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또 다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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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문.
작품등록일 :
2024.07.20 16:17
최근연재일 :
2024.09.1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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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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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의 고향

DUMMY

입구에서 20대 중반의 경찰 제복을 입은 박문득이 모습을 보인다.

"다녀왔습니다. 일자 이모도 오셨네요"

"그래 수고했다. 근데 파출소에 형사가 온다고?"

박문득은 모자를 벗고 다가오더니

"이순경 수사를 하기 위해 형사분이 필요했죠. 그리고 의문의 사건, 사고가 자주 일어나니 가덕도에도 형사가 있어야 주민들도 안심을 할 수 있고 근데 화자는 어디에 있나요?"

이달순은 술잔을 기울이고 빈잔을 식탁에 내려놓는다.

"일찍 디비 잔다."

"어머니와 이모도 술을 적당히 드세요. 아버지도 매일 술을 드시는데 두 분 건강도 생각하셔야죠"

"됐다 마. 아무런 낙도 없고 돈도 없고 그냥 바닥에 대가리 박고 죽고 싶은 심정이야"

김일자의 코 옆에 있는 검은 점이 반짝이며 얼굴을 내민다.

"아직 젊은 나이에 입에서 나온다고 함부로 씨벌이지 마라"

박문득은 주먹을 움켜쥔다.

"내일 미옥이가 인사 드린다고 올 겁니다."

이달순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난다.

"그러면 미옥이랑 결혼을 약속했나?"

"장사장님의 허락을 받았다고 하네요. 화자에게 내일 꽃등심을 가져오라고 하세요. 미옥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니까"

"그래 알았다. 내가 얘기할게"

"피곤해서 먼저 올라가겠습니다. 이모 안녕히 가세요"

"그래 푹 쉬어라"

박문득은 발걸음을 옮기고 2층 계단을 오른다. 김일자는 얼굴을 내밀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축하한다. 우리 마을에서 제일 돈 많은 갑부잖아. 장사장 욕심이 많은 사람인데 문득을 허락하다니 그 영감도 이제 죽을 때가 되었나?"

"뭐라카노? 내 아들이 어땠어. 국가에 충성하는 공무원에 착하고 성실하잖아. 뭘 더 바라는데?"

"얼굴이 딸리잖아"

이달순은 얼굴이 벌게지더니 손가락을 내밀고 흔든다.

"그따위 말을 하려면 집으로 가라. 니는 남자 보는 눈이 있어 가지고 그런 말대가리 같이 길쭉한 남자들이랑 결혼했나? 참말로 더럽게 남자 보는 눈이 동태 눈깔이가"

김일자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일어난다.

"말 다했나? 그러면 니 남편 박선장 얼굴은 아귀처럼 생겨 가지고 차라리 말대가리가 더 괜찮지. 에잇 기분 잡쳤네"

김일자는 당당하게 팔을 흔들며 팔자걸음으로 입구를 빠져나간다. 이달순은 숨을 몰아쉬며

"저 가시나 때문에 기분이 엉망이네. 가만 미옥이가 내 며느리가 된다고? 호호 그러면 앞으로 돈 걱정 없이도 편히 살겠네. 나에게 이런 날이 오다니 오 하늘이시여 감사합니다."

"나도 감사합니다. 하늘이시여 좋다."

박봉팔이 벌게진 얼굴로 비틀거리며 엉성한 춤을 춘다.

"언제 기어나갔노? 오늘 좋은 소식 때문에 내가 참는다. 빨리 디비 자라"

박봉팔은 고개를 숙이고

"감사합니다. 마누라여. 소인은 후다닥 디비 자겠습니다. 사랑한데이 왐비님 루루루 아싸 좋다."

이달순은 허파에 있는 모든 공기를 끌어 당기며 입가로 분출한다.

"후아. 좋은 소식 때문에 오늘은 참는다."


뜨거운 햇살이 가덕도에 내려앉고 백성일은 등에 가방을 매고 터미널을 이리저리 둘러본다. 20대 초반의 여자가 힘겹게 양손에 있는 큰 가방을 들고 지나간다. 백성일은 가방 끈을 잡더니

"제가 도와드릴게요"

"어머나 감사합니다."

