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바보 아빠는 허락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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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량
그림/삽화
한이량 ( 자체 AI 병합모델)
작품등록일 :
2024.07.15 21:20
최근연재일 :
2024.08.3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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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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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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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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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6. 줄리아 #2

DUMMY

밀레오 왕국은 무도회 준비로 정신이 없었다.

바쁜 것은 레오왕도 마찬가지였다. 레오왕은 일주일 전부터 계속되는 외교 협상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런이런⋯ 가족들이 오랜만에 전부 모였는데도 같이 밥 한번 먹지 못하다니.. 안젤로 게 있느냐?!”

“예 어떤 일이시죠?”

“금일 저녁 약속을 취소할 수 없는가? 가족들과 식사를 하고 싶군!”

“아쉽게도 금일 저녁은 힘들듯 합니다. 뤼벡과의 국경 군사 협정은 상당히 중요한 논제입니다.”

“너가 분장해서 나 대신 참석해라! 난 더 이상 야만족 같은 저 놈들이랑 얼굴을 보면서 밥을 먹고 싶지 않다! 이쁜 딸들이랑 웃으면서 먹겠다!”

“마음은 이해하지만 조금만 참아주시죠 폐하. 오래간만에 공주님들의 뒷조사가 아닌 일다운 일을 하시는 것 같아 잠깐 존경스러웠지만 이렇게 떼쓰는 모습을 보니 헛된 기대였습니다.”

“네이놈! 딸들과 밥을 못 먹게 하는 걸 보니 뤼벡의 첩자구나! 밖에 있느냐! 어서 이놈의 목을 쳐라!”


레오왕의 집무실에 문이 열리더니 병사들이 아닌 첫째 딸 줄리아가 들어왔다.


“아버님 또 안젤로 괴롭히고 계세요? 안젤로도 며칠 째 쉬지도 못하고 있어요. 지금 몰골 좀 보세요. 목을 치는 대신 잠을 좀 자게 해 주면 좋겠는데? 안젤로 오늘 저녁 드시고 바로 들어가서 쉬세요. 명령입니다!”

“괜찮습니다. 무도회가 코 앞입니다. 아직 준비할 것이 많습니다.”

“쓰흡! 제가 직접 할 테니 들어가서 쉬세요.”

“알겠습니다 공주님. 감사합니다.”


안젤로는 레오왕의 집무실을 나섰다.


“아버님도 요즘 피곤해 보이시던데 오늘 저녁식사는 제가 대신 갈까요?”

“데뷔 전에 공식적인 자리에서 얼굴을 보인다고? 줄리아. 난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다.”

“예행연습이라고 해 두죠. 분명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요. 미리 면도 터 두는 것도 좋고요”

“너가 그렇다면야⋯ 그래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그럼 이번 협의에 대해 조금 설명해 주마.”

“네!”

“이번 협의는 명목상 뤼벡과의 북쪽 국경을 명확하게 하고 서로 군사들을 조금 뒤로 물리는 회의지만 어떠한 결론도 내면 안 되는 협의란다.”

“네? 왜요? 서로 군대를 뒤로 보내면 좋은 것 아니에요?”

“아니야. 이번 사건은 조금 특별하단다. 알다시피 뤼벡은 이 막강한 나라야. 거기에 워낙 야만적인 놈들이고 땅이 척박하다 보니 또 어딘가를 침공할 생각인 것 같은데 농경지가 적은 상업국가인 우리를 침범할 생각은 아닌 것 같단다. 대신 군대를 조금 뒤로 보내서 여기 배치된 병력을 다른 데로 옮기려는 것 같단다.”

“결국은 협상을 질질 끌면서 군대를 어디로 보낼지 알아내라는 거죠?”

“하하하! 역시 내 첫째 딸 답구나. 어딜 침공할 계획인지 알아내면 더 좋지만 그냥 애만 태워도 절반은 성공한 거야!”


줄리아는 평소와는 다른 이런 지적인 레오왕의 모습에 약간 놀랐다.


저녁식사는 잠시 후에 시작되었다.

줄리아는 생각지도 못한 중압감에 약간 움츠려 들었다.

긴 테이블 끝에 줄리아의 자리를 제외하고는 양 옆으로 모두 타국의 사람들로 가득했다.


‘음⋯ 이건 좀 버겁겠는데?’


