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바보 아빠는 허락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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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량
그림/삽화
한이량 ( 자체 AI 병합모델)
작품등록일 :
2024.07.15 21:20
최근연재일 :
2024.08.3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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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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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 스칼렛 #1

DUMMY

아스갈 황국의 다섯 나라는 각자 특성이 있다.

남국인 베른은 유구한 역사를 기반으로 사회 정치 및 행정이 발전해 있고,

동국인 작센은 종교를 구심점으로 생긴 나라답게 종교적 특성이 강하다.

북국인 뤼벡은 강한 권력과 군사력을 자랑하며,

서국인 에센은 신생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과학과 기술을 토대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 가운데 낀 밀레오 왕국은 교통과 무역이 발달한 상업국가로 네 나라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밀레오 왕국의 둘째 딸인 스칼렛은 변화하는 세계에 맞춰 서국인 에센에서 아카데미 2학년에 재학 중에 있다.


“으엌⋯ 우웁!⋯. 우웨에엑”


그리고 변기에 어제 먹은 것들을 뱉어내고 있었다.


“헉헉⋯ 술을 끊든가 해야지⋯ 이러다 가볍게 아빠보다 먼저 죽을 것 같아”

“스칼렛! 일어났어? 수업 늦었어! 지금 안 가면 지각이야!”

“엘리.. 난⋯ 틀렸어.. 여기 까진가 봐⋯”

“안돼 널 이대로 두고 갈 수는 없어. 고향에 있는 동생들을 생각해! 부끄럽게 퇴학당해서 동생들 볼 면목이 있겠어?”


스칼렛은 동생들 생각에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마음을 다잡고 침대로 다시 들어갔다.


“괜찮아. 내 동생들은 이런 글러먹은 언니 따위는 까맣게 잊은지 오래야. 편지한 통 안 오는 걸? 내 가족은 술 말고는 없어. ㅎ”

“뭐야 지금 문 안에서 들리는 침대에 들어가는 소리는⋯ 문부터 열어봐!”

“싫어. 너 또 문 열면 손수레 태워서 옮길 거잖아. 그날 승차감이 아직도 잊히지 않아. 그때처럼 토하면서 자취를 남긴 걸 생각하면⋯ 인생의 흑역사를 또 쓰고 싶지 않아.”

“이번엔 그래서 손수레에 푹신한 것들도 준비해 뒀어!”

“역시 또 손수레야! 엘리 이 사탄의 딸 으니라고! 싫어 손수레 또 타서 사회적으로 죽을 바에 이 침대에서 푹신하고 이쁘게 죽을래.”

“아 공주님!”

“엘리. 이 새로운 가족인 침대에게 내가 죽으면 유산의 10프로를 물려줘. 엘리 꺼 빼서 줘야겠다. ㅎ”

“으아아아아아! 제발 좀!”


엘리는 어렸을 때부터 둘째 공주 스칼렛의 전속 하녀였다. 스칼렛과 어릴 적부터 보아왔던 탓에 스스럼없는 사이였으며, 신분제가 없는 에센의 문화에 맞춰 지금은 말까지 편하게 하는 사이가 된 상태였다.


“공주님 레오나르도예요.”


문 밖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레오나르도? 왜 아빠가 또 뭐라고 하셔? 대충 조신하고 문제없이 재학 중이라고 해줘!”


레오나르도는 아버지가 붙인 스칼렛 공주의 전속 감시인이였다.

그러나 그도 스칼렛 공주와 몇 번 술을 마시더니 지금은 완전히 스칼렛 공주의 스파이가 되어 있었다.


“아뇨. 이번엔 다른 일이에요. 첫째 공주님의 무도회 초대장이 왔어요.”

“아 언니 졸업할 때구나! 어떡하지 침대랑 첫째 언니 중에 선택해야 해! 어떻게 신은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 걸까?”

“스칼렛. 거기 잘생긴 사람들도 엄청 많이 올 예정이래”


스칼렛은 순간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 스칼렛은 벌떡 일어나 방 문을 열었다.


“둘 다 들어와 봐. 문 닫고”

“오 문을 여셨다!”

“자, 잘 들어. 나는 어제부터 아카데미 안에 없던 거야. 첫째 언니의 무도회 초청을 받아 어젯밤에 나간 거야. 레오나르도는 그렇게 교수님에게 말해주고. 엘리 너는 손수레를 위장해서 나를 아카데미 밖으로 꺼내줘. 어때? 완벽하지?”

“결국 출석을 한다는 성실한 방법은 절대 선택하지 않으시는군요. 역시 공주님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십니다.”

“잔소리는 그만! 움직여!”


한 시간 정도 지난 후 레오나르도는 초청장을 교수에게 보여주고 결석을 면했다.