버스에 오르고 가방을 의자에 내려놓고 백성일은 앞 좌석에 자리를 잡는다. 여자는 백성일의 어깨를 툭 치자 백성일은 고개를 돌린다.

"고마워요. 근데 여행 오셨나요?"

"여기에서 일하게 되어 왔습니다."

"어머 그렇군요. 이렇게 도와주셨는데 제가 여기 토박이 입니다. 다래마을 빨리 오이소 펜션을 하고 있는데 도움이 필요하면 찾아오세요. 제 이름은 화자예요"

"고맙습니다. 저는 백성일 입니다."

버스는 길게 뻗은 다리 위를 지나고 백성일은 양쪽에 펼쳐진 푸른 바다를 바라본다. 아무도 모르는 이곳에 과연 잘 적응할 지, 걱정이 밀려오고 섬에 도착하자 버스가 멈추고 화자가 일어난다.

"잘 가세요"

"네"

화자가 내리자 버스는 출발하고 해변가에 보이는 사람들의 표정이 행복해 보인다. 버스가 멈추자 내리고 작은 파출소가 보인다. 발걸음을 옮기고 투명한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박문득이 의자에서 일어난다.

"무슨 일이죠?"

"여기로 발령 받은 백성일 형사입니다."

파출소 소장 김상중이 의자에서 일어나며 밝은 얼굴로 걸어온다.

"반갑습니다. 근데 내일 출근인데?"

"제가 지내는 숙소가 어디인지 물어볼겸 그리고 소장님께 인사를 드리려고 이렇게 왔습니다."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누고

"박순경 이분의 숙소를 안내 드려라"

박문득이 다가온다.

"가시죠"

백성일은 인사를 건네고

"내일 뵙겠습니다."

"그래요. 내일 봅시다."

두 사람은 밖으로 나오고 경찰차에 오른다. 차는 출발하고 이만득은 눈치를 살피며

"여기 첫인상은 어땠나요?"

"좋네요. 공기도 깨끗하고 넓은 바다를 보니 맘도 편해지네요."

"지내다 보면 맘에 드실 겁니다."

경찰차가 멈추고 두 사람은 내린다. 멍하니 서 있는 백성일을 바라보는 박문득은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숙소가 맘에 안 드시나요?"

"그게 아니라 여기에 아시는 분이 계십니다."

박문득은 다소 놀라운 표정으로 말한다.

"여기요. 누군데요?"

"이름이 화자라고 말했는데"

"제 동생입니다. 근데 어떻게?"

버스 터미널에서 만났는데 그러면 박순경 집이 여기네요"

"그렇습니다. 어머님이 여기를 관리하죠. 아버지와 제 동생은 어선을 타고 바다에서 작업하는 일을 합니다. 들어 가시죠"

두 사람이 들어가고 박문득이 외친다.

"어머니 손님 왔어요"

주방에서 이달순이 모습을 보이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온다. 미소를 보이더니

"형사분 맞죠?"

"네. 백성일 입니다. 반갑습니다."

"일찍 오셨네. 방값은 나라에서 나오고 식비는 형사님이 계산해야 합니다. 한 달로 계산하시고 빨래도 저에게 맡기시면 계산을 해야 하고"

"아닙니다. 빨래는 제가 직접 하죠"

박문득은 가볍게 인사를 하며

"저는 가보겠습니다. 어머니 백형사님 잘 부탁 드려요"

"알았다. 잠깐 오늘 미옥이 몇시에 오노?"

"7시에 올 겁니다. 꽃등심은 준비했나요?"

"당연하지. 부자 며느리가 오는데 그까짓 소고기쯤이야. 너는 가봐라. 형사님은 저를 따라오시고"

이달순의 뒤를 따라 2층 계단을 오르자 좁은 복도가 나타난다. 201호 문을 열고 들어가자 작은 침대와 책상이 보인다. 작은 창문 넘어 해변이 보이고 이달순은 주위를 훑어본다.

"제가 결벽증이 있어 가지고 이 방에 개미새끼 한 마리도 없고 저희가 특별하게 만든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이니 먼지도 없으며 깨끗합니다. 그리고 제 자식들도 2층에서 지내니까 저녁에는 조용하게 생활하세요. 저녁 식사는 6시에 하는데 오늘은 손님이 때문에 7시에 시작합니다. 묻고 싶은 말이 있나요?"

