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의 복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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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7.13 00:14
최근연재일 :
2024.07.2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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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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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6 - 유령의 선물 (3)

DUMMY

006 - 유령의 선물 (3)



이곳에서도 패스를 받지 못했다.


카메룬에서 이민을 온 아버지는 축구선수 생활을 하시다 은퇴하시고 AS봉디 유소년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셨다. 알제리 출신인 어머니는 핸드볼 선수 출신이셨고 나를 출산하시자 가정을 돌보는 데에 집중하셨다.


파리의 19구(뷔트-쇼몽구)는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 곳이었다. 그랬기에 큰 불편함은 없었다. 축구를 시작하기 전까지.


6살이 되던 해에 축구를 시작했다. 유소년 팀의 지도자였던 아버지의 덕이 컸다. 그곳에서의 생활은 즐거웠다. 배우는 만큼 느는 것이 느껴졌고 특히 배우고 있는 축구라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으니까.


고민은 다양한 팀들과 교류하면서 생겼다.


“식민지 출신이면 고개 숙여야 하는 거 아니야?”

“예의가 없네. 프랑스 출신도 아니면서.”

“우리나라를 갈아먹지 말고 꺼져.”

“깜둥이.”

“물라토.”


경기 중 견제를 위한 트래시 토크였을까, 아니면 그것들이 평소에 생각하던 것을 뱉은 것이었을까, 아니면 프랑스라는 나라 사람들의 생각이었을까.


카메룬 출신 아버지와 알제리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단 한 번도 프랑스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는 나는 프랑스인이 아닌가? 조부모님 모두 프랑스인이셨지만 알제리에서 태어났다고 영원히 알제리 출신으로 불리는 어머니는 프랑스인이 아닌가? 그런 나는 무시당해도 마땅한가?


당장 파리를 돌아다니면 다양한 색의 피부를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그 사람들을 피부로 구분하는 것이 옳은가?


고민은 사실 무의미했다. 모르는 사람들이 나에게 답을 제시했으니까.


“프랑스의 보물이 될 것입니다. 저희 팀으로 보내주신다면 저희가 잘 가르쳐서······.”

“프랑스 최고 대우를 해드리겠습니다. 프랑스를 넘어 전 세계의 보물이 될 선수를 저희 팀으로······.”


사람들의 머릿속을 들여다 볼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나에게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만드는 방법이 있었다. 그건 실력이었다. 압도적인 실력은 저딴 차별 따위 뛰어넘을 수 있으니.


내가 답을 찾았음에도 문제는 여전했다.


“왜 패스를 안 하는 거야?”

“헤이, 패스!”


파리에서 있었던 교류전. 다양한 팀의 뛰어난 선수들이 모여서 했던 경기. 나는 단 하나의 패스도 받지 못했다.

단 하나도.


“저기 애들은 제외하는 걸로 할까요?”

“패스를 안 받아도 골을 넣는 선수잖아요. 저런 선수를 데려올 수 있으면 같은 나이 때 유망주 10명 정도 아니 20명 정도는 안 받아도 괜찮습니다.”


여전히 이어지는 차별 그리고 추가된 질투. 정말 지겨웠다.


그리고 9살이 되던 해.


“네가 킬리안 음바페니? 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라고 한단다. 기회가 되면 이곳으로 와서 함께 공을 찼으면 좋겠구나.”


영국에서 날아온 유대계 미국인 할아버지가 그런 통화를 시켜주었다.


“저희 팀은 세계 최고입니다. 유서 깊은 유스 아카데미를 갖췄죠. 다른 말은 필요 없습니다. 보내십쇼. 저희가 최고의 선수로 키워드리겠습니다.”

“저희는 프랑스에 남는 쪽이 좋습니다.”

“아직 10살도 되지 못한 아이입니다. 외국보다 고향에서 키우는 게 저희 아이의 정서에 좋을 것 같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스에는 다국적 선수들이 소속되어 있으며 케어를······.”

“갈게요.”


아이를 소외시킨 채 대화 중이던 어른들이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돌아보며 물었다.

“뭐라고?”


“가보고 싶어요.”

흐름을 놓치기 싫었던 유대계 미국인 할아버지는 전화기를 꺼내들었다.


“팀의 유스는 1군 선수들과 교류 훈련을 하기도 하지. 네가 가면 만날 선수와 통화시켜 주도록 하지.”


