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버서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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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꿀호빵
작품등록일 :
2024.07.10 12:19
최근연재일 :
2024.07.18 21:1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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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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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멸망했다. 이제 자유다!

DUMMY

세상이 멸망했다.

메탄으로 이미 뜨거워질 대로 뜨거워진 지구, 극심해진 지구온난화에 따른 불규칙한 기후 변화, 해수면 상승, 과거에는 없었던 거대한 지진, 해일, 토네이도.

비록 지구는 망해버렸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인류가 전멸한 것은 아니다.


“아······ 아저씨. 이, 이러지 마세요. 무, 무서워요······.”


지진으로 황폐해진 서울의 편의점에 한 소년이 있었다.

소년의 이름은 이현호. 나이 18세.

현호는 지금 덩치 큰 중년 남성 셋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세계를 휩쓴 초거대의 재난으로 한국 또한 망해버렸다. 치안도 정부도 군인도 사라져버렸다.

이런 세계에서 가장 강한 자는 사악하며 무자비한 자들이다.


“흐흐. 그렇게 무서워할 필요 없어. 너는 오늘부터 우리들의 노예가 되는 거야.”


킬킬 거리며 중년인들은 겁에 질린 현오에게 조금씩 다가갔다.


“새꺄! 울지 마.”

“흑흑······.”

“씨발놈아! 울지 말라고!”

“카악! 퉷! 이러니까 애새끼들은 재수가 없어. 씨발.”


대머리는 주머니에서 케이블 타이를 꺼냈다. 케이블 타이로 현호의 양손을 포박할 심산이다.


“이러지 마세요! 아저씨들에게도 가족이 있을 거 아니에요?!”

“가족? 퉷! 내 마누라는 어제 죽었어.”

“씹새야. 아가리 더 털면 진짜 죽여버린다.”

“흑!”


턱에 털이 가득한 털보가 커다란 눈을 부릅뜨자 현호는 놀라서 눈물을 뚝 그쳤다.

대머리는 활짝 미소를 지었다. 좋다. 모든 것은 계획대로다. 이제부터 이 어린놈은 충실한 노예다. 명령에 절대 복종하는 부하로 만들어서 주변을 정찰하는 정찰병으로 쓸 생각이다. 정찰하다가 활에 맞아 뒤지거나 무법자들에게 습격을 받아도 상관없다. 어차피 총알받이. 적당히 쓰고 버리는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대머리는 현호의 코앞까지 접근했다.

순간 소년의 태도가 돌변했다.

굼벵이처럼 느리고 나무늘보처럼 멍하던 동작은 갑자기 사냥감을 본 독수리처럼 매섭고 날카로워졌다.

현호가 주머니에서 꺼낸 물건은 붕대에 감겨있었다. 붕대가 스르륵 풀어지자 햇볕이 반사되며 빛이 번쩍인다.


푸욱!


현호가 꺼내 든 물건은 다름 아닌 식칼이었다. 그것도 근처 마트나 생활용품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순한 식칼이다.

식칼이 파고 들어간 부위는 정확히 대머리의 목에 있는 경동맥이었다.

대머리의 눈은 찢어질 것처럼 크게 벌어져 있었다.

뭐야? 대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왜 내가 방금 목에 칼이 찔린 거지? 어떻게 이런 만만해 보이는 애새끼가 이렇게 정확하게 칼을 찌른 거지?


촤악!


소년은 날카롭게 목을 찌른 검을 뽑는다. 대머리의 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오며 편의점의 바닥을 붉게 적신다.

그것으로 끝. 그야말로 끝이었다. 대머리의 정신은 공백. 충격으로 쇼크. 더 이상 생각하는 것도 상상하는 것도 할 수 없다.

피로 물든 도기 타일에 대머리가 쓰러진다. 체중이 100kg이 넘었던 대머리가 죽었다. 그것도 순식간에.


“뭐······ 뭐야?”

“씨, 씨발.”


방금 전까지 킬킬 거리며 현호를 비웃었던 중년인 둘은 당황하여 말을 더듬었다. 눈 앞의 상황이 현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도, 도끼!”

“씨발! 빨리 무기 들어!”


교복을 입은 어린 애라고 얕봤던 것이 잘못이었다. 게다가 현호의 체형은 호리호리해서 위협적이지 않다. 어차피 쓸 일도 없을 거라며 도끼고 해머고 편의점 구석에 대충 던져놨던것이 가장 큰 실수였다.

현호는 당황한 털보에게 재빠르게 달려들었다. 방금 사람 하나를 죽였으나 망설임이나 고민은 없다.


“어? 어어! 씨, 씨발! 씨발!”


구석의 손도끼를 향해 달려가려던 털보의 얼굴이 공포로 하얗게 물든다.

털보는 겁에 질려 달려드는 현호를 향해 온힘을 다하여 주먹을 휘둘렀다.

