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설거지 맨으로 취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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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눈알
작품등록일 :
2024.07.08 19:25
최근연재일 :
2024.08.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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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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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DUMMY

"가, 갑자기 무슨 짓이에요?"


내가 소리치며 밀치자,

우주영은 입술을 손등으로 훔치며

말했다.


"어머, 이런 걸 바란 거 아니었어요?

무슨 남자가 이래요, 신입씨?"


"후-, 됐어요. 다음엔 진짜 그러지 마요."


내 퉁명스런 말에, 그녀는 아랫입술을 비죽대며

말했다.


"흥, 잘났어. 정말. 내 키스 한번 받아보려다가

우주 묘지에 가서 누워있는 남자만 한 트럭인데.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거 아니에요?"



나는 그녀가 화를 버럭 내며 방을 나가자,

한숨을 쉬며 흡연실로 가서 연달아 줄담배를 피웠다.


"젠장, 싫지는 않았지만...

날 가지고 노는 거야, 뭐야."


내가 마지막 한 개비 남은 담배를 물고

막 불을 붙이려던 그 순간,

우주선 내부에 설치된 벨이 소음을 내며

울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또 다시 새로운 일거리가 들어왔다는

신호였다.



"아, 이런 씨. 꼭 쉬려고 할때 이런다니깐.

이미 돈은 평생 쓰고도 남을 만큼 벌었으니

몇개월만 더 하고 얼른 때려쳐야지."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막 흡연실을 나가려고 하는 그 순간, 흡연실 안에 담배를 쟁여두는 용도로

설치된 수납장 안에 숨어있던 우 대표가

나와 내게 말했다.


"뭐? 내가 지금 잘못들었나, 신입?

때려친다고? 몇개월만 더 하고?"


"으악! 깜짝이야! 아니 왜 그런데서 나와요?

무슨 벽장 속 괴물도 아니고."


"크크크크크, 내가 그것보단 훨씬 더 무섭지.

자, 또 일 들어왔다. 어서 회의실로 가자고."



우대표는 내 손목을 잡고 질질 끌면서

회의실로 들어갔다.


"아, 대표님. 그리고 신입. 들어왔네.

이번에 제법 보수도 괜찮고,

강도도 그리 높지 않은 일이 들어왔어.

아주 평이해. 딱 지구에 있는 작은 호텔 수준의

일거리야."


석훈 아재가 우리에게 딱 지구의 모 탭 처럼 생긴

네모난 단말기를 내밀었다.

그것은 크리스탈로 만든 물건이었는데,

신기하게도 모든 내용은 홀로그램으로 표시되었다.


우 대표는 단말기에 뜬 일 의뢰 내용을 쭉 훑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오, 아주 일이 별거 없네. 이정도 규모면...

우리들 전부가 나설 필요 없지. 안 그러냐, 신입아?"


우 대표가 왠지 기분나쁜 미소를 지으며

내 어깨를 툭 쳤다.


"네...뭐. 이 정도면 저 혼자서 해도 충분하겠는데요?"


그러자 우 대표는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마치 이런 모범답안 같은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그으래! 그치! 그러니까 오늘 일은

너 혼자 가서 해봐.

이제 들어온 지도 꽤 되었으니

이런 경험도 해 봐야지!"


우 대표의 그 말에, 다른 직원들도

크게 웃으면서 내게 찡긋 윙크를 보내며

말했다.



"이야, 덕분에 우린 좀 쉬겄네.

부탁한다! 신입! 우린 너만 믿는다.

혹시 거기 외계인들이 갑질하면

바로 우리한테 연락 주고."


"후-, 네. 네. 알.겠.어.요.

아.. 그런데 지금 들어온 일은

여기서 먼 곳에 있나요?"


나의 그 물음에, 우 대표는 대답대신

아직 이곳에 머물러있던 자신의 여동생,

우주영을 불렀다.


"야! 주영아! 너 오늘 안 바쁘면

우리 신입 좀 같이 태우고

우랄레롤프오 행성에 데려다주고,

얘 일 다 끝나면 이리로 데리고 와라.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우 대표의 그 말에, 그녀는 잔뜩 삐진듯한 표정을 지으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뭐? 지금 장난해, 오빠?

내 우주선 그거 딱 1인용이야.

저걸 어떻게 거기에 태우고 가?"


그러자 우 대표는 잠시 무언가 고민하더니,

곧 특유의 기분나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거기 조종석 옆에 조그만 공간 있는 거 다 알아.

