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의 복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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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3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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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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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5 - 유령의 선물(2)

DUMMY

005 - 유령의 선물(2)



휘슬이 울리자마자 우리는 일제히 달리기 시작했다. 심장이 두근거리며 펌프질을 했고 나는 그 느낌을 연료삼아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머릿속은 온통 앞으로 펼쳐질 상황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이곳은 단순히 훈련장이 아니라, 나의 인생이 걸린 무대였다. 유령의 말이 진실이라면,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아무리 유령이 나의 가능성에 대해 말했어도 그가 말한 미래는 너무 멀었기에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잣대가 있었다. 킬리안 음바페. 단순한 놀이지만 이곳에선 서로의 가능성을 비교하며 가늠해볼 수 있지 않을까?


세 곳으로 구분된 구역, 각각 5명씩 배치된 인원. 엄밀히 따지면 어렵지 않은 구조이긴 해도 볼 건 다 볼 수 있는 구조다.


시작하자마자 달렸다. 이건 각자가 타이밍 좋게 아니 하여튼 달리기만 한다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구조다. 공을 달고 달리는 공격수에게 가장 좋은 도움은 수비수를 끌고 사라지는 우리 팀 선수의 오프더볼 움직임이다. 상대하는 수비 숫자를 줄여주고 경우에 따라 슛이 아닌 패스라는 선택지까지 만들어주니까 말이다.


비슷한 원리다. 각각 한명씩 상대한다. 그게 상대하는 숫자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니까. 구역마다 한명이다.


달리면서 습관대로 주변을 살폈다. 계획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각자 증명했다. 빠른 발은 유망주의 덕목이다. 각자의 빠른 발이 상대의 틈을 만들어냈고 수비하는 상대를 제쳐낼 수 있었다.


눈에 띄는 건 킬리안이었다. 달리다가 급정지, 턴, 스텝, 다시 급가속까지 자신의 신체 능력을 숨기지 않고 끝없이 뱉어냈다. 포수멘사처럼 그냥 사이드라인을 달리면서 뚫어내는 경우, 화이트처럼 현란한 입 드리블로 뚫어내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 중 킬리안이 제일 눈에 띄었다.


트렌트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분명 알아서 잘 빠져 나올 테니까. 이것도 못하면 내 친구가 아니지.


짧은 코스였다. 빠르게 달려 첫 번째 수비수를 제치고 가벼운 턴 동작으로 두 번째 수비수를 제쳤다. 마지막은 상체 페인팅 한 번으로 제칠 수 있었다.


나름 주변을 체크하며 돌파까지 했다. 킬리안 저 놈도 나를 봤을까? 전생에 봤던 월클 선수의 어린 시절을 함께하고 있으니 문득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가 솟아올랐다. 이 정도면 꿇리지 않았던 것 같고.


“자자, 포지션 훈련이다.”


놀랍게도 지금 레벨에선 포지션에 제한을 두지 않고 훈련을 했다. 수비수, 미드필더, 공격수까지 모든 포지션을 경험해 볼 수 있는 훈련 세션을 진행한다. 그렇다고 개인에 할당된 포지션이 없는 건 아니다. 그저 다른 포지션을 이해하는 것이 플레이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혹시 모를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해 그러는 것 같았다. 또, 이러는 게 재미있기도 하고.


미래에 어느 날 그런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대표팀 영상 담당자가 나름 재미있어 보인다고 올린 영상이었는데 경기 전날 대한민국 대표팀의 공격수가 골키퍼 역할을 하며 노는 영상이었다.


처음엔 재미있는 영상이었다, 선수들이 즐겁게 노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반응이 주가 되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선수들의 프로의식을 지적하는 반응이 늘어났다. 부상의 가능성, 경기들 대하는 태도 등 어떠한 것을 고려하더라도 프로선수라면 안하는 게 당연한 행동들이었으니 이상한 반응은 아니었다. 심지어 그렇게 논 뒤에 이어진 경기에서 지기도 했고.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은 성인 선수들도 정신없이 놀만큼 포지션 변화는 재미있는 놀이 중 하나라는 것이다.


