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바보 아빠는 허락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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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량
그림/삽화
한이량 ( 자체 AI 병합모델)
작품등록일 :
2024.07.15 21:20
최근연재일 :
2024.08.30 16: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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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0
글자수 :
170,032

작성
24.07.2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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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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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8쪽

4. 아델라 #2

DUMMY


다음날, 아델라는 교습소가 끝나고 집에 가려고 정문을 나섰다.

그러나 평소 기다리던 마차는 오지 않았다. 아델라는 이것이 줄리아 언니의 계략이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하⋯ 줄리아 언니 정말 작정했네.”

“음 아델라? 진짜로 안 가고 기다리고 있었네?”


뒤에서 에릭이 자신을 발견하고 다가왔다. 정문 앞에 서 있는 것은 실수였다.


“시끄러워 에릭. 빨리 너네 하인 시켜서 마차나 대령해”

“우리 집은 하인 같은 거 없어. 애초에 혼자 살고 있는데?”


당당하게 말하는 에릭의 태도에 아델라는 살짝 당황했다. 마차가 없다는 것이 상상이 가지 않았다.


“후⋯ 언니⋯ 그래 뭐 이렇게 된 거⋯ 오늘 저녁에 날 왜 부른 건데?”

“너가 조금 필요하거든. 대신 마차를 쓸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까 끝나면 마차로 데려다줄게.”


아델라는 어제 처음 본 이 에릭이라는 애를 따라가는 것이 전혀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왕궁까지 가는 방법이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가기 전에 경고가 필요할 것 같았다.


“너 내 신변에 문제가 생기면 왕국 전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네네~”


아델라는 신분을 감추기 위해 두건을 쓰고 에릭을 따라 걸어서 시장에 도착했다. 조금 역한 냄새가 올라왔기에 아델라의 표정이 조금 일그러졌다.

에릭은 이걸 귀신같이 발견해 내고 말을 걸었다.


“냄새가 조금 심하지? 그래도 다들 열심히 살고 있다는 증거니까 조금 참아줘”


아델라는 불평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입을 열면 더러운 공기를 그대로 먹어버릴 것만 같았다.


“거의 다 왔어.”


에릭이 데리고 가는 목적지는 생각보다 멀지는 않았다. 다만 목적지가 주졈이였다는 점이 아델라는 조금 마음에 걸렸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오! 에릭이구나! 오늘도 하는 거냐?”

“그럼요. 근데 오늘은 보수로 마차를 조금 빌릴 수 있을까요?”

“마차? 안 될 것은 없다만 내일 아침까지는 돌려주어야 한다~”

“그럼요. 이번에는 이 친구도 같이 할 거예요.”

“아. 이쁜 친구로구나. 우리야 좋지. 잘 부탁해!”


다행히 이 거리에서 아델라를 본 사람은 없기에 왕녀라는 것을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다만 아델라는 무슨 이야기인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기에 에릭을 잠시 골목으로 끌고 갔다.


“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별거 아니야. 마음 가는 대로 공연하면 되는 거야. 걱정 마 노래는 내가 할 거고 악기는 많으니까. 악보도 줄게. 교습소에서 배웠으니까 쉽게 할 수 있겠지?”

“내가 왜⋯”

“체험학습이잖아?”


에릭은 가게 앞으로 가서 5줄로 된 악기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노래를 시작했다.

해가 뉘엿뉘엿 지면서 노을이 지며 황금빛으로 빛나는 가게 앞에서 들려오는 기타의 선율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고 한 곡이 끝날 때쯤에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주점 앞에 모여들었다.

잘생긴 얼굴에 마을의 처녀들까지 수십 명이 모여들어 구경하기 바빴고 마치 유명 인사가 온 것처럼 에릭을 둘러싸고 사람들이 다음 곡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에릭은 다음곡을 시작하지 않고 아델라를 쳐다보았다.

사람들의 시선이 아델라에게 집중되다 보니 무언가 연주를 해야 할 것만 같았다.


“아 그⋯”


아델라는 에릭을 잠깐 노려보았다. 분위기를 만들어 남을 조종하는 에릭이 너무나도 얄미웠다.

아델라는 주변에 있는 건반악기와 타악기 중에 고민하다가 타악기를 잡았다.

여러 타악기들을 이어 붙여 경쾌하면서도 박자감을 만들 수 있는 기존 악기에서 조금 변형시킨 악기였지만 크게 사용에 무리는 없을 것 같았다.

에릭은 다시 노래와 연주를 시작했고 아델라도 이에 맞추어 연주를 시작했다.

즉흥으로 이루어지는 이 연주는 마치 준비를 해 온 것처럼 잘 들어맞았고 곡이 하나 더 끝나자 수없이 많은 박수가 이이 졌다.