거기에 억지로라도 끼워서 태우면 되잖냐.

다 욱여넣으면 어떻게든 태우고 가게 돼.

그리고, 좋은 기회잖냐?

일 끝나면

단 둘이 데이트도 할 수 있고 말야! 크하하하하!"


대표의 그 말에, 그녀는 잠시 날 째려보더니

못 이기는 척하며 그 부탁을 받아들였다.


"으휴, 진짜 우리 오빠는 사람도 아니야.

뭐...자, 신입 씨. 저 따라오세요."



"네?!"


"무슨 '눼?!'에요!

일 안 할거에요?

일하러 가야죠!"


그녀가 그렇게 소리치며

나를 어깨에 들쳐메고는

우주선을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


아니, 대체 얘는 정체가 뭐길래

이렇게 힘이 세지 싶어

나는 아무 저항도 못한 채로

그대로 그녀에게 끌려갔다.


그녀는 나를 자신의 1인용 우주선

조종석 옆의 좁아터진 공간 안에

마치 짐짝처럼 밀어넣, 아니 구겨넣고는

우주선 문을 잠그고 조종간을 잡...

아니, 잡지 않고 자동항법장치를 켰다.


우대표가 1번 도크를 열자,

우리가 탄 그 조그만 우주선은

아주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저..주영씨."


"왜요?"



"아뇨, 궁금해서 그러는데,

이 우주선은 그, 스타워즈에 나오는 것처럼

워프기능 없어요?"


"네. 없어요. 누구처럼

아주 답답하죠? 호호호."


"그 누구가 저는 아니죠?"


"후후, 맞는 것 같은데, 맘대로 생각해요.

좋을 대로."


"갑자기 스트레스 받아서 그러는데

담배 한대만 좀 줘요."


"이 좁은 우주선에 뭘 바라요?

안돼. 참아요."



"주영씨 땜에 힘들어서 그래요!

딱 한대만 피울테니까 빨리 줘요!"


"장난해요? 지금! 아, 진짜.

안.된.다.고!"


"어어? 지금 저한테 반말했어요?

제가 주영씨보다 오빠아니에요?!"


우리가 그렇게 옥신각신 하는사이,

어느새 우주선은 목적지에 도착했다.


"다 왔어요. 지랄, 아니...우랄레롤프오 행성."


"-빨리 내려요."


그녀는 거의 나를 밀어내다시피 내려주고는,

우주선 시동을 끄고 나와 함께 내렸다.


"여긴 지구랑 거의 비슷한 환경이니까,

편하게 다녀도 돼요.

좀 다른 점이 있다면, 무지하게 더운 거?"


그녀는 저 앞에 지나가던 택시 비슷한

소형공중부양선을 부르고는, 나를 태운 다음

내 옆자리에 같이 탔다.


운전수는 파충류계 종족이었는데,

보통 소름끼칠만큼 싸늘한 그들 종족과는 달리

굉장히 유쾌한 성격이었다.


"아이고, 어서들 옵쇼.

어디 가셔들?

보아하니 사귀는 사이같은데,

데이트 코스라면

내가 훤-히 꿰고있지."


그러자 그녀는 아랫입술을 비죽거리며

차갑게 쏘아붙였다.


"아저씨, 우린 그런사이 아니거든요?

일하러 가야하니까, '$&$&*×>(29>73,#?'으로

가 줘요."


그녀의 그 말에, 운전수는 킬킬대며

받아쳤다.


"네, 알겠습니다. 아이고, 인간형 타입 종족인데

우리 파충류 종족만큼이나 싸늘하시구먼.

남자친구가 애 좀 먹겠어! 크르르르르!"


그는 그렇게 떠들면서 우리 둘을 제대로 발음하기도 어려운 목적지에 내려주었다.



"자, 저기가 입구. 저기로 가서

프론트 데스크 직원한테 물어보면

안내해줄 거에요."


"에? 저만 가요?"


"어머, 신입씨. 제가 왜 가요?

설거지는 당신 업무잖아."


"아, 거...근데 아까부터 자꾸 말이 짧..!"


"빨.리.가.요."



그녀의 살벌한 기운에 기가 눌린 나는

말없이 빠르게 입구로 들어갔다.


과연 그녀의 말대로 프론트 데스크 직원이 있었다.


역시 그 직원도 파충류계 종족이었다.

