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설거지 맨으로 취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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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눈알
작품등록일 :
2024.07.08 19:25
최근연재일 :
2024.08.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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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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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DUMMY

"잠깐, 대표님 저거 봤어요?"


나의 그 말에 우대표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 어어.. 하하.. 저런게 있었네.

근데 조금 큰 잉어라고 생각하면-."


"아니, 대표님! 그렇게 가볍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잖아요! 용암속을 헤엄치는 잉어가 어딨어요!

분명히 내구도가 엄청난 괴물이겠죠!"


"어-. 그럴지도 모르지. 근데 그냥 신경 끄고

우리는 우리 할일만 하면 되지

안그래?"


우 대표의 그 어이없는 말에, 나를 비롯한 모든 직원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우린 아무래도 대표를 잘못 만난것 같아.'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며 일을 시작했다.


이곳 연회장 주방에 굴러다니는 식기 및 조리도구들을 모두 카트에 한데 모아,

바깥으로 옮겼다.


"젠장, 뭐가 이리 무겁냐. 벌써부터 힘드네."


직장 동료들은 다들 그렇게 가쁜 숨을 몰아쉬며

용암 쪽으로 다가갔다.


"자, 들어가기 전에 강화복 체크부터 하고 가자!"


석훈 아재의 그 말에, 우리는 입고있는 강화복을 체크했다. 이음새가 제대로 잘 막혀 있는지,

구멍이 뚫려있거나 낡은 부분은 없는지,

산소발생 장치가 이상이 없는지. 그외 기타 등등을

체크하는 것이었다.



우리들은 강화복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후,

용암에 커다란 그물망을 설치해두고

그 위로 설거지거리들을 던져넣었다.


"이제 이걸 닦기만 하면 끝나겠네요."


나의 그 말에 우대표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실실 웃으며 그것들을 닦기 시작했다.


용암 속에 몸을 담그고 설거지라니,

조금 기분이 이상하긴 하지만

그래도 위험한 세제같은 걸 안 쓰고 이걸로만

닦으니 그나마 다행인건가.


나는 직원들과 손을 맞추어 내열성이 강한

수세미로 용암속에 담긴 설거지 거리들을

하나하나 정리해 나갔다.


거의 모든 설거지가 끝나갈 때쯤,

그때 갑자기 내가 제일 걱정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그건 바로

용암 속을 헤엄쳐다니는 커다란 괴물이었다.


생김새는 지구에 있는 잉어와 아귀를 반반씩 섞어놓은 모양이었지만,

굉장히 성질이 사나워서 그 커다란 놈이

용암 속에서 날뛰기 시작했다.


그걸 본 석훈 아재가 소리쳤다.


"지금부터 우리들은 세 개 조로 나눠서 작업합시다!

입사 순서대로 부여받은 사번에 따라서

1조는 가장 빠른 번호, 2조는 그다음 빠른 번호,

3조는 그 다음으로!"


1조는 저 멍청하게 생긴 물고기를 상대하고

2조는 설거지 마무리, 마지막으로 3조는

설거지가 끝난 것들을 전부 다시 카트에 실어서 연회장으로 운반한 다음, 연회장 주방 청소를

실시하기로 했다.


별로 통솔력이 없는 우대표를 대신해서

실질적인 리더라고 볼 수 있는 석훈 아재의 그 말에,

우리들은 각자 알아서 지시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3조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사정이 나았지만, 1조에 속한 인원들은 그 괴물의

시선을 끄느라 무진 애를 썼다.


나는 설거지거리들을 카트에 실어 옮기며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어떻게 하면 저 괴물을 멈출 수 있을까?'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뾰족한 수가 떠오르질 않았다.


우리 3조가 맡은 업무가 모두 끝나자,


우대표는 1조와 2조에 철수 명령을 내렸다.


1조와 2조는 재빠르게 용암에서 빠져나와

연회장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이미 일이 끝난 나도 건물 밖으로 나와 그들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왔다.


하지만 그때, 물고기인줄만 알았던 그 괴물이

뭍으로 나오더니, 몸 속에 숨겨두었던

기다란 네 개의 다리들을 꺼내어

무서운 속도로 도망치는 우리들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걸 본 우리들은 기겁하며 몸서리를 쳤다.


