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나르트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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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작품등록일 :
2024.07.17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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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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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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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DUMMY

알프레드의 풋풋한 사랑은 두 달이 지났을 무렵 위기가 찾아왔다.




엘레나가 사라진 뒤 마을 곳곳을 뒤지며 엘레나를 찾아 다녔던 이반이 결국 브리클렌까지 찾아왔다. 아마 브리클렌에 들린 보로비치 마을 사람 중 하나가 엘레나의 대한 이야기를 흘린 모양이었다.




이반은 아버지인 마을 촌장을 대동하고 국경을 넘어 알프레드가 있는 군대 야영지의 문을 두드렸다.




비록 국경 밖 크라우족 마을 주민들이었지만 드라구노프 중위는 이들의 정당한 요구를 물리칠 수가 없었다. 잃어버린 자기 마누라를 찾는다는 데 무작정 거부할 명분이 없었다.




드라구노프는 알프레드의 처지가 안타까웠지만 이들의 국경검문소 통과를 허락했다. 다만 브리클렌의 마을을 수색할 때 주민들의 피해를 준다면 즉각 추방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반은 즉각 집안 하인 10명을 대동해 브리클렌 마을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국경 바깥 지역을 수색하고 있던 알프레드는 부대 복귀 후 이 소식을 들었다.




알프레드의 마음에는 엘레나를 잃을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 피어올랐다.




엘레나가 여인숙에 머문 지 이미 두 달이 지났기 때문에 그 근처에서 인상착의만 말해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제발 엘레나가 그들의 눈에 띄지 않기를 빌고 또 빌었다.




알프레드는 즉시 부사관을 찾아가 외출신청을 하고 여인숙을 찾아갔다. 알프레드가 그곳에 갔을 때는 이미 한 발 늦었다. 이반과 그 하인들이 먼저 들이닥쳐 엘레나와 아이를 끌고 갔다.




알프레드는 망연자실했다. 다시는 엘레나를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말할 수 없는 슬픔이 물밀듯 밀려왔다.




크라우족 사회는 아내를 남편의 소유물로 규정하고 있었다. 이혼은 남편 쪽에서만 가능했으며 아내가 도망쳤을 경우 돌로 쳐 죽이는 '명예살인'이 용인되는 사회였다.




본처의 구박과 폭행 때문에 생명을 잃을 뻔한 위기에서 구출된 몸이었지만 엘레나의 생사는 남편 이반이 마음먹기에 달려있었다.




특히 집을 떠나 두 달 이상을 바깥에서 머물렀기 때문에 엘레나의 정조가 더렵혀졌다고 이반이 생각한다면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알프레드는 가만 있을 수 없었다. 이반 무리들을 쫓아가 엘레나를 구해야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마을에 들러 주변을 수소문해본 결과 아직 이반 무리들은 브리클렌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국경 인근 객잔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당장 그곳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그러나 알프레드가 아무리 전투경험이 풍부한 군인이라고 하더라도 장정 10여명을 혼자 상대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그리고 직속상관의 명령 없이 국경 인근까지 가는 것은 위수지역 이탈죄에 해당됐다. 군법상 주둔지 위수지역을 함부로 이탈했을 경우 탈영으로 간주, 최고 사형에 처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엘레나의 생사가 걸려 있는 상황에서 이것 저것 따질 겨를이 없었다.




혼자 힘으로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고 판단한 알프레드는 절친한 막스와 상의하기로 했다. 알프레드보다 두 살 연상인 막스는 브리클렌에서 복무가 5년째 접어들어 조만간 의무복무기간 만료를 앞두고 있는 말년 군인이었다.




"막스 선배, 저를 좀 도와주세요."




"아니 알프레드, 오후 내내 안 보이더니 어딜 갔었던 거야?"




알프레드는 시간이 촉박했지만 막스에게 저간의 사정을 상세히 설명하고 도와줄 것을 요청했다.




"안타까운 사정은 알겠지만 내가 도와주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알다시피 주둔지를 무단으로 이탈하면 사형에 처해질 수 있어. 몇 달 뒤면 의무복무도 만료되는데 나에겐 너무 위험한 모험이야. 쉽지 않겠지만 그녀를 잊는 게 나을 것 같아."




