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의 복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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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7.13 00:14
최근연재일 :
2024.07.2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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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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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 - 맨체스터의 아이와 유령

DUMMY

003 - 맨체스터의 아이와 유령


“예?”

[즐거운 분위기가 보기 좋다고.]

“아들, 왜 그래?”

[시간은 많으니까 일단 밥이나 먹어라.]


찜찜한 마음과 함께 식사를 계속했다.

“비디오 게임이나 할까?” 트렌트에게 물어봤다. 찜찜해도 평소에 하던 건 해야 안 수상하니까.


“아니야, 오늘은 밥만 먹고 오라고 하셨어. 뭐 할 게 있다고 하시던데?”

“그래? 아쉽네.” 너무 아쉽게도 친구의 개인 사정으로 식후 게임은 하지 못했다.


“잘 가.” / “내일 봐.” 트렌트를 배웅하고 내 방으로 들어가 마음을 다잡았다.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보던가.]

“아저씨는 누구예요?”

[그게 중요한가? 네 시간을 돌려준 사람인 것만 알아둬.]


질문 하나로 두 가지 의문이 해결되었다. 인생에서 가장 굵직한 사건으로 돌아왔기에 꿈인지 회귀인지 가늠이 안됐다. 회귀라고 생각하는 게 이상하기도 하니 꿈이라 생각하며 회귀였으면 좋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하지 못했던 것을 하나씩 해나가고 있었는데 이게 확실한 인증인가.


“막 그런 거일수도 있잖아요. 분열증?”

[아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못 믿는 게 오히려 당연하니까. 흠.......아니지, 왜 못 믿는 거야? 6개월, 순수 6개월을 생으로 체험했으면서? 그 감각을 느껴놓고 못 믿는다면 이건 뭐 증명할 도리가 없다. 주식투자라도 해보던가.]

“왜요?”

[돈 버는 재미라도 느끼면 진짜라고 인정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래도 뭔가 있지 않을까요?”

[······]


“그럼 왜 그 사건 때로 보내신 건가요?”

[그거야 네 인생에서 가장 큰 사건이 그때니까.]


수상한 유령의 말은 믿기 어려웠다. 하지만 저렇게 자세히 무언가를 말하니까 뭔가 신뢰가 가기 시작했다. 그거면 충분한 걸까?


[나 시간 없으니까 빨리 물어봐라.]

“시간이 왜 없어요?”

[나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망령이니까. 빨리 안 돌아가면 죽어.]


“왜 저인가요?”

[조건이 맞는 게 너다. 조건은 저절로 알게 될 거다. 다음.]

“특전은 없나요?”

[게임도 아니고 무슨.]

“아쉽네요.”

[당연히 있지.]

“그럼 왜 말을 그렇게?”

[네가 끝까지 안 들은 거다. 잘 들어라. 네놈 회귀시키는데 내 재산을 거의 다 탕진했다. 네놈과의 계약 조건은 네 영혼에 뼈저리게 박혀있으니까 잊고 싶어도 못 잊을 거다.]

“그래서요?”

[그 계약 조건을 실현시키기 위해 내가 짜내고 짜내서 선물한 특전이 있지.]


-글레이저 가문의 사랑-


“그게 끝인가요?”

[엄청난 거지. 예컨대 ‘돈 때문에 쩨쩨하게 끌지 말고 그냥 호날두랑 재계약해요.’라고 어떤 글레이저에게 그러면 날두가 기분 좋게 받을 만한 금액으로 계약을 할 수 있게 될 거다.]

“선수 영입이나 시설 개선 같은 것도?”

[잘 이해했구나. 아, 이걸로 정신병이 아니란 증명이 가능하겠구나. 선수 한 명을 무조건 영입해주마. 메시 같은 불가능한 선수만 제외하면.]


“흠.......파울로 디발라요.”

[좀 뜬금없네?]

“그냥 좋아하는 선수거든요.”

[어떻게든 영입하마.]

“그 에이전트가 좀 이상하다던데 그런 것도 해결할 수 있어요?”

[그렇지. 내가 또 그런 쪽으론 전문가라니까. 믿어봐라.]


