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괴물 플레이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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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겸]
작품등록일 :
2024.07.22 18:38
최근연재일 :
2024.08.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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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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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화. 시작(1)

DUMMY

[오피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대한민국 허은호 영입.


내 인생의 앞길은 언제나 찬란할 거라 확신했다.


–허은호 선수! 브루노 페르난데스의 스루 패스를 받아서–! 어! 어! 칩슛! 칩슛입니다! 골키퍼가 나오는 걸 보고 칩슛을 했습니다! 아름답습니다! 정말 너무나 아름답고 우아한 골입니다!


[허은호의 결승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또다시 프리미어리그의 주인이 되다!]


그 확신은 내가 죽기 전까진 결코 바뀌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허은호 선수! 정말 대단합니다! 그 밀집된 공간에서 리그 최고의 수비수들을 이겨내고 기어코 골을 우겨 넣습니다! 이 골로 리그에 이어 FA컵도 우승에 가까워 졌습니다!


–마치 맨유의 전설 웨인 루니 선수가 생각나는 움직임과 골 결정력이었습니다!


–예전 인터뷰가 생각나는 군요! 자신이 미국에서 태어났으면 미식 축구를 했을 거라고! 그만큼 육체 능력이 좋아 몸싸움을 좋아하거든요!


–그것 뿐이겠습니까?! 지금 보십시오! 저 외각으로 수비수들을 끌고 가는 움직임! 우리 편에게 공간을 만들어 주기 위해 수비수들을 끌고 가는 저 스마트한 움직임!


–허은호 선수! 접어서 한 명 제치고! 다시 또 접어서 또 한 명 제치고 슈우웃! 골! 골입니다! 또 한 점 앞서 나가는 골! 챔피언스리그 우승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삐! 삐! 삐이이이이익–!


–주심이 불었습니다! 불었어요! 드디어 끝났습니다! 그 엄청난 여정 끝에 2026년 챔피언스리그의 주인공은 우리 대한민국의 보배 허은호 선수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되었습니다!


–허은호 선수! 한국 선수 최초로! 아시아 선수 최로로! 트레블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스리그 득점왕! 유러피언 골든슈의 주인공! 모든 축구 선수들의 꿈인 발롱도르도 결코 허황 된 꿈만은 아닐 겁니다! 아시아 최초로 발롱도르 위너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땐 정말 몰랐었다.


인생의 그래프는 항상 우상향 일 수 없다는 걸.


그래. 나는 좀 더 그 사실을 빨리 알았어야만 했었다.


부우우웅–


오랜만에 돌아온 한국, 죄송했지만 부모님보다는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가 더 보고 싶었다.


“그래. 주연아. 금방 가. 방금 미팅이 끝났어. 어. 그래. 금방 가니까 좀만 기다려줘. 그래그래. 미안해.”


전화를 끊고 네비를 본다. 금방 간다고 하긴 했지만 네비에 보이는 예상 도착 시간을 보니 한참 남은 듯했다.


‘한 소리 듣겠지만 조심해서 가자.’


누가 뭐라 해도 나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있고 유명한 사람이었다. 아무리 모자나 선글라스,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도 사람들은 날 알아봤다. 믿기지 않겠지만 진짜 알아보고 사인해달라고 쫓아왔었다.


‘휴– 도대체 어떻게 알아보는 거야?’


그렇기에 어디에서든 결코 구설수에 오를 행동은 하고 싶지 않았었다.


‘1키로 뒤에 우회전이라. 여기서 차선을 바꾸고.‘


오랜만에 한국에서의 운전이기도 했고 괜히 급하게 가다 사고 내서 문제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더도 말고 덜도 멀고 제한속도에 딱 맞춰서 조심해서 밟았다.


‘준비는 잘 했으려나.’


레스토랑에 요청해둔 것이 있었다. 알아서 잘하겠지만 걱정이 되는 건 막을 수 없었다.


‘설마 모르고 먹어버리는 거 아냐?’


너무 잘 숨겨서 아이스크림하고 같이 먹어버릴지도 몰랐다.


피식 웃으며 혹시 모르니 주연이에게 티를 좀 내야 하나 했다.


그런 재밌는 상상을 하며 여자친구와의 만남을 기대했다.


오늘 밤은 평생 잊지 못할 날이 될 것이다.


분명 오늘 밤은 평생 잊지 못할 좋은 날이 되어야 했다. 나쁜 쪽이 아니라.


“?!”


아무리 조심스럽게 운전한다고 하더라도 겨우 5미터 앞에서 갑자기 공과 함께 튀어나온 아이를 피하는 것은 솔직히 불가능에 가까웠다.


끼이이이이익–!


본능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으며 핸들을 아이 반대편으로 꺾었다.


“꺄아아아악–!“


누군가의 비명과 함께 난 정신을 잃었다.


***


다시 재기할 거라는 강한 자신감 때문이었을까?


