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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7.20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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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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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정든 고향과 작별

DUMMY

안경을 쓴 남자 의사와 간호사가 다가오고 박상철 경감이 인사를 건넨다.

"남부 경찰서 박상철 경감입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왔습니까?"

의사는 의무기록지을 살피더니

"심장마비입니다. 기록을 보면 정상인데 왜 이렇게 되었는지 저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네요"

고수미가 박상철을 밀치고 울분을 터뜨린다.

"평소에 건강한 아이입니다. 분명히 누군가 제 아들을 죽였어요. 형사 생활을 3년 하면서 잡은 범인 중에 누군가 복수를 했을 겁니다."

고수미는 뒤로 돌아서며 박상철의 팔에 매달린다.

"조사를 해주세요. 억울하게 죽은 제 아들의 원혼이 저승에서 구슬프게 우는 소리가 지금 제 귓가에 맴돌고 있어요. 제발 어서 요"

박상철은 굳은 얼굴로 차분하게 입을 연다.

"죄송하지만 백형사가 잡은 범인은 여태껏 단 1명도 없습니다. 한마디로 백형사에게 앙심을 품은 자는 없다는 말이죠"

고수미는 몸이 얼어붙고 멍하니 박상철을 쳐다본다. 그때 병실 문이 열리고 나대오와 백성일이 나온다. 모두가 놀라고 의사는 안경을 벗으며 다물지 못한 입을 겨우 움직인다.

"아니 심장이 멈췄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고수미가 재빨리 백성일의 품에 안기고

"살았구나. 그래 내 아들이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다는 것은 하늘이 아니 내가 용서를 못하지. 정말 다행이다. 흑흑"

"어머니 죄송합니다. 많이 놀라셨죠? 작년에 점술가 예언이 120세까지 산다고 했으니 너무 걱정 마세요"

고수미는 품에서 떨어지고 두 손으로 백성일의 얼굴을 감싼다.

"그래 니 아버지 몫까지 길게 오래 살아야지. 근데 진짜 몸은 괜찮은 거지?"

"그럼 요"

백성일은 박상철 경감에게 고개를 숙이고 들더니 비장한 모습을 보인다.

"나머지 얘기는 경찰서에서 하시죠"

"그래 죽다가 살아나서 다행이지만 지금의 현실은 바뀌지 않아. 먼저 출발할게"

이미애가 붉게 충혈된 눈으로 다가온다.

"이건 기적이야. 정말 살아줘서 고마워"

"미애 덕분에 하늘이 감동해서 복을 내렸나 보네. 고맙다. 어머니는 이제 집으로 가세요. 전 경찰서로 가야 합니다."

"그래 알았다. 오늘은 병가를 신청하고 일찍 들어오렴"

"알겠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세 사람은 강력반 사무실로 들어간다. 형사들이 쳐다보며 소근거리고 손에 빵을 든 김영호가 다가온다.

"백형사 죽었다고 연락을 받았는데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죽다가 살아났습니다. 선배 보고 싶었어"

김영호는 얼굴이 창백해지고 뒤로 한걸음 물러난다.

"그런 소리 하지 마라. 내가 제일 무서운 게 귀신이야. 꼭 귀신이 말하는 느낌이네. 꿈속에 나타날까 봐 무섭게 시리"

탁 소리가 울리고 김영호는 손으로 머리를 만진다.

"선배 머리 좀 때리지 마세요. 남부 경찰서 보물 같은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를 망치려고 작정했습니까?"

나대오가 거대한 주먹을 내밀자 김영호는 깜짝 놀라며 빠른 걸음으로 뛰어간다. 이미애가 말한다.

"경감님께 같이 갈까?"

"아냐 나 혼자 들어갈게"

백성일은 사무실로 들어가자 소파에 앉은 박상철이 상체를 곱게 세운다.

"여기 앉아라"

백성일은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박상철은 안타까운 시선을 날린다.