엘리는 손수레에 온갖 천을 무더기로 넣어 완벽한 위장 상태를 만들어 두었다.


“술도 적당히 깼겠다. 출발!”

“흐⋯ 이 손수레를 또 끌게 되다니⋯ 스칼렛 살 더 찐 거 아니야? 무거워진 것 같아”

“아냐. 술 때문에 몸이 부어서 그래.”

“엘리 내가 끌게!”


레오나르도가 엘리가 끌고 있는 수레를 뺏어 들었다.


“고⋯ 고마워”


스칼렛은 천을 뒤집어쓰고 뒤에서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뭐야 뭐야 둘이 뭐야? 나 없는 사이에 정분이라도 난 거야? 막 나 몰래 이래저래 꽁냥꽁냥 막 한 거 아니야?”

“⋯.”

“뭐야 왜 말이 없어? 진짜야?”

“공주님 곧 정문이에요. 조용히 좀 하시죠.”

“뭐야! 진짜잖아! 엘리 너 얼굴은 왜 빨개져? 레오나르도 나랑 그때 술 마실 때는 공주님처럼 이쁜 사람은 본 적도 없다면서 와 이렇게 갈아탄다고?”

“⋯”

“언제부터야? 뭐야 손은 언제 잡았어? 아니 어디까지 갔어! 안 말하면 평생 만나지 못하게 해 버릴 거야. 좋은 말 할 때 말하라고~ 아니다. 아카데미에 소문을 아주 쫙 내버릴 거야. 어디 아빠가 공부하라고 보내주신 신성한 학교에서 연애질을 해!”

“공주님도 이번 무도회에서 잘생기고 괜찮은 귀족 자제분 한 명 건지시죠”

“이봐 레오나르도! 내가 이뻐서 아는데 잘생긴 남자들은 자기가 잘생긴 지 않단 말이야? 그럼 막 우월감에 빠져있어 마치 우리 아빠처럼. 아빠는 막 입 밖으로 뇌에서 필터를 거치지 않고 말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그 내면의 더럽고 까무잡잡한 우월감이 있다니까? 거기에 권력까지 더해지면! 으 꼴 보기 싫어! 나처럼 털털하고 생각 바로잡힌 사람 있으면 고려는 해 볼게”

“스칼렛 이제 진짜 정문이야. 쉿!”


스칼렛은 천들 속으로 쏙 숨어들었다.

긴장되는 순간이 지나고 세명은 정문을 무사히 나와 마차를 빌려 왕국으로 이동했다. 물론 가는 와중에도 스칼렛은 쉬지 않고 재잘재잘 이야기했다.

그러다가 술기운이 다시 올라왔는지 다시 조용해졌다.


“공주님 자?”

“응 잠든 것 같아. 아 큰일 났어! 분명 스칼렛 귀에 들어가면 24시간도 채 안 돼서 아카데미 전체에 퍼질 거야!! 이 촉새! 입에 재갈을 물려두던가 해야지!”

“괜찮아 단순한 사람이야. 분명 무도회가 끝나도 돌아올 때쯤에는 까맣게 잊고 있을 거야”

“ 그렇긴 한데 불안해서 안 되겠어. 이번에 약점을 하나 잡아서 꼼짝 못 하게 해 버려야지. 내가 나름 어릴 때부터 스칼렛을 봐 와서 꽤 많은 걸 알고 있다고”

“오호~ 그래?”

“으악씨 깜짝이야! 스칼렛⋯ 안 잤어?”

“그럼 그럼~ 너희들이 내가 자는 척할 때 어떤 작당모의를 할까 궁금하기도 하고 나 없을 때 어떻게 꽁냥 거리고 츄릅츄릅 하는지 궁금해서 잘 수가 있어야지~”

“공주님의 언어 선택은 언제나 저속하시군요”

“어쨌거나 내 약점을 잡겠다라? 나같이 솔직한 사람에게 약점이 있을 리가? 꺄하하하하”

“공주님은 단막극의 악역처럼 웃으시는군요”


한바탕의 소란이 있는 후 왕도로 돌아오는 국경 인근 여관에서 하루 묵기로 하였다.


***


“에구구 마차를 오래 타니 찌뿌둥하네 너희 둘! 숙소 따로 잡아!”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거든? 누굴 발정 난 사람으로 아나?”


스칼렛은 자신의 방에 들어가 간단하게 씻고 여관 침대에 누웠다,

국경 인근의 조용한 시골마을. 소란스러운 성격과는 다르게 스칼렛은 이런 조용한 환경에서의 사색을 좋아했다.

풀벌레 소리에 맞추어 스칼렛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아 오늘 너무 재밌었어. 설마설마 레오나르도랑 엘리가 사귄다니⋯ 나도 연애나 해 볼까?’

