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방의 연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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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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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6 - 첫 수

DUMMY

#056




김무배의 술집은 손님이 없는 곳이었다.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정말 그랬다.


멀리서 보면 술집인지 자동차 정비소인지 헷갈리는 외관, 시내와 완전히 동떨어져 우연히 들르는 것조차 불가능한 장소···.


술집이 망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김무배는 술과 요리에만 진심이었을 뿐, 장사를 어떻게 해야 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동네 어른들이 말린 것도 이해가 된다.


김무배도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 것 같았지만, 방향도 모르고 액셀만 밟아서는 가드레일을 처박을 뿐이니까.


김무배의 상황이 딱 그랬다.

잘 풀렸으면 우직함이었겠지만···, 망하기 직전이니 무지함이라고 해야 하나?


그렇게 3일째, 늦은 오후.


띵-!


핸드폰 알람이 울리자마자 벌떡 몸을 일으켜 세웠다.

SNS에 들어가니 드디어 기다리던 게시물이 올라왔다.


“게, 게시물 올라왔어요!”

“정말요?”

“나도 봐봐!”


흩어져있던 강하윤과 최기현이 급히 다가왔다.

소파에 모여 옹기종기 핸드폰을 바라봤다.


게시물에는 술집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과 ‘3H’ 로고가 박힌 술, 그리고 여러 안주와 얼굴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게시물에 적힌 글은 퍽 간단했다.


【 1병 마시면 2병이 공짜? 】


게시물을 본 최기현이 아쉬운 소리를 했다.


“좀 더 길게 써주지···.”

“요새는 그러면 더 안 봐. 차라리 사진을 많이 올리고 글이 짧은 게 좋지.”

“근데 3일 만에 첫 손님인가?”

“···설마요.”


아무리 망한 술집이라도 3일이나 손님을 못 받았을까,

라는 생각은 김무배와 통화를 하자마자 와장창 깨졌다.


[ 응, 첫 손님이야! ]


뭐가 좋다고 이렇게 해맑을까.

게시물을 올린···, 그러니까 지금 홀에 앉아있는 대학생들은 실제로 3일 만의 첫 손님이었다.


김무배의 술집은 생각보다 상태가 심각했다.

이래서는 홍보고 자시고 술집이가 먼저 망하게 생겼다.


급히 차 키와 옷을 챙기며 김무배에게 당부했다.


“형님, 지금 몇 명이나 온 거예요?”


[ 지금까지는···, 5명 정도 왔고 좀 있다가 또 온다네. 대학교 동아리 같아. ]


서산에 대학교가 있었나?


가만히 기억을 더듬다가 손가락을 딱 튕겼다.

맞아, 해미랑 태안 쪽에 ‘H’ 대학교가 있었지.


갈 일이 없어서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

‘H’ 대학교는 시골에 있는 것과는 달리 항공 쪽에서 굉장히 유명했고, 심지어 태안 캠퍼스는 활주로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속으로 내심 쾌재를 불렀다.

젊은 피과 강철 같은 체력.

대한민국에서 술이 제일 잘 팔리는 곳이 대학교 근처 아니던가?


거기에 SNS도 활발하게 하니 이만한 손님도 없었다.


“술 아끼지 말고 팍팍 서비스로 주세요.”



< 56 >



본격적으로 반응이 나온 건 다음 날이었다.

전혀 생뚱맞은 밴드 동아리에서, 무려 10명이나 되는 예약을 잡은 것이다.


알고 보니 호수공원 쪽으로 버스킹을 다녀오는 길이었고, 어제 왔던 여행동아리 회장에게 추천받았다고 했다.


대학교 역시 작은 사회였다.

매년 유동인구만 수천 명인 곳에서의 입소문은 결코 무시할 수준이 아니었다.


그렇게 둘째 날에도 아낌없이 술을 펑펑 뿌렸고, 5일이 넘어가서는 아르바이트를 한 명 더 뽑아야 할 정도로 손님이 들이닥쳤다.


그리고 대망의 일주일 째.


“사장님! 여기 3H 한 병이요!”

“예, 갑니다!”

“더 시키게? 아직 있잖아!”

“이건 금방 마셔. 숙취도 없다니까?”

“사장님, 여기도요!”

“예, 잠시만요!”


아르바이트생 2명이 정신없이 홀을 뛰어다녔다.

술을 납품하러 들렀다가 입을 떡 벌려야 했다.

옆에 서 있던 강하윤이 얼떨떨한 목소리를 냈다.


“···대박 났네요.”

“그러게요.”


심지어 술집 밖에서 기다리는 손님들도 있다.