줄리아는 혼잣말을 하며 자리에 앉았다. 이후 크게 심호흡을 하고 조금 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저희 왕국의 초대에 이렇게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을 위해서 식사를 성의껏 준비했으니 맛있게 드셔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식사자리에 참석한 모두가 이 말을 끝으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담회장은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줄리아도 음식들을 조금 먹으려고 했지만 바로 앞에 앉아있던 노인이 냅킨으로 입을 닦고 말을 걸었다.


“안녕하십니까 공주님. 뤼벡의 재상 암스트롱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뵐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 저도 이렇게 높은 분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혹시 음식은 입맛에 맞으신지요?”

“맛있군요. 저희 나라는 날이 추운 탓에 절인 음식이 대부분이라 이런 음식들을 먹기가 힘듭니다.”

“음⋯ 그럼 저희 국경 지역에 공동 농경지를 만드시는 것이 어때요? 두 국가 간 화합에도 좋을 것 같은데”

“갑작스럽지만 좋은 생각이군요. 아버님의 생각이신가요?”

“아니요. 그냥 그러면 좋을 것 같더라고요.”

“공주님의 뜻이 그렇다면 고려는 해 보겠습니다.”

“뭐 밀을 심기까지 3개월이나 남았으니 급할 것은 없겠죠. 근데 왜 갑자기 이런 국경 지역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신 거예요? 저희는 환영하지만 그럴 거면 조금 더 일찍 이런 협의를 했어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은데?”

“음 알다시피 평화의 시대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저희도 군비를 축소하고 경제를 부흥시키고 싶을 따름입니다.”

“국경지역 병사를 빼서 다른 곳을 침략할 생각은 아니고요?”


재상이 말이 없다가 조용히 손을 올렸다. 순식간에 적막만이 남았다.

모두가 줄리아에 시선이 집중되니 줄리아라도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공주님. 당황스럽군요. 저희의 좋은 의도를 그렇게 매도하시다뇨. 밀레오왕국이 저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잘 알았습니다!”

“재상님 진정하시고 들어보세요. 우선 이건 저희 나라와 공식적인 생각이 아니에요. 주변에 들려오는 소문이 어디를 공격하려고 군사를 재배치 중이라고 들었을 뿐이에요.”

“세간에 떠도는 소문을 이런 자리에서 꺼내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재상님 생각해 보세요. 소문이라지만 뤼벡이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나라는 저희나 에센이나 작센말고는 없어요. 그럼 세 나라 중에 한 곳인데 이런 소문을 듣고 그들이 당연히 준비를 하지 않을까요? 소문이라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재상의 옆에 있던 다른 노인이 사람이 이 말을 듣고 입을 열었다.


“저희가 과거에 많은 나라를 침략한 것은 맞지만 전혀 그런 의도가 아닙니다 공주님”


줄리아는 걸려들었다는 느낌으로 살짝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의도가 어찌 되었든 소문이라는 것이 무서운 거예요. 저희 나라를 포함한 작센과 에센의 국민들은 과거 전쟁의 공포를 아직도 가지고 있어요. 뤼벡에서 어떤 납득할 만한 증거를 가져오더라도, 오늘의 이유가 사실이더라도 과거를 조금이라도 상기시킬 때마다 더욱 의심하고 대비를 하려 하겠죠. 사실관계는 중요하지 않아요.”


재상이 눈살을 찌푸렸다. 재상은 줄리아의 약간은 건방져 보이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럼 저희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

“단순해요. 뤼벡의 저희나라를 침공하는 게 아니라면 솔직하게 목적이 어떻든 저희가 상관할 바는 아니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런 소문 이야기를 하는 건 저는 뤼벡이 뒤에 칼을 숨기지 않고 있다는 이미지를 먼저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무도회 기간 동안은 이런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다른 나라들처럼 그냥 무도회를 즐기시는 게 어떤가요?”


재상은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레오왕이 따님을 잘 두셨군요. 저희가 이야기할 때를 잘못 골랐군요. 알겠습니다. 무도회를 무도회로만 즐기는 데에 전념할 것을 약속드리죠. 식사 좀 드시지요. 음식이 식겠습니다.”


남은 식사 자리는 조용하면서도 즐거운 분위기로 마무리가 되었다.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고 줄리아와 그 뒤를 지키고 있는 마말렌만이 남아 있었다.


“후⋯ 마말렌 어땠어요?”

“공주님 너무너무 멋있었어요!”