이곳엔 여러 종족들이 섞여 있었지만,

날씨가 더운 만큼, 파충류계 종족이 많았다.


"아, 저 여기 설거지하러 왔어요."


그 직원은 처음엔 내 말을 잘 못 알아듣더니,

곧 자동번역장치의 도움을 빌려

내 말을 알아들었다.


"네, 잠시만요. 제가 세척실에 연락할게요."


잠시 후, 세척실에서 날 데리러 왔다.


자신을 세척 주임이라 소개한 파충류계 종족은,

한숨을 쉬며 내게 말했다.


"아아, 반갑습.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

지금 우리 세척직원들이 다 파업을 해버려서."


세척 주임은

약간 말이 짧은 게 흠이었지만,

그래도 파충류계 종족 치곤

그렇게 싸늘한 타입은 아니었다.


"저는 음...'Shaaaakshshshshsrrropprr'라고 부름.


음. 아.. 제 이름, 발음 어렵다.

그럼, 그냥 지구말로 스네이크라고 불러."


"네, 스네이크 씨. 제가 뭘하면 될까요?"


"응, 나랑 같이 가. 세척실 바로 이 아래층."


나는 그를 따라 세척실로 이동했다.


세척실은 딱 지구에 있는 작은 호텔 규모의

그것과 똑같이 꽤 좁았다.


설거지거리가 잔뜩 쌓여있었지만,

뭐... 지구에 있을 때부터 맨날천날 그 일만 해왔던

내겐 아주 쉬운 일이었다.


"아, 세척주임님. 이정돈 제가 혼자 다 할 수 있으니.

좀 쉬세요."


나의 그 말에, 세척주임은 반색을 하며

굉장히 고마워했다.


"오, 고맙.고맙. 그럼 난 잠시

식사좀. 끝나면 저기 세척실 바로 옆 주방가서

먹을거 달라고 해."


그가 어디론가로 슥 나가자,

나는 쌓인 설거지거리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지구에서 하던 거랑 똑같네. 세척실 구조도,

세척기도, 세제도."


나는 일단 뜨끈한 물이 가득 찬 커다란 싱크대에

주방세제를 풀어넣고,

일단 잔여물이 눌어붙은 냄비, 그리고

고기를 조리하는 철판들을 거기다 담궈두었다.


그 다음, 쌓인 접시들을 그 옆의 작은 싱크대에

넣고, 일단 뜨거운 물에 살짝 불린 후,

세제를 묻힌 부드러운 수세미로 대강 초벌로만 닦아

세척기에 넣었다.


신기하게도, 지구의 기술보다 앞선 문명을 가진

이곳답게, 세척기가 돌아가는데도

소음하나 들리지 않았다.


"오오, 이거 아주 좋네. 지구로 가져가서 팔면

대박 치겠는데?"


나는 신이나서 콧노래를 부르며

작은 싱크대 안의 접시들을 모두

세척기에 밀어넣고는,

미리 불려둔 큰 싱크대의 설거지 거리들을

빠르게 정리해나갔다.


아주 편리하게도, 세척기 바로 앞엔

꽤 고성능의 AI를 탑재한

공룡을 닮은 살짝 귀여운 로봇이 대기하고 있었는데

세척기에서 접시가 나오면

두 눈이 빛나면서 접시 및 조리도구들을 날라

제 자리에 가져다놓았다.


"흐아...맨날 전쟁같은 위험한 설거지만 하다가

이렇게 평화롭게 일하니 지구에서 일할 때 생각나네."


나는 간만에 살짝 추억에 잠긴 채,

아주 기분 좋게 마무리를 하고는,

그 로봇과 함께

주방청소까지 끝냈다.


일이 다 끝나자, 아주 기특하게도 그 로봇이

세척 주임에게 연락을 보냈고,

세척 주임은 그 사이에 샤워라도 하고 왔는지

몸에서 살짝 허브와 오렌지 향이 섞인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오오, 수고,수고 했음.

일도 아주 깔끔히 치웠다.

배고플텐데 식사라도?"


그의 말에, 나는 반색을 하며

대답했다.


"네. 좋죠. 감사합니다."


세척 주임은 혀를 낼름거리며

나를 데리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주방에는 5명 정도의 조리사들이

분주하게 일하고 있었는데,

역시 모두 파충류계 종족이었다.


"여, 세척주임. 잘 왔음.

쟤는 뭐? 지구인?"