‘아니야. 분명 연애하면 아빠의 관심이 도를 넘을 텐데? 지금이 딱 적정량의 자유야. 이걸 깨면 분명 피곤해질 거야.’


스칼렛은 자신이 왕가랑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줄리아 언니처럼 똑똑하지도 못하고 아델라처럼 치밀하지도 않으며, 샬롯처럼 조신하고 귀여운 매력도 없었다.

이런 부족한 자신이라도 연애는 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


스칼렛 일행은 왕궁에 도착했다.

왕궁 앞에는 보지 못했던 수많은 마차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었다.


“아빠! 나 왔어!”

“스칼렛 왔구나! 요즘 성실하게 아카데미 생활을 하고 있다고 들었단다. 근데 성적은 왜 그 모양인 것이더냐?”

“하하하⋯ 다들 대단한 자재분들이 많아서 성적을 올리기가 힘드네? 그나저나 벌써 무도회를 시작한 거야?”


옆에서 안젤로가 대답했다.


“둘째 공주님, 반갑습니다. 오랜만시군요, 무도회는 공지처럼 이틀 후에 시작됩니다. 지금 와 계신 분들은 일주일 전부터나 며칠 전부터 식객으로 계신 분들입니다.”

“아 안젤로! 오랜만이에요! 어떻게 갈수록 지적이게 변하시는 것 같아요!”

“공주님도 갈수록 아름다워지시는군요. 조만간 공주님도 데뷔 무도회가 있을 터이니 이번에 잘 봐 두면 좋을 듯합니다.”

“뭐 아카데미에서 무도회 비슷한 춤추는 곳은 많이 가 봤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나름 스테이지까지 올라⋯”


뒤에 있던 하녀 엘리가 스칼렛의 입을 틀어막았다.


“공주님! 피곤하실 텐데 우선 짐부터 푸시죠! 죄송합니다 폐하! 스칼렛 공주님이 피곤해하셔서 저녁때 내려오신다고 합니다!”


엘리는 스칼렛의 허리를 보이지 않게 꼬집으면서 질질 끌고 올라갔다.

엘리는 프로 집사였다. 왕궁 내에선 바로 존댓말을 쓰는 것부터 시작해서 스칼렛의 행동 교정을 항상 도와주고 있었다.

엘리가 자신이 없었으면 스칼렛이 벌써 왕궁에서 쫓겨났을 거라고 항상 생각하고 있었다.


엘리는 방에 들어와 스칼렛을 의자에 앉혔다.


“왜 엘리? 내가 뭐 잘못한 건 없는 거 같은데?”

“공주님! 공주님은 무도회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어요. 무도회는 근본적으로 공주님이 밥먹듯이 가는 클럽과 달라요!”

“엥 춤추고 먹는 건 똑같잖아. 뭐가 다른 건데? 왜 그리고 우리 왕국에는 에센 같은 클럽이 없는 거야?”

“음⋯ 어떻게 설명하지? 클럽은 성욕에 지배된 발정 난 남자들이 가득한데, 무도회는 신사다운 사람들이 경견 한 음악을 들으면서 고귀한 춤을 추는 곳이라고요! 에센은 자유로운 국가니까 그런 곳이 있는 거고요!”


스칼렛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 대충 이해했어! 그니까 클럽은 내 푹신한 침대라면 무도회는 조금 더 딱딱한 돌침대라는 거지?”

“뭐⋯ 반박하고 싶지만 대충 맞아요. 전쟁 때문에 무도회가 처음이시고 제가 알려드린 적도 없으니 모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죠⋯ 자! 앞으로 2일간 무도회용 춤 특훈을 시켜드릴 거예요. 클럽처럼 머리 막 흔들고 그러면 안 돼요 공주님!”

“응! 엘리! 돌침대 특훈을 지금부터 시작하자!”


엘리는 스칼렛의 짐을 풀지도 않고 스칼렛과 춤을 추었다.

클럽에서 단련된 경험 덕분인지 스칼렛은 금방 무도회용 춤을 습득해 나갔다.


“하아⋯ 하아⋯ 하얗게 불태웠어.”

“엘리. 이 춤들은 너무 재미가 없어. 왜 이런 춤을 추는 거야?”

“공주님, 이 춤들 추면서 뭔가 느낀 거 없어요?”

“재미없다는 거?”

“그거 말고, 부드러운 신체접촉이 많지 않아요?”

“아 생각해 보니 그렇네?”

“무도회는 이런 계기들로 유혹해서 좋은 사람을 만날 절호의 기회예요. 그러니까 레오나르도랑 만나는 저를 부러워하실 시간에 춤을 더 열심히 배워서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힘써 주세요!”

“응! 나 힘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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