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군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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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lylool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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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9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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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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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2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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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인연

DUMMY

“오늘은 여기까지.”

“흐어어···”

자드키엘의 마무리 멘트와 함께 몸이 녹아내렸다.

진작에 쉬고 싶었지만, 내가 넘어질 때마다 자드키엘은 훈련 시간을 연장했다.

“그래도 이젠 좀 버티네.”

“버티는 게 아니라 이기고 싶은데.”

연아가 싸준 얼음물을 들이키자 순간 온몸에 짜릿한 기운이 퍼졌다.

“백 년은 일러.”

땀으로 범벅이 된 나와는 달리 자드키엘은 힘든 기색조차 없었다.

“그래도 많이 발전했네.”

“그래?”

매일 대련하는 상대가 자드키엘이다보니 얼마나 발전했는지 느낄 수가 없었다.

자드키엘이 매일 나아지고 있다고 하니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있을 뿐.

“매일 밥하고 나랑 대련도 하고. 하루를 30시간으로 살고 있는 거야?”

“걱정하지 마.. 적절히 개인 시간도 사용하고 있으니까.”

“개인 시간?”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요즘은 장을 보고 있지. 아, 물론 네 카드로.”

“···”

뭔가, 쉰다는 개념이 나랑 다른 것 같기도 하고···

“겸사겸사, 이 세상에 대해 알아가고 있어.”

잠시 무언가를 고민하던 자드키엘은 고개를 살짝 흔들더니 내 물을 가로챘다.

“엑.”

“아직 확신이 없어서 말이야.”

“뭐가 말인데?”

내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던 그녀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이 세상에는···”

따르릉!

“어, 잠시만.”

“···”

전화를 건 사람은 현광이었다. 전화를 받자 여유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 훈련은 잘 돼 가고 있나? ]

“덕분에요. 돈은 아껴서 쓰고 있습니다.”

[ 응? 마음대로 써도 되는데. 부족하면 더 줄게. ]

“···”

이 사람은 어디까지가 농담이고 진담인지 구별하기가 참 힘들다니까.

[ 저번에 측정 불가 탑 나타났던 거 기억하지? ]

“아, 뭐···”

그 탑은 나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다.

[ 이번에 또 나타났어. 왜 한국에만 연속해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네. 문자로 보낸 장소로 곧장 와. ]

뚝.

“자드키엘.”

“다녀와. 이야기는 언제든 나눌 수 있으니까.”

“응.”


* * *


“오긴 왔는데···”

탑의 앞에는 혈화 길드가 있었고, 그들의 진입을 현광이 홀로 막아서고 있었다.

“아실만 한 분들이 왜 이러실까.”

“잘 알기 때문에 이러고 있겠지. 안 그래?”

‘김도훈?’

혈화의 길드장까지 나선 일이라면, 확실히 큰일이긴 했다.

“안쪽에서 막대한 마나가 흘러나오고 있다지? 그에 비례한 성과가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지.”

김도훈은 검은색 후드를 깊게 눌러쓴 채 입술만 살짝 끌어 올리며 현광의 어깨를 잡았다.

“협회는 중립을 유지하는 곳이지.”

“뭐, 일단 그렇긴 한데.”

“그런데 그런 협회가.”

서둘러 도착한 나를 바라보며 김도훈은 작은 꽃잎을 만들어 나에게 날렸다.

“키워주기를 위해 탑에 대한 정보를 은폐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어떻게 될까?”

“···난 별로 상관없는데. 아니, 그보다 넌 어떻게 안 거야?”

애초에 현광은 협회 소속이 아니었기에 그의 협박에는 큰 관심이 없었고, 오히려 정보에 관심이 더 많아 보였다.

그 반응에 김도훈은 혀를 찼지만, 이내 다시 현광의 앞에서 의기양양한 자세를 잡았다.

“그건 별로 상관없지. 나도 내 나름의 대비책이 있는 거니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탑이잖아?”

“으음, 그건 그렇지.”

어정쩡하게 서 있는 것을 현광이 슬쩍 잡아 당겨주었고, 자연스레 현광과 나 그리고 혈화 길드 이렇게 두 분류로 나눠지게 되었다.

“공략권을 양보하라고 하지 않겠어. 그냥 동시에 공략을 진행하자고. 많이 양보한 거 아니야?”

“그건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닌지라.”

머쓱하게 웃은 현광은 검지 손가락을 하늘로 슬쩍 올려 보였다.

“···더 윗선이라. 오히려 일이 더 커지지 않겠어?”

“나야 돈만 주면 뭐든지 하거든.”:

“흠, 그러면 협회가 준 돈에 두 배를 주지. 길을 열어.”