"무슨 공포만화에 나올 법한 괴물이네.

정말 가지가지 하는군."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잠시 멍 때리고 있다가,

문득 떠오른 게 있어 강화복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뭔가..이럴때 쓸만한 도구가 있을텐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그 정신없는 와중에도 혹시 몰라 챙겨온 물건들을

재빠르게 꺼내 하나씩 살펴보았다.


운이 좋게도, 냉동 빔을 발사하는 총이 하나

주머니에 들어있었다.


직원들 중 절반은 모두 건물 안으로 피신하는데 성공했지만, 우 대표와 나를 비롯한 아직 나머지

절반은 아직 건물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었다.



막 그 징그러운 괴물이 우리 뒤통수 앞까지 따라온 그 순간, 나는 놈을 향해 총을 정조준하고

최대 출력의 냉동빔을 발사했다.

그리고 잠시 후

눈부신 푸른 빛이 번쩍이더니

곧 그 괴물은 온몸이 꽁꽁 얼어붙은 채

그 자리에서 움직임이 멈추었다.


하지만 용암 속을 아무렇지 않게 헤엄쳐다니는 놈의

말도 안되는 내구력을 볼때

이 정도로는 녀석을 영구적으로 멈추기란 불가능하다고 생각이 되어

나는 건물 바깥쪽에 비상시를 대비하여 설치된

레이저포로 달려갔다.


"저놈은 제가 막타를 칠 테니

나머지 인원들은 건물로 들어가요!"


이것은 이 별의 외계인들이 만든 것이라

살짝 인터페이스가 복잡하긴 했지만,

나름 뛰어난 문명을 가진 종족들이 만든 물건답게

자동번역장치가 되어있어서

생각보다 조작하는 법이 어렵지는 않았다.


나는 우대표를 비롯한 나머지 직원들이

모두 건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다음,

녀석을 향해 레이저포를 발사했다.

그러자 천지를 뒤흔드는

엄청난 굉음과 함께

눈부신 광선이 번쩍이는가 싶더니,

곧 그 얼어붙은 괴물은

온몸이 녹아내리듯 타버렸다.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재빠르게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건물 안으로 들어오자 내 덕에 목숨을 건진

직원들, 그리고 우 대표가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며

내게 말했다.


"이야, 신입! 고맙다! 덕분에 살았어!

우리 모두! 하마터면 저 괴물한테 죽는 줄 알았다니까!

하하하하!"


그들이 나를 격하게 끌어안고는,


나를 동그랗게 둘러싼 채로 헹가래를 태우자,

잔뜩 지쳐있었음에도 나는 기분이 썩 나쁘진 않았다.


맡은 일을 전부 깔끔하게 마무리한 우리들은,

다시 이 건을 의뢰한 외계인들로부터

약속한 사례금을 챙기고, 우주선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례금은 우주에서 통용되는 일종의 전자화폐로 지급되었다.



이제 돈 문제가 해결된 우리들은

잔뜩 들뜬 기분으로 자축하며

간만에 술 파티를 벌였다.


다만, 나는 술을 잘 하지 못했기에

음료수로 만족했다.

한창 축제 분위기에 젖은 채

이 별을 벗어나려는 그 순간,

저멀리서 작은 1인용의 우주선이 우리 쪽을 향해

날아왔다.


'우주선에 그려진 저 마크..설마?'


뭔가 어디선가 본 적이 있던 낯익은 그 그림을 창문 역할을 하는 전자스크린으로 보던 나는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잠깐! 저기 저거 봤어요?"


내 말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 전자 스크린으로 쏠렸다.


"저거, 주영이 아니야?


저 마크, 걔가 영업할때 달고다니는

거잖아."


그러자 우 대표는 우리에게 소리쳤다.


"하하하! 내 동생이 여기까지 다 찾아오다니

별일이 다있네.


일단 1번 도크를 열어서 녀석이 여기로 들어올 수 있게 하자고."



그렇게 말하고는, 우대표는 내 등을 탁 치며

웃었다.


"야, 이야, 이거 신입 널 보러 내 동생 주영이가 여기까지 온 것 같은데.

오면 좋은 시간 보내라구.

우리가 자리 비켜 줄 테니까. 으하하하!"