“기왕 해주는 거 여러 명으로 하면 안돼요? 저희 나이 대에는 음바페도 있고 레앙, 산초, 포든, 화이트, 스톤스, 로버트슨 등 엄청 많은데. 말고도 덕배나 반다이크나.”

[거 참 이게 원리가 복잡해서 그런 거야. 대충 말해주자면 복귀하면 현재 시간대 밖 기억들은 전부 사라지거든.]

“저는 뭔데요?”

[너는 직접 영향을 끼치는 게 적잖아. 나 같은 위치에 올라섰을 때면 네가 아는 미래는 끝이 나있을 텐데. 하여튼 그래! 인심 쓴다. 최대한 기억해볼게.]


“그, 제가 프로가 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잖아요?”

[하.......이것까지 말하면 나 진짜 가야하는데. 너한테 문제되는 건 주변 환경뿐이었어. 저번 생은 그렇게 낭비한 거라고. 알아들어? 그러니 이 기회를 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헌신하라고.]


유령의 목소리는 점점 흐려졌다.

“진짜 누군지 안 알려줘요?”

[말해줘도 믿겠냐.]

“유령이랑 대화도 하고 있는데요?”

[맬컴 글레이저다. 생각해보니 내 정체를 말 안 해주는 것도 의미가 없네. 재빨리 내 몸이 있는 곳으로 튀면 아무도 못 잡을 테니까, 하하. 내가 말이다, 우리 자식들이 개같이 망처 버린 구단을 살리기 위해 죽어서까지 이 짓을 하고 있다고. 나 때는 진짜 잘했는데.]


“에이, 그래도 아저씨가 맨유 인수 안했으면 구단이 더 잘 굴러갔을걸요.”

[현금인출기로 썼어도 내가 구단을 위해서 영입을······, 이젠 네가 우리 아들들이 헛짓거리하면 입 좀 털어서 괜찮은 결정으로 유도를······, 나중에 클롭이나······.]

“끝인가? 저기요?”

[······]


두 번째로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회귀가 현실이라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했다.


***


“유진, 맨체스터 생활은 어떠니?”

“그냥 그렇죠.” 제임스 한은 껄껄거리며 손자의 등을 두들겨주었다.

“그래도 재미를 붙여 보거라. 얼마나 즐거운 스포츠인지 알게 된다면 네 인생이 변할 것이다.”


할아버지와 대화하는 도중 김유진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할아버지의 손에 있는 신문에 향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구단주의 기행? 혹은 유망주 빼오기의 시작?>

<“맬컴이 혼자 결정했다.”: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내부자의 증언>

<마침내 맨체스터의 악몽이 시작되는 것일까?>

<“맬컴은 내 의견을 존중한다. 이번과 같은 기행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 알렉스 퍼거슨의 확신>

<아르헨티나,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에서 돈을 주고 빼온 유망주들. 심지어 영국 내부에서도 빼왔다!>

<‘앞으로 이런 일이 계속 된다면 함부로 돈을 못 쓰게 막는 제재를 고안할 것.’ -UEFA회장>


슬슬 꿈도 정신병도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때인가 보다. 그 사건으로부터 맨체스터 아케데미 입성까지의 시간을 건너뛰기 없이 경험했다. 나를 회귀시켰다고 주장하는 유령의 등장과 유령의 선물, 그리고 약속 이행까지. 그렇다. 나는 시간을 거슬러 돌아왔다.


하지만 왜? 현규 놈과 술 먹다가 방파제에서.......아!


[아쉽구나. 넘치는 재능을 갖고도 그걸 개화시키지 못했어. 흠, 역시 리버풀 놈들 때문인가? 내가 너의 시간을 돌려주마. 그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위해 헌신하겠느냐? 덤으로 리버풀도 찢어버리고?]

왜 이걸 기억하지 못했을까? 하긴, 기억한다고 해도 큰 변화는 없었을 것이다.


-똑, 똑, 똑

“유진! 가자!”


“다녀오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거라, 유진아.”

“네, 할아버지도요.” 김유진은 고민을 멈추고 학교로 향했다.


“유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생각보다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아.”

