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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럭스
작품등록일 :
2024.07.15 05:15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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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수 :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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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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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7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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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우사_4

DUMMY

다시, 아침이 밝았다.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나와 일, 월은 새 하루를 맞이했다.


"그러니깐...."


나는 잠시 말끝을 흐리다가, 다시 운을 뗐다.


"내가 너희를 지키기 위해 선택받은 존재, 뭐 그런건가?"


일과 월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일족은 지금까지 오랫동안 낮의 돌과 밤의 돌, 두 가지 신물을 지켜온 일족이야. 우리 일족에게 위기가 찾아올 것이 예상될 때마다 하늘에서는 일족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자를 선택해서 내려보내시는데, 그게 바로 너, 우사라는거야. "


" 낮의 돌과 밤의 돌이 뭔데? "


" 낮의 돌은 빛의 세계인 천계로 올라갈 수 있게 해주는 신물이고, 밤의 돌은 어둠의 세계인 명계로 내려갈 수 있게 해주는 신물이고.... "


천계와 명계 라니.... 어린아이들 장난도 아니고, 내가 도대체 이런 정신나간 얘기를 왜 듣고 있는거지 싶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까 전 나에게 일어났던 일들은 몰래카메라 대작전이라고 하기에는 수많은 CG효과와 임팩트를 활용해도 실현이 될까 말까 한 일들이었다.


하여튼, 그래서 내가 이들을 지키기 위해 태어났다니... 나라는 존재는 그 누군가를 위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다. 굳이 누구를 위한다면 단지 스스로를 위해서 사는 것이고 그렇게 하는 것이 마땅히 옳다고 믿으며 살아왔다. 그런데 지금 이게 무슨 얘기인가...?


" 내가 뭐하러 너희를 지키지? 어릴 때 한번 본 것 빼고는 평생에 어제 오늘 마주친게 전부인 사이인데."


" 정확하게 말할게, 너는 나와 월이를 지키는 것이 아니야. 궁극적으로는 신물을 지키는거지. 그리고 그 신물이 우리 일족이 아닌 우리를 대적하는 자들의 손에 넘어가면,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와 천계, 명계의 질서가 어지럽혀지게 된다고. 그리고 적들은 그걸 원하는거야. "


" 적들이 누군데? "


" 예전부터 많은 이름으로 불려왔겠지만, 지금 우리를 위협하는 대적은 바로 이들이야. "


일은 아까 문간에 떨어져 있던 명함을 집어든다.


명함에 적힌 글씨, Steelstars Entertainment inc.


스틸스타즈.... 재계 서열 10위권의 대기업으로 올라섰지만 막상 세워진지는 얼마 안된 신생 엔터테인먼트 회사. 단지 몇년 만에 정재계의 주목을 받고, 미디어와 언론의 조명을 받으며 매스컴의 중심에 오른 기업.

현재도 수많은 유명 아이돌 그룹과 배우들, 연예인들이 스틸스타즈 소속으로 있다.


" 엥 이 사람들이 왜 너희 적이야? 너희 혹시 스틸스타즈에 빚이라도 졌어? "


진짜 빚을 졌다든지, 아니면 연옥이 있는 부지가 경매로 넘어간지 오래인데, 스틸스타즈에서 매입을 한 상태라든지... 지금까지의 판타지 스러운 이야기들과 별개로 나는 현실적인 추측들을 먼저 하기 시작했다.


" 그것까지 말해줄 순 없고. 아직 내가 너를 완벽하게 신뢰하진 않거든. "


" 아 그래? "


" 그거야 당연히, 너가 우리를 완벽하게 신뢰하지 않으니깐. 대신... "


일은 잠시 말을 멈춘 뒤, 주변을 휙 돌아보고 한 마디를 딱 덧붙인다.


