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리베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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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해피리베봄
작품등록일 :
2024.07.01 04:21
최근연재일 :
2024.08.09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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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7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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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Liebe를 통한 사유(思惟) - 3

DUMMY

Happy, Liebe를 통한 사유(思惟) - 3

- 2010년도 7월 : 강아지 눈 & 덴탈 스틱



해피와 리베는 방바닥에서 졸고 있고, 나는 동영상 강의를 듣다 졸고 있다. 잠을 안 잔 것도 아닌데, 왜 이리 졸리는지. 날씨가 꽤 흐리다. 오후나 내일쯤 비가 오려나. 해피의 잠자는 호흡이 거칠다. 걱정스럽다. 차라리 아침처럼 덴탈 스틱 두 개나 먹고도 리베의 덴탈 스틱에 눈독을 드리는 해피가 편하다. 나는 아이가 아픈 것보다 차라리 장난꾸러기인 게 더 낫다고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을 조금은 이해한다. 내동 심하게 뛰고 식탐을 보이다가도, 누워서 호흡이 거칠어지고 눈이 빨개진다. 무척이나 걱정이 된다.

해피가 기흉 교정술을 한지 만 한 달이 되었다. 아직 건강하다고 말하기에 이르다. 날씨가 더운 탓도 있겠지만, 체력이 예전에 못 미친다. 더운 날씨에 이제 미용을 시켜주고 싶은데, 어떨지 걱정이다. 너무나 힘들어하고 예민해져 있다. 약 먹는 것도 질려하고 무척이나 거부한다. 이번에는 눈에 건조증까지 와서 안약을 넣어야 하는데, 녀석 영 쉬이 말을 듣지 않는다. 병원에 입원한 며칠이 녀석에게 너무 힘들었나 싶다. 어제 오늘 리베도 가끔씩 숨을 몰아쉬어 나를 긴장시킨다. 별 탈 없어야 하는데. ·········. 해피, 리베, 우리 모두 건강하자.

해피 울음소리에 눈이 떠졌다. 월요일 낮에 미용을 해 좀 더 시원하게 자고 있는줄 알았는데, 녀석이 내게서 안 떨어진다. 또 무서운 꿈을 꾼 것일까. 해피는 아주 어려서 나를 만났는데, 녀석의 무서운 꿈은 어디서 시발한 것일까. 아주 어려서 부모와 떨어져 그때 기억이 악몽을 꾸게 하는 것일까. 아니면 전생의 기억이 녀석을 힘겹게 하는 것일까. 알 길 없지만, 무서운 꿈이 아닌 행복한 꿈만 꾸었으면 한다. 해피, 사랑한다. 행복한 꿈 꾸렴.

해피가 강아지 대리석 매트에서 자고 있다. 아침나절 그렇게 덴탈 스틱에 더 먹고 싶다고 리베 것을 욕심내며 짖어대더니, 지금은 대리석 매트에서 잠을 잔다. 해피는 아침이면 덴탈 스틱이 있는 서랍장 앞에 가서 짖는다. 덴탈 스틱 먹을 시간이란 것이다. 이제는 리베도 덩달아 그 옆에 선다. 스틱을 각기 하나씩 주면 해피는 금색 먹지만 리베는 빠르게 먹지 못한다. 아침보다는 오후에 리베의 식욕은 왕성하다. 오늘도 어김없이 한 번에 스틱을 다 먹지 못하고 선잠을 자기도 하고 호시탐탐 노리는 해피에게 으르렁거린다. 집안은 ‘엄마, 나 저거 주세요’ 외침으로 메아리쳤다. 해피, 리베,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해피는 강아지 대리석 매트에서 낮잠(선잠) 자기를 좋아하고, 리베는 내 무릎 위에서 잠자기를 좋아한다. 6월에 해피가 갑작스레 아프면서 그리고 지난 주말 천둥과 번개가 치면서 우리에게는 크고 작은 변화가 생겼다. 하나가 아닌 두 녀석을 키우다 보니, 교육심리학은 사람에게만 국한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고, 성격이 다르기도 한 녀석들 틈에서 나는 고민과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해피 사랑한다.

리베 사랑한다.

너희가 사람이라면 어땠을까. 우리가 서로의 언어를 이해한다면, 어떠한 변화와 발전이 있을까. 너희는 내가 내뱉는 간단한 단어 몇 개를 체득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아직 너희 언어를 모른다.

해피가 사람이었다면 식탐을 빼고는 지금쯤 아주 멋진 청년이었을 것이다. 사려깊은 눈빛에 지적 호기심 그리고 적극적인 활동성까지 해피는 갖추고 있다. 거기다 미남이다. 하루 내 두 녀석을 바라보다 보면 시간이 어찌 갔는지 모르게 된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해피 눈을 바라본다. 해피 눈은 매우 깊이가 있다. 동물의 눈동자가 사람의 혼탁한 눈동자보다 더 깊이가 있고 사려가 깊다는 것을 이 순간에도 느낀다. 해피와 리베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얻었지만, 그들의 눈빛만큼 내게 많은 이야기를 해준 대상도 적다. 해피는 아직 만으로 두 살이 되지 않았는데, 그 나이가 인간 나이로 치면 이십 대라 해도, 오늘 내가 느끼는 해피 눈빛은 사십을 넘긴 성찰이 있는 이의 사려깊은 눈빛이다. 이번 생에서 아름답게 서로에게 기억되고 함께하며 다음 생에서도 두 녀석과 좋은 인연으로 함께 했으면 한다. 나와 타를 살피는 깊이 있는 성찰을 지닌 이들과 이번 생과 다음 생을 함께 했으면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축복이기를 기원한다. 지금 내게 두 녀석은 축복이다.