그 말을 들은 직원들은 뭐가 그리 웃긴지

다들 박장대소를 했다.



"하, 됐어요. 그런 사기꾼 같은 여자...

딱 질색이에요."


그러자 우대표는 킥킥 웃으며

나를 놀려댔다.


"그랬으면 네가 멀쩡한 직장 놔두고 여기로 왔겠어?



솔직히 말해 봐, 너 걔 좋아하잖아."


그 말에 나는 강한 부정을 표시하며

고개를 세차게 좌우로 저었다.


"에에? 이 자식 보게.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랬어,

임마!

그래도 넌 주영이가 데려온 놈들 중에서


가장 오래살아남은 엘리트라고.

방금도 네 영웅적인 행보 덕에

우리들도 다 목숨을 건질 수 있었고.

너같은 훌륭한 녀석이면 말이야!

내 동생 주영이를 줄 수도 있다고!

형님이라 불러봐라, 임마!

나는 너를 매제로 점찍었으니까!"


우대표의 그 말에 나는 한숨만 나왔다.


대체 이 사람네 집안은 어떻게 생겨먹었길래

이런 괴짜들만 있는 걸까.


나는 학을 떼며 음료수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때, 1번 도크에 우주선을 댄 우주영이

우리를 향해

휘적휘적 걸어들어왔다.


"어머, 다들 잘 지내셨어요!

일이 끝나고 좀 여유가 많이 생겨서

간만에 얼굴들 좀 보러 왔어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웃음기 띤 얼굴로

내게 다가와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리고 우리 신입 씨는 잠깐 저 좀 봐요."


그러자 나는 싫다면서 잡아뺐지만,

그녀가 내게 찌릿한 시선으로 쏘아보자

기가 죽은 나는 그녀가 이끄는 대로 질질 끌려갔다.



그 모습을 본 우 대표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연거푸 잔을 비워댔고, 다른 직원들도 환호성을

지르며 나를 놀려댔다.


젠장, 가장 정상적인 사람에 가깝다고 생각했던

석훈 아재까지 저럴 줄이야.

틀림없이 술에 잔뜩 취해서 맛이 간 거겠지.



나는 우주영에게 이끌려 우주선 안의 빈 방으로 들어왔다.


"그래서, 뭐하러 여기까지 오신거에요?"


나의 퉁명스런 그 말에 그녀가 묘한 미소를 흘리며

답했다.


"글쎄요, 뭐 때문일거 같아요?

한번 알.아.맞.혀.보.세.요~."


"아이씨, 놀리지 말고요.

왜 따로 보자고 한거에요?"


내가 짜증스럽게 말을 내뱉자,

그녀가 마치 귀여운 강아지를 쓰다듬듯이 내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러자 허벅지가 민감했던 나는

몸을 뒤틀며 소리를 질렀다.


"뭐, 지금 뭐하시는 거에요!

이거, 성추행이라고요!

아무리 제가 남자고 주영씨한테

호감이 아주 약간 있다 쳐도

상대방 동의 없이 이러는 건,

안 되는 거라구요!"


나의 다소 격앙된 반응에, 그녀는

킥킥 웃어댔다.


"그래서, 방금... 기분 좋았어요? 나빴어요?

그것만 확실하게 말해봐요. 어서."


"젠장, 기분...나쁘진 않았어요."


"그럼, 제가 우리 신입 씨를 성추행한건 아니네요.

그러니까, 어.서.사.과.하.세.요.

감히 우주 최고의 헤드헌터인 저를

성추행범으로 만든 당신의 죄를 뉘우치면서."


왠지 모르게 나를 위압하는 듯한 그녀의 그 말에,

나는 셰퍼드 앞의 치와와처럼 꼬리를 말고는

모기가 기어들어가는 소리마냥

작게 말했다.


"...해요."



"네?! 뭐라구요? 더 크게 말해요,

무슨 남자가 이래?"



"아, 진짜!! 미.안.하.다.구.요!"


내가 그렇게 소리치자, 그녀는 만족한 듯이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왔다.


"후후후, 그래요. 이렇게 남자답게 큰 목소리로 확실히 말해주니까 얼마나 좋아요."


그리고 다음 순간, 그녀는 갑자기 내게 입을 맞추었다.


작가의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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