이정도면 서산에서 제일 잘 나가는 술집이라고 해도 이견이 없을 정도다.


부엌에 들어가서 인사라도 하고 가려다가 생각을 바꾸고 그냥 아르바이트생을 불렀다.


“학생, 이거 사장님 전해드려요. 백현호 다녀왔다고 하면 아실 거예요.”

“네, 알겠습니다.”

“백현호?”

“저 사람 백현호 아니야?”


흠칫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미디어에 얼굴 비추는 일이 없어져서 사람들이 날 잊은 줄 알았는데, 그러기에는 아직 시간이 짧았던 모양이다.


“옆에 강하윤도 있는데?”

“우와, 실제로 보니까 연예인 같다. 옆에 매니저도 있어.”


매니저는 최기현을 말하는 건가?

사람들 눈이 더 몰리기 전에 나가려는데 강하윤이 내 손을 잡더니 번쩍 들어 올렸다.


“백현호랑 사진 찍으실 분.”


* * *


그래프에 폭탄을 달아놓은 수준이었다.

김무배의 가게에서만 팔았던 술은 고작 보름 만에 10개의 술집으로 들어갔다.


내가 일일이 찾아다닌 것도 아니었다.

김무배와 친하게 지내던 형, 그 형과 알고 지내던 동생, 그 동생의 삼촌, 그 삼촌의 지인까지···.


말이 말을 나르고 금세 SNS 게시물이 되어 서산시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또 다른 승전보가 들려온 건 3H가 세상에 나오고 16일째 되는 날이었다.


최기현의 차가 빠르게 마당으로 들어섰다.

브레이크에서부터 흥겨움이 느껴지는 듯했다.


“현호야.”


최기현이 차에서 내려 후다닥 달려왔다.


“양조장 사장님이 책임지고 유통까지 맡아주신대. 이제 충남권에 납품하는 건 걱정 없어.”


최기현이 다녀온 곳은 서산 외곽의 양조장이었다.


애초에 우리끼리 만들어서 서산 전체에 납품하는 건 불가능했으며, 김무배의 술집에 납품한 것도 반응을 확인해보기 위한 과정일 뿐이었다.


“공장 상태랑 규모는?”

“깔끔하고 시설도 좋아. 규모도 큰 편이고.”

“좋네.”


그 뒤로는 말 그대로 일사천리였다.


작업실에서 물약을 만들어 양조장으로 보내면 최기현의 관리하에 3H가 탄생했으며, 완성된 3H는 서산 시내로 퍼졌다.


물량은 물론이고 골칫덩어리였던 유통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공장에서 나오는 3H 양이 매월 30만 병.

실로 어마어마한 숫자였지만, 놀랍게도 그 많은 물량이 서산시 안에서만 소화됐다.


그리고 이쯤 되니 공장 증축도 생각해야 했다.

정신없이 하루를 보낸 어느 늦은 밤, 우리 셋은 나란히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이제 슬슬 칼을 뽑아 들 때가 된 것 같아요.”

“우리가 급부상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반발이 만만치 않을 거예요. 미래 식품에서도 손을 쓸 수도 있고. 각오는 됐죠?”

“물론.”


강하윤이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용히 듣던 최기현이 입을 열었다.


“대학교 쪽 술집은 내가 다녀올게.”

“하윤 씨가 서산 시내 쪽 맡아주세요. 나는 내일 강원도 쪽으로 다녀올게요.”

“강원도는 왜요?”

“사실 말이 좋아서 거래지, 우리 술을 인질로 잡는 거잖아요. 믿어주는 사람들이니까 적어도 식자재 가져올 곳만큼은 제가 직접 엄선하고 싶어서요.”

“하여튼 물러 터졌다니까.”


강하윤이 픽 웃었다.


날이 밝자마자 강하윤과 최기현은 작업실을 나섰다.

이제까지는 돈만 있으면 ‘3H’를 받을 수 있었지만, 오늘이 지나면 돈 말고 조건이 하나 더 붙을 터였다.


그 조건이 바로,


‘지정된 업체의 식자재만 사용할 것’


쉽게 말해 미래 식품을 쓰지 말라는 뜻이었으며, 하나의 가게에 들어가는 식자재를 우리가 완전히 책임진다는 뜻이기도 했다.


대놓고 미래 식품을 겨냥한 조건이지만, 아직 괜찮다.

고작 서산시에서만 벌어지는 일일 뿐이니까.

물론, 이 작은 불씨가곧 충남 전체를 뒤덮을 테지.


강원도에 도착한 건 점심이 다 되어서였다.

