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한 세계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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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금문
작품등록일 :
2024.07.24 08:06
최근연재일 :
2024.07.26 17:47
연재수 :
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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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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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83

작성
24.07.24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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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시백

DUMMY

신들은 인간에게 관심이 없다.

더 정확히는 인류를 포함한 모든 피조물에게 그러했다.

그래서, 신들은 자신의 피조물들을 용도에 맞게 사용했다.

잠깐의 유열을 위한 유희의 희생물, 우리는 전부 그들이 만든 투기장에 끌려가 싸움닭이나 투견처럼 죽어갔다.

그게 우리의 본래 용도였다.

하지만 겨우 거기서 만족하지 못한 신들은 새로운 싸움의 장을 열었다.


일만 팔천의 신들이 참여하는 투기장.

지금처럼 각자 따로가 아니라 전부가 뒤섞인.

세상의 모든 피조물이 뒤섞여 마지막 하나만 남을 때까지 죽고 죽이는 싸움터.


우린 그곳으로 끌려갔고, 그렇게 40년이 지났다.


***


“인트로 좋네.”


식상한 스토리다.

하지만 그걸 뒤덮는 웅장하고 화려한 오케스트라가 식상함을 가려줬다.

여기에 굵고 낮은 목소리의 성우가 나레이션을 곁들이자 귀가 즐거웠다.

사실 한 두 번 들은 게 아니라서 충분히 질릴 법도 하지만, 그래도 들을 때마다 즐겁다.


난 이 게임을 사랑한다.

멸망, 어쩌구, 신들의 어쩌구, 이름이 너무 길어서 보통 신들의 요람이라고 줄여부르는 이 게임을 매일 즐기고 있다.

퇴근하면 옷도 안 갈아입고 일단 컴퓨터부터 키고 볼 정도로.

그토록 좋아하던 저녁밥이나 휴식보다는 게임에 먼저 관심이 갈 정도로 사랑한다.

그렇게 일천 시간을 즐겼다. 라이브러리에 찍혀있는 시간이 이미 일천을 넘겼다.

첫판에 일천. 진짜 미친 볼륨이다.


하지만 그것도 오늘로 끝이다.

아무 공략도 보지 않고 끝까지 플레이한 결과, 난 실패했다.


내가 만든 캐릭터가 용들에게 둘러싸인 채 죽어간다.

80마리의 용.

전원, 여러 개의 머리를 가진 다두룡(多頭龍)들이다.


이 게임의 용들은 머리나 날개의 숫자가 많아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강해진다.

2개의 머리를 가졌다는 건 다른 일반적인 용들을 압살할 수 있다는 뜻이며, 3개의 머리부터는 용왕의 대권에 도전할 권리가 생긴다.

4개는 최소 용왕(龍王).

5개부터는 격이 다른 무언가로 변화한다.


‘전부 3개.’


최소 3개의 머리.

간간이 4개 짜리들도 보인다.

저것들 하나하나가 종족을 멸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레벨 150을 넘은 플레이어도 1초만에 격살할 수 있는 괴물들.


하지만 그놈들보다 더 신경쓰이는 건 그 거체들 뒤에 숨듯이 몸을 가리고 있는 용이다.


<적룡 아르칸>

수백미터의 육중한 거체, 그 몸을 휘어감은 수십장의 날개, 그 사이로 드러난 10개의 눈동자.


‘오두룡.’


처음 본다.

게임상의 문헌으로만 공개되었던 용이다.

5개부터는 격이 다르다더니, 실제로 그러했다.


내 캐릭터의 모든 스탯이 하락했다.

356의 레벨조차 아득히 뛰어넘던 엄청난 능력치들이 20% 가까이 떨어졌다.

특히 중점적으로 신경썼던 생명력이 박살나고 있었다. 지금도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타이머의 시간처럼 격하고 빠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이걸 피어도 없이?'


웃기는 건 아직 드래곤 피어가 사용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다른 용들은 피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건 내 캐릭터에 닿지 않는다.

강력한 보호구인 <밤의 손길>은 용의 공포를 삼킨다.

이걸 구하느라 종족 단위의 학살을 자행해야만 했을 정도로 훌륭한 보구다.


하지만 저 적룡에게는 먹히지 않았다. 아무 의미도 없었다.

멀쩡한 능력치로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괴물에게 이런 제약이라.


“죽었네.”


담배연기를 뱉고 마지막 전투를 시작했다.

3시간의 전투 끝에 내 캐릭터는 쓰러졌다.

용들의 절반을 학살하고 끝내 적룡의 머리 중 2개를 잘랐지만, 그조차 허무하게 그에게는 별다른 피해도 없는 듯 했다.


적룡은 잘린 머리를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저 내 눈을 들여다봤다.


-인간. 아직 보고 있나?


당연히 보고 있지.

내 캐릭터가 두 눈 뻔히 뜨고 노려보고 있잖아?

하지만 입이 뭉개져서 답을 할 수 없다.

웃기는 게임이다.

캐릭터 입이 뭉개지면 채팅을 못 친다니.


-너에게 기회를 주겠다.


오. 다회차 떡밥인가?

흔한 일이다.

게임사가 회차 플레이를 강요하기 위해 마지막 전투 후 뭔가 비밀을 보여주는거지.

역시.

내가 좋아하는 게임이 겨우 이걸로 끝날 리가 없지!


근데 눈이 왜 거길 보고 있냐.

내 캐릭터가 아니라 꼭 나를 보고 있는 것 같···.


-내게 온 기회를 너에게도. ···그러니 다음에는 진짜 목숨을 걸도록.


적룡이 고개를 들었다. 3개의 머리가 일제히 불을 내뿜는다.

그건 불이라기보다는 레이저에 가까웠다.

백색으로 번쩍이는 레이저 다발. 화려하고 아름답다.


-그게 우리를 구원할 유일한 길이다.


화면이 꺼졌다.

어? 그래픽 카드 터졌다!!

···아닌가?

눈이 꺼졌나?


-네 세계를 끌어내리겠다.


눈이 감겼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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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소총 24.07.25 3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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