" 너가 우리 보디가드 역할을 해주면, 지금까지 해왔던 백수 생활을 그만 두게 해줄게. 세 없이 숙식도 연옥 별채에서 다 해결하고. 너가 너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일 때까지 월 250 씩은 기본 선금으로 줄테니깐, 그냥 이곳에 있어주면 좋겠어. 이 정도 계약이면 괜찮지 않냐? "


'내가 너네 집 머슴이냐? ' 라는 소리가 나오기 전에, 나는 월 250이라는 소리에 눈이 번뜩 뜨였다. 아 잠만. 세도 안 내고 얹혀 살면서 밥도 잠도 다 해결되는데 월 250이라고...? 미친....


" 진짜로 아무 대가 없이 그렇게 해주는거? "


" 당연하지. 대신 우리랑 계약서는 쓰는 거다. "


그래도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랬다고, 나는 계약서를 일단 훑어보는데 수긍했다.


" 자, 여기 있다. "


월이 내 앞에 두 장의 계약서를 들이밀었다. 계약서는 둘 다 분위기가 기괴하게 노란 바탕에 붉은 글씨로 되어 있었다. 이게 뭐야... 혈서야?


{계약서}


1. 일과 월 (이하 '갑')은 아무런 금전적인 대가 없이 최소 1년 간 전태오(이하 '을')에게 자택의 별채와 3끼 식사, 냉난방 등 생존에 필요한 편의 사항을 전부 제공할 것을 약속한다.

2. 갑은 을에 대해서 어떠한 무리한 요구나, 을을 인격적으로 하대하거나 그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

3. 갑은 을에게 특정한 임무가 생기지 않는 한, 일요일 하루를 제외하고는 을이 자신의 진로나 취업 구직 등의 활동을 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

4. 갑은 을에게 생활비 및 기타 비용으로 매월 2,500,000원을 지급한다.

5. 단, 을은 갑으로부터 매주 일요일 오전 5시 30분부터 그 다음 날 월요일 새벽 1시 30분까지 갑의 일가족에게 내려오는 '비술'의 가르침을 받고 '수련'에 참여하는데 동의한다.

6. 을은 이러한 '비술'과 '수련'의 과정을 거쳐, 갑에게 무슨 일이 발생하였을 경우, 그들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것을 약속한다.

7. 중간에 을이 자신의 의지로 계약을 파기하거나, 갑의 인지가 없는 상태에서 연옥이 아닌 다른 곳으로 떠날 경우, 그 어떤 위약금도 법적 책임도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럴 경우 갑과 을 모두의 신변이 위험해진다는 점을 을은 확실히 인지해야 한다.

8. 을은 갑이 자신을 본명인 '태오' 가 아닌 '우사' 라고 부르는데 동의한다.

2020년 7월 28일

'연옥' 대표 이일 (인)

계약자 전태오/전우사 (인)


뭔가, 나는 사이비 종교 집단에 가입하는 기분이 들었지만, 당장에 월세 내기도 빡빡한 이런 인생을 사느니, 아무도 해치지 못할 것처럼 생긴 샌님 같은 남자가 운영하는 무당집에 얹혀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신도라 해봤자 나 하나 뿐인거 같고, 대기업에 맞서 싸우는 무당집 자녀들을 지키는 일이지만, 돈을 250만원이나 주는데 뭐 어때...


비술이랑 수련이라고 해봤자, 기도하고 치성 들고 뭐 그런거겠지... 그래 이 정도는 할 수 있겠다. 뭔 일 생기면 그 때 가서 생각해야지.


그리고 월이라는 여자는 너무 예쁘고 젊다. 나 같은 모태솔로가 어찌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가까이 두면 언젠가는 무슨 인연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하는 찐따 특유의 망상질까지 곁들여져서, 나는 그대로 계약서에 싸인을 했다.


미리 싸인 되어 있던 일의 서명 아래 내가 계약서에 둘 다 서명하자 마자, 월은 첫번째 계약서를 낚아채더니, 신당의 어떤 보살상 밑 서랍에다가 그것을 접어서 넣어둔다. 저 싸가지는 뭐지....