아무리 친하더라도 막스가 쉽게 도와주지 않을 거라는 건 예상했다.




"잊을 수 있다면 왜 부탁을 했겠어요? 만약 앞으로 엘레나를 영원히 볼 수 없다면 전 정말 미칠지도 몰라요. 제발..."




막스는 몇 번을 설득하며 만류했지만 도무지 말이 먹혀들지 않았다. 알프레드의 계속되는 간청을 더 이상 외면하기는 어려웠다.




고향에 두고 온 자신의 첫사랑을 떠올리자 알프레드의 절박한 심정에 공감이 갔다. 지금도 문득문득 첫사랑을 만나는 꿈을 꾸던 막스였다.




"방법이 있긴 한데 만약 이 일을 성공한다고 해도 넌 군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밖에 없어. 만약 군법을 피하려 한다면 앞으로 평생 도망자로 살아야 할지도 몰라. 드라구노프 중위가 너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주둔지를 무단 이탈한 병사를 결코 용서하지는 않을 거야. 그리고 도와준 나도 처벌을 피할 수 없을 테고..."




"만약 일이 잘못되더라도 저 혼자 모든 책임을 지고 갈 것을 약속드릴 게요. 제발 방법만 알려주세요."




막스는 알프레드의 고집에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알프레드가 계속 도와달라고 고집을 피울 때 막스의 머릿속에 떠오른 한 가지 생각은 있었다. 그런데 그 생각대로라면 알프레드는 앞으로 영원히 도망자 신분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망설였다.




브리클렌 국경수비대 생활만 5년째에 접어든 막스는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과 이런저런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 중에는 일부 병사들에 의해 빼돌려진 군대 보급품을 장에 내다파는 장물아비 일당도 포함돼 있었다.




막스는 알프레드에게 장물아비 일당의 두목 알렉셰이비치를 찾아가 자신의 이름으로 부탁을 하면 아마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크리보 거리에 가면 루가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선술집이 있어. 정문에 두꺼비 그림이 그려져 있어서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거야. 루가에게 알렉셰이비치가 어디 있는 지 물어보면 알려줄 거야. 알렉셰이비치는 나한테 갚아야 할 빚이 있어. 아마 적당한 보상만 제시한다면 도와줄 거야."




"막스 선배, 정말 고맙습니다.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 게요."




막상 알프레드에게 말을 해준 막스는 이게 잘 한 짓인지 판단할 수가 없었다. 이제 스무살에 불과한 알프레드가 남은 인생을 도망자로 살아야 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한 편으로 안타까웠다.




알프레드가 선술집을 찾았을 때는 자정이 가까워오던 시간이었다. 늦은 밤 어두운 크리보 거리에서 유일하게 불이 켜져 있는 데다 술취한 주정뱅이들의 시끌벅적한 목소리가 들려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알프레드는 급한 마음에 선술집의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실내에는 20여명의 남자들이 삼삼오오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 꽃을 피우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낯선 이가 선술집에 들어섰지만 얼큰하게 취한 이들 중 누구도 알프레드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카운터 뒤에서 빈잔에 맥주를 따르고 있는 대머리 남자가 루가처럼 보였다.




막스의 소개로 알렉셰이비치를 찾으러 왔다고 하자 루가는 별다른 질문 없이 알렉셰이비치가 앉아있는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5명이 둘러 앉아있는 테이블에 검은 머리, 덥수룩한 수염, 족히 300파운드는 나갈 만큼 큰 몸집의 남자가 알렉셰이비치로 보였다.




알프레드는 다른 사람들의 몸에 닫지 않도록 테이블 사이를 조심스럽게 비켜가며 알렉셰이비치가 앉아있는 테이블에 다가섰다.




"알렉셰이비치씨, 막스 선배의 소개를 받고 온 알프레드라고 합니다."




"막스? 군인 막스를 말하는 겐가?"




"네, 맞습니다."




알렉셰이비치는 막스라는 이름을 듣고서야 경계하는 눈빛을 거뒀다. 그러더니 자리를 내주며 앉으라고 했다.