“또, 뺏겼죠? 마커스 드리블 없죠?”


“아! 진짜! 그만 놀려!”


이런 맛도 있다. ······정신이 점점 잼민화 되는 거 같네.


모든 훈련이 끝난 뒤


“내일 맨체스터 시티랑 경기 있으니까 몸 관리들 잘해라. 전부 출전할 거니까.”


역시 아직까지는 프로를 준비하는 애들로 취급하지 않았다. 물론 가능성이 보이는 애들은 미리 체크해놓으셨겠지만.

그나저나 저게 그거겠지? 샘, 토미, 더즐리? 100% 개털어줄 테니 이건 일단 패스.


지금 고민해야할 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망령과의 계약. 정확히 맬컴 글레이저와의 계약.


자세한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본인 자식들이 개판으로 운영해서 팀 성적이 처박는 미래를 막아달라는 것이랑 비슷한 내용으로 기억한다.


아마도.


그러니 -글레이저 가문의 사랑- 이런 걸 내세운 거겠지. 내가 아무리 잘하고 있어도 이놈들이 팔아버리면 끝이니까.


유령의 활약으로 많은 자원들이 주어졌다.


그럼 내 역할은?


이 놈들 규합하는 거겠지.


덤으로 리버풀을 박살내고 콥들 눈에 피눈물 나게 만들어 주는 거에 가족들한테 민폐 끼치지 않는 거. 나는 살아있는 인생을 살 수 있고 형은 원하는 대로 의대 진학하시고 어머니는······ 그러고 보니 어머니의 꿈이 뭐였을까? 나는 정말 못난 아들이었구나. 언제나 아들을 걱정하시던 어머니, 어머니 당신의 꿈도 이룰 수 있기를.


<u-9 친선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대 맨체스터 시티>


“오랜만입니다. 1년에 한 번씩이 아니라 좀 더 횟수를 늘려야겠습니다. 이러다 얼굴도 까먹겠어요.”

맨유의 유스 총괄 디렉터 브라이언 맥크레어가 맨시티 유스 총괄 디렉터 짐 캐슬에게 인사를 건넸다.


“애들을 생각하면 조심하는 게 맞습니다. 사실 그렇게 격한 더비가 아닌데 애들은 도커스 더비(밀월과 웨스트햄)처럼 격한 더비로 아는 애들도 있더라고요.”


“하하, 저희 애들도 그럽니다. 올드팬 분들 중에서 양 팀을 모두 응원하시는 분들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말이죠.”


둘은 함께 훈련장으로 들어가며 대화를 이었다.


“좋은 소식이 들리던데요?” 맥크레어가 캐슬에게 물었다.


“돈 많은 구단주님께서 오시니 뭔가 바뀌긴 하려나 봅니다.”


오일 머니의 유입. 일부는 외부 자본의 유입이 리그의 본질을 훼손시킬 수 있다고 말하지만 새로운 투자와 자본이 리그의 경쟁력을 높이고 팬들 유입을 증가시킬 것이라 기대하는 쪽이 더 많았다. 그 기대에 부응하듯 만수르라는 이는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한다.


경기장 재건축, 스타플레이어 영입, 유스 아카데미 투자 확대. 시티의 체질 개선이 시작된 것이다.


“좋아 보입니다. 훈련장 근처 공사는 선수들에게 언제나 기대감을 안겨주지요.”


“하하, 제가 벅찰 정도로 빠른 변화입니다. 그래도 미래가 기대되긴 하지요. 그쪽도 좋은 소식이 많이 들리던데요.”

맥크레어의 표정이 오묘하게 변했다.


“양키 구단주 놈이 미쳤는지 유망주들을 많이 사들였습니다. 정말 미친 거라면 회복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캐슬은 작게 웃으며 넘겼다.