털보의 몸무게는 124kg. 헤비급이니 만큼 펀치 한 방의 위력이 강하다. 하지만 느리다.

재빠르게 허리를 숙이는 현호의 머리 위로 털보의 주먹이 지나간다. 빈틈은 차고 넘친다. 남아있는 것은 허점 투성이.

식칼이 털보의 목을 어김없이 찔러 들어간다.

목을 찌른 칼을 빼내는 현호는 거침이 없다. 오히려 소년의 눈빛은 차갑고 냉정했다.


부웅!


눈 앞으로 날아오는 해머를 현호는 재빨리 옆으로 이동하여 피했다. 남은 한 놈은 양손으로 슬레지 해머를 쥐고 있었다. 놈의 얼굴은 분노로 시뻘겋게 물들어있었다.


“씨발! 애새끼 주제에 감히 사기를 쳐? 개새끼. 넌 오늘 뒤졌어, 새꺄.”


적을 앞에 두고 현호의 정신은 놀라우리만치 침착했다.

놈이 양손으로 슬레지 해머를 수직으로 크게 휘둘러온다. 그것을 현호는 옆으로 날렵하게 달려가며 피했다.

격투기, 복싱, 검도, 유도, 레슬링, 주짓수. 몸을 쓰는 운동이라면 예전에 다 해봤다. 그저 마음에 들지 않아 어느 정도 하면 그만뒀을 뿐이다.

현호에게는 놈의 빈틈이 보였다. 커다란 해머를 우악스럽게 휘둘러봤자 허점투성이면 소용없다.


“큭!”


키 180이 넘는 덩치의 무법자는 현호가 지근거리까지 접근하자 재빨리 두꺼운 팔로 목을 가렸다.


푸욱!


칼이 들어간 것은 다름 아닌 복부. 그것도 명치다.


“병신. 아래가 비었잖아.”

“커헉······.”


덩치가 놀란 눈으로 부릅뜨고 몸을 떨자 자연스럽게 목이 노출됐다. 현호의 검이 어김없이 놈의 목을 뚫고 들어갔다.

거침없이 칼을 뽑자 카운터가 피로 붉게 물든다.


“후! 어린 애라고 우습게 보니까 이렇게 되는 거라고. 병신들.”


사후 경련으로 몸을 떨고 있는 대머리의 얼굴을 현호는 발로 툭툭 찼다. 초거대 재난이 일어난 지 한 달밖에 안 됐다 보니 아직도 덩치 크고 힘 좀 세면 설칠 수 있다고 믿는 멍청한 놈들이 남아있었다.


“아! 고통 없이 한 번에 죽이다니! 정말 나는 너무 착해! 어쩜 이리 착할까!”


적들은 모두 경동맥에 찔려 빠르게 죽었다. 10초 안으로 정신을 잃었으며 엔도르핀 과다 분비로 눈 앞이 온통 하얗게 보였을 것이다. 그렇게 1분 안에 사망. 고통을 느낄 새도 없다.


“으흐흥~ 으흐흥~”


콧노래를 부르며 현호는 과자를 하나 뜯어먹었다.


“아! 피 냄새가 너무 심하네. 이러면 먹기 곤란하지.”


현호는 적들의 시체를 편의점 밖으로 내보냈다. 덩치가 큰 인간들이다 보니 더럽게 무겁다. 대머리를 마지막으로 적들의 시신을 모두 내보낸 현호는 웃으며 손바닥을 탁탁 털었다.


“휴! 한 건 해결!”


키가 2m가 넘는 거한도 몸무게가 100kg이 넘는 헤비급도 경동맥에 칼이 찔리면 죽는다. 뇌로 피가 못 가는 순간 인간은 생존할 수 없다. 순식간에 안 죽어도 과다출혈로 죽는다. 경동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아! 이건 천국이야.”


세상이 멸망하고 자유가 생겼다. 억지로 다니던 학교도 공부도 더 이상 할 필요 없다.

하얀 구름이 흘러가는 푸른 하늘을 보며 현호는 미소지었다.


“그래. 이게 평화고 인생이지. 이게 바로 자유지!”


눈을 감고 자유인의 미소를 짓던 현호는 재빠르게 재킷 주머니에 칼을 집어넣었다. 부서진 도로 건너편에서 젊은 여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제법 거리가 멀지만 현호의 눈이 위아래로 순식간에 여자를 훑고 지나갔다.

겉으로 보기에 와이셔츠와 검은 치마를 입은 여자에게서 무기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현호는 절대로 여인을 만만하게 보지 않았다. 이런 세상에서 적을 얕보는 것은 곧 죽음의 직결을 의미한다.


‘어쩌면 품에 칼을 숨겨놓은 걸 수도 있어.’


현호의 눈이 주변의 반파된 건물들을 훑고 지나갔다.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여자의 동료들이 숨어있을 수 있다.


“꺄악!”


편의점 입구 주변에 널브러진 무법자 셋의 시체를 보자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얼굴이 창백하게 질리고 손발을 떠는 것이 공포에 질린 것처럼 보인다.


