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군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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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lyloolv
작품등록일 :
2024.05.09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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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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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4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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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DUMMY

정신을 차린 곳은 협회 내부에 있는 의무실이었다.

내 양옆에는 온몸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는 이서후와 함초월이 있었고, 앞에는 과일을 깎고 있는 한성아와 남도현이 보였다.

“다 모였네?”

“우리가 다음 공략대로 파견 예정되어 있었거든.”

남도현은 토끼 모양으로 사과를 깎은 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으로 가져갔다.

“그런데 도착하니까 탑이 클리어되었더라고.”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야.”

‘저 둘이 죽을 뻔하긴 했지만.’

한설아는 과도를 이용해 사과를 집중해서 깎고 있었지만, 토끼 비스무리한 것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

슬쩍 접시를 뒤로 숨기는 그녀를 위해 헛기침을 하며 과일 바구니에서 바나나를 꺼내 입으로 가져갔다.

“난이도가 엄청났다고 하던데? 대단하네.”

보스를 토벌하고 탈출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클리어하긴 했으니까.

“이번에도 비슷한 이유로 성과로 올리기 어렵다고 하네.”

“비슷한 이유?”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든 남도현이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산물. 즉, 돈이지.”

“···솔직히 뱀 구이나 용암 따위를 좋아할 사람은 없잖아.”

“으음, 거대한 뱀이라면 그런 취향이 있을지도.”

“크윽···”

“어, 움직였다.”

손끝을 꿈틀거리며 몸을 움직인 이서후였지만, 붕대 때문에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이것 좀 풀어.”

“괜찮은 거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지만, 이서후는 살짝 보이는 눈을 찌푸리며 고래고래 소리쳤다.

“괜찮아 보이냐! 이 더럽게 답답한 붕대 때문에 숨을 못 쉬겠네!”

음, 멀쩡하군.

“젠장, 머리가··· 머리가··· 응?”

이제 눈치챈 건가.

“왜 멀쩡하지?”

붕대를 전부 풀어주었지만, 멍한 표정으로 천장을 바라보던 이서후는 이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세상이 이렇게 깨끗했었나?”

덜컹!

“기회다!”

이서후의 소감을 들을 새도 없이 문을 박차며 등장한 현광은 탁자 위에 놓인 리모컨을 꾹꾹 눌렀다.

뉴스에서는 무차별적으로 탑이 등장하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경보령이 떨어졌다는 내용이 아나운서의 급박한 목소리로 중계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밖이 좀 소란스러웠네.”

“우리는 지금껏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했지. 일부 수뇌부는 적자라며 당장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말이야.”

남도현은 말없이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등장해서 문제를 해결해 버린다면?!”

“앞으로 있을 세계 대회에 대한 명분이 생긴다?”

“너희 목표는 그거일 테니까. 요약하면 바로 그 내용이지.”

어느새 과도는 내려놓고, 바나나 뭉치만 품에 안고 있던 한설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저는 다른 사람들의 불행을 기회로 삼는 것은 딱히···”

“아니지. 그 불행을 막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잖아?”

“···”

“치료 끝나면 바로 이동하라고. 아, 너희 셋이 함께 움직이면 되려나?”

“셋이요?”

내 물음에 현광은 밝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나와 남도현 그리고 한설아를 정확히 가리켰다.

“세 명의 S급이 동시에 움직이는 일은, 적어도 한국에서는 처음이겠는데?”


* * *


자드키엘이 나에게 찾아와 준 것은 천운이나 다름없었다.

정돈되지 않았던 무형사식과 마나의 흐름을 말끔하게 정리해 주었고, 내면에 잠든 불길 또한 효율적으로 깨우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또. 당분간 못 들어온다는 뜻이네?”

“···굳이 또라는 말을 강조할 필요는 없는데 말이야.”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이자 자드키엘은 옅게 한숨을 내쉬었다.

“너 연아랑 대화··· 아니, 적어도 깨어있을 때 만난 적이 언제가 마지막인지 기억은 해?”

“으음···”

적어도 이틀에 한 번은 보려고 노력했지만, 매번 바쁜 일이 생긴 탓에 횟수가 현저히 적어졌다.