알프레드는 앉자마자 자신의 부탁 내용을 전하며 알렉셰이비치를 설득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우리가 뭐 안 하는 일은 없지만 사람 구하는 일은 경험이 없는데?"




"그렇죠, 두목. 지난번 빚쟁이를 납치한 적은 있었지만 사람을 구하다니, 크크크."


이들은 남의 일이라 별 관심이 없다는 듯 농담을 하며 웃고 떠들어댔다. 결국 성공보수가 관건이었다.




알프레드는 은자 꾸러미를 탁자 위에 내리치듯 올려놓았다.




"이건 제가 2년 동안 국경수비대에서 일하며 모은 제 목숨값입니다. 은화로 30길론입니다. 만약 구출에 성공한다면 이 돈을 송두리째 넘겨 드리겠습니다."




농담 따먹기에 여념이 없던 알렉셰이비치 일행은 은자 꾸러미를 보자 눈빛이 반짝였다. 그러더니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렉셰이비치는 일행과 몇마디 더 이야기를 나눈 뒤 도와주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보로비치 놈들은 매우 거친 놈들이라 우리도 목숨을 걸어야 해. 돈도 돈이지만 내가 막스에게 신세진 게 있어서 도와주는거야. 막스에게 고마워 하라구."




알프레드는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고마움을 표했다.




"자네 이야기를 들어보니 보로비치 패거리들이 머물고 있다는 객잔은 내가 잘 아는 곳이야. 주인이 카렐린인데 나랑 말이 잘 통하니까 당신 애인이 있는 방은 금방 알 수 있어. 당신 애인 방을 지키고 있는 놈들만 해치우면 조용히 당신 애인을 빼돌릴 수 있을 텐데..."




"2~3명은 제 힘으로 충분히 해치울 수 있어요. 엘레나를 구출한 후 최대한 신속하게 먼 곳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마차를 빌릴 수 있을까요?"




"우리가 일할 때 쓰던 마차가 있지. 마차로 너희들을 브리클렌 남쪽 경계까지 데려다줄 수 있어. 하지만 그 이상은 곤란해. 거기엔 또 검문소가 있거든. 거기서 엘바강까지는 걸어서 이동해야해. 엘바강에 도착해서 배를 타면 '도망자들의 마을'이라 불리는 스틀렌스크에 갈 수 있어. 거기서는 아마 마차를 구할 수 있을 거야."




탈출 계획까지 꼼꼼히 점검한 후 알프레드와 알렉셰이비치 일행 5명은 말을 타고 카렐린의 객잔까지 이동했다. 이들이 객잔에 도착했을 때는 새벽 3시 무렵이었다.




객잔에 들어서자 1층 홀에는 한 무리의 손님들만 만취한 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카렐린은 카운터 뒤 의자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알렉셰이비치는 카렐린을 깨워 보로비치에서 온 손님들이 묵고 있는 방의 위치를 물었다.




보로비치 패거리들은 객잔 2층에 있는 방 5개를 쓰고 있었다.




그중 엘레나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오른쪽 맨 끝방에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 방 앞에만 우락부락한 장정 2명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백병전 경험이 풍부한 알프레드에게 2명을 해치우는 건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조용히 처리해야 했다.




2층으로 조심스럽게 올라가서 방 앞의 보초들을 살펴보니 둘 다 졸고 있었다. 알프레드는 알렉셰이비치 무리 중 가장 날렵해 보이는 겐나디와 함께 이들을 해치우기로 했다. 둘은 조심스럽게 보초들에게 접근했다.




알프레드의 신호와 함께 에드와 겐나디는 각각 맡은 보초의 목을 동시에 칼로 그었다. 보초는 신음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그대로 자리에 앉은 채 목숨을 잃었다.




방문을 조용히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가자 아기를 안은 엘레나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침대에 등을 기대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엘레나는 누군가 방 안으로 들어서자 아이를 꼭 끌어 안으며 잔뜩 경계했다.




알프레드는 살금살금 다가가 엘레나에게 자신임을 알렸다.




"쉬이... 엘레나, 저예요. 아무 소리도 내지 말고 조용히 제 뒤를 따라 오세요."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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