“그런데 이런 일은 신뢰가 생명이라서 말이야.”

빠직.

말장난에 당한 것이라 생각한 것인지 화가 난 듯한 움직임을 취했지만, 현광이 포탈을 몸으로 가로막자 발을 다시 뒤로 돌렸다.

“아니면, 내기라도 하실까?”

“내기?”

김도훈은 살짝 하늘을 바라보더니 후드를 벗어던졌다. 텔레비전을 보는 사람이라면 제법 익숙할 법한 그의 얼굴이 세상에 드러났다.

‘역시 이상하단 말이지.’

해는 졌고, 달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시간대에 이렇게 등장한 것부터 시작하여, 곧바로 쓰는 저 마스크까지.

‘···혹시 진짜로?’

“누가 먼저 클리어하는가. 어때?”

“음, 그런데 우리 애들은 이미 들어가서 공략하고 있는데 말이야. 선배 된 도리에서 그 정도는 이해하지?”

빠직.

다시 한번 이상한 소리가 들렸지만, 이내 차분한 얼굴을 되찾은 김도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대신 내가 이기면 협회에 책임을 물을 것이다.”

“뭐, 어차피 내가 사과하는 것도 아니니까. 대신, 우리가 이기면.”

“뭐든 들어주지. 어차피 내가 이길 테니.”

“위험한 말을 함부로 내뱉으시네.”

“길이나 비켜라.”

“예이.”

현광이 길을 비키자 김도훈과 그 뒤에서 분위기를 잡고 있던 다섯 명의 길드원이 동시에 탑으로 진입했다.

“좀 늦었네.”

“곧장 온 건데요.”

현광은 내 변명 따위는 흘려들은 채 자기 할 말만 계속했다.

“방금 들어서 알고 있지?”

“마침 저도 아주 작지만, 혈화에게 앙금이 있었거든요.”

혈액팩을 모조리 사 간 것은 아직도 잊지 않았다.

심지어 그 일 이후로 혈액팩을 제대로 보충하지 못해 10배 비싼 가격에 혈액팩을 구매하고 있었다.

아마 내가 기연을 얻지 못했다면.

“그러면 더 힘내야겠네. 그것들에게 무엇이든, 시키기 위해서.”

눈을 찡긋한 현광은 탑의 입구로 나를 데려갔다.

“안쪽에서는 이미 이서후와 함초월이 공략을 진행 중이야. 합류는 빠를수록 유리하니까. 얼른 달려.”

“가겠습니다.”

뒤에서 계속해서 들려오는 현광의 잔소리는 한 귀로 흘리며, 탑으로 들어갔다.



* * *


“스테이지 형식인가?”

저번 리자드맨 때 보았던 필드형.

그리고 특정 몬스터에게서 보이는 미궁형.

탑에는 다양한 생김새가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들어선 곳은 스테이지 형식으로, 등장하는 몬스터를 차례로 쓰러뜨리면 보스에 도달하는 방식이었다.

특별한 기믹도 없고, 보스를 찾아다닐 이유도 없으니 대다수의 헌터가 선호하는 유형이기도 했다.

“그리고 처음에 등장하는 몬스터를 보면, 보스도 추측할 수 있고.”

스스슷···

끝부분이 갈라진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등장한 뱀은 머리를 바닥에 깐 채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뱀이라면, 메두사 같은 게 보스이려나.”

하지만 메두사 정도가 측정 불가를 받은 것도 좀 이상한데.

‘···아니지, 저번에도 보스는 성룡이라고 했잖아.’

설마 이번에도 그 사내 같은 존재가 이 안에 있는 건가?

잡다한 고민을 하던 중 뱀은 기회를 노린 듯 스프링처럼 튀어 오르며 육중한 몸을 들이밀었다.

“화염 가르기!”

자드키엘이 챙겨준 검을 휘두르자 마나와 불꽃이 자연스레 검을 타고 흐르며, 뱀을 반으로 갈라버렸다.

“무슨 몬스터인지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좀 쉬울 것 같은 느낌이 드네.”

거대한 크기에 지레 겁을 먹었지만, 가볍게 죽어버린 뱀을 지나갔고, 다음에 등장한 몬스터는 불을 뿜는 도마뱀.

“샐러맨더.”

내가 스테이지에 입장하자 곧장 불길을 내뿜었고, 의기양양하게 괴성을 질렀다.

─ 크르르르.

그러나 내 몸속에 있는 것은 디아블로의 하트.