“마말렌, 그런 입에 발린 말은 어디서 배우신 건가요? 목소리가 이렇게 떨렸는데⋯ 괘씸하네요. 머리를 밀어버려야겠군요!”

“흐익! 공주님 전하에게서 하인들을 놀리는 이상한 거 배우시면 안 돼요! 아! 솔직히 말씀드리면 전하도 걱정되신다면서 저 커튼 뒤에서 몰래 지켜보고 계셨어요”


줄리아가 고개를 획 돌리자 커튼을 바라보자 커튼이 펄럭였다.


“아버님 나와서 이야기 좀 하시죠!”

“큼큼⋯ 우연히 지나가다 들렸다. 식사는 잘 끝냈느냐?”

“네. 적어도 이 무도회가 끝날 때까지는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 다 보셨으면서 물으시는 의도가 뭔가요 대체!”

“그거야 애비가⋯”


레오왕이 말을 꺼내려는 순간 식당 문이 열렸다. 그리고 방금 식사자리에 있었던 뤼벡 쪽 사람이 당당하게 걸어왔다.

줄리아는 하얀 머리를 가지고 있는 저 사람을 기억하고 있었다.


“공주님 안녕하십니까? 아까 식사 자리에서의 재상분의 아들인 밀러 디 그랜트 주니어라고 합니다. 밀러라고 불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식사자리는 끝났는데 무슨 일이시죠?”

“20년이라는 시간은 충분하지 않은 겁니까?”

“네?”


갑작스러운 질문에 줄리아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조금 더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밀러는 말을 덧붙였다.


“다른 나라와 무력 충돌이 없는지 20년이 넘었습니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 건가요? 저희는 그러면 시민들이 굶어 죽을 때까지도 가만히 있어야 하는 건가요?”

“기회는 많았고 지금도 기회는 있어요. 시간이 걸릴 뿐 문호를 열고 시장을 개방하면 무역을 통해 충분히 굶지 않을 수 있을 텐데요? 뤼벡의 광물과 수산물이 팔리지 않을 이유도 없을 텐데요? 결국 뤼벡이 선택한 방법 아닌가요?”

“그⋯ 그건⋯ 저도 그러고 싶지 않아서 그러는 게 아니에요!”

“밀러⋯군이라고 했나요?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잘 알겠어요. 재상의 아들이신 만큼 나라를 바꾸고 싶은 마음도 있겠죠. 다른 분들은 그런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않고요. 노력해 봐요. 아무 노력도 없이 변화한다고 그러면 누가 믿겠어요? 저희 나라도, 심지어 뤼벡 내에서도 아무 노력 없이 변한다는 말을 믿을 수 있겠나요?”


밀러군은 잠시 말이 없었다.


“네. 보여드릴께요. 저 혼자서라도 노력해서 어떻게 변화하는지!”


밀러군은 고개 숙여 인사하고 방을 나왔다.

밀러군이 나가자 마말렌이 말했다.


“와 저분 엄청 잘생겼다⋯ 마치 동화 속의 왕자님 같아요. 은색 머리에 강단 있는 말투까지. 평소 뤼벡의 까무잡잡하고 냄새나는 사람들이랑 너무 이미지가 다른데요?”

“마말렌, 뤼벡 사람들을 많이 못 봐서 그래요. 뤼벡사람들이 20대까지는 저러다가 30대가 되는 순간 마법처럼 배가 나오고 까무잡잡하게 변한다니까요? 지금 저 모습에 속은 우리 선량한 수많은 밀레오 왕국의 여성들이 슬퍼하는 걸 생각하면⋯”


레오왕은 줄리아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밀러가 나간 문만 계속 응시하고 있었다.


“왜요? 아버님. 신경 쓰이시나요? 또 뒷조사하시게요?”

“줄리아. 내 나이가 되면 대충 사람의 관상이 보인단다. 저 놈의 눈동자와 패기만 보아도 큰 일을 벌일 놈이야. 내 젊을 적과 닮았어”


줄리아는 평소의 아버지가 장난칠 때의 표정이 아니어서 말을 이어 나갈 수 없었다. 진심으로 경계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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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4. 아델라 #2 24.07.22 13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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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 줄리아 #1 24.07.18 21 0 15쪽
2 1. 레오왕 #1 24.07.17 35 0 14쪽
1 0. 프롤로그 24.07.16 65 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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