" 월아, 신났어도 너무 막 그러지는 마... 우사야 너가 이해해라. 월이가 가끔 저래. 계약서 하나 더 있는건 너가 따로 보관하고. "


"아하..... 이제 뭐라고 불러야 되죠? 사장님...? 아니면 도련님...? "


" 허걱 뭔 도련님이야... "


일은 나를 보면서 큰소리로 웃는다.


" 도련님 말고 그냥 나도 일이라고 불러라. 환영한다. 우사야. 이제부터 너는 연옥의 새 식구야. "


일은 나긋나긋하게 박수를 치고, 월은 팔짱을 낀 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 저... 근데.... 일아? "


" 내가 너가 앞으로 지낼 별채를 소개해줄게. 본채랑은 따로 떨어져 있으니깐, 혼자 지내긴 어렵지 않을테니, 따라와봐. "


" 다 좋은데, 내 짐 좀 가지러 내 원룸으로 가도 좋을까? 그리고 아마 다음 달부터는 못 살 것 같다고 말해줘야 되거든... "


" 오 그래? 지금 당장은 조금 위험할 것 같은데... 한 주 뒤에 짐 빼는건 힘들어...? "


" 다음 달 지나면 월세랑 관리비 내는 날이라 짐도 미리 빼야 될 것 같아... 멀지 않으니깐 빨리 다녀올게. "


" 그래? 그러면 나랑 지금 같이 가자. 짐 많으면 나랑 같이 빼오면 되지. "


뭔가 나는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 나는 이 무당집의 일원이고, 몇 가지 계약 조건이 있긴 하지만, 그들과 함께 살게 된 것이다. 이 사실을 부모님께는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그리고 새롭게 식구가 된 이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일은 그런 나를 보면서 씨익 웃으며 말한다.


" 그냥 쉐어 하우스 하나 구했다고 생각해. 이래뵈도 나 역시 대학도 다니고, 기숙사에서도 생활해봤다구. 연옥으로 돌아온지 나도 2년 밖에 안돼. "


" 대학을 다녔다구...? "


" 내가 대학 다닌게 뭐가 이상해? 나라고 뭐 신비로운 판타지 인생만 살았는줄 아나... 나 이래뵈도 과학고 졸업하고 S대학 물리학과 조기졸업한 사람이야. "


" 그렇구만. 군대도 다녀왔어..? "


" 군대는 아버지가 국가유공자셔서 안 다녀왔지. "


하여튼, 나는 그가 군대를 다녀온 적이 없으니 저렇게 비리비리한가보다. 라고 생각했다. 나라고 그렇게 튼튼한 편은 아니지만, 일은 생긴 것만 멀쩡하지 툭 건드리면 쓰러질 것 같이 생겼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건 그렇고. 짐을 챙겨오는 게 급선무니깐.


" 지금 당장은 스틸스타즈 놈들이나 호랑이가 주변에 있을 수도 있으니깐. 자동차는 표적이 된지 오래라서 더 위험할 것 같은데... 음.... 월아 어떡하지? "


" 오빠, 그냥 얘는 내 바이크 타고 가자 그래. 오빠는 그냥 여기서 쉬고 있어. "


바이크. 맹랑하게도 월은 바이크도 타고 다니나 보다. 껌 좀 씹는 쎈 여자 스타일인가?


" 그래.. 월아 너만 믿는다. 나중에 외출할 때는.... 너가 우사를 지키는게 아니라, 우사가 널 지켜주는 날이 와야 될텐데. "


이렇게 엮는다고? 나는 얼굴이 살짝 빨개졌다.


" 이 녀석이 뭘 할 수 있겠어. "


정말 무관심 그 자체의 표정으로 월은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답한다.


그럼 그렇지.


" 아무튼 다녀올테니깐, 쉬고 있어. "


나는 월과 함께 모터바이크가 세워져 있다는 정원 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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