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의 복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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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7.13 00:14
최근연재일 :
2024.07.2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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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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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 특별한 만남들

DUMMY

007 - 특별한 만남들



Glory! glory, Man United / Glory! glory, Man United

Glory! glory, Man United / As the reds go marching on! on! on!


꿈의 구장이라 불리는 올드 트래포드. 이곳에 이렇게 서게 될 지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유진, 우리 모두 월반이네?”


맨시티와의 경기 이후 U-12로 월반하는 명단이 발표되었다. 김유진,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 마커스 래시포드, 스콧 맥토미니, 티모시 포수-멘사, 벤 화이트, 킬리안 음바페. 아마 당분간 월반은 없을 것이다. 아무리 잘해도 아직 잼민이이고 더 커야하니까. 신장을 압도하는 실력 이전에 체격차이가 심한 곳에서 험한 경기 뛰다 부상당하면 클 것도 못 크는 상황이 발생한다.


거대 구단의 유스 아카데미니까 월반 안했다고 해서 신경을 덜 쓰는 것도 아니고 지금이 딱이다.


“유진, 영국은 운동선수들에게 정말 좋은 도시 같아.”

“응? 왜?”

“제일 맛있는 게 피쉬앤칩스잖아. 몸관리하기 편하겠어. 먹을만한게 없잖아.”


월반무새 하나에 음식 한탄쟁이까지 하나 붙었다.


“트렌트, 너 프랑스 음식 중에 아는 거 있냐?”

“바게트? 다른 게 있나?”

“있지! 이래서 영국 놈들이랑 상종하기 어렵다니까!”


킬리안을 제외한 영국 놈들이 둘러쌌다.


“유진, 넌 아니잖아.”

“난 태어나기만 한국에서 태어났지 사실상 리버풀 사람이지.”

“내가 보장한다.”


트렌트가 옆에서 끄덕였다.


“크레페, 토스트, 프렌치프라이, 마카롱, 타르트, 뵈푸 부르기뇽, 라따뚜이! 더 말해줘?”

“벨지안 프라이가 근본 아닌가.” 말을 듣고 있던 마커스가 중얼거렸다.


“이래서 영국 놈들은 안 된다니까? 맛있는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어서 뭘 몰라요.”

“우리도 있거든? 커리, 소세지, 샌드위치! 봐봐, 많잖아.”

“아이코, 트렌트······.” 나도 계속 리버풀 살았으면 저런 모습이었을까?


쓸데없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훈련장으로 향했다. 특별한 날이었다. U-12 멘토링(1군 심부름하는 날)이 있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1군 경기 간격이 널널한 틈마다 유스 선수들을 초청해 함께 훈련을 해오고 있다. 초청 받는 커트라인은 U-12까지고 그 아랫단계가 프로 선수를 볼 일은 구단 행사 혹은 선수들이 가끔 아케데미를 방문할 때 정도 일 것이다. 참고로 자주 오는 선수들은 긱스, 스콜스, 네빌 정도이다.


매칭되는 선수 명단은 이미 공지되었다. 당연한 일이다. 선수들은 바쁜 사람들이니까 유스가 미리미리 파악해서 다가가야지. 사실 우리가 그 사람들 덕보러 온 것이기도 하고. 프로 선수를 만나서 기분이 좋고 운 좋으면 기술을 배우기도 하고 고쳐야할 점을 지적 받을 수도 있으니까.


그나저나 저 프랑스 놈이 저렇게 말을 많이 하는 것도 이거랑 연관이 있을 수도 있다.


“긴장되냐?”

“긴장? 긴장은 마커스 같은 애들이나 하는 거지. 내가 왜?”


딱 봐도 긴장되서 말로 긴장을 풀려고 하는 놈 같으니까 그러지.


“마커스, 괜찮아?”

“······, 많이 떨리네.”


저 두 놈은 담당 선수가 똑같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위대한 슈퍼스타가 상대이니 그럴 만도 한가? 이 시기엔 논란은커녕 미담 덩어리였으니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1군이다. 지금 시기면 라이벌 팀 팬들도 이렇게 대면할 기회를 갖게 된다면 떨려하지 않을까?


“유진, 너야말로 긴장한 것 같은데?”

“트렌트, 내가 저것들 같은 애도 아니고 왜 긴장을 해?”

“그래 보이니까 말하지.”


트렌트가 중얼거렸다. 내가 긴장을 했나? 한 것 같기도 하고. 흠······, 떨고 있는 건가?