“그래도 연아에게 이제 뭐가 부족하지는 않으니까.”

현광은 저번에 했던 말이 거짓말이 아니었다는 듯 기존에 주던 돈의 3배를 넣어주기 시작했다.

“연아에겐 네가··· 하아, 아니다.”

미간을 꾹꾹 누르던 자드키엘은 이내 손을 저었다.

“내가 잘 돌보고 있을 테니까. 몸만 성히 다녀와.”

“고마워.”

“그리고 네 주변에 지금··· 쯧, 이것도 됐나.”

계속 중간에 말을 끊어서 뭘 말하고 싶은지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오늘도 탑 공략을 나서기로 했기에 서둘러 이동해야 했다.

“시간은 많으니까.”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방구석에 곤히 자고 있을 연아를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반드시 구해줄 테니까.’

“이번에 돌아오면, 연아를 원래대로 돌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게."

“그건 테스트를 전부 통과하면 알려주겠다고···”

자드키엘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니까 이게 마지막 테스트인 거야. 다치지 않고 돌아오는 것.”

내 앞으로 다가와 가슴을 검지로 꾹 누른 자드키엘은 날카로운 눈동자로 나를 올려보았다.

“연아 눈에서 눈물 나게 하는 순간, 국물도 없을 줄 알아.”

“물론이지.”

절대 그런 일은 없게 할 거다.

연아가 눈물을 흘리는 일은, 그날이 마지막이어야 하니까.


* * *


“젠장, 빨리 움직여!”

“지방에서도 지원 요청이···”

[ 탑이 유례없는 속도로 등장하며 혼란이 가속화된 가운데, 일부 탑이 개방되어 몬스터가 세상 밖으로 뛰쳐나오고 있습니다. ]

[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

“협회는 뭐 하고 있냐!”

“탑이야말로 우리의 구원이며···”

아수라장이라는 표현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장소가 있을까.

‘연아는 잘 있으려나.’

아마 그렇겠지.

그야, 옆에 있는 자드키엘은 보통 사람··· 아니, 검이 아니니까.

“이야, 큰일 났네. 그치?”

마치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듯 입에 사탕을 물고 있는 현광의 여유로움은 덤이었다.

“나였다면 진작에 도망치고 돈 벌 수단을 찾아봤을 텐데.”

“돈이요?”

“세상이 혼란할수록, 돈을 벌 수단은 많아지거든.”

“···”

이 사람은 목적이 뭔지 궁금하단 말이지.

“뭐, 그건 됐고. 이미 남도현과 한설아는 한 개 처리하고 오는 중이야. 너도 가서 합류해.”

“합류, 라면?”

나도 며칠째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탑을 닫고, 해방된 몬스터를 처리하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냥 다짜고짜 협회로 오라는 신호를 받고 온 것에 불과했다.

“지금 한국에서 제일 위험한 탑이 가장 가까운 곳에서 생겨났거든.”

“에?”

슬쩍 고개를 돌린 현광의 시선을 따라 눈을 옮겼고, 그곳에는.

“협회?”

“드물지만, 없는 일은 아니지.”

실내에 생기는 탑.

탑이라는 명칭이 자리 잡은 이후에도 끊임없이 논의되었지만, 과연 이 경우에까지 탑이라고 불러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은 계속해서 제기되었다.

‘오라클이 그러자고 했으니까.’

실내에 탑이 발생할 경우 그곳에 포탈이 있는지 깨닫지 못한 채 세상에 개방되고 만다. 관측이 어려워 상당히 까다로운 편에 속했다.

“이런 탑 본 적 있어?”

“···음, 있긴 하죠.”

“난 10년 헌터 생활 동안 처음인데. 너도 은근히 빡세게 살았구나. 거, 좀 지나갑시다!”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사람들을 헤쳐가며 마침내 협회로 들어서자, 협회 내부는 이전과는 달리 직원들이 다급한 표정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올라가자고.”

협회의 가장 높은 곳.