고속도로를 나와 아무 식당에 들어가 밥을 시키는데, 문득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


누군데 저렇게 나를 빤히 봐?

젊은 여자인데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낯선 얼굴이다.


내가 강원도에 아는 사람이 있을 리가···.


“아!”

“백현호 씨!”

“그때 그 쓰레기!”


말하고 나서 나도 모르게 깜짝 놀랐다.


“쓰레기가 아니라, 쓰레기 줍던 사람! 맞죠!”

“사람한테 쓰레기라니! 그래도 안녕하세요!”


여자가 냉큼 달려와 내 앞에 앉았다.


가까이서 보니 확실히 알겠다.

박준영을 잡으러 강원도 강릉에 왔을 때···, 그때 공중전화 근처의 쓰레기를 주운 여자다.


그놈이 먹고 버린 캔만 몰래 주워가려다가 쓰레기 봉지를 몇 개나 채웠던가.


여자가 밝게 웃었다.

저번에도 느낀 건데 웃는 게 참 맑은 사람이다.


“살면서 또 볼 줄은 몰랐어요!”

“그러게요. 근데 여긴 어쩐 일이에요?”

“그건 제가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설마 또 쓰레기 주우러 오신 건가?”

“하하, 아닙니다.”


어색하게 웃다가 문득 여자의 옷이 눈에 들어왔다.


“직장 옮기셨어요?”

“네, 안 그래도 미팅 때문에 서울 다녀오는 길이었어요. 여기 이거 보여요?”


여자가 대뜸 가슴을 쭉 내밀었다.

당황해서 몸을 뒤로 쭉 빼자 여자가 잘 보라는 듯 조끼의 명찰을 내밀었다.


【 미주유통 사원, 진미주 】


“···미주유통?”

“네!”

“설마 이름이 진미주라 미주유통 들어간 거예요?”


진미주가 와하하 웃었다.

목젖까지 다 보일 정도로 시원하게 웃는 사람은 오랜만이라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그런 건 아니고 가업이에요.”

“아버지께서 유통회사 사장님이셨어요?”

“네.”

“근데 왜 공장에 다녔던 거예요?”

“원래는 아빠 힘없이 독립하려고 했거든요. 어릴 때부터 그게 꿈이기도 했고. 근데 몇 주 전에 심근경색으로 쓰러지시는 바람에···.”

“아이고, 이런.”

“엄마 혼자서는 회사 운영하시기 힘들 것 같아서 돕고 있어요. 뭐 이것도 해보니까 나쁘지 않네요.”


밝게 웃는다고 마냥 밝은 인생은 아닌 듯했다.


“근데 정말 강원도까지는 어쩐 일이세요?”

“같이 일할 유통회사 찾고 있어요.”

“강원도에서요?”

“네, 술집에 들어가는 식자재들 유통하는 일이거든요. 서해 쪽이라 해산물은 거기서 구해도 되는데 뭍에서 나는 것들은 강원도가 신선하니까.”

“하긴···.”


진미주가 돌연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럼 저희 엄마랑 얘기해보실래요?!”

“예?”

“유통회사 찾는다면서요! 부담 갖지 말고 한 번 얘기만 해봐요! 혹시 알아요? 얘기 잘 돼서 우리 회사랑 일하게 될지!”


번갯불에 콩 볶듯 밥을 해치우고 식당을 나왔다.

진미주의 화물차를 졸졸 쫓아 도착한 곳은 강릉의 어느 거대한 유통회사였다.


차에서 내려 나도 모르게 할 말을 잃었다.


“어···, 엄청 크네요?”

“그런가?”


가업이라길래 소규모일 줄 알았더니, 이건 어지간한 중소기업 저리 가라 할 정도의 크기다.


“얼른 들어가요.”


진미주가 먼저 건물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널찍한 계단을 올라가 도착한 곳은 대표실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사나운 인상의 여성이 날 반겼다.


“반가워요, 미주유통 대표 여화정이에요.”

“안녕하십니까, 백현호라고 합니다.”

“미주 너는 잠깐 나가 있어.”

“나도 들을래!”


여화정이 지그시 눈을 찌푸렸다.

천방지축이던 진미주가 순식간에 입을 다물더니 몸을 돌려 휙 나갔다.


생긴 것만큼 무서운 사람이구나.

자기를 소개할 때도 ‘진미주의 엄마’가 아니라 ‘미주유통 대표’라고 했다.


사적인 걸 들고 오지 말라는 거겠지.

이화정이 자리에 앉자마자 본론을 꺼냈다.


“유통회사를 찾고 있다고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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