그 통화까지 끝낸 뒤 영국행을 결심하게 되었다. 단순히 이름값에만 흔들린 것은 아니다. 구단주라는 사람이 말했던 다국적 선수들. 저 선수들은 과연 나에게 차별 없이 다가와 줄까? 진심이 담긴 패스를 해줄까? 궁금했다.


영국으로 향하고 훈련장에 간 첫날 1군 선수들과 공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구단주라는 사람이 거짓말한 것이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때부터 기대되었다. 유스 아카데미에서 만날 선수들은 어떤 선수들일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함께 공을 찰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깊이 생각해보면 충분히 예상할 수도 있었지만 그동안 다른 생각이 너무 많았던 것일까?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은 정말 유쾌했다. 유진, 트렌트, 마커스까지. 또한, 얼굴이 신뢰가 갔다. 이런 생각은 그렇지만 이들 또한 피부색이 다양했으니.


함께 하교하고 함께 훈련을 했다. 즐거웠다. 아버지껜 죄송하지만 이제까지 경험했던 것보다 높은 수준에 놀라기도 했다.


특히 김유진이라는 아이는 눈에 띄었다. 빠른 속도와 상황 판단 능력이 감탄을 자아낼 정도였다.


그런 친구와 함께 뛰는 경기가 정말 기대되었다.



경기가 시작되고 김유진은 내 기대를 배신했다.


마커스와 내가 쇄도하는 상황. 내 속도를 알고 있는 유진이라면 당연히 나에게 볼을 밀어줬어야 했다. 하지만 유진의 선택은 내가 아닌 트렌트였다.


역시 이곳도 별 차이가 없는 곳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프랑스에 남았지.


아, 그래도 궁금한 것이 하나 있긴 했다. 인종차별인 걸까? 텃세인 걸까?


아니 이젠 궁금해 하는 것도 멈출 것이다. 아직 부모님이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으셨으니 부모님이 맨체스터로 오셨을 때 함께 돌아가면 끝날 일이다.


이번엔 마커스, 이젠 스스로 결정짓기까지 한다. 정말 내가 반쪽짜리 프랑스인이라서 그러는 걸까?


“킬리안! 대충 뛰지 마! 왜 그래? 방금 전까지 잘 했잖아.”


김유진은 문득 킬리안의 움직임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소리쳤다. 더 이상한 건 킬리안의 시선이었다. 그렇게 외친 김유진을 향해 어의없다는 시선을 보내왔고 전생 포함 50년 가까운 인생을 살아온 김유진이 그것을 포착했던 것이다.


“네가 패스를 안 줄 거잖아.”


참 애 같은 이유였다. 무슨 9살짜리도 아니고 플레이를 이해 못하나? ······9살이었지.


“킬리안, 미안해. 설명을 안 해줬던 것 같네.”


김유진은 플레이 방식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굳이 쓸데없이 볼을 돌리는 플레이는 안한다는 것과 좋은 기회가 보이는 곳으로 우선적으로 볼을 보낸다는 것.


“트렌트가 골을 넣을 때 내 위치가 훨씬 좋았잖아.”

“야, 너 시야 그렇게 안 좁잖아. 다시 생각해봐.”


오해가 풀리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한 건 아니었다.


“그리고 네가 워낙 눈에 띄니까 마커스보다 너 쪽으로 수비수가 끌리잖아. 재가 원래 2번 차면 1번은 놓치는 애라서 그걸 기대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 아, 다음에 꼭 줄 테니까 삐지지 말고 걍 뛰어!”


김유진은 킬리안과 보조를 맞추며 뛰다 버럭 소리친 뒤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김유진은 지금 상황이 재미있었다. 전생을 생각해본다면 킬리안 음바페라는 어릴 적부터 재능을 인정받은 월드클래스 선수다. 그런 선수가 삐져서 저러고 있는 것이다.


조금 더 나아가보면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자신도 그랬으니까. 트렌트라는 친구가 없을 때 패스가 안 오던 것을 보고 말이다.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리버풀에 있을 땐 반반이었다. 내 피부색을 떠나 그저 타지인들을 배척하는 성향을 보였던 녀석들이었으니까.


슬슬 사춘기도 오고 고민도 많을 시기였다. 귀엽네, 짜식.


“유진, 표정이 아저씨 같아. 그렇게 웃지 마.”

“그거 아저씨 차별 발언.”

트렌트가 김유진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지나쳤다.


패스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 거기서도 패스로 차별을 했을까? 그럼 이 형이 귀신같은 패스를 넣어주면 엄청 좋아하겠네? 아, 음바페 공략 쉽다.


