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리베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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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리베봄
작품등록일 :
2024.07.01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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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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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동물등록번호

DUMMY

만남, 동물등록번호



Happy와의 만남


Happy와의 만남은 일반적이지 않았다. 2008년도에 서점에서 책을 한 권 구입했는데 개(강아지)가 조연급으로 등장하는 이야기였다. 출판사에서 강아지(남자아이) 몇을 책 구매자에게 선사하는 독특한 이벤트를 했다. 그때 뜻하지 않게 당첨자 중 내가 포함되었다. 선택 가능한 품종이 몇 있었는데 나는 ‘시츄’를 선택했다. 나로서는 그나마 알고 있는 품종이고 예쁘다 생각하던 품종이었다. 지금은 청년인 조카가 강아지를 키우겠다고 나섰는데, 강아지를 데리러 가는 시점에 못 키우겠다 입장을 바꾸었다. 그래 조카가 아닌 이벤트 당첨자인 내가 키우게 된 것이 해피와의 시작이었다. 해피를 처음 만난 날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해피를 만나러 가는 날 초등학생인 조카와 나는 합정동 인근에 있는 한 출판사를 함께 찾아갔다. 작은 박스에 해피가 담겨 있었다. 강아지를 안은 조카가 강아지를 안으니 너무 좋다고 행복하다고 해 녀석의 이름이 ‘해피(Happy)’가 되었다. 출판사 보관용이긴 했지만 강아지를 안고 있는 사진도 찍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출판사 갈 때까지도 나는 강아지 이름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리베’를 생각해두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남자아이라서 선뜻 그 이름을 써야 할지 고민이었다. 해피와 처음 만난 날 조카는 해피와 한참을 놀다 집으로 돌아갔다.

해피를 집에 데려온 것이 2008년 11월 초였다. 나는 강아지를 초등학생이던 시절 이후로 키워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나는 강아지를 무서워했다. 복도에 옆집 강아지나 고양이가 나와 있으면 그 앞을 지나가지도 못했다. 그만큼 동물에 대한 두려움이 켰었다. 물론 모든 동물을 다 무서워했다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싫어하는 뱀 쥐 벌레 등은 무서워하고 싫어했다. 하지만 해피를 데리고 오기 전에 십자매(十姊妹)를 키워보기도 했고 해피가 오던 날에도 집에는 거북이와 열대어가 함께 있었다.

처음 해피를 데리고 와서는 해피를 안는 것도 서툴렀다. 마냥 조심스럽기만 했다. 어쩔 줄 몰라 한다는 그 표현이 정확히 맞았다. 동물병원 가는 것도 처음이었고 사료 이동장 리드줄까지 가지고 있는 물품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강아지 육아를 시작했다. 서점에서 책을 서너 권 사고 인터넷 검색을 하고 동물병원 갈 때마다 대기실에서 만나는 이들에게 묻고 물었다. 즉, 나는 완전 초보였다. 그런데 문제는 그보다 나의 직업상 매일 같이 야근이 일상인 것이 문제였다. IT 직종에 종사하다 보니 정말이지 야근이 정상인 생활을 하던 사람이었는데 너무 어린 녀석을 혼자 집에 두고 야밤에나 귀가하자니 너무 미안했던 마음이 컸다. 그래서 오륙 개월이 지나 해피에게 여자 친구를 만들어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Liebe와의 만남


해피는 털색이 하얀색에 검은 무늬가 있는 시츄였는데 골격이 단단한 편이었다. 그래 털색이 조금 색다른 시츄 친구를 찾아보기로 했다. 리베(Liebe)를 처음 알게 된 곳은 한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시츄 강아지 분양공고였다. 사진 속 강아지 털색은 전체적으로 초코 브라운이었다. 리베를 만난 시점에는 유기견에 대한 자각이 내게 없었다. 강아지는 당연히 돈을 주고 분양받는 것으로 생각하던 때였다. 강아지 보호자에게 연락을 하고 분양이 결정되어 강아지를 만나기 위해 인천의 한 아파트 단지까지 찾아갔다. 드디어 ‘리베(Liebe)’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강아지를 찾았다는 기쁨이 컸다. 리베는 여자아이였고 체격은 해피보다는 작았다. 나는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제 2 외국어로 독일어를 학습했었는데, ‘사랑’이란 뜻의 ‘리베’라는 단어가 좋았다. 그래 녀석을 만나 곧바로 고민하지 않고 이름을 ‘리베(Liebe)’로 명명했다. 서울에서 인천의 낯선 동네를 전철 타고 버스 타고 찾아갔던 기억이 난다. 리베를 이동장에 넣어 데려올 때는 리베가 너무 작아 조심스러웠다. 너무 작고 예뻤다. 그때가 2009년 4월 말이었다.

