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버서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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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꿀호빵
작품등록일 :
2024.07.10 12:19
최근연재일 :
2024.07.18 21:1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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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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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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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서커

DUMMY

-후훗! 신에게 무례하군요! 고맙다고 해도 모자란데 감히 손을 쓰려고 하다니! 귀여우니 한 번은 봐주도록 하겠어요. 당신을 지켜보는 건 꽤 재밌거든요. 후후훗.


“잠깐!”


여신 가이아의 몸이 흐릿해지며 허공으로 흩어졌다.


-잊지 말아요. 내가 지켜보고 있다는 걸.


미성을 끝으로 가이아는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머리가 혼란스럽다.


“일단은 여길 나가야 할 텐데······.”


위에서 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여신 가이아나 몸의 급격한 재생은 나중에 생각해도 충분하다. 일단은 지상으로 나가야 된다.

현호는 혹시나 싶어 제자리에서 힘껏 뛰었다.


“오?”


가볍게 3m를 뛸 수 있었다.

확실히 몸은 변했다. 몸 곳곳에 스며든 여신의 눈물이 흐릿하지만 느껴졌다.

그저 운이 좋아서 쉽게 얻은 힘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까 전에 느꼈던 고통은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고통을 다시 느끼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더 낫다.


“씨발. 비치 여신. 씨발년!”


현호는 주먹을 꽉 움켜쥐며 여신 가이아에 대한 분노로 치를 떨었다. 고통스러워하는 현호를 보며 흐뭇하게 웃던 여신은 실로 가학적인 여자였다. 어쩌면 눈물을 마시면 고통이 느껴진다는 것도 일부러 미리 말하지 않았던 건지도 모른다.


“비치 년! 비웃을 거면 마음대로 비웃어라! 더럽고 추해도 나는 살아남겠어!”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을 여신 가이아에게 현호는 욕설을 퍼부었다.

힘껏 뛰어오르며 어두운 낭떠러지를 발로 차자 더 높이 뛰어오를 수 있었다. 예전이라면 상상도 못했을 행동이다. 무척이나 빠르게 낭떠러지를 발로 차며 현호는 쏟아지는 빛을 향해 올라갔다.

재빠르게 현호는 대지의 틈새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밖은 어두운 지하와 다르게 아직 낮이었다.

현호의 시야에 페미니스트 무법자 둘이 들어왔다. 포박당한 조가은과 최예린은 여성 무법자들에게 끌려가고 있었다.

기회다. 여성 무법자들은 마침 등을 보이고 있었다. 등은 인간의 사각지대. 그녀들은 현호가 지상으로 올라왔다는 것을 아직 눈치채지 못했다.

순식간에 여성 무법자의 뒤로 달려간 현호는 그녀의 목을 손끝으로 찔렀다. 칼을 쓰지 않은 것은 지금이라면 왠지 손으로도 처리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강한 느낌이 들어서였다.


푸욱!


현호의 관수(貫手)에 여성 무법자의 목이 꿰뚫렸다.


“어?”


당황한 것은 페미니스트 무법자 뿐만 아니라 현호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적당히 경동맥만 자르려고 했다. 그런데 목을 그대로 관통해버렸다.


“뭐, 뭐야? 뭐야?! 씨발! 왜 니가 여기 있는 거야? 넌 죽었잖아? 죽었잖아! 이 한남 새끼야!”


페미니스트 무법자의 얼굴이 공포로 새하얗게 질린다. 그녀는 소총을 현호에게 조준하고 사정없이 총알을 난사해버렸다.


두두두두!


적의 목에서 손을 빼고 피하려 했으나 이미 늦었다. 몸이 빨라졌어도 총알처럼 빠르지는 못했다.


“현호 님!”


묶여있는 조가은이 비명을 질렀다.

페미니스트 무법자가 난사하는 총에 맞아 현호의 팔과 다리가 사방으로 흔들렸다. 총알이 박힌 현호의 온몸에서 흘러나온 진득한 피가 대지를 붉게 적신다.

현호는 양팔을 늘어뜨리고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 정신을 잃은 것인지 그의 눈은 감겨있다.

페미니스트 무법자는 총알을 모두 소모한 소총을 거두며 얼굴 가득 가학적인 미소를 지었다.


“흐흐! 하하하! 꼴 좋다! 머저리 새끼! 한남 주제에 나대니까 그렇게 되는 거야! 흐흐! 흐흐흐! 하하!”


배를 부여잡고 정신없이 웃는 여성 무법자는 눈치채지 못했다. 현호의 온몸에 박혀있던 총알이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었다.

천천히 푸른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드는 현호의 눈은 초점이 흐리다. 그의 눈에서 이성은 찾아볼 수 없다.