“오늘 그 유망주들을 볼 수 있습니까?”


“볼 수 있을 겁니다. 대부분 u-12 위쪽 반에 있긴 하지만 어린 선수들도 있으니까요. 기대해도 좋을 겁니다.”


“한수 배워가도록 하겠습니다.”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웃으며 악수하고 경기를 보기 위해 자리 잡은 그들의 얼굴엔 웃음기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직 선수를 평가하는 냉철한 시선만이 남아있었다.


“오, 이렇게 선발이야? 그럼 우리가 주전인가? 나도 포함된 건가? 나도 성공한 거야?”

벤 화이트가 코치가 불러준 스타팅 멤버를 듣고 호들갑을 떨었다.


음바페 래시포드

김유진 아놀드

화이트 맥토미니 포수멘사

딘 헨더슨


진작 월반을 했어야 하는 선수들도 섞여있는 멤버이다. 미래의 팀 케미를 생각하며 어린 선수 몇이 월반할 때까지 월반을 유예한 것. 다른 아카데미들과 비교해 본다면 특이한 케이스이긴 하다. 그 단계에서 특출나면 월반 시키는 것이 당연한 단계였지만 퍼기의 아이들을 배출하는 걸 꿈꾸고 정말 미래의 맨유 선수로 활용할 것을 계획하는 이들이었기에 케미가 더욱 돈독해질 것을 상상하며 그런 결정을 한 것이다.


물론 맥토미니 같은 경우는 특이 케이스이긴 하다. 아직 여린 성격이기에 적응하지 못했지만 뛰어난 재능을 가졌고 비교적 어린 선수들과 함께 플레이하는 건 편하게 느끼는 선수였기에 남긴 케이스로 래시포드, 포수멘사와 함께 월반이 예정되어 있다. 셋을 세트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물론 맥크레어의 계획엔 인원이 더 추가되어 있었다. 김유진, 아놀드, 화이트, 핸더슨 그리고 음바페까지. 그가 그리는 미래 1군엔 이미 유스 출신 선수들로 가득했다.


“호들갑 떨지 말고 가자.”

김유진이 화이트의 말을 끊고 필드로 입장했다.


“저것들 진짜 있네? 그렇게 안 보이는데 좀 하나봐?”

“유진, 내가 말했잖아. 쟤네들 시티 선발이라니까?”

“그래?”


마커스의 답답하다는 투로 대답했다. 은연중에 김유진이 마커스의 말을 흘려들었다는 것을 눈치 챈 듯했다.

경기를 시작하기 전 선수들은 둥그렇게 모였다.


“누가 한마디 할 거야?”

“스콧?”

“난 됐어.”

“그럼 킴이 해.”

“그래, 킴이 하는 걸로 하자.”


내가 리버풀에서 맨체스터로 넘어 온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런 걸 맡기는지 모르겠다. 어려서 그런가?


“리버풀에서 맨체스터로 넘어온 후 첫 경기를 뛰는 김유진이 한마디 하겠습니다.”


“우우.”

“우우우우, 배신자.”


장난스럽게 야유를 보내는 애들 사이 진심을 담아 배신자라 부르는 트렌트가 섞여있었다.


“길게 말할게 뭐 있나 싶다. 골 많이 넣고 들어가서 쉬자. 고개는 아래로. 구호는······짧게 야유 한 번. 하나, 둘.”

“우!”


동그랗게 서서 어깨동무를 하고 모여 있던 선수들은 짧고 굵은 구호를 외친 뒤 포지션을 찾아 자리 잡았다. 자리 잡은 맨체스터의 아이들의 눈엔 긴장감이라곤 한 치도 보이지 않았다.


당연했다. 아무리 투자가 시작된 시티라 한들 이제야 시작 단계일 뿐이다. 1군 선수단 차이도 어마무시한데 그런 격차를 생각했을 때 유스풀의 격차 또한 당연한 것이다.