"극적으로 살아난 너에게 이런 얘기를 하는 나도 답답하다. 하지만 세상은 냉정하고 차갑지. 가덕도 파출소에 연락을 했으니까 월요일부터 출근해라. 그나마 다행인 것이 가덕도에 형사가 급하다는 상황이니 백형사에게는 천재일후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다른 곳에는 모두 거절했는데 백형사가 필요로 하는 곳이 가덕도 그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열어보도록"

박상철은 일어나고 손을 내민다. 백성일도 일어나 손을 꽉 움켜쥔다.

"그동안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부족한 저를 잘 이끌었는데 그에 상응하는 결과물을 만들지 못했으니 정말 민망하고 고개를 못 들겠네요. 가덕도에는 죽기 살기로 최선을 다해 이 한 목숨 경감님을 위해 바치겠습니다."

"뭘 그렇게 까지 할 필요는 없고 그곳에서 체력을 키워서 건강부터 챙기고 기억력이 떨어진 것은 나도 뭐라고 충고를 못하겠네. 하여튼 건강하게 지내"

"알겠습니다. 가끔 가덕도로 오세요. 맛있는 회라도 대접하겠습니다."

박상철은 흐뭇한 미소를 띄운다.

"내가 낚시를 좋아하잖아. 백형사 얼굴도 볼 겸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가겠네"

"네 그러면 건강 하십시오"

백성일은 사무실을 나오자 모든 형사들이 힐끗 쳐다보고 낮은 목소리로 소곤거린다. 백성일은 인사를 건네고 밝은 얼굴로 입을 연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유능한 선배님들과 위대한 남부 경찰서에 근무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며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겠습니다. 모두 안녕히 계십시오"

백성일은 강력반 사무실을 나가고 나대오와 이미애가 뒤를 따른다. 김영호는 빵을 입에 집어넣고 쩝쩝대며 소리내어 먹더니 옆에 있는 형사를 바라본다.

"솔직히 백형사 때문에 남부 경찰서 강력반 이미지가 많이 깎였지. 그동안 말은 안 했지만 얼마나 쪽팔렸는지 자네도 내 맘을 알겠지?"

남자는 긍정의 고개를 끄덕인다.

"암 잘 알지. 형사가 될 놈이 아닌데 형사를 한다고 버티다가 결국엔 그만두면서 저 놈의 앞길이 걱정된다."

"백형사가 들어오고 일이 더럽게 안 풀리더니 이제는 꽃길이 내 앞에 펼쳐질 거야. 하하"


입구에서 나대오와 악수를 하고 백성일은 건물을 둘러본다. 아득한 옛 기억이 다시 피어오르고 눈망울이 미세하게 흔들린다.

"처음 출근할 때가 생각나네요. 얼마나 심장이 두근거리고 설레였던지 하지만 못난 저를 선배와 미애가 도와줬고 3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습니다. 그동안 감사하고 건강하게 지내십시오. 그럼 가보겠습니다."

백성일은 뒤돌아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긴다. 하지만 뒷모습의 좁고 처량한 어깨는 잔뜩 위축되어 보이고 이미애의 눈 앞이 흐려진다.


단독 주택의 파란 대문을 열고 들어가 현관문을 열자 고수미가 주방에서 얼굴을 내민다.

"어서 와라. 네가 좋아하는 갈비탕을 끓였어"

백성일은 주방에 있는 의자에 앉는다. 주먹을 움켜쥐며 침을 목구멍으로 밀어 넣는다.

"어머니 저 다음주에 가덕도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고수미는 뒤를 돌아보며

"뭐라꼬? 가덕도라니 거기는 섬이잖아. 그런 곳에 경찰서가 있나? 그보다 갑자기 가덕도는 왜 가는데?"

"그곳에 형사가 급하게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갑자기 심장에 문제가 생긴 저를 경감님이 특별히 생각해서 저를 추천했죠. 좋은 공기를 마시면서 건강부터 챙겨라고"

고수미가 다가오더니 맞은편 의자에 앉는다.

"그러면 너의 건강을 생각해서 경감님이 가덕도로 보낸다고?"