아님 그 아이가 부모 없이 누나와 단둘이 살아가고 있다는 안타까움 때문이었을까.


나는 그 아이에게 딱히 책임을 묻지 않았었다.


“괜찮으니 찾아오지 말라고 전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책임은 묻지 않기로 했지만 그렇다고 얼굴을 보고 싶을 정도는 아니었다.


끓어오르는 화를 참으며 마구 떠오르는 나쁜 생각을 최대한 좋은 쪽으로 돌리고 싶었다.


앞으로 더 크게 잘되려고 이번에 액땜을 정말 제대로 한 거라고.


“씨발······”


의사 말로는 인대들이 파열된 건 그렇다 쳐도 뼈가 완전히 박살 나서 다시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었다.


‘아니야······ 난 할 수 있어······’


탈아시아인의 피지컬이라고 했었다. 다시 아시아인에게서 이런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피지컬은 나올 수 없을 거라고들 했었다.


‘할 수 있어! 나 허은호야! 허은호라고! 발롱도르 위너 허은호!’


하지만 현실은 결코 그렇게 녹록지 않았다.


***


“은호. 정말 미안하네.”


이제 내 터질 것만 같았던 그 빌어먹을 감정들도 많이 마모되어 더 이상의 동요는 없었다.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를 덤덤히 바라본다.


“아닙니다.”


에이전트의 말에 의하면 구단은 더이상 내게 재계약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했다.


구단을 이해했다.


난 예전 그 허은호가 아니었으니까.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은 1년이 지나고 2년 째에 산산이 조각났다.


‘······뛸 수가 없어······’


아무리 재활을 해봐도, 아무리 저명한 의사를 만나봐도 이 박살 난 무릎은 돌아오지 않았다. 가볍게 뛸 수는 있었으나 예전 그때처럼 전력을 다해 뛸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나에겐 뛰는 건 뛰는 게 아니었다.


무릎이 돌아오지 않자 가장 먼저 나를 떠나간 건, 사랑한다고 영원히 함께하겠다고 속삭이던 여자친구였다.


“오빠. 우리 이제 그만 만나자.”


한없이 날 사랑스럽게만 보던 그 눈이 이젠 한없이 차갑기 그지없다.


“난 나와 격이 맞는 사람과 만나고 싶어.”


그 말을 툭 내뱉고는 내 대답 따위 필요 없다는 듯이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난다.


너무 어이가 없으면 말문이 막힌다던데, 딱 그 상황이다. 내가 너무 기가 막혀 말없이 그냥 바라만 보고 있자 마지막으로 한다는 말이.


“정 나와 다시 만나고 싶다면 다시 격을 맞추던가.”


하!


그 빌어먹을 말을 끝으로 잘나가던 여배우 여자친구는 그렇게 나를 떠나갔다.


그리고 서로 짜기라도 한 듯, 내 앞에서 그렇게 입이 닳도록 아부를 떨어대던 선후배들, 심지어 동기였던 새끼들도 이어서 떠나갔다.


“허은호. 이제 끝났잖아?”


“와 진짜 사람 그렇게 한 방에 갈 줄은.”


“은호 선배. 이제 아예 축구 못하는 거예요?”


“그렇겠지. 걷는 것도 힘들걸?”


“그 재수 없는 새끼. 매번 좆같이 굴더니. 벌 받은 거지.”


“맞아. 거들먹 거리는 게 재수 없긴 했어.”


내가 뭘 그렇게 좆같이 군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 씨발 떠날 새끼들은 다 떠나라.


잘 됐다.


이참에 거를 새끼들은 다 거르는 거지.


“좆같네.”


그래도 좆같은 건 어쩔 수 없었다.


***


[2년 후]


삐삐삐삑–


“은호! 뭐하나?!”


“은호. 우리 왔어.”


자기 집도 아닌데 자기 집인양 도어락 비번을 누르고 들어온다.


박현준, 이예나.


박현준은 초중고 함께 축구 했었던 제일 친한 친구였고, 이예나는 갓난 아기 때부터 부모님들끼리도 알고 지내던 절친한 소꿉친구였다.


소파에서 자고 있던 나는 그 기척에 잠에서 깬다.


“하암– 왔냐?”


“그래. 임마. 일어나.”


두 사람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처져 있던 커튼을 거둔 거였다. 그런 후 소파에 누워있던 나를 현준이 일으켜 세운다. 예나는 냉장고에 자기들이 사온 음료들을 넣는다.


넣으면서 내게 묻는다.


“우리 뭐 먹을까?”


현준이 당연한 걸 뭘 또 묻냐는 듯이 뻔뻔하게 대답한다.


“당연히 치킨 아냐?”


그 말에 예나가 질색을 한다.


“넌 맨날 치킨만 먹냐?”


“치킨이 뭐 어때서? 안 그래 은호야?”


이 둘은 맨날 뭐 먹을 때마다 싸운다. 그냥 둘 다 시키면 되는걸.