그런 기본적인 생각과 현장에서 느끼는 감각이 한 쪽엔 긴장감을 한 쪽엔 편안함을 주었다. 특히 선발로 시작하는 아이들은 월반과 프로 준비를 하는 아이들이었기에 더욱 민감하게 느꼈다.


경기가 시작된 후 김유진은 경기장 주변을 계속 둘러봤다. 9살 이후 축구를 하는 건 모든 생을 통틀어 처음이다. 전생엔 8살에 그만두고 한국에 돌아간 뒤에 공을 쳐다보지 않았으니 말이다. 사춘기가 시작된 뒤로 맨유의 경기를 찾아보기 시작했지만 딱 그뿐이다. 다시 공을 차는 일은 없었다.


9살의 첫 경기, 팀 내 연습 경기는 제외하고 김유진은 전생과 달리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것인지 느꼈다.


킬리안이 준 공을 트렌트에게 보냈다. 이번 생엔 계속 붙어 있는 트렌트지만 전생을 포함하면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다. 하지만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학교에서 시비를 걸던 놈 중 하나를 지났다. 존? 조? 샘? 지나치자마자 발밑으로 공이 깔려 들어왔다.


공을 받자마자 고개를 들었을 때 눈앞에 보이는 건 골문으로 쇄도하는 마커스와 킬리안. 행복한 선택지다. 물론 못 넣을 수도 있겠지만 저 둘이라면 계속해서 기회를 창출해낼 테니까.


선택지를 골랐다. 이번엔 저 둘은 아니다. 오랜만에 내 소중한 친구와 함께 뛰는 경기이기도 했고 저 둘이 너무 깔끔하게 수비수들을 이끌고 사라졌으니까.


발등으로 가볍게 회전을 준 공이 잔디를 가르며 선수들 사이를 지나 트렌트의 앞에서 멈췄다. 트렌트랑은 정말 잘 맞는다. 항상 내가 원하는 패스를 건네고 내가 바라본 위치에 서있는데 이런 놈과 잘 안 맞다고 말하면 누구와 잘 맞는 걸까?


이어지는 슛. 볼은 골대의 오른쪽 상단에 꽂혔다.


“나이스, 트렌트.”

“트렌트! 오늘 컨디션 좋아 보이네!”


여러 칭찬의 말들을 뒤로하고 트렌트와 나는 자리로 복귀했다. 좀 재수 없는 소리긴 한데 이럴 때마다 반응하면 한도 끝도 없으니까.


“유진, 우리 세레모니는······.”

그리고 함께 한 약속이 있었다.

“국제 대회나 프로무대에서.”


<김유진(한유진)이 보지 못한 인터뷰>


Q : 마커스, 당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재능은 누구인가요?


A : 하하, 곤란한 질문이군요. 보통은 메시, 호날두 혹은 음바페나 홀란드를 이야기하겠죠.


Q : 당신은 아닌가요?


A :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생각나는 친구가 있어서요. 어릴 때 만난 친구였죠. 그 친구는 리버풀의 유스 선수였기에 더욱 기억이 납니다. 제가 항상 시비를 걸었거든요.


Q : 당신이 그러는 모습은 상상이 안 가는데요?


A : 어렸고 리버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사이의 역사를 공부한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으니까요. 그리고 그 친구는 정말 잘했거든요. 더 재수 없는 건 언제나 세레머니를 하지 않았어요. 골을 넣고도 당연하다는 듯이 자리에 복귀했고요. 정말 재수 없지 않나요?


Q : 그렇게 말하니 누구인지 더욱 궁금해지는 데요?


A : 어느 날 사라져버렸어요. 사정이 있었겠지만 안타깝죠. 유진, 김유진입니다. 한국에서 태어났고 리버풀에서 지내던 놈이죠. 이거 실종자 찾기처럼 되어버렸네요. 언 듯 들었지만 한국에서 잘 살아가고 있다고 했어요. 그런 침울한 표정 하지 마세요!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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