리베는 가정집에서 분양을 받아 정확히 생일을 전달받을 수 있었다. 리베를 분양받은 시점이 생후 만 두 달이 되어가는 시점이었다. 분양한 분과는 오랫동안 가끔 문자메시지나 리베 사진으로 안부를 전하고는 했는데 몇 해 전에 내 휴대전화기가 물에 빠지면서 그분 연락처가 사라졌다. 그 후에 내 휴대전화 번호도 바뀌고 해서 더는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혹시 그분이 이 글을 읽게 된다면 2023년 4월에 리베가 만 14살로 이생을 떠났다고 전해주고 싶다.

리베를 만나 내가 처음 한 일은 집에 오기도 전에 동물병원에 들른 것이었다. 내 급한 성격에 예방접종부터 시작하고픈 마음에 동물병원에 데려갔는데 수의사는 며칠 적응한 후에 예방접종 할 것을 권했었다. 그 이전에 해피와 가봤던 동물병원이 두어 곳이었는데 리베를 데리고 온 날 처음 같던 그 동물병원이 왠지 마음이 갔다. 그 이후 내가 서울에 사는 동안 십여 년을 계속 그 동물병원을 다녔다. 그 동물병원은 주말이면 병원문 열기 전부터 대기 줄이 서고, 대기실에서 한 시간은 보통 기다리는 곳이었다. 가끔은 단순하게 예방 접종하기 위해 한 시간을 기다리게 되기도 했는데 그 동물병원은 녀석들이 무서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병원 앞에 가면 자기들이 앞서 자동문 앞에 다가가고는 했다.

해피도 그랬지만 리베도 어려서 평일에는 제대로 챙겨주지를 못했다. 두 녀석만 집에 놔두고 출근했었다. 초기 두 녀석의 관계 형성에 대해 상세히 알지 못했다. 단지, 두 녀석이 심하게 싸우지 않는다는 것에 감사했었다. 해피는 식탐이 많은 편이었고 리베는 해피가 욕심을 내면 바로 응징을 표시했다. 그러면 해피는 바로 물러났다. 그게 다였다. 리베의 한 방에 해피가 욕심을 접는 것이 다였다. 두 녀석 다 순했지만 해피는 유독 순한 아이였다.



봄이와의 만남


대중매체에서 유기견 등 안타까운 사연을 접할 때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는 마음이 약간은 무거웠다. 무엇인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곤 했는데, 자원봉사 등은 스스로가 자신이 없었다. 한두 번이 아닌 지속적인 봉사는 정말이지 자신이 없었다. 그러다 내가 한 녀석은 품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인터넷상에서 몇 곳을(유기견 센터 등) 탐방하다가, 경기도 양주에 있는 한 곳을 알게 되었다. 인터넷상에서 입양신청을 하였다. 봄이를 만났다.



봄이의 동물등록번호


첫 만남도 중요하지만 초심을 잃지 않는 것에 소홀해져서는 안 된다. 사실 일상의 나와 타인의 관계에서 즉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는 이해득실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나와 타인의 책임에 대해 몇 대 몇으로 판가름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그러나, 부모가 자녀에게 지니는 책임은 이해득실로 판가름 나서는 안 된다. 반려동물과 보호자의 관계도 유사하다.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의무라는 것을 체험으로 안다. 내 일상에 반려동물이 많은 영역에 들어와 많은 영향을 주고 서로 공유하게 된다. 그래도 모두가 초심을 잃지 말았으면 한다.