“좀 더 단계를 올라가면 달라지겠지. 리버풀에서도 그랬잖아?”

“그런가? 프로 선수들을 멘토로 붙여준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것 같기도 해.”


이건 나도 아는 이야기다. 애들 기 살려주고 프로 선수들은 잔심부름 시킬 수 있는 일군을 말 몇 마디로 얻을 수 있는 나름 합리적인 거래였던 걸로 들었다. 물론 경험담은 아니라 인터넷으로 본 거지만.


“으, 학교 가기 싫다.”

“왜? 선생님들은 좋은 분들 같던데?”

“그냥 싫은 거야. 그 시간에 공을 차면 얼마나 좋을까?”

이럴 때마다 내 나이가 실감된다. 아직 9살이라니.


“마커스, 넌 진짜 좋겠다. 흑인이라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스에 있을 수 있는 거지?”

“나도 마커스처럼 타고났으면 유스팀 들어가는 건데.”

“재는 진짜 잘할 거야. 딱 얼굴이 그래.”


개가 짖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아하니 학교에 거의 다 도착한 듯 했다. 지역감정으로 싸우는 게 흔한 나라여서 피부색은 상관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구먼? 차별해도 동양계나 차별할 것 같았는데.


“저기 브루스 리 온다. 재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스래. 진짜 보이는 거랑 실력이랑 뭐가 있나 봐?”

“그 옆에 애도 봐. 마커스랑 똑같잖아.” 하, 바로 공격이 들어와 버리네.


“왈, 왈! 왈, 왈, 왈, 왈!”

“뭐야!” / “애 좀 이상해!” / “원숭이가 아니라 개였어?”


개소리엔 개소리가 어울릴 것 같아서 이랬는데 이걸 이해 못하네. 더 이상 나설 필요는 없었다. 어그로만 끌리면 해결해줄 사람이 있으니까. 이 학교는 맨체스터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는 학교다.


“토미, 샘, 더즐리! 그런 인종차별적인 발언은 함부로 하면 안 된다고 했지!”

“선생님, 그게 아니라······.” / “저 원숭이가 먼저······.” / “억울해요!”

“억울하긴 뭐가 억울해!” 폭풍이 휘몰아쳤다.


“유진, 마커스, 트렌트 선생님이랑 면담해야 하니까 가방만 놓고 바로 와. 위대한 맨체스터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친구들이 예절을 배워야 하거든. 너희들의 진술이 꼭 필요하단다.” 미세스 메리는 그 말을 남기고 떠났다.


어쩌다 보니 셋이 함께 움직였다.

“······.” 대화를 하기엔 좀 어색한 사이인가 싶었다. 이럴 땐 어른이 나서야지.

“마커스, 너도 고스 힐 프라이머리 스쿨 다녔구나?”

“유진, 얘 우리랑 같은 반이야.” 트렌트의 일침이었다.


“저기.......” 래시포드가 말을 하려다 말았다.

“그.......” / “뭐! 왜! 아, 답답하게.”

“유진, 참아!” 트렌트는 생각보다 영악했다. 이러면 내가 래시포드를 괴롭히는 모양새잖아.


“아, 트렌트 그게 아니라 애가 답답하게 말하잖아.”

“왜 도와줬어?” 트렌트와 유진 둘 다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그게 도와준 건가?” / “길가다 쓰레기를 주워도 도와줬다고 하겠네.” 래시포드의 얼굴을 빨갛게 달아올랐다.

“아니다, 됐어. 먼저 간다.”

“아, 잠시만 장난이야.”

“유진, 너 때문이잖아.” / “트렌트, 너도 동조했잖아!” 약간의 실랑이를 그만두고 김유진과 트렌트는 래시포드를 가운데 두고 함께 어깨동무를 하였다.


“우리 얼굴 안 보이냐? 우리도 비슷한 일 많이 겪었으니까 돕는 거지.”

“그래도 너희는 리버풀 출신······.”

“아! 지역이 뭐가 중요하냐고. 그런 식으로 따지면 트렌트나 나나 반절은 맨체스터거든? 적당히 해. 그리고 리버풀에서 겁나 잘하던 애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온 거잖아. 더 좋아해야지? 아니야?”