협회장의 집무실에 도착하자 문 앞에는 남도현과 한설아가 손을 흔들며 나를 반겨주었다.

“여.”

“···”

남도현은 진지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있었고, 한설아도 눈을 감은 채 명상을 하고 있었다.

“자, 이쯤에서!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다.”

“나쁜 소식부터 부탁합니다.”

저 말 이후에 물음은 뻔했기에 선수를 쳤고, 아쉽다는 눈치를 보이는 현광이 말을 이었다.

“협회장 김목화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자리를 비웠다.”

“···그리고요?”

왠지 나쁜 소식이 하나가 아닐 것이라는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뇌신 금사월도 자리를 비운 상태지.”

그리고 그 예감은 적중했다.

“대현자 한상배는 애초에 한국에 거주하지 않고.”

한설아 쪽을 살짝 바라본 현광은 일부러 들으라는 듯 크게 말했다.

“검성 여은우는 언제나처럼 행방이 묘연하다.”

“···”

그러니까.

“한국에 S급은 저희밖에 없다는 말이네요.”

“뭐, 함소광 어르신도 있긴 한데, 은퇴하신지 꽤 지나기도 했고 말이지.”

“그러면 좋은 소식은요?”

“응? 방금 말했잖아. 너희밖에 나설 사람이 없다니까?”

좋은 소식이 전혀 좋은 소식 같지 않은데.

“사실 S급 헌터라는 타이틀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야.”

진지한 표정으로 허리에 손을 올린 현광은 우리를 차례차례 둘러보았다.

“S급으로 인정받는 순간부터 모든 행동에 제약이 붙어. 가진 힘은 초월적이고, 균형을 무너뜨리기 때문에. 다치기라도 한다면 인류에게 큰 손해가 되니까.”

“···”

대중은 멋진 퍼포먼스와 강력한 힘을 원한다.

그렇기에 S급 헌터의 많은 활약을 원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아 보였다.

“뭐, 이건 지극히 헌터의 시선으로 바라본 이유고. 현실적인 이유는 역시 돈이지.”

진지한 분위기를 푼 현광은 실없는 웃음을 보였다.

“훈련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다?”

한설아가 던진 가벼운 한마디에 현광은 살짝 놀란 표정으로 입술을 긁적였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

“···현광 님은 말을 돌려서 하는 습관이 있으시네요.”

짝!

손뼉을 치며 분위기를 돌린 현광은 문을 쿵쿵 두드렸다.

“자, 이제 시간이 별로 없으니 진입해야겠지?!”

쿠구궁···

“벌써 포화 상태가?!”

남도현이 다급한 표정으로 문을 열려고 하자 내가 곧장 목덜미를 잡았다.

“진정해. 아직 아니니까.”

“후우, 고마워.”

슬쩍 바라본 그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괜찮아?”

“응.”

땀을 닦아낸 남도현은 진정된 모습으로 자세를 고쳐잡았다.

“자, 다들 조심히 다녀오라고.”

현광의 말을 끝으로, 우린 탑의 문으로 입장했다.


* * *


우리가 입장한 탑은 모든 것이 파괴된 세상이었다.

검은 구름이 하늘을 가리고, 이따금 괴성이 들렸지만 살아있는 존재의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필드···라면 클리어 시간이 극단적으로 차이가 나는 곳인데.”

보스를 찾아내는 시간에 따라 갈리기에 일반적으로는 대다수의 헌터가 투입되어 탐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당장 나설만한 사람이 우리밖에 없으니까.”

“우리도 인원을 나눠야 하나?”

“···셋인데요?”

남도현이 머쓱하게 웃으며 부적이 붙은 검을 만지작거렸다.

“그러면 일단 몬스터 종류랑 수준을 파악하는 것으로?”

“잠시만요.”

말을 마친 한설아가 신고 있던 신발을 벗은 뒤 눈을 감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을 뜬 그녀는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죽어있어요.”

“···그게 무슨?”

“땅이 죽어있어요.”

손끝마저 떨고 있는 그녀는 잠시 깊게 심호흡하더니 살짝 나를 쳐다보았다.

“손··· 빌려줄래요?”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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