처음 해피와 리베를 만났을 때는 ‘동물등록제’가 시행되기 전이었다. 몇 년 있다가 시행된다는 얘기를 듣고 시행 초기에 해피와 리베 몸에 내장 칩을 삽입했었다. 해피와 리베는 동일한 일자에 내장 칩을 삽입했는데, 두 녀석 동물등록증에 등록된 일자가 2013년 2월이다. 봄이는 2015년 4월로 등록 되어있다. 세 녀석 모두 몸 안에 내장 칩을 삽입했지만, 오랫동안 그 기능을 체험할 기회는 없었다. 그러다 단 한 번 봄이 덕에 그 칩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강아지 소음 민원 탓에, 봄이를 경기도 엄마 집에 의탁해 주말에만 함께하던 시기였다. 나는 서울에서 근무 중이었는데, 낯선 경기도 전화번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모르는 번호라 순간 받을까 망설이다 받았는데, 안 받았으면 큰일 날뻔한 전화였다. 봄이를 보호하고 있다는 경기도의 한 동물병원에서 온 전화였다. 그 전화를 받기까지 나는 봄이가 집을 나가 길거리를 헤매고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동물병원 관계자분은 내가 봄이 보호자가 맞느냐고 묻는다. 그분 말씀에 행인이 거리를 배회하는 봄이를 그 동물병원에 맡겼다 하신다.(뵌 적은 없지만 정말이지 봄이를 동물병원에 맡겨주신 분께 감사 감사드린다.) 봄이 몸 안에 있는 내장 칩으로 내 연락처를 찾을 수 있어 전화했다고 봄이를 데리고 가라 하신다. 나는 서울이라 우선 엄마에게 전화해 엄마가 봄이를 데리러 가셨다. 나중에 알아보니, 근무 중인 나를 생각해, 엄마가 우선은 집 인근을 찾아 헤매는 중이셨단다. 동물등록 기록이 내장된 칩이 없었다면, 연락처가 정확히 해당 기관 사이트에 저장되어 있지 않았다면, 내가 낯선 전화라고 전화를 안 받았다면 ―――― 봄이를 찾는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 수도 있고, 어쩌면 잃어버릴 수도 있었다. 나는 그 날 일을 신이 도와주셨다 믿는다. 봄이가 나쁜 곳에 흘러 들어가지 않고 다행히 거주지 인근에서 구조되어 가까운 동물병원에 맡기어진 것은, 정말이지 신의 도움이었다. 그때가 봄이를 엄마 집에 의탁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인데, 아마도 현관문 열린 틈을 타서 나섰다가 길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그때, 정말이지 동물등록제라는 제도에 감사했다. 봄이를 바로 찾을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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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Happy, Liebe, 봄 – 4 24.08.09 14 0 10쪽
16 Liebe가 세상을 떠나다 24.08.07 12 0 20쪽
15 Happy, Liebe, 봄 – 3 24.08.06 13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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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Happy, Liebe, 봄 - 2 24.08.04 10 0 9쪽
12 Happy, Liebe, 봄 - 1 24.08.01 20 0 10쪽
11 Happy, Liebe를 통한 사유(思惟) - 6 24.08.01 19 0 8쪽
10 Happy, Liebe를 통한 사유(思惟) - 5 24.07.24 13 0 10쪽
9 2018, 봄 전철 타고 훈련소 가다 24.07.23 26 0 17쪽
8 Happy, Liebe를 통한 사유(思惟) - 4 24.07.21 13 0 11쪽
7 Liebe의 병환 24.07.18 19 0 8쪽
6 Happy, Liebe를 통한 사유(思惟) - 3 24.07.17 30 0 9쪽
5 Happy의 입원 24.07.16 22 0 9쪽
4 Happy, Liebe를 통한 사유(思惟) - 2 24.07.14 39 0 12쪽
» 만남, 동물등록번호 24.07.13 27 0 10쪽
2 Happy, Liebe를 통한 사유(思惟) - 1 24.07.10 19 0 9쪽
1 멍때리기 24.07.08 29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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