아델라는 더러운 공기와 이 분위기가 좋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기분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연주는 해가 완전히 질 때까지 이어졌고 주점에 더 이상 발 디딜 틈이 없을 때쯤 에릭은 기타를 내려두었다.

주점 아저씨가 연주를 멈춘 것을 보고 에릭을 찾아왔다.


“하하! 에릭 오늘도 고마웠어. 마차 빌려가. 그리고 이건 수고금이야.”

“아이 이런 건 안 주셔도 되는데⋯”

“이 금액보다 훨씬 더 많이 벌어주었어. 너는 받을만한 자격이 있어.”

“감사합니다.”

“가자 아델라. 오늘 수고 많았어. 마차 뒤에 탈래?”


아델라는 마차를 타려 했지만 건초더미나 짐마차로 쓰던 마차의 뒷자리는 앉고 싶지 않았다.


“이런데 누가타라고! 좀 옆으로 가 같이 타고 가”

“맘대로.”


마차는 천천히 이동했다.

해가 진 늦은 시간이어서 그런지 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 아델라. 이건 오늘 보수야. 조금 더 넣었어”

“너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니? 이런 푼돈 받아서 어디에 쓴다고!”

“너에게 금액은 적을 수 있어도 이 돈에는 너가 사람들에게 준 행복이 담겨있어. 이걸 안 받으면 그들의 마음을 무시하는 거나 다름없다고.”


아델라는 잠깐 고민하더니 돈주머니를 잡아들었다.


“쓸데없이 말만 잘해서⋯”

“하하 그게 내 유일한 장점인걸? 그래서 오늘 바보 같은 일은 어땠어?”

“냄새나⋯”

“음⋯ 그건 해결을 해야 되긴 하겠는데⋯ 어쨌든 사실 나는 이런 음악을 함께 할 팀을 만들고 싶어. 저번에 음악 수업 때 너가 악기를 다루는 모습을 봤거든. 잘하더라고. 그래서 한 번쯤은 이렇게 함께 연주해 보고 싶었어. 가끔씩 이렇게 연주해 주면 안 돼?”

“나⋯ 바빠”

“알아 바쁜 거. 그래서 이렇게 정중하게 부탁하는 거야”


아델라는 개인적으로 흥미가 생겼다. 그렇지만 너무 깊게 빠지고 싶지 않았다.

너무 깊게 빠지면 지금까지 지켜오던 자신만의 가치가 없어질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다.


“너는 내 신분을 알고 있지 않아? 그런 거랑 어울린다고 생각해?”

“글쎄. 내 눈에는 입은 옷만 다르지 다 같은 사람으로 보이는걸?”

“⋯”

“그리고 오늘 악기 다루면서 싱글벙글 귀엽게 웃고 있던데?”

“무엄하다!”

“풉! 자신을 속이지 마.”

“웃어? 지금 웃었어?!”


아델라는 이 에릭이라는 친구 옆에서는 무언가 피곤하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적어도 이 사람 앞에서는 연기를 할 필요는 없었다.

에릭과 투닥거리다 보니 마차는 왕궁 앞에 도착했다.


“들어가.”


에릭은 아델라를 내려주고 혼자 흥얼거리며 마차를 끌고 갔다.

아델라는 그런 에릭의 모습이 약간 쓸쓸해 보였다.


***


“아 이렇게 늦게 들어온 건 처음이네⋯ 다들 걱정하겠지?”

“아델라 왜 이렇게 늦게 들어왔어”

“아 샬롯언니! 오늘 교습소에서 체험학습 같은 게 있어서 조금 늦어버렸네? 헤헤”

“우와 교습소에는 그런 것도 있어? 부럽다⋯”

“에이 귀찮기만 하지 뭘”

“귀찮은 것 치고는 얼굴은 웃고 있는데? 뭐야 뭐야 뭔 일이 있었길래?”


아델라는 자신이 웃고 있었다는 것이 조금 믿기지가 않았다.


“별거 아니야 그냥 거리를 돌아다니며 서민들의 삶을 체험해 본 것뿐이야”

“아델라가 거리를? 냄새나서 싫어하지 않았어?”

“냄새는 어떻게 해야겠는데? 왕국 하수도 한번 정비하면 안 돼?”


아델라는 자신이 이런 걸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아빠한테 말해봐 근데 그게 보통일이 아니던데⋯지하도를 손봐야 해서 거리를 다 해 집어 놔야 하나 봐”

“그래? 뭐 괜한 소리였나 보다. 언니 나 오늘 졸려. 일찍 잘게”

“응 그래! 아~ 나도 체험학습 하고 싶다.”


아델라는 계단을 올라가면서 혼잣말을 했다.


“더러운 건 더럽게 남아야 해. 그게 지금을 지키는 거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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