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커와 한판 뜨다 고트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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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렌씨
작품등록일 :
2024.07.23 16:21
최근연재일 :
2024.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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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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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DUMMY

내 몸에 파이터들의 이름이 보이기 시작한 건 불과 이틀 전부터 시작된 사건 이후였다.


그러니까 그게...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도 유아와 함께 맛있는 시간 보내실 준비 되셨나요?"


좁은 방 안, 낡은 책상 앞에서 하유아가 카메라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유아님 최고예요!'


'오늘 메뉴가 뭔가요? 기대돼요!'


'유아님 보는 것만으로도 배불러요~ 다이어트 포기!'


유아의 목소리에 실시간 채팅창이 순식간에 채워졌다. 마치 봄날 꽃잎이 흩날리듯 댓글들이 쏟아졌다.


유아는 시청자들의 반응에 더욱 밝게 웃으며 오늘의 메뉴를 소개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상큼한 과일 주스를 마신 듯한 생기가 넘쳤다.


"자, 오늘은 우리 엄마가 특별히 준비해주신 김치볶음밥이에요! 무려 5그릇이나 됩니다. 거기에 계란 묻힌 스팸까지! 어머, 벌써부터 군침이 돌아요. 여러분도 그렇죠?"


유아는 먹방을 시작했다. 김치볶음밥을 한 숟가락 떠 입에 넣자마자 그녀의 눈이 커졌다. 마치 갓 태어난 아기 사슴의 눈처럼 순수하고 맑았다.


"와, 이거 진짜 맛있다! 여러분, 우리 엄마 요리 실력 대단하죠? 이거 먹으면 3분 안에 우주 정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채팅창은 마치 축구장에서 골이 터진 순간처럼 폭발했다.


'와 진짜 맛있어 보여요! 저도 우주 정복하고 싶어요!'


'유아님 표정만 봐도 배불러요ㅠㅠ'


'유아님 리액션 최고! 오스카 먹방 연기상 드립니다!'


갑자기 한 시청자가 별풍을 쏘았다. 유아의 눈이 반짝였다.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의 별이 빛나듯 그녀의 눈이 빛났다.


"어머, 감사합니다! 별풍 주신 분을 위해 특별 서비스!”


유아는 거침 없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짧은 돌핀 팬츠에 드러난 그녀의 뽀얀 다리가 화면을 가득 채웠다.


“그럼 제가 선배 맘에~”


유아는 골반을 좌우로 흔들며 '탕후루춤'을 추기 시작했다.


귀엽고 리듬감 있는 춤사위에 채팅창은 다시 한번 들썩였다.


'유아님 춤 실력도 최고! 아이돌 데뷔하세요!'


'너무 귀여워요ㅠㅠ 심장아 버텨라!'


'오늘도 힐링했습니다. 유아님은 우리의 비타민!'


펑! 펑! 펑!!


이번에는 더 많은 별풍선이 터졌다.


유아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더욱 요염한 몸짓으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짓이 요염해질수록 채팅창은 한여름 아스팔트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


'와... 유아님 섹시해요. 심장이 터질 것 같아요!'


'결혼해주세요ㅠㅠ 제가 평생 김치볶음밥 해드릴게요!'


'오늘 밤 꿈에 나오실 것 같아요. 아니, 나와주세요!'


‘누나 나 죽어 ㅠ’


발정난 듯한 채팅들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유아는 애써 밝은 표정을 유지했다.


유아의 인터넷 방송 책상 아래에서는 또 다른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책상 아래에 쭈그리고 앉은 남자···하석진이었다.


석진은 누나 유아가 몰래 떨어뜨리는 음식들을 받아내고 있었다.


키가 큰 그에겐 불편한 자세였지만, 가족을 위해 참을 수 있었다.


마치 서커스의 곡예사처럼 그는 균형을 잡으며 음식을 받아냈다.


첫 방송 때 유아는 바닥에 음식을 그냥 버렸다.


그 음식을 치우는 건 음식을 만든 어머니의 몫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건 석진과 유아에게는 곤욕이었다.


'제발 누가 눈치채지 않기를... 아, 허리야. 내가 접는 의자였으면 좋겠다.'


석진은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누나의 먹방이 가족의 생계수단이 된 지 벌써 1년.


그는 누나가 건강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시청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이렇게 돕고 있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영웅처럼.


2시간의 방송이 끝나고, 유아는 마지막 인사를 했다.


"오늘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봐요~ 여러분, 오늘 하루도 맛있게 사세요!"


카메라가 꺼지자마자 유아의 표정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밝고 환한 미소는 사라지고,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마치 무대 뒤로 내려온 배우처럼 그녀의 표정은 완전히 달라졌다.


"석진아, 고마워. 이제 나와도 돼. 오늘도 수고 많았어."


“으드드드드!!!으아”


석진이 삐그덕대며 책상 아래에서 나왔다.


그의 손에는 누나가 먹다 남긴 음식들이 가득했다.


마치 보물을 들고 있는 것처럼 조금이라도 흘릴까, 그는 조심스럽게 음식을 들고 있었다.


"누나, 수고했어. 오늘은 얼마나 벌었어요?"


유아는 핸드폰을 확인하며 대답했다.


"음... 한 10만원 정도? 그래도 어제보다는 나아. 고생했다”


석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10만 원이면 어머니의 투석 비용을 조금이나마 보태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는 마음속으로 계산기를 두들겼다.


