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리베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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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해피리베봄
작품등록일 :
2024.07.01 04:21
최근연재일 :
2024.08.09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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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8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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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때리기

DUMMY

멍때리기

- 해피(Happy)를 떠나보내며



2024년 7월 5일 금요일


해피(Happy)와 리베(Liebe)를 유골함에 합장했다. 리베가 사망한 것은 2023년 4월 14일이고, 해피가 사망한 것은 2024년 7월 3일이다. 오늘, 2024년 7월 5일에 두 친구를 합장한다.


2024년 7월 3일 수요일 오후 8시 해피 사망

2024년 7월 4일 목요일 오후 3시 반려견 장례식장에서 화장

2024년 7월 5일 금요일 오전 0시 국가동물보호 정보시스템(www.animal.go.kr)에

사망신고


해피가 사망함에 따른 어찌 보면 일괄적인 사무적인 처리가 완료되었다.


길 찾기를 해서 반려견 장례식장을 찾았다. 반려견 장례식장이 도심 외곽에 있고 인근에 가는 버스는 한 대가 유일해 보였다. 갈 때는 사십여 분 그 버스를 기다렸는데 돌아오고자 할 때는 칠십여 분 기다렸다. 돌아오는 길에 버스 유리창에 부착된 배차시간표를 보았다. 낮에는 대략 한 시간 간격이지만 오후가 되면 구십 분 간격으로 오직 소형버스 두 대로 운행되는 노선이었다. 배차시간을 모르니 혹시 놓칠까 뚫어져라 차도만 보고 있었다. 배차시간을 알았다면 좀 여유 있게 휴대폰 열람이라도 했을 텐데, 배차시간이 그렇게 긴 줄 알았겠는가. 그 덕에 멍 때리기를 했다. 멍히 버스가 올 방향 한 곳을 바라보며 멍 때리기를 했다. 고도를 기다린 것도 아닌데, 배차시간을 모르니 혹시나 버스를 못 볼까 봐 집중 집중해서 멍때리기를 했다. 사실 삼십여 분 기다리면 버스가 올 줄 알았는데, 결국 오기로 버텨 버스를 타고 왔다.


강아지 옷 정리를 했다. 십여 개를 따로 빼냈다. 다음 물품 기부 때 다른 물품과 함께 기부하면 된다. 원래 가지고 있던 옷들은 해피 리베 봄 세 녀석을 위한 옷인지라 숫자가 꽤 되었다. 2023년 리베가 떠났을 때도 한번 옷 정리를 했었다. 이제 해피까지 떠나니 봄이 한 녀석에게는 너무 많은 숫자의 옷이다. 무엇보다 그 옷에서 해피 모습이 강하게 연상된다면 나를 위해 떠나보내야 한다.

옷 정리를 하다가 십오 년 전쯤 처음 녀석들을 키울 때 사입혔던 그동안 기념으로 가지고 있던 S 사이즈 옷을 보았다. 휴대전화기로 그 옷을 몇 컷 찍었다. 옷은 해피 49재에 태울 것이다. 해피 리베 두 녀석 모두 떠났으니, 이제 옷도 함께 보낼까 한다.



2024년 7월 6일 토요일


해피가 7월 3일 밤에 세상을 떠나고 오늘이 3일째 되는 날이다. 두어 달 전부터 봄이와 산책을 나갈때면 해피는 강아지 울타리 안에 넣어주고 다녀왔다. 눈이 안 좋아 혹시나 내가 없을 때 어디에 끼이기라도 해서 울까봐 녀석들이 커서는 사용하지 않던 울타리를 5월에 새로이 장만했었다. 산책을 다녀온 후 해피를 울타리에서 꺼내주고는 했는데 현관문에 들어서면서 ‘해피’를 부르고는 했는데 이제 해피가 있던 자리에 녀석이 없다. 지금은 해피 방석이 있던 자리에 사료 그릇과 물그릇을 놓아두고 평상시처럼 물을 수시로 갈아주고 있다. 어느 곳에 있든 아프지 말라고 잘 먹으라고 녀석이 있던 자리에 사료 그릇과 물그릇을 놓아둔다.



2024년 7월 1일 월요일


해피가 칭얼거리면 바로 녀석이 있는 큰방으로 달려간다. 요즘 부쩍 힘이 없어 자주 몸을 일으키기 힘들어할 때가 많다. 몇 발작 걷다가 넘어져 칭얼거린다. 내가 달려갈 것을 녀석도 안다. 수면에는 어두운 것이 좋지만 눈이 안 좋은 해피가 어둠을 싫어할까 봐, 요즘 최소 자정까지 큰방 불을 켜둔다. 해피 방 벽걸이 에어컨을 20∼22℃로 틀어준다. 가끔 아침에 일어나면 해피가 내가 잠든 방안이나 방문 앞에 와 자고 있다. 해피를 보며 요즘 생각이 많아지기도 하고 심란해지기도 한다.