“우어어어!!!!”


거대한 울부짖는 소리에 페미니스트 무법자의 웃음이 뚝 그쳤다.


“뭐, 뭐야? 뭐야? 왜 아직 살아있는 거야?”

“크르르······.”


허리를 숙이고 노려보는 현호는 인간보다는 짐승에 가까웠다.

광전사. 정신이 나가버린 그는 그야말로 광전사였다.


츠팟.


“어?”


어느새 현호는 페미니스트 무법자의 코 앞에 있었다.

여성 무법자는 믿기지 않았다. 그가 달려온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였다. 인간이 이토록 빠르게 달리는 것이 가능하단 말인가?


콰콰콰콰!


이성이 나가버린 현호의 주먹이 여성 무법자의 몸을 난타했다. 그녀의 몸이 주먹에 종이처럼 찢겨나간다. 그러나 현호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지금 분노한 짐승이었다.

조가은은 황급히 칼로 손과 발을 묶고 있던 밧줄을 잘랐다.


“현호 님! 이제 그만해요! 적은 이미 죽었어요!”


조가은이 다가가며 간절히 외쳤으나 지금 현호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눈 앞에 있는 적을 죽인다. 지금 그에게는 오직 본능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등에서 느껴지는 따듯한 온기에 현호의 주먹이 멈췄다. 눈물을 흘리며 조가은은 뒤에서 그를 끌어안고 있었다.


“이제······ 이제 그만해요. 현호 님은 그런 사람이 아니잖아요.”


서서히 현호의 눈에 초점이 돌아왔다.


“뭐야······? 이건 내가 한 거야?”


여성 무법자의 시신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었다. 파여있는 콘크리트 대지에는 떨어져 나간 살점이 흩어져 있었고 붉은 핏물이 고여있었다. 사람의 형체는 보이지 않았다.


“현호야? 내가 알던 현호가 맞니?”


칼로 밧줄을 자른 최예린이 조심스럽게 걸어왔다. 그녀는 겁을 먹었는지 조금 떨어져 있었다.


“얘기하자면 길어요. 일단 식량부터 옮기죠.”


편의점에서 가방에 식량을 집어넣으며 현호는 갈라진 대지의 틈새에 떨어졌을 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일행에게 설명해줬다.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나타났다고?”

“네.”


가이아의 특별한 눈물을 마시고 살아났다는 현호의 말이 최예린은 쉽사리 믿기지가 않았다. 하지만 부정하지도 못했다.

총에 맞아 지반의 틈새로 떨어진 현호의 상태는 분명 치명상이었다. 마지막으로 남았던 여성 무법자에게도 소총으로 온몸에 사정없이 난사 당하지 않았던가. 그런 상태에서 살아난다는 건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이 아니라면 불가능하다.


“현호 님! 살아계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만약 죽으셨으면 미안해서 매일 잠이 오지 않았을 거예요.”


달라붙어서 볼에 얼굴을 부비는 조가은을 현호는 손바닥으로 밀어냈다.


“떨어져. 근처에 아직 적이 숨어있을지도 몰라. 붙어있으면 위험해.”

“조금만 더 이러고 있을게요.”


가방에 통조림을 넣던 최예린은 서로 포옹을 하고 있는 조가은과 현호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아주 깨가 쏟아지는구나. 나는 앞날이 걱정돼서 힘들어 죽겠는데.’


최예린은 한편으로는 둘이 부럽기도 했다. 세상이 이토록 차갑고 냉혹하게 변했으나 아직도 애정이 있는 둘에게는 사람다운 온기가 남아있었다.

커다란 가방에 식량이 가득 차자 현호는 어깨에 가방을 짊어졌다. 여신의 눈물을 마시고 상승한 근력은 여러모로 편리하다.

가장 앞장서서 현호가 편의점을 나섰다.


“둘 다 뒤로 천천히 따라와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저격 포인트를 주시해요.”

“네!”

“알았어.”


아직 해가 지지 않은 하늘에서 무더운 뙤약볕이 쏟아지고 있었다.

현호는 총에 맞아도 죽지 않는 특이한 인간으로 변했어도 최예린과 조가은은 아니었다. 둘을 보호하려면 경계를 늦출 수 없다.

칼을 손에 쥐고 저격 포인트를 경계하는 최예린의 얼굴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조가은도 잔뜩 긴장을 하여 칼을 쥔 손이 하얗게 변하도록 칼자루를 꽉 움켜쥐고 있었다.

새로운 아지트인 아파트에 도착하자 조가은과 최예린은 이마에 묻은 식은땀을 손등으로 훔쳤다. 목이 몹시 마르다. 긴장이 갈증을 돋구었다.