해피는 2층인 방 창가에서 세상을 바라다 내려다보고 있다. 방범창이 없이 방충망만 있어서 좀 걱정스러운데, 녀석이 좋아해서 내버려두고 있다. 물건을 실은 소형트럭, 자가용, 자전거, 오토바이, 유모차가 지나다닐 것이다. 그 외에는 다양한 모습의 사람과 가끔은 강아지 혹은 길고양이가 지나갈 것이다. 햇살은 좋으나 날은 뜨겁다.

24시간 중 두 녀석과 함께 지낸 시간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지난 몇 달간 나는 많은 것을 두 녀석과 공유하며 배웠다. 겨울을 보내고 봄을 보내고 여름을 맞았다. 두 녀석은 인간이 지닌 여러 욕망과 욕구를 지니고 있다. 그를 통해 내게 스승이 된다. 지난 6월에 갑작스레 해피가 아프면서 더더욱 진리에 대해 눈뜨게 한다. 나는 이 녀석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인가. 나는 나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인가. 물론 태어났기 때문에 살아있기 때문에 오늘을 살고 내일을 당연하게 살 것이라 자만하지만, 해피가 갑작스레 아팠듯 누구나 한순간에 자신이 병자임을 알 수도 있는 것이다. 매 순간 나와 내 가까이에 있는 이들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 누구보다 내 자신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해피와 리베, 거북이, 열대어, 화분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에게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 외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내가 지닌 물품에도 소홀함은 없어야 한다.


중복이고 해서 오랜만에 프라이드치킨을 배달시켜 먹었는데, 헉 ―――. 몇 조각 먹다가 입맛이 뚝 떨어졌다. 살점이 약간 붙은 세로 3cm 지름 1cm 정도의 뼈를 흘렸는데, 리베가 순식간에 입에 넣었다. 빼내려고 했는데 뱉지를 않았다. 내가 다급하게 입을 벌려보려 하니까, 급하게 삼켜버렸다. 아무래도 동물병원에 가봐야겠다.

추신 : 동물병원에 다녀왔다. x-ray를 두 장 찍었는데 진료비까지 삼만 원 남짓 들었다. 닭뼈가 위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인위적인 방법은 약으로 구토를 시키거나 내시경으로 이물질을 제거하는 방법이란다. 다행히 x-ray 상 보여지는 경과를 봐서는 무난히 소화될 거란다. 별 이상 없으면 무사하다고 수의사가 전했다.


해피가 나를 웃게 만든다. 지난 밤부터 리베 것을 계속 욕심내서 그 앞에서 짖어대서 결국 서너 개 가까이 먹고는 이 아침에도 리베 것을 욕심내길래 짖는 것에 이끌려서 리베의 덴탈 스틱을 주니, 먹지는 않고 여기저기 숨길 곳을 찾아다닌다. 배가 불러서 지금은 못 먹겠나 보다. 어떻게든 옹색한 곳에 숨기려 고민하며 스틱을 물고 동분서주 하는 모습이 너무 재밌고 신기하다. 녀석, 그래도 리베가 신경 쓰였나 보다.

아침 7시에 산책을 나섰다. 리베 녀석, 며칠 전에 그리 닭 뼈 때문에 나를 경악게 하더니, 공원에서 잠시 리드줄을 풀어주니 순식간에 어디인가에서 무엇인가를 물어든다. 뼈다! 한 잎에 들어가지도 않는 지름이 10cm가 넘는 통뼈를 물고는 신나 한다. 나는 안 되겠다 싶어, 집에 오는 길에 동물병원에 들러 개껌을 두 개 샀다. 뼈다귀 모양의 크기가 좀 있는 것으로 샀다. 하나는 일반 밀크 껌이고 하나는 무엇인가로 감싸인 것이었는데, 두 녀석 모두 무엇인가로 둘러싸인 것을 좋아한다. 그동안 영양가도 별로인 거 같고 그냥 크기만 하다고 생각하여 안 사주었는데, 오늘 첫 개시가 아주 인기 절정이다. 그리 맛있을까.

오늘은 리베를 방 창가에 자리시켜 주었다. 창밖 날씨는 너무나 덥지만 그만큼 태양은 분명하다. 너무나 열정적인 태양 탓에 너무나 덥지만 이도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기후조건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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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Happy, Liebe, 봄 – 4 24.08.09 14 0 10쪽
16 Liebe가 세상을 떠나다 24.08.07 12 0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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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Happy, Liebe, 봄 - 2 24.08.04 10 0 9쪽
12 Happy, Liebe, 봄 - 1 24.08.01 20 0 10쪽
11 Happy, Liebe를 통한 사유(思惟) - 6 24.08.01 19 0 8쪽
10 Happy, Liebe를 통한 사유(思惟) - 5 24.07.24 13 0 10쪽
9 2018, 봄 전철 타고 훈련소 가다 24.07.23 26 0 17쪽
8 Happy, Liebe를 통한 사유(思惟) - 4 24.07.21 13 0 11쪽
7 Liebe의 병환 24.07.18 19 0 8쪽
» Happy, Liebe를 통한 사유(思惟) - 3 24.07.17 30 0 9쪽
5 Happy의 입원 24.07.16 22 0 9쪽
4 Happy, Liebe를 통한 사유(思惟) - 2 24.07.14 39 0 12쪽
3 만남, 동물등록번호 24.07.13 26 0 10쪽
2 Happy, Liebe를 통한 사유(思惟) - 1 24.07.10 19 0 9쪽
1 멍때리기 24.07.08 29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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