"네. 부산에서 너무 무리를 했나 봐요. 저도 이번 기회에 체력을 키워서 다시 건강을 찾고 남부 경찰서로 복귀해야죠"

잠시 침묵이 흐르고 고수미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경감님께 고맙다고 전해라. 니가 병원에 누워 있는 모습은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 얼마나 놀라고 심장이 떨렸는지 이번에 건강도 찾고 편안하게 지내며 다시 부산으로 올라오면 돼"

"아니 어머니도 같이 가셔야죠"

"무슨 소리고? 나는 심장이 멈춘 적이 한번도 없는데 그리고 여기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야. 난 다른 곳에는 못 산다. 니는 거기에 있다가 다시 올라오면 여기서 나하고 지내면 되니까"

고수미는 일어나고 냄비의 뚜껑을 열더니 감탄을 한다.

"죽이게 잘되었네. 가덕도에 가면 주말에는 꼭 올라오고 알겠제?"

백성일은 짧은 한숨과 함께 대답한다.

"네"


가덕도 빨리 오이소 펜션

50대 후반에 코 옆에 검은 점이 보이는 김일자는 눈을 크게 뜬다.

"형사가 온다고?"

맞은편에 앉은 이달순은 술잔을 들이켜고

"크으 오늘 술이 달다. 달어 하모, 저번에 죽은 이순경 때문에 이번에는 형사가 온다네"

김일자는 빈잔에 술을 따르고

"이순경이 의문의 실족사를 당하고 그때 뉴스에도 나왔지"

이달순의 표정이 찌푸려진다.

"뉴스에 나오고 관광객이 싹 사라졌지. 가게도 안되는데 저 몹쓸 남편은 잡아오라는 생선은 안 잡고 돈도 안되는 노래미만 잡아오니 내 속이 타들어 간다."

"그래도 니는 남편이라도 살아 있지만 난 뭐고? 에휴 청상과부로 산지가 얼마인지 기억도 안 나네"

이달순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째려본다.

"3번을 결혼했으면 소원성취 다했지"

"전부 일찍 뒤졌는데 3번이 중요하나? 차라리 1번을 해도 살아있는 것이 장땡이지"

"그건 인정"

김일자는 주위를 둘러본다.

"박선장은 어디에 있는데?"

"그 놈의 영감탱이 또 최이장과 술 처마신다. 내가 20살에 시집와서 갖은 고생을 하며 여기 펜션을 세우고 먹을 것을 아끼며 자식 뒷바라지를 안 했나? 내 맘도 몰라주고 저렇게 맨날 술이나 처마시니 이 심정 누가 알겠노?"

"니 팔자가 그렇게 태어났는데 이제 어쩌겠노. 그냥 그렇게 사는 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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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백성일 비밀이 밝혀지다. 24.08.09 26 0 9쪽
21 가덕도에 불어오는 허리케인 24.08.09 26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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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내 사랑은 가까운 거리에 머문다. 24.08.07 28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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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머리에 새긴 한 맺힌 영혼 24.08.05 33 0 9쪽
14 최건이 나타나다. 24.08.03 33 0 9쪽
13 폭풍 속으로 뛰어든다. 24.08.02 33 0 9쪽
12 반가운 얼굴들 24.08.02 32 0 9쪽
11 새로운 몸과 마음가짐 24.08.01 35 0 9쪽
10 삶의 근원을 찾아 24.08.01 33 0 9쪽
9 천하제일인의 첫 걸음 24.07.29 48 0 9쪽
8 휘몰아치는 태풍을 향해 24.07.29 37 0 10쪽
7 다가오는 저승사자 24.07.28 42 0 9쪽
6 청룡상회 24.07.28 47 0 9쪽
5 내 영혼을 지켜라 24.07.27 58 1 9쪽
4 제 2의 고향 +1 24.07.27 72 3 10쪽
» 정든 고향과 작별 +1 24.07.26 101 3 9쪽
2 나와 또 다른 나 +1 24.07.24 134 2 9쪽
1 남부 경찰서 백성일 +1 24.07.22 188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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