"없습니다. 깨끗하고 깔끔하니 방이 맘에 드네요. 감사합니다."

이달순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근데 형사 치고는 허약하게 보이는데 식사 시간에 봐요"

이달순이 나가고 백성일은 창가로 다가간다. 내일부터 시작이다. 최대한 체력을 키우고 몸을 회복해야 남부 경찰서로 복귀할 수 있다. 부서지는 파도를 바라보는 눈동자에 굳은 의지가 비쳐진다.


화자가 해녀복을 입고 그물 주머니를 수족관에 집어넣는다. 이달순이 다가오더니 수족관을 주시한다.

"오늘은 6만원"

"무슨 소리고? 전복만 32개 인데 소라와 미역도 계산해야지"

이달순은 최대한 슬픈 표정으로 입을 연다.

"너도 알잖니? 요즘 경기도 안 좋고 관광객 발길도 뚝 끊어졌지. 밥 먹고 살기가 빠득해"

"아니 그건 그거고 내 인건비는 똑바로 받아야지. 엄마는 점점 자식들 등골을 빼먹노? 이게 부모가 할 짓이가"

"시끄럽다. 너를 키운다고 돈이 얼마나 들었는지 니가 알겠나? 잔소리 말고 6만원 끝"

그때 백성일이 입구에서 나온다. 화자는 눈이 커지고

"아니 당신은?'

백성일은 밝은 얼굴로 손을 흔든다.

"반갑네요. 오늘부터 여기서 지냅니다."

"여기서?"

화자는 이달순을 쳐다본다.

"그 있잖아. 문득이가 얘기했던 형사, 바로 이 양반이야"

"어머 그러세요. 그런데 형사라는 느낌이 전혀 안 드는데"

이달순은 고개를 끄덕인다.

"너도 그렇게 봤나? 형사라면 덩치도 있고 눈매가 예리하며 조금 무섭게 보여야 하는데 창백한 얼굴에 힘도 없어 보이는 몸매 형사라고 말을 안 하면 아무도 모르겠지"

백성일은 손으로 머리를 긁적인다.

"하하. 이게 바로 위장전술 입니다. 범인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죠. 사장님과 화자씨도 감쪽같이 속았으니까 하하"

이달순과 화자는 서로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린다. 백성일은 발걸음을 옮기며

"잠시 둘러보고 오겠습니다."

멀어지는 백성일을 바라보더니 화자는 고개를 돌려 얼굴을 찌푸린다.

"이렇게 취급하면 내일부터 바다에 안 나간다. 빨리 돈을 더 올려도"

"시끄럽다. 니가 해녀질 말고 할 수 있는 게 뭐 있는데? 펜션에 지내면서 밥값을 내나 방값을 내나 모두 공짜로 지내면서 6만원이면 하늘에 감사하고 부모님께 어떻게 하면 효도를 잘할까 그런 생각으로 바르게 살아야지. 그리고 오늘 미옥이 7시에 오니까 너도 준비해라"

"그러면 미옥이 때문에 꽃등심 사오라고 했나?"

"미옥이 앞에서 함부로 주둥이 놀리지 마라. 우리 마을에서 제일 부자랑 만득이가 결혼하는데 너는 꼬리를 흔들며 미옥이에게 잘 보여야 우리 집안도 같이 잘 산다는 것만 명심해"

화자는 긴 한숨을 내쉰다.

"어릴 적엔 내 심부름도 하고 내 책가방을 들어주던 내 똘마니였는데 이제는 완전 반대가 되었네. 내 팔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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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삶의 근원을 찾아 24.08.01 33 0 9쪽
9 천하제일인의 첫 걸음 24.07.29 47 0 9쪽
8 휘몰아치는 태풍을 향해 24.07.29 36 0 10쪽
7 다가오는 저승사자 24.07.28 41 0 9쪽
6 청룡상회 24.07.28 47 0 9쪽
5 내 영혼을 지켜라 24.07.27 58 1 9쪽
» 제 2의 고향 +1 24.07.27 72 3 10쪽
3 정든 고향과 작별 +1 24.07.26 100 3 9쪽
2 나와 또 다른 나 +1 24.07.24 134 2 9쪽
1 남부 경찰서 백성일 +1 24.07.22 187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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