한국에 돌아간 뒤 한동안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그 시절은 사실 영국인이라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고 아버지 일까지 겪으니 한국이라는 머나먼 타지에서 10살도 안된 애가 적응하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고 할 수 있을 거다.


유스 팀에서 축구를 하던 아이가 책상에 앉아 책을 보는 아이가 되어야 했다. 좋지 못한 한국어 발음은 선생들의 지적 대상이었고 리버풀 색이 첨가된 영어 발음은 선생들의 교정 대상이었다.


“야, 축구할래?”

구석에 박혀 세상을 외면하던 아이를 세상에 꺼내준 첫 마디였다.

“아니, 나 축구 싫어하거든.”


사회성이 사라진 아이는 그 손길을 거부했지만


“그래? 그럼 농구할래?”

“음.......농구라면.”


아이들 특유의 에너지로 끌어 올렸다.


“나는 너 진짜 축구 싫어하는 줄 알았잖아.”

“진짜 싫어하는데?”

“그런 애가 빌 샹클리를 어떻게 아냐? 킹 케니를 말하고 로비 파울러? 제라드도 축구를 아는 사람한테나 유명하지 축구를 싫어하는데 그런 사람들은 어떻게 아냐?”

“알 수도 있지.”


양현규는 어의 없다는 듯 한유진을 쳐다보았다. 그러길 잠시 축구 경기가 시작되는 화면으로 시선을 옮겨갔다.


[2010년 3월 21일 프리미어리그 31 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대 리버풀 노스웨스트 더비가 꿈의 구장 올드 트래포드에서 시작합니다.]

[박재성 선수가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전반 5분 토레스의 압박이 볼을 몰고 올라가던 캐릭의 실수를 유발했다. 볼을 따낸 토레스가 제라드에게 패스, 그대로 패널티박스까지 진출한 제라드는 오른쪽에서 컷백을 들어가는 카윗에게 공을 건넸다. 카윗은 결대로 중앙으로 크로스


[골! 페르난도 토레스 선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골망을 뒤흔듭니다. 전반 5분 벼락같은 선제골이었습니다.]

[맨유의 수비진들 정신 차려야합니다. 박스에 5명이나 있는데 토레스 선수를 견제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아, 벌써 골 먹혔네. 그냥 잘까?”

“봐야지. 콥들이 우울한 모습까진 보고 꺼야지. 퍼거슨이잖아. 이길 거야.”

“이x끼 나보다 축구 더 좋아한다니까? 볼은 왜 안 차는 거냐?”

“······, 축구나 보자.”


[노스웨스트 더비라는 이름에 걸맞게 치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후방에서 볼을 잡고 줄 곳을 탐색하던 리오 퍼디난드가 뿌린 롱패스는 상대 수비수에 의해 커트당했지만 주변에 있던 발렌시아가 공을 잡고 바로 페널티박스 안으로 쇄도했다. 마스체라노와 약간의 몸싸움이 있는 듯 하더니 바로 쓰러졌고


[마스체라노! 경고를 받습니다.]

[이렇게 되면 패널트킥이죠?]


“저거 봐라. 퍼거슨 영감 껌 씹는 속도가 빨라졌다?”

“그런가?”


루니는 공을 내려놓고 준비했다. 루니가 공을 차고 그 방향엔


“저걸 막네. 어? 어!”


[저래서 집중력이 중요한 것입니다. 전반 11분에 터진 웨인 루니의 동점골!]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던 경기. 아마 후반 60분 정도 였을 것이다.


루니가 캐릭이 전달한 공을 받고 오른쪽 플래처를 향해 밀어줬다. 플래처의 뒤로 돌아들어가는 네빌이 시선을 끈 사이 그대로 크로스


[박재성! 골! 박재성의 역전 헤더골!]

[리그 2호골을 넣으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역전을 이끌었습니다.]


“피나는 것 같은데?”

“글렌 존슨 스터드에 찍혔나?”

“리버풀 놈들 더럽다니까.”

“저 막시라는 선수도 찍혔는데?”


라인 밖으로 나갔던 막시가 머리에 붕대를 묶고 복귀했다. 치열했던 경기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지부진해졌고 그렇게 경기가 끝났다.


“와, 역시 박재성. 미쳤다.”

한유진은 그 말을 듣고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올드 트래포드 위에서 인사하는 선수들을 가만히 지켜볼 뿐이다.


“야, 왜 갑자기 말이 없어.”

말을 하지 못했다. 내 눈 앞에 비친 그의 모습은 정말 멋있었으니까. 나도 도망치지 않고 차라리 그곳에 남아 노력했으면 저렇게 콥들에게 침묵을 선사할 수 있었을까?