“아, 그런가?” 생각보다 단순한 놈이었을 수도.


함께 교실로 들어갔다.

“뭔가 이상하지 않냐?”

“뭐가?” 트렌트가 내 말에 반응했다.

“우리 반까지 따라 들어오는데?”

“마커스?”

“응.”

“그러네?”


래시포드의 표정은 황당으로 물들어있었다.

“같은 반인 거 몰랐어?”

“아?” / “재는 알고 있었나 보네?”

“그럼 우리한테 리버풀 출신이라며 왕따 시킨 건 계획범죄?”

“왕따라니!”

놀리는 맛이 있는 놈이었다.


“아, 체육 시간이네. 축구나 했으면 좋겠다.”

“마커스 있잖아. 개 때문에 재미없어.”

“하긴 생긴 것부터 엄청 잘하게 생겼잖아.”

토미, 샘, 더즐리 삼인방이었다.


저런 애들이 이 학교에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평가가 좋은 학교라고 들었는데 백인들 한정이었나?


“야, 말조심해. 선생님이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했잖아.”

“나도 방금 전화로 엄마한테 혼났어.”

역시 학교 이름값을 하는 곳이었다.


“너희들도 같이 말했잖아. 왜 그래? 저 흑인이 무서워? 아니면 옆에 있는 사무라이 때문에?”

인종차별 때문에 미국에선 동양인 총기난사 사건도 있었다. 나였으면 저렇게 못 나댔을 텐데 대단하네.


“야, 너희들 뒤에서 그딴 식으로 이야기하지 말고 앞에서 말해. 겁쟁이처럼 뒤에서 말할 거면 그냥 입 닫아.”

어른인 내가 나섰다.


“뭐라고! 앞에서 왜 못 말하겠어? 재들은 흑인이라서 운동 잘하겠고 너는 일본인이라서 싸움을 잘하려나?”

“야, 참아.”

“진짜 칼질이라도 하면 어떡하려고.”

애들이 긁는 솜씨가 상상 이상이었다. 주먹질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 약간 답답하기도 했다.


그렇게 대치하던 도중 눈에 띄는 물건이 있었다. 삼인방의 가방에서 삐져나온 시티의 엠블럼이었다.


“너희 시티 유스인가 봐?”

“그래!” / “왜? 안 돼냐?” / “어쩌라고.”

이 시절엔 아직 실력이 부족한 애들이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크니 아마 긁히는 질문이지 않았을까?


“그럼 축구 잘해?”

“너보단.” / “흑인한테는 조금 부족할 수도?” / “아니, 그래도 축구는 우리가 괜찮게 하지.”

“그럼 축구로 붙어보면 되겠네? 우리랑?”

놈들의 동공이 흔들렸다.


“학교에선 어렵지.” / “수업시간에 그러는 건 민폐야.” / “3대3하기도 어렵고.”

나름 논리로 피해가는 녀석들이었다.


“그럼 다음 주에 붙으면 되겠네. U-9 경기 있는 거 모르는 건 아니지? 우리 팀이랑 붙을 텐데?”

“응?” / “그게 너희랑 무슨?” / “마커스 말고 너희도?”

“붙으면 되겠지? 설마 주전이 아니라거나 그런 건 아니지? 지는 팀이 사과하기 할까? 운동장에서?”

“당연하지.” / “사과할 준비나 하고 있어.” / “팀으로 가면 우리가 이겨.”


그게 니들 마음대로 될 런지는 모르겠다. 우리 유스만 해도 이제야 만수르가 인수한 시티가 비교대상도 안 되는 곳이라서. 나랑 트렌트만 해도 충분하고.




“야, 나 때문에 안 그래도 되는데.”

얘도 좀 괜찮게 하고 그리고

“괜찮아. 100% 이기니까.”


“얘들아, 자리에 앉자. 오늘 전학생이 왔어요. 자기소개해볼까?”

“안녕, 나는 킬리언 음바페라고 해.”

아침에 본 뉴스를 생각하면 이게 질 거라는 생각이 안 든다, 이거야.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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