그런 생각을 하며 달리다 보니 어느새 발밑에 공이 와있었다. 이렇게 편안한 패스는 분명 트렌트의 작품이겠지. 고개를 들고 주변을 살피니 상대 선수들이 다가오는 게 보였다.


샘, 토미, 더즐리였다. 존, 조, 조이였나?


느리고 투박했다. 이렇게 실감할 수 있었다. 이 시절 시티와의 격차를 말이다.


드리블을 멈추고 공을 가볍게 찍어 올렸다. 저 멍청한 삼인방이 뒷공간을 만들어줬는데 그걸 방치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공이 향한 곳에 아무도 없던 공간에 쇄도하는 소년이 하나 있었다. 김유진의 기대한 대로였다.


필드 위에 서있는 선수 중 가장 빠른 소년이었기에 누구도 잡을 수 없었다. 공을 잡고 바로 니어포스트 하단으로 공을 깔아 찼다.


무뚝뚝한 표정만을 보였던 킬리안의 얼굴이 환해졌다. 손가락으로 김유진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유진!”

“거 참 내가 떠먹여 준다니까.”


김유진은 직감할 수 있었다. 방금 그 패스로 음바페라는 선수를 낚았다는 것을.


과묵했던 킬리안은 그런 과묵했던 시간이 없었던 것 마냥 벤치에 앉자마자 쉬지 않고 떠들었다.


“생각해보니까 네가 봤던 길이 맞는 것 같아. 어떻게 그런 길을 바로 볼 수 있는 거야? 진짜 신기하네.”

“너도 봤다는 거잖아. 신기할 거 뭐있어?”

“나는 패스길은 그렇게 빨리 못 본다고. 그냥 골을 넣기 좋을 것 같은 자리 정도나 금방 보지.”

지 자랑 중이라는 걸 아직 못 깨달은 거겠지?


프랑스에서부터 시작해서 맨체스터까지의 이야기. 길고도 길었다. 하지만 재미있었다.


“거기 두 명 좀 조용히 하자.”


코치의 지적이 아니었으면 더 길어졌을지도 모른다.


“유진.”

“킬리안, 좀 조용하라잖아.”

“딱 하나만 더. 왜 세레머니를 안하는 거야? 해도 되잖아. 재들도 하는데.”


킬리안이 가리키는 곳 끝에선 마커스가 세레머니를 하며 난리치고 있었다. 물론 길진 않았다. 문제는 삼인방에 대한 도발이었지만.


“지금 넣는 건 당연한 거잖아. 너무 자주 하면 힘 빠져. 그래서 트렌트랑 성인 팀가면 그때부터 하기로 약속한 거야.”

“음.......좀 재수 없네.”

“그런가?”

“근데 멋있어. 흠, 나도 껴도 될까?”


“그래, 내가 허락할게.”

옆에서 트렌트가 끼어들었다.

“대신 이 팀에서 함께 쭉 가야해.”

“그게 가능할까?”

“구단주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가 많지만 연봉은 꽤 뿌리는 사람 같았거든. 가능하지 않을까?”


“니들은 나이가 몇인데 벌써부터 돈 이야기냐?”

“지는.”

“이 형님의 조언을 무시해?”

“형님? 이건 무슨 헛소리일까? 내가 리버풀 길바닥에서 질질 짜던 아시안 구해준거 생각 않나나?”

진짜 생각 안 난다. 얼마나 오래된 이야기인데.


“없는 소리하네.”

김유진은 웃으며 트렌트에게 헤드락을 걸었다.


“거기 셋 나와 봐라.”

킬리안까지 포함한 셋이 경기 중에 혼난 건 그 직후에 일어난 일이었다.


<U-15>

“헛소리 하지 마. 네가 포그바한테 차별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걸 들었어! 사과해!”

잘생긴 얼굴을 한 라틴계 소년이 상대팀 선수를 밀치며 말했다.

“맞아. 나도 들었어!”

“사과하라고!”

그의 항의를 기점으로 싸움은 격해졌다.


<U-18>

“엄청 큰데?”

“우리 수비수들 긴장해야겠는데?”

“한명은 좀 작은데”

“신입생 자기소개.”

“버질 반다이크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케빈 더브라위너입니다.”


<U-21>

“제이미 바디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재 엄청 과묵해.”

“오늘 첫 마디잖아.”

“좋은 건가?”

“그만큼 잘하겠지 뭐.”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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