‘내게 그렇게 보이려고 연기하려는 건지도 모르지.’


세상이 이러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얘! 대, 대체 이 사람들은 뭐야? 어쩌다 이렇게 된 거니?”


오들오들. 여자가 손을 덜덜 떨며 물어온다.


‘여기서는 적당히 맞춰주는 편이 좋겠군.’


현호의 숨이 가빠지며 몸이 떨린다. 연기. 공포에 질린 소년처럼 연기한다. 그러나 현호는 연기 실력이 출중하다. 겉으로 보기에 결코 티가 나지 않는다.


“누, 누나도 나쁜 사람이에요?”

“어? 아, 아니. 난 그런 사람이 아니야.”


겁에 질려 떨던 여성은 오히려 다가오며 현호를 조심스럽게 위로했다.

겉보기에는 그저 단순한 멍청한 여자다. 그러나 결코 믿지는 않는다. 이런 모든 모습이 거짓일 수도 있다.


“이 아저씨들은 서로 편의점에 있는 물건을 가져가겠다고 갑자기 서로 싸웠어요. 그러더니 서로 칼로 막 찌르고······ 더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요······.”

“그래? 그럼 지금까지 너 혼자 있었던 거니?”

“네······ 경찰도 사라지고 가족들도 다 죽어서 어찌해야 할지를 몰라서······.”

“그랬구나······.”

“저는 김준우예요. 누나는요?”


물론 가명이다. 본명을 알려주는 것은 적에게 정보를 노출시키기에 위험하다.


“난 최예린! 만나서 반가워.”


싱긋 웃는 얼굴이 제법 미인이다. 그러나 외모에 속지 않는다. 예쁜 얼굴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옛날부터 자주 있던 방식이다.


“그럼 예린 누나라고 불러도 돼요?”

“응! 저기 준우야. 누나가 배가 고파서 그런데 여기 있는 식량을 조금 먹어도 될까?”


‘칫. 그럼 그렇지.’


친한 척 했을 때부터 알아봤다. 역시 이 여자는 처음부터 목적이 있어서 접근했던 것이다.


“그럼요! 안 그래도 식량이 너무 많아서 곤란했는데 우리 같이 먹어요!”

“정말? 고마워!”


최예린의 얼굴이 금방 환해진다.


‘흥. 병신 같은 년.’


현호는 미소지으며 속으로 최예린을 마음껏 비웃었다. 최예린의 모든 행동이 연기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곧바로 죽여버리는 것은 곤란하다. 그녀에게 다른 동료가 있을지도 모르니 일단은 지켜봐야겠다.


꿀꺽. 꿀꺽.


최예린은 편의점에 들어오자마자 생수 마개를 뜯고 정신없이 마셨다. 그녀의 움직이는 하얀 목울대가 섹시하거나 입을 타고 흐르는 물방울이 색기있는 건 모두 현호의 관심 밖이었다. 물을 먹는 상대는 조금은 빈틈이 많아지니 현호는 밖을 둘러보고 있었다.


“키햐! 시원해!”


시원하게 소리를 치고 최예린의 얼굴이 붉어졌다. 오랜만에 먹는 물이라 너무 맛있어서 크게 외쳤으나 옆에 준우가 있으니 왠지 부끄러워졌다.


“그 느낌 알죠. 아침에 일어나서 스프라이터를 원샷 했을 때랑 비슷하군요.”

“맞아! 내 말이 그거야. 거의 이틀 만에 물을 마신 거 있지? 정말. 죽는 줄 알았어.”


붉은 입술에 묻은 물기를 하얀 손등으로 닦으며 최예린은 밝게 웃었다.


“준우야. 너도 마실래?”

“그거 누나가 먹던 거잖아요. 저는 간접 키스를 하고 싶지 않아요.”


최예린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미, 미안.”

“누나. 통조림도 먹어요. 배도 고프죠?”

“미안. 누나가 너무 많이 먹는 것 같네. 준우가 먹을 것도 남겨놔야 하는데.”

“괜찮아요, 누나. 사양하지 말고 드세요.”

최예린의 눈에서 투명한 눈물이 새어나왔다.

“어? 미안. 내가 왜 이러지.......”


초거대 재난 이후로 최예린에게는 처음으로 받아보는 친절이었다. 참으려고 해도 그녀의 눈가에서 저절로 눈물이 떨어진다. 몸을 웅크리고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는 그녀의 등을 현호는 부드럽게 토닥였다.


“누나. 괜찮아요. 마음껏 울어요.”

“흑! 으흐흑!”


최예린은 현호의 품에 안겨서 나이가 더 많다는 사실도 잊어버리고 펑펑 울었다. 현호의 오른손은 주머니에 있는 칼의 손잡이를 잡고 있었다. 현호의 눈이 날카롭게 통창으로 편의점 밖을 살펴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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