어떤 불보다 더 뜨겁게 타오르는 불꽃이 내 안에 잠들어 있었다. 고작 샐러맨더의 불로는 눈곱만큼도 다치지 않았다.

“염삭(炎削).”

염삭은 화염 가르기와 무형사식을 결합한 기술이었다.

자드키엘은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니라며 만류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니까.’

군단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자드키엘에게 충분히 들었고, 내 나름의 준비를 시작했다.

그 일환이 바로 검술을 개량하고, 불꽃을 첨가하는 것.

샐러맨더의 몸이 반으로 갈라지자, 몸이 용암으로 변하며 사라졌다.

“이걸로 두 번째.”

이 정도 난이도라면 이서후와 함초월은 이미 보스 스테이지에 도착했을지도 몰랐다.

‘한참 전에 들어갔다고 했었지?’

스테이지로 구성된 탑은 어느 순간 입장한 헌터들이 한 공간에 모이게 된다. 그것이 중간 보스일 수도 있고, 탑의 보스일 수도 있었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돈이 될 만한 녀석들은 없네.”

뱀은 구이가 되어버렸고, 샐러맨더는 용암이 되어 사라졌다.

‘이래서야 돈 버는 건 무리겠네.’

─ 크르릉···

“윽, 다음은.”

스테이지를 넘어가기 무섭게 몬스터의 울부짖음이 들렸고, 곧장 고개를 돌리자 익숙한 모습의 몬스터가 있었다.

“지룡?”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지룡에게 먹히고서 사내를 만나게 되었다.

“은인···이라고 해야 하나?”

뱀은 아무리 높게 쳐줘도 C.

샐러맨더는 B와 A 사이였다. 사실 상성만 좋으면 B등급 헌터도 처리할 수 있을 정도.

그리고 지룡은, 통상적으로 A급 최상위.

어느 탑의 보스로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의 몬스터였다.

─ 크륵.

“오랜만이네.”

지룡은 드래곤 중에서도 가장 흉포한 녀석이었다.

보통의 용은 지성이 있어 짧은 대화도 가능했고, 성룡을 넘어간 드래곤은 호전적인 성향이 극도로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그러나 지룡은 예외였다.

드래곤의 특성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고, 오로지 눈앞의 적을 죽이는 것에만 혈안이 된 그야말로 몬스터 그 자체.

“이번엔 지지 않아.”

손끝이 흔들린다.

아무리 강해졌어도, 나를 죽인 거나 다름없는 지룡이 눈 앞에 나타나자 두려움이 솟아난다.

─ 카아악!

거대한 입을 열어 하늘을 향해 괴성을 내지른 지룡은 침을 뚝뚝 흘리며 서서히 다가왔다.

“···꿀꺽.”

검을 고쳐 잡는다.

발을 내딛고,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기술 중 가장 강력한 기술을 준비한다.

“무형사식.”

우드득.

시전하기도 전, 이미 어깨에 무리가 가해졌고, 안쪽에서는 뜨거운 구역감이 올라오고 있었다.

“염···”

─ 크릉.

나의 입이 열리기도 전에 지룡은 내 앞에서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마치 착한 개라도 된 듯 퇴화하여 잘 움직이지도 않는 날개를 파닥거렸다.

“···잉?”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순간 몸에 힘이 빠지고 말았고, 안쪽에서 꾸물거리던 이물감이 입을 통해서 그대로 배출되었다.

“쿠아악!”

붉다기보다는 검은색에 가까운 불꽃이 입을 통해 빠져나왔다.

입이 전부 헐어버리지 않을까 고민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것보다 더 큰 고통이 몸을 차지하고 있었다.

‘팔에 감각이 없어.’

불꽃을 전부 토해낸 뒤, 뜨거운 침을 뱉고 오른쪽 어깨를 주무르는 동안에도 지룡은 머리를 땅에 박은 채 눈만 흘기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크르릉···

“너, 울어?”

지룡은 울고 있었다.

본능밖에 남지 않았다고 평가받던 최악의 몬스터가, 내 앞에서.

“어째서.”

분명 난 이 몬스터를 죽이려고 했다.

저 지룡도 나를 죽이려고 했다.

그런데 누군가 가여운 존재를 죽이지 말라고, 귓가에 속삭이고 있었다.

“···조심히 가라.”

지룡은 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대로 땅에 파고들어 사라졌다.

털썩.

긴장이 풀리자 온 몸에 힘이 사라졌다.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 오른팔과 화끈거리는 목과 입속을 제외하더라도, 몸이 제 정상은 아니었다.

“계속 가야겠지.”

어차피 지금은 알 수 없다.

그렇다면 계속 나아갈 수밖에.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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