'이 돈이면 어머니 약값으로... 아니면 집세로... 아니면...'


석진과 유아가 방문을 열고 나오자 어머니가 환한 얼굴로 반겼다.


“고생했어, 얘들아”



어머니는 낡은 식탁에 밥상을 차리고 있었다.


오래된 식탁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방 안을 채웠다.


마치 늙은 고양이가 하품하는 것 같은 소리였다.


"석진아, 어서 와서 밥 먹어라. 유아 너는 생각 없지?”


“당연하지. 방금 먹방 끝났는데”


나른하게 배를 두드리는 유아와 달리 석진은 얼른 식탁으로 향했다.


허겁지겁 밥을 먹는 아들을 어머니는 흐뭇하게 바라 봤다.


"천천히 먹어. 체하겠다. 밥이 도망가는 것도 아니고."


“엄마! 이제 나가야 하지 않아”


유아의 말에 어머니가 시계를 쳐다 본다.


“어머 벌써 시간이 저렇게 됐네. 얘들아 나 투석 다녀올게”


유아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엄마, 제가 같이 갈까요? 오늘은 제가 모셔다 드릴게요."


하지만 어머니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넌 여기 있어. 이제 사람들이 점점 많이 알아보잖아. 그런 데 가서 좋을 거 없어”


"하지만 엄마..."


"걱정 마. 난 괜찮아. 넌 유명한 사람 될 수 있어. 넌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 돼야 해."


유아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김미영은 터덜터덜 집을 나섰다.


그녀의 뒷모습은 마치 무거운 짐을 진 낙타 같았다.


석진은 여전히 허겁지겁 밥을 먹고 있었다.


유아는 걱정스러운 눈길로 동생을 바라보다가 물을 떠다 주려고 일어섰다.


‘카톡!’


그때 갑자기 유아의 핸드폰에서 카톡 알림음이 울렸다.


유아는 메시지를 확인하자마자 얼굴색이 변했다.


맑은 하늘에 먹구름이 끼는 것처럼 그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씨발새끼..."


유아의 작은 욕설에 석진은 깜짝 놀랐다.


"누나, 무슨 일 있어?"


유아는 잠시 망설이다 대답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악플 좀 달렸네. 인터넷 세상이 참 무서워."


하지만 석진은 누나의 표정이 단순한 악플 때문은 아니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았다.


뭔가 더 심각한 일이 있음이 분명했다.


그의 가슴 한구석이 불안하게 요동쳤다.


"누나, 정말 괜찮아?”


유아는 잠시 동생을 바라보더니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한숨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석진아... 사실은..."


그 순간, 유아의 핸드폰에서 또다시 알림음이 울렸다.


핸드폰을 확인한 유아의 얼굴이 더 창백해졌다.


마치 뱀파이어를 본 것처럼 그녀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누나?"


석진의 걱정 어린 목소리에 유아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아니야, 정말 괜찮아. 넌 밥이나 마저 먹어. 난 잠깐 나갔다 올게. 금방 돌아올 테니까 걱정하지 마."


유아는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석진은 의아한 표정으로 누나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뭔가 이상해. 누나가 저렇게 급하게 나간 적이 없는데...'


석진은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석진은 잠시 고민하다가 결심했다.


그는 재빨리 밥을 몇 숟가락 더 먹고는 누나를 따라 나섰다.


밖으로 나오자 매캐한 바람이 그의 얼굴을 스쳤다.


석진은 주변을 둘러보며 누나의 모습을 찾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멀리서 급하게 걸어가는 누나의 뒷모습을 발견했다.


'저기다!'


석진은 조심스럽게 누나를 따라갔다.


그는 마치 스파이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몸을 숨기며 누나의 뒤를 밟았다.


얼마 걷지 않아 유아는 동네 카페 앞에 도착했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석진은 카페 통 유리를 통해 안을 들여다보았다.


카페 안, 구석 자리에 앉아있는 남자가 보였다.


그 남자를 보는 순간 석진의 눈이 커졌다.


'저 사람은... 누나의 전 남자친구 아냐?'


석진은 그 남자를 기억하고 있었다.


약 1년 전, 누나와 심하게 다투고 헤어진 남자였다.


당시 석진은 그 남자가 누나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었다.


전 남친과 마주한 유아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석진은 카페 창문 너머로 그들의 대화를 엿들으려 했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남자의 얼굴에는 비웃음 같은 것이 어려 있었다.


“재수없는 새끼!”


석진은 남자의 낯짝을 보며 읊조렸다.


남자는 뭔가를 말하며 유아에게 휴대폰을 내밀었다.


순간 유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석진의 머릿속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그는 직감적으로 누나가 위험에 처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저 자식, 설마 누나를 협박하는 건가?'


석진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당장이라도 뛰어들어가 그 남자의 멱살을 잡고 싶었지만 우선은 참았다.


상황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


유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뭔가를 애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남자는 냉정한 표정을 유지한 채 계속해서 뭔가를 요구하고 있었다.


쿵! 쾅! 쿵! 쾅!


그 모습을 보는 석진의 심장이 요동치고 있었다.


유아 앞에 앉은 남자는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 듯 급기야 테이블을 주먹으로 세게 쳤다.


그 모습을 본 석진의 몸이 자동으로 움직였다.


석진은 카페 문을 열어 제끼고 안으로 들어갔다.


“야 이 씨발 새끼야. 지금 뭐하는 거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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