“치킨도 시키고 예나 너 먹고 싶은 것도 시켜.”


“오- 다 시켜도 돼?”


“돼. 다 먹지 뭐.”


일 안 해도 평생 먹고 살 돈은 있었다. 치료 기간 동안 구단은 내 개인적인 사고였음에도 주급을 꼬박꼬박 줬었다. 그걸 허튼 대 쓰지 않고 차곡차곡 모아뒀었다. 뿐만 아니라 선수 때 사뒀던 건물들에서도 임대료가 꼬박꼬박 나오고 있었다. 다시 말해 두 사람 배 터지게 만들 여력은 됐다.


“예나. 넌 뭐 먹게?”


“난 매운 게 땡기는 데?”


“그럼 볼케이노 어때? 매운 치킨.”


“치킨은 싫다고.”


“그럼 불족?”


“콜.”


“오케이. 시킨다.”


배달 어플로 주문을 한 후 티비를 켰다.


틀자마자 화면에는 웅장한 중세 시대 배경의 성들부터 시작해 중국의 전통 건물들이 이어서 나타났다.


그리고 어디서 많이 들은 것만 같은 여성의 음성이 흘러나오는데.


–모두가 상상했던 한계가 없는 세상. 잃었던 꿈을 다시 되찾을 수 있는–


누군가 했었는데, 목소리의 주인공이 보이자마자 채널을 돌렸다.


–여기는 알레니나 검투장 입니다! 오늘도 엄청나게 많은 인원이 참가 신청을 했는데요!


현재 전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운 가상현실게임 ‘에덴’에 대한 방송이었다.


한국의 천재 개발자가 한국 최고의 기업 일성과 손을 잡고 만들었다던 바로 그 게임.


어느 채널을 틀어도 다 에덴에 관한 내용이었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운 가상현실게임답게 듣고 싶지 않아도 들렸었고 보고 싶지 않아도 볼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세상을 완벽하게 창조해냈다는 세간의 평가였다. 모두가 꿈꿔왔던 모험의 세상. 수만 가지 화려한 스킬과 함께 몬스터들과 악마들에게서 세상을 구한다는 스토리.


서양의 판타지 세상도 있지만 동양의 무협 세상도 있다고 했다.


동서양을 화합시키는 전세계 모든 사람들을 위한 게임.


‘뭐 대단하긴 하네.’


현재 이 게임 덕분에 모든 스포츠들과 엔터테이먼트들이 외면 받고 있었다.


해도 ‘에덴’ 내에서 해야 관심을 받았다.


스포츠도, 엔터테이먼트도.


“어? 에덴이네?”


“은호. 너는 우리가 얼마나 귀한 시간을 빼고 여기 왔는지 알아야 해.”


“맞아. 맞아.”


둘 다 고개를 쳐들고 거들먹 거린다.


“뭔데? 뭘 빼고 왔는데?”


이것들이 왜 이러나 했다. 현준이 거만한 표정으로 그 이유를 말한다.


“우리 둘도 저기 참가하려고 했었거든.”


“너희 둘도?”


“그래. 이래봬도 꽤나 잘 나간다고. 우리 둘.”


“그래?”


솔직히 매번 만날 때마다 에덴 이야기만 하기에 열심히 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솔직히 잘나가는지는 몰랐다.


“응응. 우리 랭커라고. 랭커.”


랭커? 잘은 모르겠지만 좋은 건가 싶다.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구나.’ 하고 있는데 예나가 이어서 말한다.


“그리고 은하도 할걸?”


예나가 말하는 ‘은하’는 내 못난 찌질이 여동생이 확실했다.


“허은하도?”


“응. 너한텐 말하지 말라고 하긴 했는데, 뭐 어차피 곧 알게 될 거 같으니 말해주는 거야.”


“임마. 네가 맨날 은하한테 공부, 공부 잔소리만 하니까 말 못하게 하는 거잖아.”


공부하라고 잔소리하긴 했었다. 현준의 말에 심드렁하게 대답한다.


“내가 용돈도 주고 학비도 대주니 그 정도 말은 해야지.”


내가 용돈도 주고 학비도 대주고 있었다. 심지어 내 아래집으로 집도 구해줬었다.


난 충분히 잔소리할 자격 있었다.


“그래그래. 당연히 오빠니까 그래도 되지. 아무튼 은하도 시작했으니까 은호야. 이젠 너도 같이 하자. 우리 다 같이 에덴에서 모이면 얼마나 좋아. 안 그래?”


“음–“


내가 전과는 다르게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자 이예나는 이때다 싶어 또 꼬드기려 들이댄다.


“어렵지 않아. 그리고 우리가 버스 태워줄게. 같이 하자. 응? 같이 하자~”


안 그래도 요즘 뭘 하며 살아야 하나 하고 진심으로 고민 중이긴 했었다.


자기는 안 한다고 안 한다고 그렇게 빼던 허은하도 한다니 조금 관심이 생긴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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