조리사들 중 가장 서열이 높아 보이는

자가 세로동공을 빛내며 나를 바라보자,


세척 주임은 킬킬대며 답했다.


"어어. 오늘 파견나온 근무자.

이 분 배고프다. 먹을거 좀."


주임의 그 말에, 조리장은 기분좋게

말했다.


"알았다. 우리 행성의 특제 수프인 흐로파하쓰트라쁘, 그리고

가소흐르르카야아아앜 카르파쵸를 곁들인

생과일 샐러드를 내 준다."


그렇게 말하고 나서 조리장은 내게 따로 먹고싶은 것은 없는지 물었다.


"거기 파견근무자, 따로 뭐 먹고싶은 건?"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문화도, 습성도 다른

종족들이 사는 별이다보니

따로 요청하진 않았다.


잠시 후, 조리장은 내게 아까 말한 수프와 무슨 동물의 고기로 만들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튼 되게 신선하고 맛있어보이는,

생과일 샐러드를 곁들인 카르파쵸를 내주었다.


"입에 맞을지 모르겠.

그냥 한번 먹어봐."


상당히 배가 고팠던 나는,

따로 질문도 하지 않고

그 음식들을 하나하나 맛보았다.


살짝 와일드해보이는 겉보기완 다르게,

진짜 맛있었다.


와, 글쎄. 대강 말로 표현하자면

5성급 호텔에서 나오는 비싼 음식들과

맞먹을 정도, 아니 그보다도 훨씬 맛있었다.


나는 기분좋게 음식들을 비워내고는,

조리장과 세척 주임에게 고개를 숙여 꾸벅 인사를 했다.

그러자 조리장과 세척 주임은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지 마. 이 행성에선 우리 종족 문화,

그렇게 찌질하게 고개숙이고 그런거 없.

그냥 혀만 세번 낼름거리면 됨."


나는 그 말에 살짝 당황했지만,

이 행성의 문화와 그 종족에 대한 예의표시로

혀를 세번 낼름거렸다.


나의 그 모습에, 조리장과 세척 주임은

상당히 흐뭇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조리장 krrrrphafadssdshakk,

나 이제 얘 데리고 나감."


세척 주임은 그렇게 말하고는,

나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나는 주방을 나서면서 조리장에게

혀를 세번 낼름거려 다시 인사하고는,

세척 주임을 따라 프론트로 나갔다.


그는 프론트 직원에게 약속한 보수를 주라고 요청했고, 프론트 직원은 내게서 개인 단말기를 받아들더니, 아주 빠르고 정확하게 일처리를 끝내주었다.


"확인부탁바람. 여기 보수."


프론트 직원이 그렇게 말하자마자,

내 단말기에 약속된 보수가 들어왔다.


일의 강도가 낮은 것 치고는

(아, 물론 어디까지나 내 기준이다.)

상당히 높은 보수였다.


"특별 파견수당까지 더해서 이렇게 나옴.

자, 고생많았. 잘 가."


세척 주임은 내게 작별인사로 혀를 다섯 번 낼름거렸다.


나도 물론 그를 따라 혀를 다섯번 낼름거리고는,

그 건물을 나섰다.


밖으로 나오니, 우주영이 담배를 피우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신입 씨. 고생 많았어요.

일도 끝났는데, 어때요? 담배 한 대."


그녀가 활짝 웃으며 내게 내민 것은,

지구에서 파는 커피향 담배였다.


"좋죠. 와, 안그래도 이거 상당히

그리웠는데. 고마워요."


나는 그녀를 따라 웃으며 그걸 받아든 다음,

그녀와 함께 담배를 태웠다.


달달하고 부드러운 향기가 공기 중에 퍼지면서

우리 둘을 감싸안자,


나는 그녀에게 쌓여있었던 살짝 나쁜 감정들이

한순간에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기분 좋을 때 보니까...

진짜 예쁘긴 하네.'


우리 둘이 담배를 모두 태우자,

그녀가 내게 말했다.


"자, 그럼 우리. 오빠네한테

돌아가 볼까요?"


"네. 담배 고마웠어요."


"후후, 뭐 이런걸 가지고.

다음에 제가 더 기분이 좋을 때 만나면,

이거보다 더 좋은 거 줄게요."


그녀가 그렇게 살짝 묘한 미소를 흘리자


나는 살짝 설레는 마음으로,

그녀와 함께 아까 타고왔던 우주선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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