디아블로에게 아무런 위압감도 느껴지지 않는지 깨달았다.

‘죽어있어.’

모든 것을 포기한 눈.

어쩐지 익숙한 눈빛이었다.

‘···그건.’

사내와 같은 눈빛이었다. 내일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은 버리고, 오늘조차 포기한 자의 눈.

“나는 최강을 꿈꾸었다.”

디아블로의 뒤로 거대한 환영이 나타났다. 지금과는 다른, 파괴의 욕망에 충실한 디아블로가 세상을 파괴하며 하늘을 향해 브레스를 내뿜고 있었다.

“나와 대등한 존재와 싸우기도 했지.”

거대한 낫을 든 사내가 날린 참격을 마법으로 막아낸 디아블로의 모습이 지나가고, 눈물을 흘리는 여인에게 브레스를 뿜는 모습이 지나갔다.

“난 패배한 적이 없다.”

거대한 낫이 녹아내리고, 여인이 어깨를 으쓱하더니 손사래를 치며 전투를 끝냈다.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인 적 없지.”

폭풍이 몰아친다.

그 속에서 누군가 손을 내밀었고, 디아블로는 거만한 눈빛으로 그것을 수락했다.

“하지만 난 패배했다.”

디아블로의 거대한 심장을 갈라내고, 하트를 뽑아낸 사내가 지나가자 환영은 끝났고, 초라하게 날개를 퍼덕이는 디아블로만이 내 앞에 남아있었다.

“어떤 변명을 하겠는가. 정정당당한 대결도 아니었고, 내가 협공했음에도 패배했다. 그리고 내 근원마저 빼앗기고 말았지.”

나는 말없이 나의 배 아랫부분을 손으로 꾹 눌렀다.

‘근원이라면, 하트를 이야기하는 건가?’

“그 존재의 힘을 이어받았겠지?”

설마 복수를 하려고?

‘디아블로가 진심을 낸다면, 내가 이길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러면 최상의 상황이지.”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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