Happy, 짜요(加油)!



2024년 7월 2일 화요일


요즘 해피 때문에 하루하루가 조마조마하다. 어려서부터 간식으로 자주 주던 육포(jerky)를 손바닥에 올려 해피 얼굴 가까이 가져간다. 해피가 잘 먹어주니 내 마음에 미소가 저절로 번진다.

해피 옆구리에 손바닥을 가져다 된다. 심장 뛰는 소리를 듣는다. 잘 버텨주고 있다.

해피, 파이팅(fighting)!



2024년 7월 3일 수요일


해피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해피를 온수로 목욕을 시키고 드라이기로 말린다. 해피는 죽음에 대해 알까. 자각할까. 녀석과 의사소통이 정확히는 안 되니 물어보지 않는다. 그냥 힘내라고 토닥인다. 곁에 있어 주는 것,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다. 해피는 2008년 11월 초에 나를 만났다.

해피, 사랑해.


해피, 떠났다. 방금 전에(2024년 7월 3일 수요일 오후 8시).


오늘 하루 내 힘들어하더니, 오후에 더더욱 힘들어하더니 떠났다. 오전에 목욕 시켰는데, 이 밤에 떠났다.

순하기만 한 녀석이 보호자 잘못 만나 고생 많았다. 미안하구나 너를 이리 보내.


해피가 몇 시간 전에 세상을 떠났다. 강아지 방석에 배변패드를 두어 겹깔고 그 위에 해피를 뉘었다. 아직은 해피가 떠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내가 J동에 머무는 2년 6개월 사이에 해피와 리베 두 녀석이 떠나갔다. 리베는 열네 살로 해피는열다섯 살로 떠났다. 나는 이사 온 다음 해에 맹장수술을 하고, 올해 4월에 보행자 접촉사고를 겪고 6월에는 낙상사고까지 일어났다.

해피는 큰방에 누워있다. 몸이 호흡을 안 하고 나에게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제외하면 평상시와 다름없다. 에어컨 온도를 22℃로 해두었다. 아직은 해피가 떠났다는 것이 실감이 안 난다.

해피, 잘가! 사랑해.

미안하다, 해피.



2024년 7월 4일 목요일


해피를 쓰다듬으면 아직도 해피가 숨을 쉬고 있는 거 같다. 장마가 시작된다는데 하루 더 해피를 붙잡고 있어도 되지 않을까. 해피가 사망한지 열두 시간이 지났다.

해피가 살아서 움직여 줄 거 같다.


해피.

불꽃에 육신이 타오르고 있니. 불꽃이 아프지는 않니.

엄마는 너를 힘들게 해서, 힘들다 떠나게 해서, 아프다.

엄마는 너와 마지막 길을 함께 한다. 너의 육신이 떠나는 것을 용광로에서 타오르고 있는 것을 지금 지켜보고 있다.

이렇게 밖에 못해 보내서, 아프다.

이렇게 너와 이별하게 되어서, 아프다.

해피, 너를 더 살피지 못해서 아프다. 그냥 아프다.

너는 저 불꽃 안에서 이생의 티끌을 다 씻어 던지는구나.


작가의말

해피 리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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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Happy, Liebe, 봄 – 4 24.08.09 14 0 10쪽
16 Liebe가 세상을 떠나다 24.08.07 12 0 20쪽
15 Happy, Liebe, 봄 – 3 24.08.06 13 0 15쪽
14 강아지 소음 민원, 겪어봤어 24.08.05 11 0 8쪽
13 Happy, Liebe, 봄 - 2 24.08.04 10 0 9쪽
12 Happy, Liebe, 봄 - 1 24.08.01 20 0 10쪽
11 Happy, Liebe를 통한 사유(思惟) - 6 24.08.01 19 0 8쪽
10 Happy, Liebe를 통한 사유(思惟) - 5 24.07.24 12 0 10쪽
9 2018, 봄 전철 타고 훈련소 가다 24.07.23 26 0 17쪽
8 Happy, Liebe를 통한 사유(思惟) - 4 24.07.21 13 0 11쪽
7 Liebe의 병환 24.07.18 19 0 8쪽
6 Happy, Liebe를 통한 사유(思惟) - 3 24.07.17 29 0 9쪽
5 Happy의 입원 24.07.16 22 0 9쪽
4 Happy, Liebe를 통한 사유(思惟) - 2 24.07.14 39 0 12쪽
3 만남, 동물등록번호 24.07.13 25 0 10쪽
2 Happy, Liebe를 통한 사유(思惟) - 1 24.07.10 19 0 9쪽
» 멍때리기 24.07.08 29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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