아파트 4층의 끝방에 오자 현호는 거실에 가방을 내려놨다. 가방에 있던 식량을 빠르게 꺼내놓고 그는 어깨에 비어버린 가방을 짊어지었다.


“둘 다 여기서 쉬어요. 남은 한 번은 제가 혼자 다녀올게요.”

“현호 님! 부하로서 그럴 수 없습니다! 제가 함께 가서 총알이 날아와도 온몸으로 막겠습니다!”

“아니. 그럴 필요 없어.”


현관을 나간 현호는 따라오려는 조가은을 제지했다.


“정말 혼자 가도 괜찮겠어?”

“네. 괜찮아요. 지금이라면 적어도 쉽게 죽지는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둘 다 제가 도로로 나가면 베란다 창문으로 적들이 있는지 찾아봐요. 시야 차단 필름으로 안에서는 밖이 보여도 밖에서는 안이 안 보이니까 저격은 걱정할 필요 없어요.”

“네! 맡겨 주세요, 현호 님!”

“알았어! 몸 조심하고!”


방을 나온 현호는 복도를 걸어가며 밖의 건물을 관찰했다. 적은 보이지 않는다. 의심스러운 기색도 없다. 여성 무법자와 전투하며 총 소리가 울려 퍼졌었기에 주변에 있던 적들도 다른 곳으로 몸을 피했는지도 모른다.

그다지 목이 마르지 않는다. 지구 온난화로 가열되어 있는 대기에 꽤나 많이 노출되었는데도 갈증은 없었다.


‘이것도 비치 여신의 눈물로 인한 효과인가?’


현호는 4층 복도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물끄러미 아래를 내려봤다.

궁금하다. 과연 4층에서 뛰어도 몸이 멀쩡할까? 여신 가이아의 특별한 눈물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변화가 생기면 시험하고 싶어지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기에 현호는 호기심이 일어났다.


“그래. 까짓거 뭐. 죽기야 하겠어?”


애초에 죽을 거였다면 총에 난사 당했을 때 죽었어야 했다.

현호는 힘차게 아파트 밖으로 뛰어내렸다. 4층의 공기가 날카롭게 얼굴에 부딪친다. 시야에 들어온 콘크리트 땅이 머리를 후려칠 것처럼 순식간에 머리를 덮쳐왔다.


콰직.


땅에 발을 딛고 가까스로 머리가 처박혀서 깨지는 것을 간신히 모면했다. 발목을 타고 올라오며 머리를 휘젓는 뜨거운 통증에 현호는 얼굴을 찡그렸다.


“이런, 씨발······.”


한 가지 간과하고 있었다. 여신의 눈물은 몸을 빠르게 재생시켜 주지만 고통은 그대로였다. 금이 간 발목이 빠르게 재생하지만 뜨거운 통증은 떨쳐내기가 쉽지 않다.


“비치 여신. 굳이 줄 거면 고통 없이 무통으로 주던지.”


고통으로 나오려는 눈물을 삼키며 고개를 들던 현호의 눈에 아파트 벽이 들어왔다.


‘지금이라면 아파트 벽도 부술 수 있겠지?’


궁금하다. 호기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프더라도 궁금한 것은 참을 수 없다.

주먹을 꽉 움켜쥐고 심호흡을 한다. 하나. 둘······.


“간다!”


현호는 아파트 벽에 온힘을 다하여 주먹을 휘둘렀다.


퍼억.


아파트 벽이 주먹의 크기만큼 움푹 파이며 안으로 들어갔다.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벽이 파괴되다니. 굉장한 위력이다.

위력은 좋았으나 아파트 벽 뿐만이 아니라 현호의 주먹도 함께 부서졌다는 것이 문제였다.


“크으윽!”


손목을 부여잡으며 현호는 허리를 숙였다. 고통스럽다. 주먹과 손목의 뼈에 금이 가거나 혹은 부러졌다.

뼈가 빠르게 재생하며 아물었으나 고통으로 한동안은 손목을 붙잡고 있어야만 했다.


‘이 정도인가.’


콘크리트를 움푹 파고든 주먹의 위력은 훌륭하다. 그러나 아쉽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성 무법자의 총에 온몸이 벌집이 되어 정신을 잃었던 기억이 머리를 스쳤다.

정신을 잃은 이후는 뚜렷하게 기억나진 않는다. 그러나 희미하게 기억은 남아있다.

사람의 몸을 찢어버리던 그 주먹. 살인적이었던 그 위력.

버서커.

짐승이나 다름없던 그 모습은 분명 광전사에 가까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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