“저 사람이 누구라고?”

“박재성을 누가 몰라? 너 한국사람 아니야? 박재성. 대한민국 축구의 영웅! 노력의 상징! 빅클럽 킬러!”

아직 한국 사람이 아니다. 반은 영국인 반은 한국인이고 혈통으로 따지면 75%정도 한국인인가.


“박재성······. 진짜 멋있다.”


지금 내가 계획하고 있는 안필드에서 콥들 죽이기(침묵시키기) 계획을 꿈꾸게 만든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그 미국인 아저씨가 아니었으면 시작도 못했겠지만 ‘저런 방법도 있구나.’라고 꿈꾸게 만들어 주신 위대한 선수라는 것이다.


그걸 다 떠나서 한국 생활을 좀 더 재미있게 만들어 주신 분이기도 하고.


“여기 와서 신발 하나씩 챙길게요. 선수 이름 부르면 나와서 받아요.”

“라커룸에 이름 쓰인 거 보이죠? 그 앞에 내려놓으면 되요.”

“유스는 여기 앉아서 대기할게요.”


시설관리인 중 한 분이 나오셔서 안내해주셨다. 그리고 우리가 앉아 있는 이 길목은


“안녕.”

“오늘은 너희들이구나. 잘 부탁한다.”

“열심히 해라.”

“······.”

“안녕.”

“화이팅.”


라커룸에서 나와 훈련장으로 향하는 길목이다. 선수들이 모두 지나간 뒤 주변 친구들의 얼굴을 보았다. 당연히 재정신인 놈이 없었다.


“트렌트, 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을 봐도 별 감흥 없다며.”

속삭이며 물어봤다. 사실상 ‘너 스파이잖아.’ 이런 말로 들릴 수도 있는 질문이었으니까.


“내가 언제? 그리고 난 이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유스라고! 여기에서 프로 데뷔하고 은퇴도 할 거야.”

언제 충성심이 생겼는지 모르겠다. 아직도 제일 좋아하는 선수가 스티브 제라드라고 했던 것 같은데.


“물통하고 수건 챙길게요. 들어갑시다.”


으, 떨린다. 중2병마냥 콥죽이기의 시작이라고 했지만 그딴 사족을 붙일 필요 없다. 내 삶을 즐겁게 만들어준 영웅, 그 사람을 직접 만나는 것이다.


복도를 지나 훈련장으로 향하는 길은 경기 시작 전 선수들이 대기하는 복도와 닮아있었다. 혹은 유스들의 비장함이 그것과 닮아 있어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스박스, 수건, 훈련 장비 등을 챙기고 비장하게 훈련장으로 향했다.


이시기 맨유는 확실히 달랐다. 내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팀을 접하고 팔로잉하기 시작한 시기는 퍼거슨 감독의 은퇴가 가까워졌던 시점. 그 시기엔 분명 팀 분위기가 개판이었다.


웃고 떠들고 춤추고. 지금의 맨유에선 절대 상상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폴! 적당히 해! 진짜 발목 날릴 거야?”

“저 놈은 그냥 자연재해라고. 적응하는 게 나아.”

“헤이, 지! 적당히 뛰어! 너도 자연재해야!”

“하하하.”


헛짓거리로 즐거운 분위기가 아니라 팀 자체가 좋은 분위기를 보유했고


“보여봐.”

“예스, 보스.”


그 와중에 엄격한 규율을 보여줬다.


이거다. 내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선택한 이유. 그리고 아마 유령도 비슷한 이유로 시간을 돌리길 원했을 것이다.


생각 없이 마냥 낄낄거리는 사람이 없고 춤만 춰대는 사람도 없다. 훈련장에서 노래를 틀고 부르고 즐기는 사람도 없다. 마지막으로 봤던 모습과 달리 잘 정돈된 팀이다. 여기 있는 선수 하나하나가 잘 벼려진 칼 같은 느낌을 준다.


이런 분위기만 이어갈 수 있다면 유령의 목표도 내 목표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나 때문에 꿈을 포기한 소중한 친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팀을 선물할 수 있을 것이고.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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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7 - 특별한 만남들 24.07.28 12 2 11쪽
6 006 - 유령의 선물 (3) 24.07.27 20 2 12쪽
5 005 - 유령의 선물(2) 24.07.26 19 2 13쪽
4 004 - 유령의 선물 24.07.21 28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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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001 - 리버풀의 아이 24.07.14 61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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